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호들갑도 유분수지. 무시하며 술이나 따르려는데 상인의 낯빛이 심상치 않다.

장난을 치려는 게 아니었나? 이쯤 되자 이쪽도 덩달아 기분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대체 뭔데? 서큐버스가 뭐 어쨌다고?


"이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확실히 성숙한 년이겠지?"

"어? 어어. 성숙하다면 성숙했지."

"몇 살인가?"

"이제 스무 살이 조금 넘었어. 서큐버스는 열 여덟부터 성년으로 치니까..."

"이런 미친!"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욕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사람 무안하게.


"스무 살의 서큐버스라고? 설마 그 전부터 키웠나?"

"...어, 그렇지. 열 일곱살의 나이에 죽어가던 아이를 우연히 주워서... 그때부터 키우다가 성노예로 삼은거니까."


"이보게. 정신 차려. 그 년에게 음문이 생기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쫓아내란 말일세."

"쫓아내라니? 음문은 그 아이가 성년이 되고 다음 해에 바로 생겼는데?"

"이런 멍청한! 자네는 서큐버스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모르긴 왜 몰라. 늘씬하고 예쁘고 성욕 많고 허리 잘 흔들고... 생각해보니 잘 모르긴 하네.


"호들갑 그만 떨고 왜 그러는지 말이나 좀 해줘봐. 대체 왜 그러는데?"

"하아. 알겠네. 내 쉽게 설명해줌세. 기본적으로 서큐버스들은 성년이 지나면 남성의 정력을 섭취해 생을 유지하네."

"그거야 나도 알지."

"어떻게 섭취하는지도 아나?"

"어... 남성과 접촉하면 되는 것 아닌가?"

"후...반만 맞네. 서큐버스는 성년이 지나면 활성화 되는 마력 회로가 있어. 남성의 정력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 마력 회로로 정력을 받아 들이는거야."

"뭐, 그렇겠지? 어쨋든 위에서 소화하지는 않을 거 아닌가."

"그러면... 혹시 자네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이 있나?"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거야.


"견과류 먹으면 좀 그래. 간지럽고. 근데 그건 왜?"

"나도 자세히 모르지만 알레르기라는 건 어렸을 때 잘 먹지 않은 음식이, 성인이 되었을 때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하더군,"

"어,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자. 그럼 잘 생각해보게. 서큐버스가 성년이 되고 나서 한 남자의 정력만 계속 취하게 된다면? 인간이 음식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처럼 서큐버스도 다른 남자들에게서 얻는 정력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되네,"

"어... 진짜?"

"내가 거짓말을 왜 하겠나. 거기다 자네가 들인 서큐버스가 음문이 생겼다면... 이미 마력 회로가 완전히 당신의 정력밖에 취할 수 없게 되었을 걸세.."


듣다보니 식은땀이 흐른다.


"그럼 내가 정력을 주지 않으면 굶어서 죽는 건가? 그건 곤란해. 꽤 정이든, 소중한 아이라고."

"거부반응을 견디며 다른 남자의 정력을 취할 수는 있겠지. 그것보다..."


상인이 답답한지 눈 앞의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닐세.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원."

"뭐가 중요한데?"

"서큐버스는 탐욕적이고 아주 강력한 고위 마족이라는 것."

"하하.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네. 집에 있는 서큐버스는 애교도 많고 아주 착하니까."

"이런 멍청한!"


그러니까, 상인의 말은 대충 이랬다. 이제 서큐버스는 내 정력에 광적인 집착을 보일 것이라고. 지금은 내가 그녀를 성노예로 삼고 있으니 만족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그녀의 집착이 너무 강해서 나에게 위협을 가하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정말로? 술잔에 담긴 얼음이 녹는 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내가 문득 드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상관없지 않아? 노예 각인을 찍어놓았으니 무슨 수를 써도 나한테 반항하지 못해."

"자네는 상인을 안 해서 다행이야. 그런 머리 수완이면 일 년 안에 패가망신 했을 테니."

