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나 쎈 뱀파이어 얀순이에게서 도망치는 스폰 얀붕이 - 6 - 얀데레 채널 (arca.live)

ㄴ여기서 이어짐


•••


수도원 사람들의 시신은 모두 불타 바스라져 검회색 빛의 재만을 남겼다.


아이작은 그 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분명 그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뱀파이어가 되었다.


가족들이 빠져 나갔는지 확인하지 못했고 마리아에게 감히 물어보지도 못했지만,  '어떻게든 살아 있겠지' 라는 희망을 품은 채 온갖 수모와 고문을 견뎠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어쩌면 이들이 도망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은 지우지 못했다.


불안은 현실이 되어 그의 눈 앞에 다가왔고, 아이작은 모든 것이 허무했다.


그의 희생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헛수고에 불과했고, 그의 3백 년의 인생은 가증스러운 뱀파이어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었나 보네."


마리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작을 작게나마 위로하려는 의중이 깔려 있었지만 그에게는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그래. 가족들이었지."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그렇진 않을 거야."


아이작은 차갑게 식은 얼굴로 마리를 바라보았다.


네가 뭘 안다고 감히 그딴 말을 지껄이지?


아이작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씹어 삼켰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싸우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슬픔과 허무 뒤에 찾아오는 것은 분노였다.


아이작은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딱딱한 땅을 파헤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톱이 벗겨져 덜렁거리다 떨어지고, 그 틈으로 진득한 물이 흘러 나옴에도 아이작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잠깐, 하다 못해 장갑이라도..."


마리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아이작은 계속해서 땅을 팠다.


지금 헤집고 있는 땅을 마리아의 내장이라 생각하면서.


그 역겨운 년의 내장을 헤집고 심장을 도려내 씹어먹고 싶은 한을 아이작은 대지에 분출했다.


그 불타는 증오는 네 사람의 뼛가루를 묻을 수 있을 정도로 구덩이를 판 다음 겨우 진정되었다.


아이작은 경건하게 뼛가루를 한 움큼 쥐었다.


서서히 힘을 풀며, 그는 그의 가족들이 주먹 사이에서 빠져나가 모래시계처럼 구덩이를 향해 흐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빌어쳐먹을 솔이 함께 하시기를."


그렇게 한 움큼, 한 움큼씩 뼛가루를 구덩이에 넣은 아이작은 마지막 한 줌을 무덤 안으로 흘려보냈다.


그 마지막 한 줌과 함께 응어리졌던 분노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작은 알고 있었다.


이 분노의 근원을 뿌리 뽑지 않는 한 그는 평생을 한을 품고 살아갈 것이라는 걸.


"신앙이 그렇게 독실하진 않나 봐?"


아이작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머, 굳이 신을 믿어야 할 이유라도?"


일부러 아이작은 과장되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비참하고 초라한 자신의 신세를 가리고, 최대한 여유로워 보이기 위한 방어 기제에 가까웠다.


"수도원에서 자랐다고 하니 당연히 모태신앙일 줄 알았는데."


"하! 깜찍한 상상이네. 뱀파이어 따위를 보살펴주는 신이 세상에 어딨다고."


아이작은 마리의 말에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3백 년 동안 끔찍하게 고문당하면서 기도는 많이 해 봤지. 처음엔 솔에게, 그 다음은 만신전의 모든 신들에게, 그 다음은 세상 모든 악신과 악마들에게."


그리고 뼛가루가 다 빠져나간 손으로 구덩이를 메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도 저주받은 스폰의 기도에는 응답해주지 않더라."


"정말 유감이야."


"상냥하기도 하지."


아이작은 싱긋 가식 웃음을 지었다.


구덩이를 메운 흙이 약간 튀어나올 정도로 볼록하게 뒤덮은 그는 작은 나뭇가지를 집고 꺾어 X자로 만들었다.


그대로 간이 묘비를 만든 후, 아이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어떡할 생각이야?"


마리가 물었다.


"아, 맞아. 안 그래도 네게 물어볼 게 있어."


