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나 쎈 뱀파이어 얀순이이게서 도망치는 스폰 얀붕이 - 4 - 얀데레 채널 (arca.live)

ㄴ여기서 이어짐


•••


"지금 뭐하는 짓이니?"


마리아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분노로 이성을 잃기 직전인 뱀파이어 로드의 목소리는 언데드조차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서늘하게 날이 서 있었다.


아이작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자신의 죄를 낱낱이 고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작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


"이그니스!!"


우렁차게 마법을 영창하는 소리와 함께,


화아악ㅡ!!


"부, 불이다!!"


거대한 불꽃이 솟아올라 아귀처럼 책장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붉은빛으로 타오르는 서재는 매캐하게 연기를 뿜어냈고, 구울은 그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불, 불이다!! 내 서재, 내가 이쁘고 곱게 기른 내 귀여운 서재애애!!!"


아이작 역시 구울만큼이나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렇게 얼이 빠진 스폰의 목덜미를 마리가 잡아 끌었다.


"프로텍티오!!"


마리가 주문을 외웠고, 작은 방어막이 둘을 감쌌다.


"불 안으로 뛰어!!"


"뭐!?"


아이작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쳤지만, 마리는 진심으로 말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언데드에게 쥐약과도 같은 불 안으로 뛰어드는 것은 아이작에게 큰 결심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뒤를 돌아 보았다.


마리아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표정으로 눈을 부릅 뜬 그 모습은 마치 줄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섬뜩했고,


그 모습을 본 아이작은 주저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눈이 멀 정도로 눈부신 불꽃과 눈을 가릴 정도로 매캐한 연기 때문에 앞을 보기도 힘들었지만,


데이워커에게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마리아는 불 속을 나란히 뛰고 있는 아이작과 인간 여성을 보았다.


마치 경기를 일으키는 것처럼 뱀파이어 로드의 입술이 비틀리고, 미간이 좁아지고, 눈은 더욱 커졌다.


"감히..."


마리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감히... 감히 감히 감히감히감히!!!"


촤아악ㅡ!!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림자는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바닥과 천장을 기어올라 서재를 집어삼킨 불꽃을 통째로 에워쌌고,


이내 불꽃은 점점 힘을 잃고 시들어 갔다.


"허억, 허억..."


그리고 아직 마저 타지 못한 책장 뒤에서 모습을 숨긴 아이작은 손에 스크롤을 꽉 쥐고 마리와 눈을 마주쳤다.


'빨리 읽어!'


'기, 기다려 봐...'


마리가 목걸이를 매만졌다.


그녀의 목걸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붕 뜬 채 진동하고 있었다.


'저 목걸이는 뭐지?'


굉장히 값이 나가 보이는 마도구는 기묘하게도 착용자인 마리가 아닌 아이작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마리는 목걸이를 주먹으로 꽉 쥐어 진정시키며 말했다.


'방금 마나를 너무 많이 써서... 바로 읽지는 못해.'


'뭐? 그럼 마나 채우는 데 얼마나 필요한데!?'


'오, 오 분...!'


둘이 수근대는 사이, 마리아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또각, 또각.


아직 꺼지지 않은 불길 위를 마리아는 태연하게 걸었다.


불길은 마치 길을 트듯 그녀의 걸음걸이마다 사그라지고, 꺼졌다.


구두 소리는 또렷하게 그들 심장에 말뚝을 박아 넣듯이 울렸고, 그녀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둘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아이작?"


마리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리 나오렴."


아이작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당장 둘을 찾아내 목을 도려내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녀가 그리 하지 않는 것은, 첫째로는 그녀가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오 분이면 된다고 했지?'


'으, 응.'


'좋아...'


아이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야! 뭘 어쩌려고!?'


'도박.'


아이작은 짧게 답하고 연기를 헤쳐 모습을 드러냈다.


또각.


마리아의 걸음이 멈추었다.


뱀파이어 로드는 여전히 싸늘한 무표정이었다.


그녀의 붉은 두 눈동자는 아이작을 향해 안광을 쏟아내듯 강렬한 시선을 보냈다.


아이작은 시선을 의식할 때마다 당장 무릎을 꿇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내 너한테 도망치지 말라는 명령은 내린 적이 없지만..."


마리아의 목소리는 북쪽 땅의 만년설보다 더욱 차가웠다.


"이번엔 장난이 좀 심하구나."


어째서 뱀파이어 로드가 스폰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제재를 걸지 않았는가,


그건 순전히 마리아의 악취미 때문이었다.


도망칠 때마다 붙잡아, 철저히 고문하고 넌 결코 내 곁을 떠날 수 없다고 교육하는 것.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마리아가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아이작은 그것을 알 턱이 없었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주인님."


아이작은 순간 졸도할 뻔한 것을 참으며 힘겹게 말을 뱉었다.


"저도 한 번쯤은 밤공기를 마시고 싶은 날이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마리아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내게 말대꾸하는 거니!?"


아이작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리아의 눈이 폭발하듯 동그래졌다.


그리고,


"꺼윽!!"


그림자가 아이작을 덮쳤다.


그림자 손은 아이작의 목덜미를 잡아 공중으로 들어 올렸고, 그 탓에 숨구멍이 막힌 아이작은 고통스러운 기침을 토했다.


