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글머리가 19금인지....

안녕하세요, 감히 제가 타인을 평가하는 것에 저항감이 있지만 방구석 인터넷 평론에 많은 걸 기대할 사람도 없고, 퇴근길에 할 일도 없어 부담없이 몇 자 적어봅니다. 선생님께서도 진지하게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마시길.

단편소설은 쓰기 어렵습니다. 왜 어렵냐면 짪아서 작가가 효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하기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주목할 것은 '효과적'이라는 말인데요. 같은 주제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어느 작가가 또 해체된 사회를 비판하는 소설을 써도 다르게 전달하면 다르게 다가와서 안 질립니다. 어쨌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사람들은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그 중 하나가 묘사인데요.

웹소설의 작품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을 겁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하나만 꼽자면 묘사에 소홀해서 그렇습니다.

언어는 기호이고, 기호의 성질은 독자의 경험에 따라 깊이가 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해체된 공동체 소설을 보고 누군가는 어제 엄마랑 싸웠던 일을 떠올릴 때, 누군가는 집 나간 엄마를 떠올립니다. 경험에 따라 작품을 해석하는 깊이가 달라지는 거죠.

그런데 이런 작업을 묘사로 해야 합니다. 진술로 하면 독자가 기호를 해석할 여지가 없거든요. 좋은 예시는 아니지만 사과는 달았다. 이것보다 남자는 사과에서 도통 입을 뗄 줄 몰랐다. 이게 독자가 해석할 여지가 더 많은 것처럼요. 이렇게 작품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면 표현의 폭이 더 넓어집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대성당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선생님의 작품이 좀 더 정갈해지면 카버가 될 것 같거든요.

기간상, 작성 당시 본래의 목적으로 하던 목표를 달성했다 판단, 탭 이동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