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이의 시>


가도 어디로 간다고.

나는 얀붕이 너밖에 없는데.

다른 사람을 만나?

라면 먹고 가자고 했을 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

마파두부 식당하는  저 년한테 가?

바보같긴, 네가 무슨 짓을 한 지도 모르고 있네.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아려오는 내 심장은 아직도 널 가리키는데

자랑스럽게 내밀던 우리의 반지는

차가운 쓰레기통에 버려져버렸어.

카카오 택시든, 버스든 뭐든 타고 어서 가.

타오르는 내 분노에 잡히면

파도가 부서지듯, 너도 산산조각날 거니까.

하나뿐인 내 마지막 기회야. 어서 가.



<얀붕이의 시>


가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아직도 널 사랑해.

다른 사람을 만난게 아니야.

라디오를 듣던 며칠 전,

마음이 아파왔어.

바보같이, 넌 나만을 바라보는데 난 네게 해준게 없어서

사랑을 말만으로 할 수는 없어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고, 꽃다발을 사고,

자주빛 수정이 박힌 목걸이를 사서

차에 타고 네게 가던 길이었어.

카드값조차 못 내는 내가 싫어서 너 몰래 알바를 뛴 거야.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식당에서 야간알바 뛰면서 피로로

파르르 떨리는 내 눈은 널 바라보지 않은 적이 없어.

하지 말아줘. 난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냐.



<얀순이의 시2>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너는 그렇게 날 속이고

더러운 그 년과 사랑을 나누겠지

러브라인이 생겼잖아?

머저리 같이 그것도 모르고

버려질 운명인 나는 네 곁을

서성이며 들러붙었구나.

어이가 없어.

저런 년한테 왜 간 거야.

처울지 말고 대답을 해.

커터칼로 찢을 혈관이 아직 남아있다고.

터뜨리는 눈물샘에서 나오는 건 악어의 눈물.

퍼질러져 쓰러지지 마.

허탈한 걸 넘어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얀붕이의 시2>


거짓말이 아니야.

너는 내게 그런 문자를 보내더니, 곧 날 찾아내서

더럽혀진 몸이라며 날 전기로 지졌지.

러시아산 전기충격기라 그런지, 되게 아프더라.

머리에서 피가 흘러 눈이 안 보였어.

버스럭거리는 소리는 네가 날 산으로 끌고가는 거겠지.

서로 사랑하는데, 

어긋나 버린 사랑은 이렇게 아프구나.

저려오는 다리를 칼로 찌르지 마.

처참해진 내 모습을 너한테 보여주기 싫어.

커터칼로 심장을 찌르지 마.

터져버린 동맥이 너무 아프잖아

퍼져가는 내 몸과 시야.

허탈하게 가는구나. 널 사랑한다는 말도 못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