"그건 또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하. 알겠네. 자네는 노예 각인을 누가 새겨준다고 생각하나?"

"그야 마경의 흑마법사들이...?"


어, 잠깐만. 어떤 흑마법사던 마족과 계약해서 힘을 빌리는 거 아닌가?


"끽해봐야 마족의 힘을 빌려오는 마경의 흑마법사들이 부여한 각인을, 고위 마족인 서큐버스가 풀지 못할 거라 보는가?"

"그럼 왜 노예 각인을...? 그건 그녀가 자처해서..."

"뻔하지 않은가. 자네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야."


섬칫 어깨가 떨린다. 나에게 항상 애교 부리며 순종적인 서큐버스 노예가 사실은 노예인 척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도 안 돼.

그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저 상인은 나를 골려주기 위해 헛소리를 하는 게 틀림없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남은 술잔을 비워버렸다.



*



저택에 들어오자 속옷 차림이나 마찬가지인 옷을 입은 서큐버스가 나에게 매달려왔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평소와 다름없는 행동. 사랑스러운 말투와 교태스러운 몸짓이었다.


"언제나처럼 다녀왔어요 키스 할게요~"

"...어? 그게... 읍"


그녀가 희고 가녀린 팔을 내 목에 두르고 풍만한 가슴을 내게 밀착해왔다.

살짝 까치발을 들고 열정적으로 키스해오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습관처럼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쥬인님...♥ 츄루루룹♥  ...하움♥♥" 


서로의 혀를 얽혀 입속을 탐닉하다 보면 서큐버스의 혀가 내 혀 밑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음란하게 내 침샘을 자극해서 침이 고이게 만든 후 맛있다는 듯 전부 빼앗아 마셨다.


"츄루룹♥ 베로베로♥ 꼴깍♥ 꼴깍♥ 하움♥♥♥레로레로♥"


평소였다면 이제 그녀가 흘려 보내주는 달콤한 타액을 마시고, 그리고 이런 행위를 몇 번이고 반복했을 테지만, 그러기 전에 그녀를 떼어냈다. 상인의 호들갑 때문인지 오늘은 뭔가... 주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푸하.,..? 주인님?"

"...식사부터 하자."

"네, 네에..."


공손하게 대답한 서큐버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러 떠났다. 떠나는 그녀의 눈에는 아쉬움과 의아함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간 뒤 간단한 세면을 하고 식당에 들어섰다. 식탁에는 서큐버스가 한 요리들로 진수성찬을 이루고 있었다.

육고기 외에도 장어 구이, 전복국, 무화과 셀러드, 오미자차 등... 정력에 좋은 음식들이 한 가득이었다.

평소였으면 아무런 생각 없이 맛있게 먹었을텐데, 상인의 말이 떠올라 조금 신경쓰였다.


"먹자."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 서큐버스가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음란하게 속삭였다.


"주인님. 원하신다면 소녀가 저번처럼 입에서 입으로 드리겠습니다.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

"그러고보니 앞으로 식사 중에 그런 행동은 자제하도록 하자."

"네?"

"식사 중에 품위를 지켜야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너도 식사 중에는 유혹하지 마렴."

"...알겠습니다." 


서큐버스는 묘한 신음소리를 내더니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는 깨작깨작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기분이 안 좋은건가? 그렇지만 나와 닿는 모든 행위에서 서큐버스는 내 정력을 받아낸다. 나는 그녀가 내 정력에 노출되는 시간이나 양을 줄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른 남자의 정력을 취하게 해야하는 건가? 그건 좀 내키지 않기는 한데...


"와인."


이런 저런 생각에 심숭샘숭해져 와인을 가져오라 시키니 서큐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와인을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내 옆에 선 서큐버스는 무릎을 모으고 안절부절해 하고 있었다.


"주인님... 입으로 와인을 먹여드리는 것이라도..."

"아니. 오늘은 와인 잔에 먹도록 하지."


