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두워 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예...! 스님....!


큰스님께서 진중한 외침에 다른 스님들은 분주하가 오늘일을 준비했다는 듯 서둘러 움직였다.


막내 스님께서는 나의 팔을 붙잡고 인적이 드문 계곡으로 날 데려가 나를 박박 문지르셨는데 내가 아파 천천히 하라는 눈빛을 보내도 아랑곳 하지 않고 더 세게 문지르셨다.


스님 아파요...! 살살!


참으시지요...!


벅! 벅! 


몸이 세게 문질러져 계곡에 차디찬 물은 문질러져 열이 오른 나의 피부에 어떠한 온도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스님께서는 때를 다 벗긴 내몸에 물을 부으며 내몸에 더러운 부분이 있나 꼼꼼히 살피셨다.

나는 열중하시는 막내 스님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두려움과 궁금함이 커져 막내 스님에게 물었다.


저와 혼인하실분은 저를 아십니까? 저는 한번도 그분을 뵙지를 못하였는데요?


......도련님께서 아기일때 보러 오셨습니다....


저는 그분을 몰라요... 저는 혼인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스님은 손짓을 멈추시고 심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조용히 하시지요...! 누가 들으면 큰일 나겠습니다


제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게 혼인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련님... 뱀신은 그 요호만큼 신통력이 없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게다가 뱀신을 모시는 자들 또한 수두룩하여 도련님께 문제가 생기더라도 지켜줄 자들이 많기도 합니다.


도련님의 아버님께서도 뱀신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부자가 될 수 있으셨습니다.


나는 다시 질문했다.


지금까지 저를 부처님께서 지켜 주셨는데 왜 이제는 안돼는 것이죠?


부처님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나는 막내 스님의 말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부처님을 의심하지 마시지요... 부처께서 도련님을 불쌍히 여겨 혼인하는것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겁니다!

이제 다 씻었으니 어서 가시지요...


그렇게 다시 스님들에게 이끌려져 다시 법당으로 향해졌고 그곳에서 여러 스님들이 내게 빗질을 해주시고 검소해야 할 절에서 있어서는 안돼는 화려한 옷을 내게 입혀주셨다.


화려한 옷들과 나를 대하는 스님들의 행동을 보니 조금씩 두려움이 사라지고 바보같이 조금 두근거렸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큰스님이 나를 말등에 태운뒤 말씀하셨다.


지금부터는 혼자서 저 산을 넘으셔야 합니다


네?! 저 혼자서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이 있는데....


.....


저산을 넘기 전까지는 누구와도 대화를 하면 아니됩니다! 또한 절대로 따라가거나 무엇을 주더라도 먹어서는 안됩니다!


네....


그리고.... 뱀신께서 왜이리 일찍왔냐 그러시면


.....네


사랑하는 색시가 너무나도 그리워 마음에 병이 도져서 그리하였다 하십시오...!


나는 마지막 스님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


그후 스님들은 나를 둘러싸며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너를 미워한적은 없다. 항상 기특하고 영리한 아이여서 감사했다.

이런 말들을 해주시며 말 등에 금과 보석을 싣었다.


스님들은 울먹이시며 나를 절문 앞까지 배웅해주셨고 나는 배웅을 뒤로한채 천천히 큰 스님이 가리키신 산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잘 가십쇼!

잘 가세요! 도련님!


멀리서 울리는 스님들의 마지막 인사에 지금까지 미워했던 사람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목소리를 들으니 울적함이 올라왔다.


그렇게 절이 보이지 않을만큼 멀리까지 온 나는 말이 지친것 같아 잠시 쉬기로 하였다.


잠시 그늘에 앉아 수고한 말과 쉬고 있을때였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왠 여자에 두명이서 나를 보며 싱글싱글 웃는것이 아니겠는가


누구...?! 아!


나는 큰스님의 말이 떠올라 황급히 그녀들에게 등을졌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작은 도련님! 왜 대답이 없소?


나는 서둘러 자리서 일어나 말등에 올라타려 뛰어오르자 그녀들은 황급히 말에 고삐를 돌리며 나를 말에서 떨어뜨렸다


에구구! 


에구구구!


그녀들은 히히덕 거리며 나를 놀렸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그녀들은 새벽일찍 우는 새처럼 옆에서 시끄럽게 지저귀며 내게 말을 붙여왔다.


(말을 해서는 안돼!) 


나는 속으로 되 새기며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자 했다.


도련님! 작은 도련님~!

그렇게 곱게 입으시고 어딜 그렇게 가십니까?


도련님~ 작은 도련님~


나는 무시하며 말을 버리고 산을 올랐다


?!


그녀들은 내 태도에 살짝 놀라고 흥미로워하며

나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나를 방해 하였다


도련님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고 있소~ 한번 들어 보시겠소?


.....


나는 걸음을 좀더 빠르게 하였다.


이야기는 싫어 하시오?


갑자기 그녀중 한명은 내 앞으로 달려들어 내게 과자를 내밀었다.


