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 오늘도 대단하십니다!"

내 이름은 얀붕.

이 세계의 용사다.

용사인만큼 여러 출중한 능력들을 지녔으며, 그 능력이 썩히지 않게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처음에 이 세계에 소환됐을 때, 나보고 용사라고 한 왕이 이 세계에 나타난 마왕을 없애달라고 하자, 난 터무니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뒤 나에게 "상태창"이라는 것이 생성되고 그와 동시에 나에게 여러 능력들이 제공 되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용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허나, 내 능력 중에는 꺼림칙한 능력이 하나 있다.

바로 "내 얼굴을 본 모든 이성들을 매료시킨다."라는 능력이다.

여자가 많아지면 좋다고?

난 남의 연인을 뺏는게 싫다.

물론 나도 하렘에 대한 욕심은 있다.

그러나 내 능력 때문에 다른 남자가 연인을 잃는 모습을 보기는 싫다.

그렇기 때문에 이 능력이 발동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난 가면을 쓰고 활동하고, 성녀를 제외한 나머지 파티원은 전부 남성이다.

그리고 내가 소환됐을 당시에는 능력이 없었기에 다행히도 내 얼굴을 본 여자들이 나에게 매료되는 일은 없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 능력을 준 자는 악질일 것이다.

능력 설명에 "이 능력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도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라고 적혀있다.

이런 씨발.

아무튼, 난 오늘도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마왕성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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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얀순.

이 세계의 성녀입니다.

성녀는 용사와 같이 동행하는 것이 관례이기에, 저 역시 용사님이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나아가는 길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용사님은 대단하십니다.

여행 도중에 어려움에 처한 마을을 구제하거나, 마물들이 살고 있는 취락을 없애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어렵지 않게 해냅니다.

그래서, 그래선지 몰라도 전 용사임한테 반하게 됐습니다.

헌데 용사님은 이상하십니다.

용사님은 항상 얼굴을 가리고 활동하십니다.

제가 왜 그런지 물어봐도 얼버무리시기만 하십니다.

동료분들도 저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과 용사들끼리만 있을 때에는 얼굴을 보여주지만, 제가 있을 때나 밖에 나갈 때에는 얼굴을 가린다고 말합니다.

동료분들께 용사님의 얼굴이 못생겼냐고 물어봤지만, 동료분들은 입을 모아 "내가 여자라면 반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째서죠? 용사님, 어째서 제게 그런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주시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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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마을에서 머물자."

나는 숙소에서 내 짐을 풀고 방으로 들어갔다.

동료들은 내 사정을 무시한 채 성녀와 날 한 방에서 같이 지내도록 방을 잡았다.

그러면서 성녀에게 뭔가 말했다.

내가 물어봐도 그들은 모르는 척 하고 있다.

일단은, 얼굴만 안 보이면 된다.

"나 먼저 씻을게. 그 다음에 너 씻어."

나는 우선 욕실에 들어가서 몸을 씻었다.

"후, 오늘도 피곤하군."

나는 내 상태창을 켰다.

빌어먹을, 여전히 매료 능력이 남아있다.

이 매료 능력을 없애버리고 싶다.

그리고 상태창 마지막에는 "마왕을 무찌르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며, 그와 동시에 모든 능력이 없어지고, 자신이 원하는 한 명만 같이 데려갈 수 있다."라고 적혀 있다.

뭐, 일단 마왕을 무찌르면 되겠지.

나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말렸다.

"용사님, 다 씻으셨나요?"

이런 빌어먹을! 빨리 얼굴을 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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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디어 용사님과 단 둘이 있게 됐다.

지금쯤이면 목욕을 거의 다 끝냈을 것이다.

난 욕실에 들어가서 용사님의 얼굴을 보려고 마음먹었다.

"용사님, 다 씻으셨나요?"

그 순간, 나는 용사님의 얼굴을 봤다.

너무, 너무 잘생기셨다.

아아, 용사님! 이젠 더 이상, 이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어요!

저는 용사님께 제 마음을 고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용사님."

그러나 용사님은 혼란에 빠진 채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고 했습니다.

"보지 마! 보지 말라고!"

용사님이 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마저 말했습니다.

"용사님,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도 전 꽤 매력적인 여자니까, 용사님도 제게 어느 정도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아아.... 아아....!"

용사님? 

어째서 제 고백을 듣고 절망하시는 거죠?

어째서 제 고백을 듣고 실성한 듯 웃으시나요?

제가 그렇게 싫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