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오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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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티아의 아버지였던 뱀파이어는 아까까지 했던 부도덕한 일들도
그녀의 하수인인 리빙아머를 째려보는 일도 할 수 없었다.


강한 태풍이 지난 간 하늘이 그 어떠한 잡티도 없이 개이는 것 처럼
강한 충격을 받은 사람은 일시적으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


그것은 강대한 그녀 또한 마찬가지
뱀파이어는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체로 가만히 있을 뿐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그 어떤 말도 내뱉지 못했고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허나 태풍이 쓸고지나간 자리에 물이 빠지면 태풍에 의해서 생긴 피해가 들어나는 것 처럼
충격이 가시자 그녀 또한 자신의 분노를 들어냈다.


그녀의 표정은 태풍에 부서진 나무처럼 일그러져 있었고
그녀의 살기는 강에 범람당한 땅처럼 질척하고 무거웠다.
물에 젖은 땅을 밟으면 발이 빠지는 것처럼 그녀의 살기 또한 자신의 발목을 아래에서 당기는 듯 하였다.


결국 리빙아머는 살기를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지만
허나 그녀에게는 겁에 질려서 주저 앉은 리빙아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갑주 안에 들어있는 리빙아머 본체의 멱살을 잡아내었다. 


"누...구야........"
"켁...켁...?"
그녀가 멱살을 잡자 리빙아머는 켁켁거리면서 그녀의 손을 쳐댔다.


리빙아머의 손짓에 그녀는 리빙아머를 내동댕이 치면서 멱살을 풀어주었고 
쓰러진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누구냐고.....누가 벨을 납치했지?"
리빙아머는 아픈 목을 부여잡으면서도 그녀의 분노가 무서워 대답하였다. 
"벨님이...노스크림의 전 가주에게 납치당했습니다. 그리고 순간이동으로 도망쳤습니다!"


리빙아머의 말이 끝나자 뱀파이어는 살기를 거두었다.


살기를 거둔 그녀에게 보이는 것은
그녀의 살기에 의해서 부서진 방과 목을 부여잡으면서 넘어져 있는 그녀의 하수인인 리빙아머였다.


방 상태에 놀란 그녀는 샤르티아가 있는 관을 되돌아보았지만 다행히도 관은 마법으로 보호되어 있었기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샤르티아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드디어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깨달았고 
신속히 쓰러진 리빙아머를 부축해주며 사과하였다.


"미안하구나 너의 잘못이 아닐지언데... 여가 아무런 잘못도 없는 너에게 분노를 들어냈구나"
"주인님.... 제 남편이 제 목을 보면 어떻게 하실려고요...... 뭐... 제 남편도 상황을 들으면 주인님을 이해할거예요"
주인의 사과에 리빙아머는 토라진 듯 화를 내었지만 그녀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리빙아머의 용서에 뱀파이어인 그녀는 미소 짓더니 그녀에게 몇 가지를 부탁했다.
"여가 없는 동안 샤르티아를 지켜줄 수 있겠니?
노스크림의 전 가주라고 했던가?
그 자식을 죽이고 벨을 구해내려 가야겠구나"


"저만 믿으시라구요 주인님!"
그녀의 부탁에 리빙아머는 자신의 갑옷을 치면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녀는 그런 리빙아머의 행동에 웃음 짓더니 리빙아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방을 나섰다.


뱀파이어가  나가자 리빙아머는 뱀파이어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관 안에 누워있던 샤르티아를 바라보았다.


리빙아머인 그녀는 인간여성에서 몬무스가 된 개체였기에
몬무스가 되고 처음 몇 년 동안은 몬무스들에게 혼혈들이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었다.
그렇기에 평소에는 너무나도 자비로웠던 그녀의 주인이 혼혈과 관련된 불 같이 화를 내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화를 받아주는 자신의 직장동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관 속에 누워있는 소녀를 보게 되었을 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녀와 소녀의 종족인 혼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해하게 되었다.


몬무스는 절대로 혼혈에게 화를 낼 수 없다는 것을
혼혈들이 몬무스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그러니 그녀는 자신의 주인을 이해할 수 있었고
떠나는 그녀를 순수하게 응원하면서 충실히 그녀의 부탁을 수행할 수 있었다.


