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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씨, 이것도 부탁해요.”

 

부장님이 내게 서류를 맡기신다.

 

일은 항상 많다.

 

이리저리 일을 한참을 처리하면 하루가 금방 다 간다.

 

난 조선업 회사에서 공학자로 일한다.

 

참.

 

꿈꾸던 거랑은 다르다.

 

멋진 배를 만들어서 뽐내고 싶었지만...

 

실상은 그저 주문에 맞춰 죽어라 일만 한다.

 

이제는 얀순이의 얼굴을 생각하며 그저 월급날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지금은 얀순이가 일을 쉬니 이제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잠시 서류를 내려놓고 커피를 한 잔 타러 간다.

 

커피를 간단하게 타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고 보니 이 일을 꿈꾸게 된 것도 얀순이 덕이다.

 

아마... 이사하고 난 뒤부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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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아, 뭐해?”

 

문 너머 얀순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문을 열어주었다.

 

얀순이는 폴짝대며 나의 집에 들어왔다.

 

“그냥 책 읽으려고 했는데?”

 

“어디 놀러 가자?”

 

“뭐?”

 

나와 얀순이가 옆집 이웃이 되고 난 뒤로는 왕래가 무척이나 잦았다.

 

특히 얀순이와 나의 부모님들은 4분 모두 직업을 가지고 계셨다.

 

가끔 한쪽의 부모님 두 분 모두가 늦게 오시면 다른 쪽에서 나와 얀순이를 돌보았다.

 

한산한 토요일 오전.

 

토요일에 우연하게 서로의 부모님 4분 모두 일이 있어서 우리 둘만이 남게 되었다.

 

얀순이는 당연히 나의 집에 놀러왔고, 난 얀순이와 함께 집에서 놀 생각이었다.

 

하지만 얀순이는 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항상 부모님과 함께 밖을 나왔던 나.

 

어른 없이 돌아다닌 곳이 학교와 학원뿐인 나에게 어른 없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저... 얀순아, 어디로 가는거야?”

 

“흐음... 어딜 것 같아?”

 

“도서관?”

 

“땡! 틀렸답니다.”

 

“우리 이렇게 돌아다니면 위험한 거 아니야?”

 

“10살 먹었으면 돌아다녀 보고도 해야지. 얀붕아, 괜찮아.”

 

얀순이는 항상 자신이 원하는 일을 나와 같이할 때 내게 치트키를 썼다.

 

인자한 미소와 ‘괜찮아’.

 

그거면 난 얀순이에게 왠지 모르겠지만 거절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와 닮았고 어른스러워서 그랬을까.

 

첫키스도.

 

입학식날도.

 

내가 첫 고백을 받은 날리자 첫 고백을 한 날에도.

 

매번 얀순이의 행동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주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없이 사람들 틈을 지나 얀순이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아쿠아리움이였다.

 

“와아. 여긴 뭐하는 곳이야?”

 

난 아쿠아리움을 처음 가보았다.

 

정말 새로움의 천지였다.

 

움직이는 물고기와 상어.

 

훈련된 돌고래.

 

화려한 열대어.

 

느리게 움직이는 거북.

 

빨강색의 예쁜 독개구리.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펭귄.

 

우주선 같이 생긴 가오리.

 

흐물흐물한 해파리.

 

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물고기들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얀순이 옆인데, 얀순이를 신경 쓰지 않은 건 아마 그날이 처음일 거다.

 

“재밌어, 얀붕아?”

 

“어... 생각도 못했어.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고는.”

 

“너 ‘해저 2만리’ 무척이나 좋아했잖아? 저번에 여기 왔을 때 너 생각이 났거든.”

 

“고마워, 얀순아.”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가늠이 된다.

 

그 순간 난 평생 해오지 않던 짓을 했기 때문이다.

 

‘츄릅.’

 

얀순이에게 고맙다며 내가 얀순이를 껴안으며 키스를 했기 때문이다.

 

얀순이가 내 앞에서 놀란 것도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항상 자기가 괴롭히듯 애정을 표현해왔는데, 그런 애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먼저 애정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키스가 끝나자 엄청 놀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토요일 오전.

 

주말이라 사람 많은 아쿠아리움 한복판에서 어린 두 남녀가 키스한다니.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아마 그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다 쳐다봤겠지.

