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전복당했다.


나는 얀챈제국 제 1 황태자 얀붕이.


이제는 몸값 높은 포로 1호일뿐이다.


자업자득이라 생각한다.


아버지는 폭군이었다. 그저 재미를 위해 수많은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은, 모든이가 원망하는 그런 사람이였다.


어머니는 방탕하였다. 나라의 금고를 전부 축낼뿐 아니라, 이웃나라인 순애왕국에까지 빚까지 지어가면서 사치와 향락을 누렸다.


참다못한 공작이 봉기를 일으켰고, 결국 제국은 전복당했다.


유학중이였던 나는 그 자리에서 즉시 포로가 되었고, 본국으로 이송당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충언을 할 신하는 전부 아버지가 죽였으며, 도움을 줄 이웃나라 또한 어머니가 관계를 끊었으니.


포승줄을 맨 채 전복의 주도자인 공작에게 끌려간다.


"얀붕아, 안녕?"


"너,너는.. 얀순이..?"


내 어릴적 약혼자 얀순이다. 왜 이 자리에 있지?


"흐흥~ 이제는 신분이 다른데 그렇게 말을 놓아도 되겠어?"


빙글 웃으며 왕관을 삐뚤게 쓴 얀순이는 짖궂은 웃음을 지었다.


"농담농담~ 내가 내 약혼자에게 그런말을 할리가 없잖아~"


"그치만, 어머님이 우리 사이는 분명 깨졌다고..."


"그래서 망했잖아."


"무슨.."


"아, 나라를 잃은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였나?"


깔깔거리며 웃던 얀순이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주동자야."


"뭐?"


"내가 주동자라고. 이 봉기. 내가 너의 가족 전원을 죽였어."


"역시.. 너의 집안 돈을 빼돌린 어머니 때문에?"


"그건 우리 착한 얀붕이가 미안하다며 나한테 몰래 돌려줬잖아. 아~ 그건 참 감동이였는데. 무심코 젖어버렸었어."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내가 아는 얀순이는 저런 비속어를 쓰지 않았는데..


"내가 비속어를 안쓰는데 같은 생각하고 있지? 뿌뿌- 틀렸어 얀붕아, 이게 내 본 성격. 네 앞에선 약혼을 유지하려고 얼마나 애숭을 떨었는지 몰라. 이제는 상관 없지만."


"그럼 왜 봉기를 일으킨거야? 역시 나라가.."


"이딴 나라 어떻게 되든 알게 뭐야. 자꾸 돈 없는 명예만 있는 가문이라면서 너랑 때놓으려하니깐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그냥 엎어버렸어."


"그럼 널 믿고 따르던 백성들은..."


"아, 걔네? 널 움직일 인질이지 뭐."


"무슨 뜻이야?"


"우리 백성을 사랑해마지못하는 얀붕이, 내게 떠날때 너는 꼭 성공해서 나라의 틀을 바꿀거라 했잖아? 근데 생각해보니깐 그 미래에 나는 없을거 같더라고. 허울뿐인 공작작위, 차기 개혁을 하는 위대한 왕께는 맞지 않는 자리라는거지."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


"진정하고 들어. 그래서 너가 힘쓰기전에 그냥 다 엎어버렸어. 멍청한 귀족들. 작위를 높여주겠다하니 얼씨구나 하고 따라오더라니깐? 물론 전쟁중에 죽은걸로 처리하고 전부 죽였어"


"그들또한 나라를 위해 힘써온 이들.."


"조용히해."


얀순이의 분위기가 변하는걸 느꼈다.


"아니, 얀붕아. 내가 말했잖아. 상관없다고. 알게뭐야 이 나라. 나는 그냥 너랑 다시 결혼하고 싶어서 이짓거리를 했다니깐. 빙~빙~ 돌아서 말이야."


"그 일에 희생된 사람들이나, 손실된 영지는..."


"그니깐, 전부 인질이라고. 이제 내가 황비. 너가 황제. 내 말 안들으면 하나씩 망가트릴거야. 어디보자, 너의 새로운 약혼자 순애네 왕국부터 부셔줄까?"


"미쳤어..."


"사랑에 미쳤다해주면 고마울거같은데"


"이런건 옳지 않아 얀순아. 지금이라도.."


"나한테 그럴 위치가 아니라니깐? 그림자 1 나와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얀순이의 뒤에서 한 인영이 들어났다.


언제부터 있던거지?


"여기부터 저기 다 죽여. 백성도 가축도 다 죽이고, 우물엔 독을 풀어서 출향민들도 못 들어오게 막아."


"명을 받들겠습니다."


인영이 사라지자 방금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단순히 내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찍은 저 넓은 구역 전체를 부셔버린거다.


