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쓰다가 미쳐버려서 끄적이는 글.


===================================


오늘도 변함없이 아카라이브 얀데레 채널에 접속하는 나.


"어디보자, 오늘은 어떤 사료들이 있을까~?"


얀데레에 관심이 1도 없었던 나였지만 어느 날 베스트 라이브에 올라온 얀데레 소설을 보고 나서 감회되어 빠져버리게 되었다.


그때부터 베라에 있는 얀데레 소설들은 빠짐없이 나 읽고 웃고, 울고, 짜릿해 하였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장르의 얀데레 소설들을 읽는 것이 내 취미 생활이 되었다.


"응? 오늘은 사료 양은 적은데 왤케 글 리젠이 많지?"


스크롤을 내리면서 글 제목들을 대략적으로 파악한 나는 뭐가 원인인지를 알게 되었다.


"아잇! 씻팔! 분탕 새끼가 또 지랄이네!"


주마다 한번씩 비틱근첩 새끼들이 꼭 얀데레 채널에 찾아와 분탕치는 장면을 목격하는 나는 그때마다 욕을 내뱉으며 분노를 표출해야했다.


[비틱 게이야, 여기서 놀지말고 제발 밖에서 나가서 뒤져주면 안되겠노?]


어김없이 분탕 글에 꺼지라는 댓글을 남기며,


[주딱, 그는 신이야!]


그런 분탕을 신속하게 제거한 주딱을 찬양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음주가 되면 근첩은 또 나타날지어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어질했다.


"하아, 근첩 비틱 놈들 언제쯤 되야 사라질까......"


이래나저래나 나는 얀데레 사료를 받아먹기 위해서 얀챈에 온 것이지, 분탕 치는 놈들을 보고 빡치려고 온 게 아니였다.


하지만 벌레같이 꾸준히 기어나오는 놈들 때문에, 그때마다 감탄하며 보고 있었던 소설조차도 재미가 반감되고 만다.


"음, 나도 한번 글을 써볼까?"


언제나 사료를 받아먹고 댓글만 다는 입장이었지만 어째서인가 나도 사료 제작을 함으로서 보답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으며, 동시에 얀데레가 근첩, 비틱을 조지는 내용으로 소설을 쓰면 기분이 후련해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해서 처음 써보게된 소설.


표현력이나 맞춤법, 가독성 등등의 다양한 소설 요소들을 상시 생각하면서 쓰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레 질 높은 사료 제작자들에 대한 존경과 감탄이 우러나오게 되었다.


"소설 쓰는 게 상상 이상으로 어렵구나."


그럼에도 어떻게 쥐어짜내면서 완성 시킨 소설.


긴장 반, 걱정 반으로 소설 탭에 올리게된 나의 소설은 많은 얀붕이들의 추천을 받아 개념글은 물론이고 베스트라이브에 까지 오르게 되었다.


"와! 설마 베라까지 간줄을 몰랐는데......!"


힘들게 쓴 보람이 엄청난 추천수로 보답받았다는 점과


[비틱을 죽이는 건 킹정이지]


[응애, 나 아기 얀붕, 나도 얀데레 눈나 줘.]


[빨리 얀순이가 분탕치는 얀붕이를 잡아다가 참교육하는 장면 써와.]


얀붕이들의 수많은 아카콘과 댓글로 내 글을 반응하고 호응해주는 점이 그 무엇보다도 짜릿했다.


"캬아~! 이 맛에 사료 제작을 하는 거구나! 뽕맛 죽이네!"


첫소설이 좋은 반응을 얻은 이후로, 나또한 사료 제작자가 되어 소설을 써나가며 꼬박꼬박 얀챈에 올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료 제작에 사료 먹으러 얀챈에 온 나는 우연히 어떤 한 글을 목격하게 되었다.


[얀붕이들, 길거리 다닐때 조심해라. 나한테 걸리면......]


이라는 특이한 제목, 혹시나 또 분탕인가? 싶어서 글을 눌러보자 다행히 분탕은 아니고 흔하디 흔한 컨셉글이었다.


