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너무 순수하다…

 

내 나이 38, 전업주부, 취미로 웹툰을 블로그에 올린다.

 

나에게는 고민이 있지.

아들이 너무 바르고 순수하게 자랐다는 것.

 

아버지 된 사람으로서 자식이 착하고 바르게 자라면 뭘 더 바랄게 있겠는가 싶지만, 뭐든지 도가 있다. 

나는 나의 아들 얀붕이를 보며 그것을 항상 뼈저리게 느끼지.


성실하고 착하면 어떤 문제가 있나?



얀붕이가 5살 되던 해, 얀붕이는 평소처럼 근처 놀이터에서 놀다가 친구를 데려왔어. 아들은 평소에도 친구들을 자주 대려 오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는 않았지.


하지만 아들 얘기를 들어보니 데려온 아이는 혼자 외롭게 놀이터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여자아이였다는 거야. 

거기다 다른 아이들이 그 애를 놀리길래 자기가 그 아이와 놀아 주기 시작했다는 거지. 


지금 다시 생각하면 모 채널에서 자주 나오는 얀데레 매이커 왕도 루트지만 그때까지는


 ‘하하, 누굴 닮았는지 참 착하구나’

 

라고 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지.


 

그후에도 아들은 친구를 자주 데려와 놀았지만, 점점 그 얀진이(맙소사, 이름만 들어도 애는 반 확정 얀데레다) 와만 노는 것 같아서 놀림 반, 걱정 반으로


 

“어이쿠, 얀붕이 또 얀진이하고 노는구나, 결혼해도 되겠어” 


라고 하니 얀진이가 어디서 본 듯한  포즈와 얼굴로 얀붕이한테


 “얀붕아~ 아버님이 우리 사이 인정 해주셨어~ 우리 이제 약혼한 거다? 다른 애 보면 않돼? 다른년보면 죽여버릴거야?


 라더라. 

 

 

뉘-미, 씨펄, 이 애는 떡잎부터 근본 얀데레구나 했지.

이런 애들 떼어놓기가 보통 힘든게 아닌데 우리 아들 어쩌냐 싶었지…

 

 

하지만 몇 달 후, 아들이 좀 의기소침한체 돌아왔어. 

왜 그렇냐고 물어봤더니 얀진이가 멀리 이사 간다고, 그래서 얀진이가 많이 울었다고. 

그래서 겨우 매주 편지를 보낸다는 약속과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고 하며 해어지고 왔다고… 

 

처음엔 '한시름 놨다' 라고 생각했지.

아무리 집착한다고 해도 겨우 5살이고, 연락이 점점 뜸 해지면 애정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

 

히지만, 이 아들놈은 굉장히 성실하게, 매주 편지를 쓰더라? 

처음엔 곧 실증 나고 귀찮아 하겠지, 싶어 별로 신경 쓰지않았어. 

하지만 2달쩨, 아들이 여덟 번째 편지를 보내자 안되겠다 해서 아들을 설득했지.


 

“얀붕아, 얀진이도 이사 가서 적응하느라 바쁠 텐데 편지는 좀 쉬는게 어떠니?”

 

“그래도 약속했는데…”

 

“그래도 매주 쓰는 것도 답장하기 힘들 수도 있잖니?”

 

“음--- 알았어, 그럼 이것만 보낼게”


 

그래서 또 한시름 놨지. 

근데 그 성실한 아들ㅆㄲ가 친절하게 왜 이제부터 편지를 좀 뜸하게 보낼 건지 설명했나 봐.


바로 다음주에 나에게 협박이 날아오더군.


 

‘아버님,

 

안녕하신가요? 얀붕이 편지를 읽어보니 아버님이 제 걱정을 하셔서 얀붕이에게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버님저히사이를인정하신거아니였나요?저와얀붕이사이를갈라놓이시려는건가요?어쩨서요?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왜? 하지만 저에게는 전혀 방해가 아니랍니다, 얀붕이에게 부디 계속 편지를 보내 달라고 부탁해주세요. 

 

Ps. 최근 그 동내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부디 밤길 조심하시길.

 

며느리가

얀진이가’


 

그날 바로 얀붕이는 얀진이에게 답장을 보냈지.

추가로 얀붕이를 태권도, 유도, 복싱을 배우게 했어… 적어도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킬 수 있어야지.



**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얀붕이가 초3일때.

 

3학년이 되고 몇 달 후, 아들의 생일 파티에 반 친구 여러 명을 초대했지. 

그중 한명이 얀붕이 짝꿍 얀이였어. 

이름과 음침한 분위기, 또 다른 여자애들이 얀붕이하고 장난 칠대마다 중얼거리며 손톱을 무는 행동, 모든 것에서 농후한 얀끼를 느꼈지… (참고로 얀이도 그 얼굴 반을 가리는 앞머리를 넘기면 아동배우들 여럿 뺨치는 귀여운 아이였어)


특히 순애라는 애가 얀붕이에게 케이크를 먹여주자 나는 얀이 표정을 보고 솔직히 좀 지렸어. 

무슨 초등생이 질투에 일그러진 암컷 얼굴을 한단 말인가…. 


나는 얀진이에게서 내 아내의 모습을 조금 엿봤지.

 


나중에 얀붕이한테 얀이에 대해서 좀 물어보니 이놈이 또 



“항상 반에서 겉노는게 왠지 얀순이 같아서 계속 말걸고 점심 먹더니 친해졌어!”


“요즘에는 나랑 밝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아.”


“근데 좀 많이 따라다니는 거같에. 언제는 나 따라서 화장실까지 들어왔다. ㅎㅎㅎ”


라더라.