 

얀순이는 그때 엄청 좋아했었다.

 

얀순이는 그 뒤로 자주 내게 키스해달라고 했다.

 

얀순이가 해달라고 할 때마다 매번 해줬지만...

 

사실 아직도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그 키스는 첫 키스 다음으로 강렬히 내 기억에 남았다.

 

그 강렬한 기억 그 때문에 지금도 얀순이와 함께 아쿠아리움에 자주 간다.

 

그때 바다에 푹 빠지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분야로 직업을 찾다 보니 지금 배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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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배 만드는 곳에 들어갔어?”

 

“응.”

 

“여보, 그것 말고도 일이 하나 더 있었잖아.”

 

“무슨 일?”

 

늦은 저녁.

 

얀순이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일하던 도중 떠오른 그 기억을 얀순이에게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러더니 얀순이는 나의 또 다른 기억을 이끌어 냈다.

 

“아니, 그 해수욕장 일 기억 안 나?”

 

“해수욕장? 아, 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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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11살 때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여름 방학이었다.

 

얀순이네 가족과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부산에 놀러 갔었다.

 

바다를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해수욕장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얀순이와 내가 무척이나 신났던 것 같다.

 

고대하던 바다를 봐서 무척이나 신났다.

 

물론 얀순이의 수영복 차림이 궁금했던 것도 맞다.

 

얀순이가 내게 해오던 행동들을 생각하면 수영복 하나를 왜 그렇게 궁금해하냐며 내 생각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얀순이의 살의 대부분을 덮은 사복 차림만을 봐왔다.

 

물론 얀순이는 나를 벗겨왔기에 나의 알몸을 자주 봐왔다.

 

그러나, 난 얀순이를 벗길 용기도, 순간도 없었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바다에 대한 호기심과 얀순이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나는 바다에 도착했다.

 

처음 본 바다는 나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해수욕장이니 내가 생각하는 그런 해양생물들을 보기는 어렵다.

 

애초에 모래 사장도 다른 곳에서 모래를 실어 와서 채우는 와중에,

 

물고기나 소라게나 그런 것들을 어디서 볼 수 있겠나.

 

내가 기대하던 아름다운 바다가 아닌 사람들로 가득찬 바다는 나의 환상을 반쯤 꺠버렸다

 

그래도 내게는 얀순이가 있었다.

 

레오타드 형태의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얀순이.

 

처음으로 보는 얀순이의 맨다리였다.

 

매끈한 피부.

 

하얀색 살결.

 

어린 나에게는 엄청난 자극이었던 것 같다.

 

얀순이가 적극적으로 구애하면서 육체적 사랑에 대해 좀 더 빨리 깨우쳐서 그랬을까?

 

겉으로는 얀순이에게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점점 성에 대한 욕망이 커져가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넋 놓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얀순이를 쳐다보고만 있던 중 얀순이가 내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예뻐?”

 

평소같았으면 더듬었겠지만, 얀순이의 아름다운 모습에 고민 없이 바로 답이 튀어나왔다.

 

“응.”

 

얀순이는 기쁜 듯이 싱긋 웃고는 나의 손목을 잡고 바다로 달려갔다.

 

정말 그럴 때만 보면 영락없는 어린 소녀였다.

 

자신의 소꿉 친구이자 남자 친구에게 집착하는 소녀라고는 상상이 안 된다.

 

틈나는 대로 자신 남자의 몸을 탐하는 소녀라는 것만은 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바로 바다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신셩쓰지 않고 신나게 놀았다.

 

서로 물장난을 치고 수영 시합을 하고 정신없이 놀았던 것 같다.

 

한참을 물을 튀겨 가며 놀고 가니 자연스레 나와 얀순이는 힘이 빠졌다.

 

그래서 바다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떠있었다.

 

“얀순아?”

 

난 나지막히 얀순이를 불렀다.

 

“왜?”

 

“사랑해.”

 

갑자기 나온 말이었다.

 

얀순이와의 시간이 즐거워서 그랬을까.

 

얀순이는 그 말을 듣더니 나를 껴안았다.

 

나의 말이 그렇게나 좋을ᄁᆞ?

 

깊은 바다.

 

우리 2명은 겨우 발이 바닥에 닿았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바라보고 있었다.