'힘내세요 주인님!'
...............


고성의 주인이자 샤르티아의 아버지가 고성에서 나오자 처음으로 본 것은


수 많은 몬무스의 무리


범고래,상어. 인어, 크라켄, 좀비, 데스나이트, 듀라한, 고스트, 팬텀,  엘프, 드워프, 고블린, 오크, 리자드맨, 와이번, 바포멧트, 드래곤, 용, 서큐버스, 데몬, 데빌, 임프, 라미아,웜, 코볼트, 타락천사와 발키리, 헬하운드와, 웨어울프와 웨어캣,하피와 오울메이지, 켄타우르스와 미노타우르스 등  수 많은 종족들이 모인 몬무스의 무리였다.


개체를 세는 것 뿐만 아니라 종족들을 세는 것 까지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로 많은 이 수 많은 종족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구시대 출신의 몬무스들 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녀들 곳곳에 그녀들의 남편인 것 처럼 보이는 인간들도 눈에 띄였다.
인간들까지 있으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족들이 모인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많은 종족과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벨
벨의 납치가 바로 그 이유였다.
 
그녀들은 달리고 있었다.
드라고니아의 왕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뱀파이어인 그녀도 곧 무리에 합류했고 
곧 이어서 다른 혼혈의 아비였던 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랑의 아버지였던 범고래몬무스와 실피아의 아버지였던 엘프, 안느의 아버지였던 타락천사와 루시의 아버지였던 헬하운드를 필두로 수 많은 혼혈들의 아버지였던 그녀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수 많은 이야기들이 그들 사이에서 오갔지만 중요한 것들만 요약해서 말하자면


1.시체가 온전히 남아있는 혼혈들의 아버지들은 시체를 지키기 위한 준비를 다해놓았고
(시체라도 온전히 남아있는 혼혈들은 몬무스들이 마물로 바뀐 그 날 죽은 랑, 실피아, 샤르티아, 안느, 루시 단 5명)


2.시체조차 남아있지 않던 혼혈들의 아버지들은 자신들의 휘하의 모든 군세를 이끌고 왔다는 것


3.그리고 납치범들의 흔적을 쫒기 위해서 드라고니아의 왕궁으로 향한 다음 순간이동마법을 통해서 벨을 구해내자는 것이였다.


그들이 의논이 끝나자마자 드라고니아의 왕성이 보였다.
그곳에서 주저앉아있던 마왕님이 보였다.
살기를 내보내고 있는 데오노라와 델에라 하트의 여왕이 보였다.
그리고 허공에서 나타난 마왕님의 부군이신 용사가 보였다.


허나 그러한 것들은 그녀들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마왕이 자신들의 지배자라는 것은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데오노라와 델에라 그리고 하트의 여왕의 살기가 자신들을 억눌르는 것 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본 최강이라 불리우는 용사의 살기 넘치는 어두운 얼굴도 아니었다. 
그녀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벨


그 아름답고 새하얀 아이
그 가엾고 불쌍한 아이
그 가련하고 조그만한 아이
세상 모든 부조리와 아픔을 겪은 아이
자신들이 저지른 최악의 죄악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남편만큼 중요한 아이


그런 아이가 납치당했다.
그런 아이가 위험할지도 몰랐다.
심지어 혼혈들은 부활할 수도 없다.


만약 그 아이가 입에 담기도 힘든 일을 당했다면.....
그녀들은 그날로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다시 옛날 처럼 살육만을 즐기는 마물로 돌아갈지도 몰랐다.


그러니.... 한 시라도 빨리 벨을 되찾아야 한다.
그녀들에게 벨은 살아가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벨이 그녀들에게 분노해도 벨이 그녀들에게 증오를 퍼부어도 괜찬았다.
심지어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 벨이 그녀들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그녀들을 싫어해도 괜찮았다.


그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이 자신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축복이였으니까
허나 그런 아이가 사라진다면....
그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다면....
아..... 상상도 하기 싫다.
입에서 꺼내기도 싫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빨리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기 위해서는 마왕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왕님은 우리들을 순식간에 이동시킬 수 있으니까
세계각지로 우리들을 퍼트릴 수 있으니까


마왕님도 이 상황을 이해하신 듯 일어나시더니 입을 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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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8 화를 안 올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