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ynzkr9tRYk?si=m5z-A6q4oEu-ULPP

(보면서 들으면 조금은 더 좋은 노래)




시린 가슴에 머리가 아프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별의 고통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남들이 보면 짠할 정도로 눈물이 줄줄 새어 나오고.

베개에 흐른 눈물은 마를 새 없이 쌓여갔다.

시곗바늘 움직이는 소리는 신경을 긁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는 가슴을 찢고.

행복한 이들의 웃음은 영혼을 갈갈이 자르고 나눠. 불 위에 흩뿌리는 듯 했다.


익숙함에 길들여져, 나는 얼마나 멍청했던가.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나의 멍청함을 깨달아 버렸다.


마지막으로 느낀 이별의 고통은 언제였을까?

그래, 마지막으로 느낀 나의 고통은 아버지의 장례식이었다.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라 부르기엔, 살짝 모자란 사람이었다.

남들 좋은 일에 돈을 썼고. 가끔은 어머니에게도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며, 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도대체 이런 사람이 어떻게 어른인 가, 그런 의문을 가진 날들도 있었고.

어머니는 왜 이런 사람과 결혼을 했는가 생각하던 나날도 있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버지는 착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바보 같았지만, 어머니에게 진짜 상처는 주지 않았다.

나와 동생에겐 웃음을 잃지 않고. 우리가 실패하면 격려하고, 성공에 대해선 축하해주었다.


아버지의 사랑은 우리에게서 멀리 떠나가지 않았다.

반대로 어머니는 그런 착한 아버지를 무시하거나 거짓말로 속이는 일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아버지는 자신이 먼저 사과하였고. 아버지의 생전엔 그 어떤 큰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돌아가기 전까지.


이유는 사고였다.

무단횡단을 하던 멍청한 노인네를 구하고자 찻길에 뛰어들었고. 노인네는 경미한 부상이었지만. 아버지는 과도한 출혈로 인해 곧 목숨을 잃으셨다.


집에 사랑은, 아버지는 사라졌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별이란 것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그래서 나는 더 이상의 이별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 내 곁에 있겠다고 한다면, 나는 그것에게 평생을 원하였고.

모두가 내 곁을 떠나갔다.


그를 제외하고.


그는 나의 이웃집에 살았었다.

복도식 아파트에 바로 이웃집은 처참할 정도로 잘 되지 않는 방음으로 인해, 옆 집에 어떤 이가 사는 지도 쉬이 알 수 있었고.

그렇기에 우리 집과 옆집은 같은 나잇대에 아이를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친해질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남자였다.

착하고, 우둔한 남자. 약간은 모자른 듯 순종적이고, 날 영원히 떠나가지 않을 듯이 웃어주었다.


아버지가 돌아간 후. 언제나 이별에 대해 두려워하던 나의 곁을 지켜주었고.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그 미련한 예상은.

나의 그 우둔한 생각에서 나왔다.


그가 내 곁에 있기를 바라면서, 그를 부려 먹었으며.

내 마음을 전부 주면 그가 떠나갈까, 그에게 못되게 굴었다.


분명……, 처음엔 그러지 않았는데.

나는 언제나 그의 최고가 되고 싶었고. 그가 나의 인생에 최선이 되었으면 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에게 그런 생각을 품었던 내 잘못이었다.


끊임 없이 흐르는 눈물을. 정신을 잃어서 까지 흘리며.

다음에 일어났을 땐, 병실 한 가운데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기숙사의 룸메이트가 쓰러진 날 구급차를 불러 옮겼다고 했다.


피부를 뚫고 들어간 긴 바늘에게서 들어오는 수액.

촉감이 별로 좋지 않은 환자복.

시끄러운 병실과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TV에 일일연속극.


모두 싫었지만.

가장 싫은 것은 단 하나.


나.


몸을 일으키고 싶지만.