 

얀순이의 몸이 느껴졌다.

 

쫙 달라붙는 수영복 너머로 약간의 굴곡과 함께 느껴졌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얀순이와의 포옹은 물론 수천 번도 더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얀순이의 몸이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욕이란 것이 무의식적으로 생기고 있던 나는 그것을 즐긴 것 같다.

 

4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부풀러 오른 얀순이의 가슴.

 

부드러운 몸.

 

이 모든 것이 내게 자극이 되었다.

 

얀순이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평소의 키스와는 다른 것이었다.

 

얀순이도 나의 품에서 나의 몸 이곳저곳을 더듬는 도중 자신의 입술을 깨물자 놀랬다.

 

얀순이의 입술이 너무나 맛있어 보였던 것 같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검은 눈.

 

높고 오뚝한 코.

 

그 성숙한 외모에 중심에 있는 불그스름한 입술.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외모에 매료되어 난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얀순이의 그 입술이 너무나도 달콤해 보였다.

 

그리고 달콤했다.

 

살짝 깨물고는 이내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을 맛보았다.

 

바닷물의 짠맛이 처음에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얀순이와 있음으로써 느껴지는 흥분이 더 큰 것 같았다.

 

상황 자체가 달콤했다.

 

몇 년을 얀순이 곁에 있었었다.

 

그래도 얀순이는 그때의 나에게 항상 새롭고 달콤했다.

 

입술을 맛보고는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얀순이도 그제야 반응을 하며 같이 혀를 섞었다.

 

몇 분을 그 바다에 서있던 것 같았다.

 

얀순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긴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살짝 거리를 벌렸다.

 

그제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얀순이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고는 다시 얀순이를 쳐다보자 얀순이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나 내가 좋았어?”

 

“응.”

 

얀순이는 내 말에 기뻐하며 내게 안겼다.

 

그날만큼은 뭔가 주저가 없었다.

 

사랑한다던지.

 

키스라던지.

 

적극적으로 행동이 되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서로를 안고 있던 중, 파도가 갑자기 몰려왔다.

 

이안류였다.

 

특히나 어렸던 나와 얀순이는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렸다.

 

얀순이가 당황한 적은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항상 내 옆에서 어른스럽게 중심을 잡아주던 얀순이는 멀어지는 해변을 보며 패닉에 빠졌다.

 

“얀... 얀붕아! 우리 빨리 돌아가야 해!”

 

얀순이는 품에서 벗어나며 몸을 돌려 헤엄을 치려고 몸부림을 쳤다.

 

수영 국대가 와도 안 되는 것이 이안류 탈출하지 못하는 것이 이안류다.

 

난 몸부림치던 얀순이를 붙잡았다.

 

“진정해, 얀순아!”

 

“얀...얀붕아? 빨리 돌아가야지.”

 

“진정해. 파도타고 있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책에서 봤었어.”

 

“정...정말?”

 

내 품에 안겨서 당황한 체 갈팡질팡하던 얀순이가 처음으로 나와 동갑으로 느껴졌다.

 

“응. 그러니까 최대한 힘을 아끼면서 누워있자. 곧 소방관들도 올거야.”

 

“웅...”

 

얀순이는 내 말을 따랐다.

 

우리는 파도에 몸을 맡긴 체 하늘을 보고 누웠다.

 

사실 나도 겁이 엄청 났다.

 

초4가 파도에 휩쓸려 가는데 당연한 거 아니겠나.

 

그런데...

 

그날은 용기가 엄청 솟았다.

 

얀순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얀순이와 함께 누워서 몇 분을 있었던 것 같다.

 

태양빛은 뜨거웠다.

 

바닷물은 짜웠다.

 

말로는 얀순이에게 당당했지만 엄청 두려웠다.

 

이대로 죽는 건가?

 

그때였다.

 

멀리서 배가 한 척 나타났다.

 

그때 배에게 느낀 건 구원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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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자기 엄청 멋졌어.”

 

“에흠.”

 

괜사리 부끄러워 헛기침을 한다.

 

얀순이는 그런 나를 보며 살짝 고개를 들고 가볍게 키스를 한다.

 

성욕이 한순간 들었지만 참는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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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반성잘하고 왔다.


앞으로도 열심히 적어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