그 질문에 아이작은 마침 생각난 것이 있어 손뼉을 짝 쳤다.


"뭔데?"


"그 목걸이."


아이작은 마리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가리켰다. 마리는 그 행동에 흠칫 놀라 손을 목걸이로 가져갔다.


"마리아가 내게 명령할 때 그 목걸이가 진동했지. 그리고 난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그 목걸이, 무슨 아티팩트라도 되는 거야?"


"...맞아."


마법사는 손으로 목걸이를 꽉 쥐었다.


"정신의 목걸이. 정신 지배를 막아주는 마도구야."


"아하, 역시..."


아이작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가 알기론, 정신의 목걸이는 꽤나 비싼 마도구였다.


그런 물건을 가진 것이라곤 텔레포트 스크롤에, 금화 두 닢과 케케묵은 마법서밖에 없는 마법사가 들고 다닌다?


아이작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를 떠 보기로 했다.


"너, 노예구나?"


"뭐...!?"


마리가 흠칫 놀라 그와 거리를 벌렸다.


반응을 보아 그의 예상은 적중한 듯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아니, 방금 알았지. 꾀죄죄한 꼴로 정신 보호구 같은 비싼 걸 차고 다니는 건 수도사나 탈주 노예 정도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어때, 자기?"


아이작은 능글능글한 어투로 마리의 반응을 기다렸다.


마리는 그의 말투에 약간 짜증난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순순히 신분을 밝혔다.


"...맞아."


그는 마리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듯 초조한 표정의 마법사, 그리고 발데마르 성의 집사인 척 접근하여 그녀를 성까지 유인한 것까지.


'어쩐지 궁정 마법사 자리를 그렇게 탐내더라니.'


궁정 마법사가 된다면 노예도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귀족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누구든 절박할 수록 실오라기 같은 희망 한 올도 놓치고 싶지 않은 법이다.


비록 그게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쳐넣는 함정이라 할지라도.


그건 아이작도, 눈 앞의 마법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리는 눈동자를 굴리며 아이작에게 불안하기 짝이 없는 시선을 보내다,


갑자기 셔츠를 걷어 배를 드러냈다.


"뭣... 성에서도 말했지만, 조금 조신함을 가져보는 편이..."


당황한 아이작이 내뱉은 말은 그녀의 배를 보자 금세 그 맥이 끊겨버렸다.


매끄러운 살구색 배에는 커다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사슬이 달린 지팡이를 타고 내려가는 뱀의 문양은 배꼽과 아랫배를 따라서 배 아래쪽의 아슬아슬한 곳까지 뻗어 있었고, 아이작은 그 문양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전투 노예?"


"그래. 난 제국의 전투 노예였어."


낙인을 보고 할 말이 없어진 아이작은 되지도 않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전투 노예라니 다행이네. 나는 조금... 다른 쪽을 생각했었는데."


마리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가, 금세 그 의미를 깨닫고 주문을 외웠다.


"이그니스!"


"잠깐잠깐잠깐잠깐!"


아이작은 양손을 번쩍 들었다.


"화나게 할 생각은 없어. 단지 네 외모로 판단했을 때 생각난 게 그거였을 뿐이야."


"그럼, 내가 창녀같이 생겼다는 거야!?"


아이작은 말을 잘못 고른 그의 어휘력을 원망했다.


마리의 손에 들려 있던 화염살은 점점 몸을 불려 화염구로 변했다.


하지만 그 위기 상황에서도 아이작은 여유로운 미소를 띈 채 대답했다.


"아니, 하지만 넌 전투 노예로 썩히기엔 너무 예쁜 사람이니까."


"뭐...!?"


마리의 얼굴이 그녀의 머리칼처럼 붉게 물들었다.


"아름다운 꽃을 전장의 말발굽에 내던지기에는 너무 아깝지.너나 나 같은 사람 말이야. 꽃은 그런 거친 곳이 아니라 곁에 두어야 그 아름다움을 취할 수 있지."


"...으, 오글거려."