 


훌륭한 스토커형 얀데레구만. 


안봐도 얀붕이 등교길과 하교길을 항상 10m 뒤에서 따라다니고 방 벽과 천장은 얀붕이 사진으로 도배해 놨겠지.

 


추가로 언제 아들이 얀이에 대해서 얀진이에게 편지를 보내자 검은 종이가 날아왔지. 얀붕이는 이게 뭐야 하며 나한테 검은 종이를 줬지.

근데 이걸 좀 자세히 보자…


그년뭐야씨발년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


라는 문장이 너무나 빼곡히 써진 거라 종이가 검게 보인 것 뿐이더라.


‘오우 쒯…..하하하하하핳ㅎㅎㅎㅎㅎ’ 


나는 멘탈에 해로운 종이를 베란다로 가서 태워버렸지.



**


 

참고로 나는 얀데레를 싫어하지는 않아. 

나만을 헌신적으로 사랑해주는 (매력적인) 여자를 싫어하기는 힘들지. 

내 아내도 중증 얀데레야.


하지만 다 좋지는 않았지. 


아내와 연애하면서 안일하게 여자 사람과 얘기하다 납치, 감금당한 일만 수십 번.

속박에서 하도 많이 도망치다 보니 어께 탈골은 기본이요, 자물쇠 따기도 루팡 뺨칠 정도가 됐지. 


또 한번은 내가 전화를 받고 여자 목소리가 들리자 아내가 폰을 뺐고 냅다  쌍욕을 퍼부었지.

지나가던 씨발할배가 봐도 눈물을 흘리며 감동할 만큼 훌륭했지. 

 


문제는 그 여자가 내 어머니 였다는거…. 



그날은 정말 등짝 터질 뻔했지. 


그때 정말 ‘해어지자’라는 말이 내 목젖을 가지고 쉐도우 복싱 하는 듯했지만 결국 참아냈지. 

그 말이 나왔다면 나는 높은 확률로 사지절단평생지하감금 루트 아니면 nice boat를 탓을 거야.


대신 긴 잔소리 후에 내 아내는 조금 덜 집착하게 됐지, 정말 조금.

 


암튼, 얀붕이는 그래도 비교적 스트레스 없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이때쯤 얀붕이의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소량의 수면제를 얀붕이 간식에 섞기 시작했지.



**

 


하지만 얀붕이의 얀데레 면역력 기르기는 항상 순탄하지 않았어. 



우리 둘째가 생겼을 때:


둘째가 딸이라는 사실을 알자 나는 우리 딸을 지키기 위해 매일 밤 필사적으로 아내를 달나라로 보내고 있었지.

딸이 생겨도 ‘재일 사랑하는 여자는 당신 뿐’ 이라는걸 증명하기 위해. 

문제는 출산 후 한동안 착정을 못했고, 그리고 내가 또 다른 여자(딸)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하자 아내가 나를 한층 더 격렬하게 착정하게 된 거야. 


덕분에 나는 항상 극심한 허리통증과 피로에 시달리게 됐지.

 


문제는 나를 대신해서 우리 착한 아들 얀붕이가 우리 딸 얀희 (아내는 기어코 딸 이름을 얀희라고 짓겠다고 했다)를 돌봐줬다는거지. 

 

그러자 자연의 섭리를 따르듯 딸의 첫 단어는 '오빠'가 되었고, 곧 그 단어는 '오빠 랑 결혼할 거야' 라는 말로 업그레이드 되지.

물론 딸은 그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됐지.

 

이때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막았어야 됐는데, 라며 자주 자책  하지만 어떻게 해도 우리 족보는 꼬일 위기에 놓였을 거라는 게 내게 작은 위안이야. 


기껏 해봐야 ‘오빠’가 ‘아빠’로 바뀌었겠지 뭐.



**


 

이제는 별로 놀라지도 않아. 


얀붕이 이놈이 너무 성실해서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가정사정때문에 마음을 닫고 살던 얀정이라는 아이가 최근에 조금 마음을 열었다고 하기도 하고 (분명 호감도가 0에서 측정불가가 됐겠지). 또 학교 공인 일진 얀서진 이라는 애 한테 계속 주의를 주다 보니 수업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는 거, 하지만 아직 자기와 친한 여자애들은 갈군다는거….

 





 얀붕이놈, 사지절단지하감금 앤딩만 아니기를 바란다.




 


추가설정:


얀붕이: 걸어다니는 얀데레 제조기, 얀데레계의 포O몬 마스터. 아빠의 얀데레 꼬이는 체질을 짖게 물려받은 비운의 아이. 본인은 눈치가 둔해서 보람찬 생활을 보내는 중. 


대학교 졸업 직후 3남 2녀의 아버지가 됨.

 

얀붕아빠: 1대 얀붕이. 매일 어떤 얀데레에게 시달리던 어느 날, 여사친에게 하소연 하던걸 아내에게 들켜 23번째 납치 후 도망치지 못해 착정 당하고 결혼 하게된 비운의 남자. 아들 주변이 얀데레로 가득 차 하루하루가 걱정임. 

 

아들에게 매일 소양의 마취재를 복용 시켜 면역을 길러주거나 각종 격투기를 배우게 하는 등, 아들이 최대한 얀데레들에게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헌신하는 아버지.

 

참고로 여캐가 등장하면 바로 죽어버리는 웹툰으로 유명하다. 초반에 2화 연속으로 여캐를 등장시켜 독자들을 흥분하게 하였으나 바로 건강 문제로 3달간 휴재 하였다.



라는거 생각했는데 내 필력이 원망스럽다.

진짜 소설 잘 쓰는 게이들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