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아이스




손끝으로 해돋이를 알아채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야
나는 통증을 따라 수맥처럼 얽힌 기억을 되짚고 있어
딱딱한 피부를 만질 때마다 극지의 언어는 녹아내리고
눈물은 파형으로 기록되지 그건 쉽게 흘러내리지 않으니까


가끔은 진열장을 열면 차가워지는 손등에
몇 번이고 따뜻한 날숨을 불어넣어 보아도
손등 위 뱉어낸 숨결엔 울음이 고이지 않아


너는 날아갈 듯한 입김으로 추억되고
새벽은 이불 속으로 납작한 몸을 늘어뜨려


단잠에 빠져들 듯 그림자가 그림자를 덮어쓰고 있지만
이불을 덮어도 너의 흔적은 찾아낼 수가 없고
 

달아오를수록 희미해지는 것이 있다면 너는 믿을까


매일 잠 못 이루는 밤마다 누군가 사라진다면
비평가의 펜촉이 점성을 잃는 것만큼 슬픈 일이겠지
너는 늘 그렇게 말했고 아직도 그렇다는 듯 읽히는 사람이야

 
부지런히 밝아오는 아침에도
여전히 읽히지 않는 문장이 있어서
꿈속에선 누군가 희미해지고 있지만
도무지 잠들 수 없는 오전이지


하얀 이불 아래에서
기억들이 달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