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눌처마 기운 고목에 열매라 하며는
여물지 못하다 필히 아뢰외라.
포도밭 십여 년간 드리운 자국 없었다 함에도
떨군 과실에 도려낼 곳은 이다지도 많나.
뿌리 근처에 널린 것이 문드러질 일 없는 씨앗뿐이요,
고생도 모르고 타작질만 성겼다.
무른 땀이 줄기에 흐르고서야
날아내린 이파리 지면에 닿았으니
머금은 명을 도로 뱉어내려는가.
톱으로 베어낸 도령을 보게,
나이테는 어지러이 밑을 향하야...
독고의 저편에서부터 걷혀 온 그루터기에 앉아
흙길 뵈질 못하는 남인의 시야로 이르게도,
설은 열매나 집어 두려고 있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