마리는 팔짱을 끼고 닭살이 돋은 사람처럼 몸을 가볍게 떨었지만, 마법 불꽃을 거둔 것을 보아 내심 그녀의 외모를 칭찬하는 뱀파이어의 비유가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곧 팔짱을 푼 그녀는 아이작에게 반문했다.


"잠깐, 너와 나? 그럼 너 설마 성..."


마리는 실례가 될 것 같은 그 질문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기 전에 끊어 버렸다.


"어음..."


아이작 역시 입을 다문 채 대답을 회피했다.


"...다른 주제로 넘어갈까, 어때?"


"...좋아."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더 짙어지기 전에, 아이작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쯤에서 함께 지옥에서 탈출한 동지에게 누추한 제안을 하나 하지. 나랑 같이 다니지 않겠어?"


"뭐?"


"상처 입은 개끼리는 핥아줄 상대가 필요하잖아, 안 그래?"


마리는 불신의 눈초리를 보냈다.


"날 뱀파이어 밥상에 차려놓은 놈을 뭘 믿고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왜냐면, 나는 너 없이는 살 수가 없거든."


마리의 눈동자가 커지고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아이작은 빠르게 손가락으로 그녀의 목걸이를 가리켜 오해를 종식시켰다.


"네 목걸이 말이야. 옆에 있기만 해도 효과가 있는 것 같더라고. 그게 없으면 난 또다시 자유 잃은 스폰으로 전락하고 말 거야."


"아..."


마리는 내심 기대한 자신이 부끄러운 것인지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데이워커가 네 뒤를 쫓을 텐데, 내가 왜 널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나까지 위험해지는데?"


"날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위험해질걸. 마리아가 네 얼굴 도장을 확실히 찍어 놨으니까."


마리는 그 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날 찾는 것과 별개로 마리아는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이기 전까진 쭉 너를 찾아 다닐 거야. 그건 직계 스폰인 내가 장담할 수 있어."


"뭐... 뭐라고...!?"


스폰의 황당한 고백에 마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커흑!"


마리가 무서운 기세로 아이작의 멱살을 쥐어 잡았다.


마법사답지 않은 힘으로 멱을 마구마구 흔드는 마리에게 아이작은 겨우 말을 쥐어 짜냈다.


"미... 미안!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그런데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뭐가 어쩔 수가 없는데!?"


"스폰에게 뱀파이어 로드의 명령은 절대적이니까. 좋든 싫든 나는 널 성에 데려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그게 변명이 된다고 생각해?"


"믿든 안 믿든 그건 네 자유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고. 뱀파이어 로드와 스폰의 관계는 너희 마법사들이 생각하는 소환사와 사역마 수준의 관계와는 차원이 달라. 스폰은 군주의 꼭두각시야. 나는 마리아의 노리개일 뿐이고."


"......"


마리는 말없이 아이작을 노려 보았다.


"주인이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해. 할복하라 하면 배를 째서 내장을 보여야 하지. 자, 보라고."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던 아이작은 옷무새를 풀어 그녀에게 등을 보여 주었다.


"이걸로 설명이 좀 됐으면 좋겠네."


"이... 이게 뭐야...?"


마리는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스폰의 등에는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처들이 잔뜩 나 있었다.


바늘 구멍, 화상 자국, 망치 자국, 칼 자국, 톱니로 쓸려나간 듯한 흔적에 문신까지.


뱀파이어의 높은 재생력으로도 아물지 않은 3백 년 동안의 고문의 흔적들이 그의 등에 새겨져 있었다.


그 끔찍한 상처들은 재생되지 않을 것까지 계산해서 새긴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매우 정교하고 흉측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마리에게 아이작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조금 믿음이 생겨? 아니라면 다른 부위도 보여줄 수 있는데."


"잠시만..."


마리는 눈을 깜빡거렸다.


고문의 흔적은 악의가 또렷하게 느껴질 정도로 선명했고, 마리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악몽을 간지럽혔다.


산채로 불태워지는 사람들.


찢겨나간 살점.


얼려진 채로 참수당한 머리.