몸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일어나려 하면 넘어졌고. 넘어지려 하면, 쓰러졌다.


엉망진창에 상태가 되어선. 그에게로 발걸음도 향할 수 없었다.


멍하니 병실에 앉아만 있었다.


지금 당장 그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와 헤어진 날, 이미 핸드폰은 화장실 벽에 부딪쳐 깨졌고.

그의 전화번호는 매번 1번이라는 단축 번호로 외워둘 틈이 없었다.


그야, 그는 내 사소한 전화 한 통에 달려와 주었으니까.

핸드폰의 배터리가 얼마나 부족하든, 그는 그랬으니까.


나는, 멍청이다.

어머니와 같은 이기적인 인간이고.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와 같은 그는 너무나도 넘치는 존재였다.


지금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를 다시 보고, 말하고 싶다. 나를 '죽여달라'고.


##


어쩐지 날이 좋지 않은 것 같다.

하늘은 흐리고, 습한 바람이 불어왔다.


작은 단칸방에서 열린 작은 창문에 나는 그 기분을 느꼈다.


"여기요 선배! 어때요?!"

"어? 아, 맛있는 것 같아. 역시 최고야."


나는 웃음이 조금 는 것 같다.

아직도 잠결에 일어나 본 거울 속에 나는 우중충하고 아무 것도 없는 존재이지만.

그녀, 미래와 있을 때면 입가가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과분한 행복.

나는 그녀에게 그런 것을 받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선배 입맛에 맞았다니."

"자격증에 도전하는 요리인데. 나 같은 사람이 해주는 평가로 괜찮은 거야…?"

"뭐, 자격증이야 레시피대로만 하면 되니까요. 중요한 건 먹어주는 사람을 생각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먹어주는 사람이라. 그렇다면 나중에 미래가 결혼할 사람은 행복하겠네, 이렇게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아내라니."

"후후, 맞아요. 그래서 선배도 웃음 짓고 있는 거니까요."


미래의 말에, 나는 얕은 웃음을 지어주었다.

얕지만. 감정이 들어간 진실한 웃음을.


"그래, 맞는 것 같아."


그건 그렇고.

날이 좋지 않아서 일까?


몸도 별로 좋지 않고, 머리도 멍한 기분이다.

어쩐지 살짝 졸린 것 같기도 하고.


밥을 먹자마자 자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라 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아하핫, 역시 잠들었네요. 이젠 제게 많이 누그러져서 다행이에요. 처음이었다면 얼마 먹지도 않아 바닥에 깔아둔 약 따위는 먹을 일도 없었을 텐데."


미래가 맨발로 마룻바닥을 건너, 내게 다가왔다.


"으응……."

"괜찮아요 선배. 어차피 일어나면 기억 못 할 테니까. 심한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잠깐만."


내가 잠에 들고, 그녀는 내 입술을 손가락을 만지작 거렸다.


"본방은 역시, 선배가 제게 빠졌을 때 하고 싶으니까요."


입술을 포개며.


"언제나 사랑해요. 당신이 절망에 빠져있던 나를 구해준 그 순간부터."


미래는 그리 말했다.


잊혀져 가는, 옅은 의식 속에.

나는 그녀의 고마움을 들으며,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어차피 일어나면 기억하지도 못할 백일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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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기존에 글 쓰던 거 끝나고, 감 다 잃어서 재활 치료하는 것처럼 이어가는 건데

재미있게 봐주는 얀붕이들이 있어서 너무 고마움..


원랜 어디 플랫폼에서 아마로 할까 고민하다가, 길게도 못 쓸 거고. 얀붕이 느낌 풀풀 나는 글은 얀챈이 적합할 거라 여기다 하는 중임.

언제까지, 얼마나 쓸진 모르겠지만. 추천할 거나 생각할 거리 던져주면 참고해볼게.


맘에 안 드는 부분도 있을 텐데, 봐주는 얀챈에 얀붕이들 모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