얀순이가 쓴 것 같이 끄적인 글, 이런 글도 얀챈에 종종 올라오는 부류 중 하나였다.


현실에는 얀순이가 없다는 안타까움과 얀데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갈망으로 탄생하게된 컨셉글, 피식 웃어넘기는 재미가 있었다.


[헤으응... 얀순이 눈나 제발 납치해조.]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만들어준 글에 첫댓글을 달아주며 이제 사료를 먹으려 다른 글을 보려던 순간.


[얀순이님이 대댓글을 달았습니다.]


라는 알림이 뜨면 나의 궁금증을 유발시켰기에 누르게 되었다.


[그래, 조만간 네가 있는 곳으로 찾아갈게! 얀붕아♡]


누가 닉넴부터 얀순이로 지은 얀붕이 아니랄까봐 극한의 컨셉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ㅋㅋㅋ 제발 와서 납치 감금 해주세요 눈나.]


살짝 뇌절 같지만 나는 컨셉질에 충실한 얀붕이에게 대댓글을 달아주었고, 이번에는 다른 글로 나가기도 전에 알림이 왔다.


[우리 얀붕이, OO시 OO동에 살고있네? 우리 얀붕이 딱 대~♡]


"어?!"


내가 살고있는 동네를 어떻게 안 것인지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설마 진짜?"


아니, 얀순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망상에서 비롯된 것일 터,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킨 나는 대체 이 얀붕이가 어떻게 내가 사는 동네를 알았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그러자 역시나 내가 이전에 다른 채널에다가 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식당에 갔다며 올린 사진과 글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컨셉에 미친 얀붕이놈이 내 과거의 글을 확인하고 위치를 파악하면서까지 컨셉질에 충실했던 것이었다.


"아하하! 괜히 놀랐네!"


순간 가슴이 철렁일 정도로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웠음과 함부로 내 정보를 드러내는 글을 올리면 안된다는 교훈도 배웠음에 만족하며 오늘도 나는 사료 제작을 하러 간다.


"으으...... 머리를 너무 썼더니 배고프네, 밖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한 야식이라도 사와야겠다."


그렇게 사료 제작 중에 글이 생각보다 잘안써지고 배는 고파졌기에, 나는 소설 쓰던 걸 멈추며 대충 겉옷을 입은 뒤, 밖으로 나갔다.


"3500원입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불닭볶음면에 삼각김밥, 그리고 스트링 치즈를 산 나는 집에 가서 이것들을 조질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먹고 힘내서 마저 사료 제작해야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소설을 쓰는데 참고가 되는 다른 얀챈산 소설들을 읽기 위해서 휴대폰 아카라이브에 접속했다.


"응? 이 시간에 알람이 왔네?"


사이트 상단에 하얀 종이 노랗게 변하며 나의 흥미를 자극시켰다.


"어떤 소설에 댓글이 달렸을까나?"


클릭하며 들어가보자 아쉽게도 내 소설에 달린 댓글은 아니였다.


"뭐지?"


나에게 온 알림은 금일 낮에 했었던 컨셉글에 단 댓글의 또 다른 대댓글.


대댓글을 남긴 자는 컨셉글을 쓴 장본인 '얀순이' 였다.


[얀붕아♡ 맛있는 거 사러 나왔네? 이제 곧 그쪽으로 갈테니까! 거기서 딱 기다려?"


"어어?!"


댓글에서 느껴지는 위험성을 감지한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윽!"


"에헤헤♡ 진짜로 만나러 왔어 얀붕아♡ 그럼 이제 네가 원하는대로 납치해줄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뒷통수 지끈거리기 시작하면서 내 몸은 바닥에 드러눕게 되었다.


"걱정마♡ 나쁜 짓을 안할 거야, 그저 조~금 격하게 사랑해준 뒤에......."


희미해져가는 시야에서 광기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을 목격한 나는......


"널 파랗게 물들여 줄거야♡"


파딱이 되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