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왜, 얀붕아?"


"또 내 방에서 잤어?"


"어..어? 나는 잘 모르겠는데..."


"거짓말, 아침에 이불 개놓고 갔다고!"


"아."


"내 방에서 자는건 상관없는데,

 잠꼬대하면서 내 방 어질러놨잖아!"


"우으...미안...."


"됐어, 나 들어갈게."


"야,얀붕아... 그,그게.."


"왜?"


"너 좋아하는 그.거. 사왔는데..."


"그거라면.... 설마!"


/부스럭..부스럭../



얀순은 가방에서 포장된 상자를 꺼낸다.



"와! 건담이다!"


"헤헤...얀붕이 주려고 사왔지~"


"고마워!"



홀린듯이 포장을 개봉하고 내용물을 조립하는 얀붕.



"얀붕아, 그렇게 좋아?"


"응!"


('나도 좋아...헤헤...')



뭐가 그리 좋은지, 꿀떨어지듯 얀붕을 바라보던 

얀순은 이내 얀붕이 만들던 파츠를 만져본다.



"우와... 볼때마다 신기하네..."


"어, 누나!"


/빠각/


"어,어어!?"


"아아...."



얀붕의 입에서 짧은 탄식과 함께,

익숙하다는 듯 짜증섞인 눈빛이 날아온다.



"하아...누나, 만들때 만지지 말라했잖아..."


"미..미안...새로 사올까?"


"됐어, 접착제 가져올게."



방으로 들어간 얀붕의 뒷모습을 

얀순은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하아.. 어떡하지..."



소위 말하는 마이더스의 손.

얀순이 손을 대면, 온갖 물건이

망가지거나 안좋은 일이 일어났다.



"인터넷에서 보니까 뿔 부러지면 

진짜 큰일 난 거랬는데..."



물론, 얀붕에게 준 선물에도 예외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각...또각....또각.../


"...누나, 매번 궁금한데... 나 돌봐주는거, 재밌어?"


"응? 으응! 엄청!"


"...내가 더 돌봐주는거 같은데."


"무,무슨 말이야! 이래 보여도 나 어른이거든!"


"됐고, 이거봐봐. 겨우 만들었어."



얀붕이 내민 프라모델은 뿔에

금이 간 흔적이 있었지만, 분명 아름다웠다.



"귀엽다..."


"그치? 이건 '뉴 건담'이라고 해서..."



얀순은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눈을 빛내며 얀붕이 설명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 얘는..."


/꼬르륵.../


"아...벌써 저녁 시간인가?

누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피자!"


"집에서 만들수 있는걸로."


"에엥... 배달 시키자..."


"매번 받아먹으면 미안하잖아,

그리고 그렇게 배달음식만 먹으면 살찔걸?"


"엥..."


"밥 해줄게, 기다려."

.

.

.

.

.

.

.

.

.

.

.

.

"누나."


"어?"


"배달 시키자."


"아까는 밥 해준다면서.."


"어떻게 냉장고에 먹을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어?"


"어?"


"게다가 쌀도 다 떨어졌잖아."


"어.... 그랬어?"


"오늘은 배달로 때우고 

내일은 휴일이니까 같이 장보러 가자."


"그래!"



얀순은 룰루랄라 흥얼거리며

배달 앱을 켜고 피자를 주문했다.



"피자 올 때까지 숙제하고 있을테니까

피자배달 오면 나 좀 불러줘."


"....그래."



터벅터벅,얀붕은 방으로 들어갔다.



"하아....덮치고 싶다...진짜."



얀순은 눈을 감으며 언제나 처럼 

얀붕과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

.

.

.

.

.

.

.

.

.

.

.

.

.

처음 얀붕과의 만남은 봄이었다.



"거기...아가씨?"


"네?"


"그..부탁 하나만 해도 괜찮을까...?"


"...?"


"사실은...."



옆집으로 이사온 중학생 얀붕.

얀붕의 부모님은 불안함에, 

옆집이웃이었던 얀순에게 부탁을 했고,

얀순은 흔쾌히 얀붕을 돌보게 되었다.

 


"하아... 얀붕이 보고싶다...."


/똑똑/


"누나? 들어와."