"우리 아버지보다 심하잖아..."


"그럼 뭐해. 이제 반란은 없어. 내가 일으킬때 다 죽여버렸거든"


"아아... 나의 나라가..."


"남은거라도 지키고 싶으면 내 말에 복종하라고."


그렇게 지옥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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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은 위대한 왕, 하지만 침실에서는 그저 나만의 남편이라니 너무 좋지않니 얀붕아?"


".. 너무 좋아"


얀순이의 웃는 얼굴이 단박에 사라진다.


"표정 풀어. 어제 너가 키스를 거부했으니깐 너랑 가장 친한 호위를 죽인거야. 그러게 누가 말을 안들으래?"


"그는, 어릴때부터 나를 지켜준 사람이야! 어찌 사람된 자로서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할 수가..."


짝-


얀순이가 뺨을 때렸다.


"닥쳐. 그래서, 키스 안해줄거야?"


평소와 같은 싱글벙글하면서도 어딘가 망가진 표정.


하지만 상기된 뺨은 그녀의 기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심리적 거부감이 들었지만, 여기서 멈추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것이다.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약간 첫 키스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듯, 발 뒷꿈치가 움찔거리며 길을 못 찾는것이 보인다.


그녀가 기다란 혀를 내밀어 나의 입술을 살짝 핥으면서 물기를  뭍힌다.


쑥스럽게 빙긋 웃는 그녀가 나는. 너무나 징그럽다.


그녀는 두 손을 벌려 나의 뺨을 검지와 엄지로 잡아 천천히 얼굴을 가져온다.


우웁, 으아우, 움으"


질펀한 소리가 나와 그녀 사이에 울리기 시작한다.


“좀 더 혀를 내밀어…”


“으으, 웁, 응, 으으움…”


“쯔읍, 잘했어…”


그녀는 나의 턱을 좀 더 당겨서 뺨을 꽉 잡고 혀를 넣고 추잡하게 이리저리 굴린다. 


그녀가 아침에 먹었던 케이크의 설탕맛이 입 안을 맴돈다.


무언가를 확인한다는 듯이 그녀는 혀를 이리저리 굴려, 이빨 사이사이를 누른다.


-푸하.


혀가 섞이는 과정이 끝나자 입술을 때는 우리 사이로 가느란 실이 연결된다.


그녀는 황홀감에 젖었는지 만족했다며 얼굴을 잔뜩 붉히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같았다.


하지만, 그런 나는 그녀가 너무나도 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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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턴 아기를 만들거야."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


왕가의 교육은 완벽한 절제를 바탕으로 하기에 도저히 성교는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얀순이의 역린을 긁은듯, 그녀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명."


"뭐가.."


"메이드장부터 시작해서 너랑 연관된 사람을 죽일거야. 오늘은 너의 유모부터."


"얀순아, 제발 제발 그러지마. 내가 널 사랑하려고 노력할게. 내 마음을 내가 조절해볼게. 제발 그때까지만이라도.."


얀순에게 넙적 엎드린다. 내가 황제든 뭐든 뭐가 상관인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사라진다는데.


그런 내게 얀순이는 상냥한 미소로 다가와 쓰다듬어준다.


마음을 고쳐준거구나. 나도 노력해서라도, 그녀를 사랑..


"싫어. 내가 좋아하는 얀붕이는 나를 좋아해야해. 당장."


그러고는 그림자를 불러 유모의 목을 가져오게 했다.


서둘러 몸을 일으켜 그림자를 막아보려한 순간, 얀순이가 칼로 나의 발을 그었다.


-끄악


"무슨짓을.."


"어딜 도망가려고 그래? 애초에 얀붕이에게 젖을 줬던 존재가 살아있었으면 안됐어. 앞으로는 나만 얀붕이에게 줄거니깐."


"흐흑... 미쳤어.. 넌 미쳤다고!!!"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소리치지만 닿지 않는다.


"이제 힘줄도 잘라놨으니 황제도 은퇴하야겠다. 그치? 이제 우리의 침실에서 근무하면 돼. 할 업무는 나랑 아기 만들기. 우리의 사랑의 증표를 만들자. 애가 생기면, 너도 사랑하게 될거야. 이 세상을!"


그러고는 내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며 나가는 얀순이.


"걱정마, 은퇴소식은 내가 전해줄게. 유모의 목은 곧 도착할꺼니깐 걱정말고,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어~"


안된다. 


나는 도저히 이 지옥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움직이지 않은 발로 땅을 기어 창문으로 다가간다.


정통 황가의 피가 이렇게 비참하게 끝나는구나..


인과응보다. 


먼저 부모님을 말렸어야했다.


