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와 사귀자 한지 이틀 차.

내 집을 알아선지, 그녀는 아침부터 대뜸 집에 찾아와 안으로 비집어 들어왔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용건이 있느냐 물었지만. 그녀는 '오늘은 제가 밥 해드릴게요.'라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 그녀에게 일부러 그럴 필욘 없다 말했지만.

따듯한 밥을 먹어야 마음도 좋아진다며.

그 또한 언니가 한 일에 대한 '속죄'라며, 그녀는 밥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미래에게 여러 부담감을 얹은 것 같아 미안했다.

차라리 그녀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오빠는 무슨 음식이 싫으세요?"

"어? 아, 난 아무거나 괜찮아."

"그래도 싫어하는 음식은 있으실 거 아니에요."

"아냐 정말 다 괜찮아……."


미래는 '음~.'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자신이 사온 재료를 꺼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고소하고 매력적인 냄새.

참기름의 밑으로 빠져드는 듯이 휘감아치는 냄새나.

갓 지은 밥과 같이 약간 달면서도 온기 같은 냄새가 났다.


그런 냄새에 이끌려 부엌으로 가면.

'만들어진 다음을 기대해주세요.'라며 미래가 날 내보냈고.

나는 가만히 거실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곤 미래가 요리가 다 끝났는지, 자리로 와 식기를 놓고.

반찬을 하나 둘 접이식 테이블에 내려두었다.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요리하는 게 취미라서요."


미래가 밝은 웃음을 지으며, 테이블 정 가운데에 찌개를 놓았다.

보글보글 끓는 순두부 찌개였다.


방금 끓여 뜨겁게 끓고 있는 순두부 찌개와 갓 지은 밥을 내려두고.

그녀는 기대를 머금은 웃음을 담은 채, 내 바로 옆에 앉았다.


"저, 저기 함께 먹는 게……."

"아! 전 먹고 와서 괜찮아요."

"그, 그래?"


나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그녀가 앞으로 당기며 권하는 밥을 한 숟가락 떴고.

오랜만에 느끼는 상냥한 온기의 식사를 시작했다.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닌, 요리 또한 수준 이상의 솜씨를 가진 미래의 음식은.

오랜만에 나에게 안정감이라는 것을 주었다.


다 먹고 나선, 갖고 온 보틀 안에서 마실 것도 꺼내 주었는데.

얼마나 잘 먹었는지. 다 먹고 나선 몰려온 졸음에 잠을 자고 말았다.


"아, 다 주무셨나요 선배?"

"으음──ㅡ 어? 아!!"


내가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들어, 일어났을 때엔.

그녀가 나의 머리를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채.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행동에 나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일어섰다.


"어머나."

"미, 미안."

"아뇨 괜찮아요. 맛있게도 드신 것 같고, 만족하신 것 같으니까. 이러니까 마음이 한결 가볍네요."

"……그 괜히 나 때문에, 뭘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괜히 네가 나 때문에 힘들어지는 것도 싫으니까, 그 사귄다는 건──."


탕──!


그녀가 빈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쳤다.


갑자기 난 큰 소리에 등줄기가 오싹해지고. 털이 쭈뼛 서고 말았다.


그런 내가 놀랐다는 사실을 안 것인지.

그녀는 테이블에서 손을 떼어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제가 편하자고 하는 일이니까요. 반 년이면, 긴 시간도 아니잖아요 선배. 그러니까……."


어째서인지, 그녀의 눈이 탁하게만 보인다.

일시적이었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눈에 비춘 것만 같다.


"그만이라던지. 멈추자는 말은 하지 말아줘요."

"아, 알겠어. 그래도 다음부터는 이런 어려운 일보다, 네가 편할 수 있는 일을 해줘. 그게 나한테도 더 고마울 것 같아."

"알았어요. 하지만, 집에선 냄새 때문에 요리를 잘 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오빠네에서 요리를 할 거니까. 오빠한텐 남는 요리를 드릴 테니까, 그건 괜찮으시죠?"

"그거라면─, 응."


미래가 내 손을 잡아주었다.

한 손도 놓치지 않고 양손을 따듯한 온기로 가득한 손으로.

그러곤 나의 눈을 응시하며, 싱긋 웃어주었다.


정말, 아름다운 미소.

나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여자.

짧다곤 했지만, 사실은 긴 반년.


반년이 지나면, 나는 그녀와 헤어질 것이다.

미래가 행복할 수 있으면 하기에.


##


"아, 옷 빨아야 하는데……, 이미 빨려 있네. 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참지 못해버렸다.


새벽부터 준비한 음료를 들고, 아침부터 오빠네로 향했다.


오빠는 내가 만들어준 것을 맛있게 먹었다.

내가 '들은' 것을 맛있게 먹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앗, 집 가면 바로 빨아야 곘네……."


그래도, 모두 순조로운 것은 아닌 것 같다.

망할 년 때문에 상처 입은 오빠는 자기 자신에 대한 모든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낭패였다.

그러면 안 되는데.


이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오빠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오빠는 나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혼자선 나올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담스럽게 느끼면 느낄 수록, 혼자 해나가려 할 것이며.

노력할 가능성이 크니까.


그건 내 계획에 없다.


"일단은 식사 그리고 빨래부터~."


반 년은 짧은 시간이다.

그래도 너무 서두르진 않겠다.


자그마치 7년 간, 그 시발 년에게 빼앗겼기에.

행복한 반 년은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그건 그렇고. 소리도 잘 들리고, 보이기도 잘 보인다.

이걸 위해 돈을 좀 많이 썼지만. 뭐, 돈을 버는 건 쉬운 일이니까.


"자~, 그러면 오늘 밤은 이걸로 행복해져 볼까."


가방 안에 든 오빠의 팬티 한 장을 바라보았다.

저번에 갔을 때, 널려 있는 걸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같은 브랜드를 찾을 수 있었으니까.


나중엔, 입는 게 아니게 될 테지만.

지금은 이걸로 만족하자.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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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브금 추천 받음

추천하면, 그 분위기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