![](http://ac.namu.la/20240401sac/461c644886b25f6493272c78d516e509ec2ddf0a23f71a0dfbacc4d12c439fe6.png?expires=1719795600&key=U2oAtbSj5zFs7y7hsJFURg)
끝없이 들락거리는 펜 끝을
바짝 미동 없는 종이 면에 갖다 대며,
물고기가 어항 속을 누비는 듯이
목적은 없고, 물음만 남는 생각들을
그 꼬리에서 머리까지, 어떻게든
형상 입은 모습으로 그려내려 한다.
그 빼입은 너의 모습은
중섭의 황소처럼 굴곡지고 유려해,
머릿속에 잠시 드러눕는 것도 숨 가빠하며
내게서 빠르게 달음박질치는 모습일까.
아니면, 수근의 아낙네들같이
제 자리에 바짝 눌려, 그 모습처럼
입에 담을 말들을 보따리 채 쥐고 서서
내게는 등만 비추는 냉랭한 모습일까.
뼈대를 갖춰갈 나의 구상은,
어느 화가의 굵직한 뼈를 추려내
시종일관 느낌표만 그려내던 일생을
마침표로 잔잔히 눈 감긴 사내의 글 같이,
뇌를 긁는 목청만큼은 가져야겠지.
그러니, 내 펜이 긋는 너는
중섭의 황소같이 잉크 마를 듯 달려나가
절대 내게 의탁하지 말아야 한다.
난 너의 겉껍질만 빚어낼 테니,
넌 날 돌아보지 말고 초토를 나아가라.
날 돌보는 건 발 안 보이는 너의 나아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