마리아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사랑스런, 건방진 꼬마야..."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그녀는 귀를 울리는 분노어린 목소리로 아이작의 고막을 괴롭혔다.


"너에게 영생을 준 자가 누구니?"


또각.


"너를 하찮은 닭 사이를 거니는 고고한 그리폰으로 만들어, 필멸자는 꿈도 꾸지 못할 영원한 삶을 준 게 누구니?"


또각.


"또 너에게 지고한 사랑을 베푸는 자가 누구니?"


또각.


"그런데 너는 내게서 도망치는 것도 모자라, 내 규율을 어기고 인간 피를 마시고!!"


또각.


"저 가축 년이랑 눈이 맞아 나를 버리겠다고!?"


또각.


"한 번 기회를 주마. 저 년의 목을 따서 내게 가지고 오렴. 그럼 아이언 메이든에 쳐넣는 정도로 용서해 주겠어."


그딴 게 용서?


아이작은 코웃음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었다.


어느새 마리아는 아이작의 눈 앞까지 다가왔고, 아이작은 불안하게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시선은 그의 주인을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아악...!!"


꾸드득, 뿌득.


목 관절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아이작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말대로 하찮은 필멸자라면 즉사했을 테지만, 스폰인 그에게는 중상 정도에 그쳤다.


그렇기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녀가 그에게 베푸는 사랑은, 이렇게 언제나 고통 뿐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거부권은 없었다.


아이작에게는 지금 이렇게 그녀를 거역하고 서 있는 이 상황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사실, 아이작 스스로도 어떻게 이런 말을 감히 꺼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뱀파이어 로드의 규율을 어기고 이런 불경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저지를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설마, 그 마법사가 무슨 수작을 부린 건가?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스폰의 얼굴에 뒤틀린 미소가 번졌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 번 끝까지 가 보자.


'혹시 몰라? 너무 화 나서 그냥 이대로 죽여줄지.'


그는 살아서 나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이대로 영원히 죽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 곳에서 사는 것보다는 죽는 편이 훨씬 나을 테니까.


"사...랑이라고요...!"


아이작이 힘겹게 목소리를 짜냈다.


"정말 저를 사랑하신다면... 대답해 보십시오...!"


아이작은 감히 군주에게 강압적인 질문을 던졌고, 마리아는 그 행동에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눈을 보는 기분.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스폰이 마리아는 혼란스러웠다.


"너, 너... 나한테 지금, 감히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니!?"


"대답해!!"


악에 받친 아이작이 거칠게 목을 울렸다.


마리아는 충격에 휩싸인 듯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고, 심지어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평소에는 결코 볼 수 없는 그녀의 당황한 모습에 아이작은 더욱 분노한 듯 그 동안 씹어삼켰던 말을 토해냈다.


"정말 내가 너 같은 년을 사랑할 것 같아!? 정말 그럴 것 같냐고!!!"


"당연하지!!"


마리아는 거의 울 것 같은 눈을 소름끼치게 부라리며 받아쳤다.


"넌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 아이작. 내가 그렇게 하라 했으니까.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마리아는 미친 여자처럼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팟!


"끄하아아악...!!"


아이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짓에 맞춰 아이작의 몸이 붕 떴고, 그는 사지가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다.


"자, 말해보렴, 아이작."


마리아는 아이작의 몸을 그림자 손으로 쥐어짜듯 잡으며 재촉했다.


"사랑한다고 말해보렴."


"아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려퍼졌다.


아이작의 뇌를 솓가락으로 후벼파는 듯한 고통이 울려퍼졌다.


그 근원인 머리통을 울려대는 마리아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에서 실려 오는 권능 탓이었다.


스폰의 입이 열렸다.


있지도 않은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군주에게 굴복하고 노리개로 되돌아가기 위해.


"스..."


그의 입술에서 작게 마찰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더욱 강하게, 그리고 광기에 차 더욱 재촉했다.


"말해!!"


아이작의 눈이 뒤집혀 흰자위를 보였다.


아득해진 정신으로, 그는 횡설수설하듯 다시 말을 이었다.


"사..."


"이그니스!!!"


화아아악ㅡ!!


다시 한 번 불꽃이 터졌다.


마리아는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손으로 불꽃을 쳐냈다.


그림자는 그녀의 영역이었고, 그림자 속의 불꽃은 그저 흩날리는 먼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안타깝게도, 마법사의 의도 또한 그러했다.


그저 먼지를 뿌려 눈을 가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


마리아의 시선에서 불길이 걷혔을 땐,


마리가 아이작을 향해 내달린 뒤였다.


"!"


마리아는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정신의 목걸이.


정신 지배를 막아주는, 금화 삼천 냥으로도 구하기 힘든 최상위 마도구.


마리아는 정말 오랜만에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정말 그녀의 스폰이 성공적으로 도망친다는,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악몽.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잠깐, 멈춰!!"


뱀파이어 로드의 비명에 반응하듯, 목걸이가 공명했다.


그 목걸이의 힘으로 아이작의 눈동자가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텔러ㅡ"


마리가 스크롤을 쥐고 주문을 마저 다 외우기 전,


아이작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좆까."


"포타ㅡ!!"


"멈춰어어어어어!!!"


전능한 데이워커의 비명이 무색하게,


아이작과 가축의 모습은 빛무리와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다음화에 얀순이가 육신의 싹 머리에 박으면서 존나강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