아니면, 얀순이를 만나면 안되는거였다.


나는,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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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얀붕이와 나의 아이를 만들것이다.


자꾸 팅기는 얀붕이에게 화가 나지만 언젠간 내 마음을 알아줄거니깐.


이 모든 귀찮은 과정은 오로지 그를 위해서니깐.


아이를 낳으면 어디부터 가야할까?


무엇을 해야할까?


그러다 나중엔 얀붕이쪽에서 오면 어쩌지?


얀붕이와 다시 만나고 즐거운 일 투성이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울줄이야.


약혼이 깨지던날 죽지 않기를 참으로 잘한거 같다.


봐, 우리를 갈라놓으려 한 모든게 사라졌잖아.


이제는 이어지기만 하면 된다.


사랑의 증표를 잔뜩 만들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였다.


-쿵


아, 즐거운 상상이 깨졌다.


"누가 궁에서 이리도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찾아내서 엄벌에 취하도록 하여라!"


아니다. 흥이 깨졌으니 내가 가서 직접 벌해야겠다.


"내가 직접 가도록 하지"


그리고 소리가 난 자리에서 본 건 힘줄이 짤린채로 높은 창에서 떨어진 얀붕이의 시체였다.


팔다리는 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있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마르지 않아,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어..?"


이게 뭐야.


얀붕이가 왜 여기에?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우리는 분명 행복한 자녀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그림자에게 잡혀온 유모가 소리를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도련님!!!! 도련님!!! 이게 어찌 된 일이에요!!! 도련님!!!"


그녀를 멍하니 처다보자 나를 본 그녀가 소리를 지른다.


"네년이야!! 네년이, 네년이 도련님을 죽였어!! 저주받아라! 평생, 영원히 지옥에서 썩어들어갈것이다!!"


"감히!!"


부하 중 한명이 그녀의 목을 베었지만, 그녀의 말은 사라지지 않았다.


"얀붕아..."


"얀붕이 일어나봐...."


"얀붕아 이제 아무도 안죽일게..."


"얀붕아, 눈을 떠봐. 이제 아무것도 안시킬게. 하고 싶은거 다 하게 해줄게.. 아! 순애네 놀러간다했었나? 갔다와, 스트레스도 좀 풀고? 응? 일어나봐..."


자꾸 귓가에 얀붕이의 목소리가 맴돈다.


'얀순아.. 잘못했어...'


"아니야.. 얀붕아, 넌 잘못한거 없어. 일어나서 웃어줘.."


'네가 죽였어!!!'


"아니야!!!!! 나는.. 나는..!!!!"


"폐하, 심신이 불안한거 같습니다. 일단 휴식을..."


옆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베어낸다.


"얀붕아 기다릴게. 잠깐 자는거지, 그렇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호위를 죽여서 미안해"


"자유를 뺏어서 미안해"


"사랑해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죄송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한번만... 일어나서 꾸짖어주세요."


"얀순이가, 얀순이가 잘못했어요... 일어나서 혼내주세요, 때려주세요... 화내주세요..."


'얀순아.. 잘못했어...'


"아니야!!!!!"


"네가 죽였어!!!"


"꺄아아아악!!!"


듣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왜.. 왜.. 이렇게 된거야.."


"뭐가 잘못된거지?"


아.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얀붕이가 젖으면 안되는데, 자는데 비 맞으면 감기걸리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서 있는 사람이 없어 시킬 부하가 없다.


내 몸으로라도 막아줘야지...


"얀붕아, 비온다.. 자꾸 자면 입 돌아가.. 빨리 돌아가자.. 나도 이제 추워.."


"얀붕아 기억나? 어렸을때 우리집에서 비오는날 내 손잡고 같이 모험했잖아. 그때 정말 멋졌는데.."


"또.. 얀붕이 엄마가 우리집 돈 다 가져갔을때 얀붕이가 몰래 나한테 사비로 줬을때 진짜 감동이였다?"


"다시 만난 얀붕이는 포로인데도 어찌나 멋졌는지.. 에취! 좀 춥다 헤헤.."


"오늘따라 얀붕이 온기가 잘 안느껴지네.. 얀붕이 폼은 항상 따뜻했는데.."


"키스.. 나 첫키스였다? 사실 엄청 긴장됐는데.. 너무 기분 좋았어. 에취! 잠에서 깨면 빨리 다시 이어지고 싶다."


"헤헤.. 얀붕아, 나도 좀 졸린데 위에서 자도 될까? 꿈에서 만나서 계속 얘기하자."


"그리고 그때는 말이야..."


눈이 감긴다.


얀붕이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까?


만났으면 좋겠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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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종합 : https://arca.live/b/yandere/20758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