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마주한 것은, 낡은 사진 속 그날

마주앉은 날 바라보며 미소짓던 그 얼굴을 기억한다.



가슴 한켠에 꽂아둔 사진을 위안 삼아

피땀으로 쓴 수난의 역사를 버텼다.



지금은 그 수난록마저도 헐어진 지 오래

다시 만난 너는, 한 권의 책 속으로 숨은 채였다.



이젠 손을 뻗어 부를 수도 없는 네 영전에서

우리 갈 길이 이렇게 갈렸구나, 체념하는 수밖에



나는 네 얼굴을 가슴의 빈터에 묻었다.



오늘도 나는 내 길을 가야지.

내 가슴에 묻힌, 네가 다시 살아 이 땅 위에 설 때까지.



나는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