서큐버스가 불안정하게 숨을 쉬면서 와인 잔을 가져와 와인을 따랐다.

와인을 몇 잔 마시니 성욕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저 음란한 몸을 끌어안고 침대에서 뒹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서큐버스가 살풋 미소 지으며 음탕하게 몸을 꼬았다. 


"주인님, 오늘 밤은 주인님을 위해 소녀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신경 써서 봉사하겠습니다."

"되었다. 오늘은."

나는 필사적으로 이성을 쥐어짜내어 말을 마무리했다.

"매일같이 하는 것도 품위에 맞지 않겠지. 너도 곤란할테고. 앞으로는 동침하는 횟수를 줄이도록 해야겠다."

"아닙니다, 소녀는 곤란하지...!"

"내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오늘은 쉬어라."

"하지만 소녀는 주인님의 성처리를..."

"여러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내가 말을 끊어버리니 서큐버스의 표정이 단번에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시선이 싸늘해졌다. 미묘한 차이였지만 나는 분명 알 수 있었다.


"오늘의 주인님은 어쩐지... 신사적이시네요..."


짜내듯 내뱉은 말. 서큐버스는 그 말을 남기고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나는 그때를 노려서 서큐버스의 방에 설치해두었던 감시 오브젝트를 가동시켰다.

혹시 몰라 설치해뒀는데 이번 기회에 써보는 것이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 뒤이어 서큐버스가 들어와서 침대에 걸터앉는 게 보인다.

서큐버스는 공허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더니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다른 여자가 생기신걸까? 아니면 어디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으셨나? ...역시 주인님이 자유롭게 밖을 돌아다니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더없이 냉소적인 목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설마. 설마 상인이 했던 말이 전부 정답이었나? 

고작 이 정도로 접촉을 안 했다고 해서 화가 났다고?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낮게 침음하였다.


"힘줄을 잘라서 밖을 못 다니게 해야하나..."


서큐버스의 손에 피어오른 마기가 날카로운 예기를 띈다.

이런 씨발! 당황한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근처의 서랍을 뒤적거렸다.

몰래 구비해둔 약들을 꺼내들고 계단을 타고 올라 서큐버스가 있는 방을 벌컥 열었다.


"엣...?"


방금 전까지 나를 씹고 있었던 주제에, 서큐버스는 순진무구한 눈방울로 나를 쳐다보았다.


"주, 주인님... 어째서... 오늘은 쉬게 해주신다고..."


이미 저울은 기울어졌다.

이 서큐버스를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도망치려고하면 내가 저 서큐버스한테 강제로 감금 당한다. 

나한테는 이 고위 마족을 이길 힘도, 그럴만한 연줄도 없다.


최대한 침착하게. 나는 평소와 같은 억양을 내뱉으며, 서큐버스를 향해 약을 던졌다.


"마셔라."

"이게 어떤 약인지..."

"미약이다."

아니, 배란 유발제였다. 미약 효과가 있는.


"마음이 바뀌었다. 음탕한 네 몸을 방치하는 건 말도 안되지. 앞으로는 하루 세번씩 질내사정이다. 위험일도 예외는 없다."


서큐버스가 경악한다. 아니, 경악을 연기하고 있었다. 입 꼬리가 미묘하게 히죽거리는 게 그 증거였다.


"주... 주인님 물론 저는 주인님의 성처리 도구지만... 그것은... 곤란..."


고위 마족의 연줄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나를 지켜 줄 내 자식을.

한마디로 내가 살기 위해서는, 저 정신나간 서큐버스를 임신시켜야만 했다.


***


장르소설 갤 개념글 "엘프를 성노예로 샀다고? 자네 제정신인가!?" 읽고 회로 돌아가서 오마쥬함.

얀첸 친구들의 한끼 사료가 되면 좋겠다.

이어서 쓰고 싶은 친구는 알아서 이어서 쓰셈. 짜피 나도 다른 사람 작품 갖다 쓴건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