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yandere/21188111

2편: https://arca.live/b/yandere/21190311

3편: https://arca.live/b/yandere/21192088

4편(완결): https://arca.live/b/yandere/21193476


모르는 번호로 여러차례 전화가 왔다. 왕도적인 전개를 상상하고 받아봤지만, 여지없이 대출 권유였다.


그렇게 2주가 지났다. 난 대체 뭘 기대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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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앞으로 소영이가 날 찾아왔다. 다짜고짜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길래, "연락처 교환 한 번 한 적이 없는데, 뭘 따지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나는 뺨을 맞았다. 내가 대체 뭘 잘못한건가?


그러고 보니 070 전화 사이 010 번호도 몇개 끼어있었다. 그러면 뭐하나. 뺨을 두번이나 맞았는데. 기분은 나쁘지는 않다. 나는 매값으로 마음 놓고 공상을 즐겼다. 증손자 이름까지 지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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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를 보고 나왔다. 이제 가을이라 공원에 가도 무리가 없다.


반 친구가 페이스북 메세지를 하자고 했는데, 난 페이스북 계정이 없었다. 프로필 사진도 만들어 볼 겸 벤치에 앉아 셀카를 찍었는데, 묘하게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이 나무 뒤에 숨어 나를 보고있는 모습이 찍혔다. 떨어지는 낙엽이 얼굴을 가렸기도 하고, 착각일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기에 관심 껐다.


프로필을 만들어 뒀으면 뭐 하나, 굳이 시덥잖은 이야기에 끼고 싶지 않았다. 친구 신청은 어김없이 해킹당한 계정이나 베트남 사람들한테만 왔다. 이유가 뭘까? 역시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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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날이다. 밖은 춥지만 내 마음 속은 따뜻했다. 학원도 끊기로 했다. 성적이 영 안 나왔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별 말이 없으셨고, 아버지는 친구분께 연락해 보시겠다고 하셨다. 일을 배우랍신다.


이제 집에 가면 좀 편히 쉬어야겠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놀 거 다 놀고 산 애들이 이제서야 부럽다.


지난 날을 회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어딘가 익숙한 상황이었다. "힘내, 얀붕아."라고 말하고는, 마침 켜진 신호등에 맞춰 사라져버린 그녀는 아마도... 아니다. 남자친구도 있었던 모양이고, 확실히 해두려고 고백했을 땐 한 대 맞아놓고, 계속 꺼내오는게 부끄러울 지경이다. 좀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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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랑은 가끔씩 연락한다. 애초에 얘가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두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뜨는 챗헤드가 거슬렸던 나는 문자로 하자고 했고, 성호도 그걸 받아들였다.


한 달간 놀았더니 이제 무료해진 나는, 안 지우고 놔뒀던 페이스북 앱을 들어가봤다. 76개나 쌓인 친구 요청 속에는 이상한 이름이 참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어디 동남아 문자가 아니라 한글로 쓰인 세 글자 이름이었다.


대체 뭐지? 얘 진짜 나한테 관심 있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나는 요청을 삭제했다.

밤새 후회했다. 받고 "자니?" 한 번 보내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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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선생님으로부터 그동안 수고했다며 선물을 받았다. 관둬버렸는데도 챙겨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도 차등이 있는 것인지, 김밥 한 줄 보내주셨다. 집 근처에 CU가 없어서, 결국 그 수학학원까지 갔다. 그 건물 1층에 있으니까.


나는 상당히 놀랐다. 나를 한번 차고 두번 때린 그 여자였다.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나를 못 봤는지, 아쉬운 듯 발길을 돌리더라. 근데 그 시간이 조금 의심스러웠다. 원래 내가 수업받던 시간이다. 우연일까? 또 내가 한심해진다. 대체 왜 이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