비명.


피.


마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아?"


어느새 그는 아이작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괜... 찮아."


마리는 어깨를 감싼 뱀파이어의 손을 잡아 떼었다.


"갑자기 피곤해져서."


"무리도 아니지. 지금은 한밤중이니까."


아이작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너무 피곤하다 싶으면 예배당 안에서 눈 좀 붙여. 내가 불침번을 서지."


"네가 불침번을 선다고? 내가 널 어떻게 믿고?"


"그럼 이번 임무를 신뢰를 쌓는 첫 벽돌이라고 생각하자고. 어때?"


마리는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피로감에 가로막혔다.


"그래, 맘대로 해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예배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알라레토.'


아이작의 귀에 들리지 않도록 작게 경계 주문을 외웠다.


그가 허튼 짓을 하려고 한다면 경보와 함께 마나탄이 작렬할 것이다.


"잘 자! 내 제안도 한 번 생각해 보고."


마리는 등 뒤에서 들리는 스폰의 말을 한 귀로 흘려냈다.


•••


밤의 숲은 침묵을 유지했다.


이따금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빼고는, 예배당 터는 을씨년스러운 침묵을 지켰다.


아이작은 숲을 바라보다 문득 그의 시선이 작은 간이 무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수.


초라한 무덤을 보자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한 단어.


아이작은 조심스럽게 그 단어가 전해주는 울림에 집중했다.


마리아를 붙잡아 그가 겪은 모든 고통을 되갚아주고, 심장에 말뚝을 꽂아 넣는 상상.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이작은 몸에서 작은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한낱 스폰인 그가 데이워커를 무찌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이작은 점점 부정적인 공상 속으로 몸을 맡기려다 고개를 가로젓고 생각을 가볍게 했다.


'하나쯤은 있겠지.'


오랜만에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고, 이 자유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아이작은 머릿속의 지식들을 한데 엮어 최선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때문인지, 아이작은 숲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변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아악ㅡ.


이파리가 흔들렸다.


사악, 사르르.


찍, 찍, 찍.


흔들리는 잎새 소리 사이로 불안하게 찍찍대는 울음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아이작은 무언가 수상함을 눈치챘다.


'뭐지?'


그는 숲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기분 탓인가.'


그렇게 짚고 넘어가려는 그 순간,


"너는 나의 것이다."


"윽!?"


머릿속에서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렸다.


"이 규율을 기억해라."


"아악...!"


아이작은 머리를 감싸고 무릎을 꿇었다.


뇌의 주름을 자극하는 목소리는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커졌다.


"이제부터 너는 나의 것이다. 너는 나의 가족이자, 자식이며, 또한 종복이니라."


아이작이 눈을 깜빡였다.


담청색의 밤하늘은 어느새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허억, 허억..."


그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붉은색, 선홍색. 진홍색. 피 색.


온통 붉은빛이었다.


"마리...!"


아이작이 예배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말할 줄 아는 짐승의 피를 빨지 말지어다."


"아아아악!!"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아이작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비릿한 피내음,


썩은 고기 냄새,


불어터진 창자의 냄새가 풍겼다.


"너는 항상 나의 것임을 기억해라. 나에게 영원히 복종하고, 평생 나의 소유물임을 기억할지어다."


"아, 아...!"


박쥐 무리가 안개처럼 퍼져 나갔다.


붉은 달의 강렬한 빛이 눈을 찔렀다.


검고 짙게 깔린 그림자 속에서, 그것이 손을 뻗었다.


"너는,"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달콤하다.


붉은 눈.


손이 다가온다.


"나의,"


그것은 창백하다.


그것은 갸냘프다.


그것은 아름답다.


"반려이니라."


날카로운 손이 머리를 꿰뚫는다.


"아아아아아악!!!"


아이작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그가 몸을 일으켜 벌떡 일어나자, 그 모든 것들은 환상처럼 사라져 있었다.


"허억, 허억..."


그의 등은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다음화에 얀순이가 구속제어술식 쓰면서 존나강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