참으로 달고 맛있수다~ 아 해보시오!


나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달리기 시작했다.


도련님! 도련님!

작은 도련님! 하하! 깔깔!


다리가 힘이 풀려 주저앉고 싶었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계속 달리고 계속 달렸다.


산 정상 부근에 다다렀을때쯤...


은길아!

은길아!


그녀들의 목소리가 아닌 왠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순간 우뚝서게 되었다


은길아! 아버지다! 흐흐흐흑! 은길아! 내가 니 애비다!


(아버지?!)


은길아! 사랑하는 내 아가! 이 어미에게 오려무나!


(은길이?! 내 이름인가?!)


은길아! 그것들은 없다! 어서 뒤돌아보렴 부모되는자가 너를 한번도 품은적이 없구나! 은길아! 


서글피 우는 두 목소리 


내 이름이 은길이라는 것도 저들이 내 부모라 하는것도 나는 너무나도 그 서럽고 복받쳐 오른 외침에

드디어 내 부모를 만났다는 기쁨에 가슴이 울컥했다.


어머니!! 아버지!!


나는 해서는 안돼는 짓을 하고 말았다


뒤에서 그녀들은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입이 쭉 벌어지고 송곳같은 이를 들어내며 깔깔대었다.


대답이 참 늦구먼요! 도련님아~!


다는 사력을 다해 내리막길을 달렸다.


도련님아!


도련님아!


두두두두두두두!


내게로 달려오는 날렵한 발소리


나는 죽음을 직감할 수 밖에 없었다


콰악!


무언가가 내 어깨를 물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내 어깨를 관통하였고 나는 땅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머리에 피가 흐르는지 내 눈앞이 붉은 천 같은걸로 가려진것처럼 시야가 붉게 뿌옇게 변하였다.


아...! 이건 좀 혼나겠어


살살하라고 했잖수 언니~


낄낄낄낄낄낄! 


두 여우가 나를 보며 웃어댔다.


손발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어어?!


죽으면 큰일 나는데?!


어어?! 


그녀들은 황급히 놀라 나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도련님! 도련님!


정신을 놓으면 아니! 꺄앙!


내게서 떨어진 그녀들을 본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그녀들에 눈에 흙은 흩뿌렸다!


나는 걷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산 아래로 굴렸다.


눈이 안보여! 눈!


아파! 아파!


그녀들은 날 쫓아야 된다는 걸 잊었는지 눈을 붙잡고 울기만 하였다


텅! 턱! 턱!


요란한 소리와 난 산 여기 저기에 부딪치며 겨우겨우 아래로 내려갔다 

몸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멍이 들며 피가 흘렀다.


텅! 


나는 구르다가 커다란 나무에 멈춰지게 되었고 나는 그나무를 붙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조금씩 발을 옮기며 겨우겨우 산아래 근처에 도달했다.


은길아! 은길아!


나를 부르는 목소리 난 더이상 속지 않기로 하였다


도련님! 그곳으로 가면 안됩니다! 제발!


안돼요! 제발!


철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쓰러지며 결국 산을 완전히 넘게 되었다.


흐릿해져가는 시야와 산을 넘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풀려 눈이 감겨 왔다.


누구냐?! 감히 여기가 어딘줄 알고!


......


어?! 어! 야! 왜그래?! 야 정신 차려봐!


사람의 따스한 등과 다급한 목소리가 귀에 마지막으로 들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

.

.

.

.



눈을 뜨게 되었다


높은 천장이 제일 먼저 보였고 값비싸 보이는 솜이불이 나를 덮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한 여인과 눈을 마주 쳤다


어어!

아가씨?! 부군께서 일어 나셨습니다!


그녀는 그말을 끝으로 황급히 방밖으로 나갔으며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를 찾으러 간 것 같았다.


어디어디! 진짜!


쿵쿵쿵쿵!


발솔리가 복도에 시끄럽게 울리고 나보다 어린 아이가 나를 보며 흡족해하며 웃고 있었다


세로동공에 매우 발랄해 보이며 귀여운 얼굴에 초록색 생머리 살짝 뾰족한 송곳니 나는 이 애가 뱀신의 딸이란걸 단번에 눈치챘다


일어났네! 야! 넌 말도 안하고 찾아오냐?!


.......


뭐야~?! 나 무시하는것도 아니고! 죽을뻔한거 겨우 살려줬더니! 


.....보고싶어서요 


...뭐?!


보고싶어서 너무 그리워서... 한번이라도 뵙고 싶어서...


내 대답에 그녀는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리고 손으로 부채질하며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애가... 미쳤나... 크흠! 머리를 세게 부디쳤나?  


사람 부끄럽게 미리 말하지... 


그녀는 또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튼 편히 쉬고 있어... 밥 가져다 줄께....


그녀는 내게서 뒤돌아 있었지만 기뻐하고 있는게 훤히 보였다


4부 계속


내 똥글들이 언젠가는 얀챈의 역사를 그을 길이 되어주길 바라며



 댓글 감사드립니다

1부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