"얀붕아~"


"왜? 벌써 피자 왔어?"


"아니..그냥 보고싶어서.."


"무슨 말이야? 본지 10분도 안 지났는데."


"아~ 그냥 놀자~ 공부같은거 버려버리자구~"


"그게 뭔 소리야...."


"얀붕이랑 결혼하고 평생 같이 살고싶은데..."


"누나? 누나랑 나랑 몇살 차이지?"


"어....."


"나 16, 누나 24. 애초에 난 미성년자고

8살이나 차이 나는데 무슨 결혼이야.."


"어...? 그럼 나이만 아니면 결혼 할 수 있는 거야?"


"하...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서로 호감만 있으면 됐지, 뭐."


"누나한테 호감이 왜 있어..."


"없었어!?"


"누나는 옆집 누나 정도로 생각하고있지,

딱히 이성으로 보고 있진 않은 걸."


"그런...."


"공부하게 이제 나가면 안돼?"


"히잉... 놀아줄 때까지 안 나간다?"


"애도 아니고..."


"놀아줘! 놀아줘! 놀아줘! 놀아줘!"


"안돼."


"아 왜~ 나 오늘 일하느라 지쳤어~"


"적어도 누나랑 장난감으로는 안 놀거니까,

뭔가 놀만한 거 찾아와 보던가."


"장난감은 왜?"


"내 프라모델은 부숴먹고, 게임기는 고장냈지, 

카드 게임은 카드 구겨지고, 구기종목은 매번 다치지.

이정도면 누나한테 뭘 쥐어주는게 무서워."


"아..아니야!  그래도 뭔가 손대서 멀쩡한게 있을거야!"


"흠.... 주식?"


"주식? 해본적 없는데..."


"아니다, 주식은 위험할 거 같아."


"?"


"어쨌든, 공부하게 나가봐."


"히잉..."


"...피자 먹고나면 같이 폰게임 해줄테니까."


"진짜?"


"지이이인짜."


"손가락 걸고?"


"응."


얀순의 표정이

한순간에 밝아진다.


"그럼, 공부 열심히 해~"



얀순은 작은 손가락으로 펜을 쥐며 

열심히 문제를 푸는 얀붕을 한번 보고,

뒤돌아서 방을 나섰다.



"어휴...저 누나는 언제 철들려나?"


('네가 일찍 철든게 아닐까....')



얀순은 방에 기대어 얀붕의 목소리와 

필기소리를 들으며 피자를 기다렸다.


/띵동~/


"아, 피자인가보다!"



얀순은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얀붕을 부르러 갔다.



"얀붕아! 피자왔어!"


"어~ 곧 갈게~"



얀붕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문을 열고 나온다.



"읏...."


"응? 얀붕아, 안먹어?"


"파인애플 피자..."


"아! 까먹었다..."



얀순은 탁자 밑에서 피자를 꺼낸다.



"너 먹을꺼 한판 따로 주문했는데

꺼내는거 까먹었어... 헤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얀붕은 피자를 받고나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얀붕아, 피자 맛있어?"


"응? 응! 엄청 맛있어!"



어른스러운 척 하지만, 아직은 아이.

입안가득 피자를 입에 문 얀붕의 모습은 

얀순의 심장을 꿰뚫기 충분했다.



"커흑..."


"응? 누나 왜그래?"


"아니야.... 잠깐 심장이..."


"???????"


야,얀붕아... 목마르지? 여기, 콜라. 천천히 먹어...."


"응, 고마워!"


"크흡......"


"누나 진짜 왜 그래?"


"아..아니야.... 먹던거 계속 먹어..." 


('아....나대지마... 심장아....제발!')



그런 얀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얀붕은 계속해서 피자를 먹었다.



"얀붕아, 밥 먹고 같이 목욕할까?"


('얀붕아, 밥 먹고 같이 게임할까?')


"...?  누나 머리 괜찮아?"


"응? 나 지금 무슨말 했어?"


"아니, 같이 목욕하자며.."


"!?"


('좆됐다...!')


"아,아니! 같이 게임 하자는건데?"


"방금 목욕하자고..."


"아아니! 그,그거야! 게임 있잖아!"


"게임? 아,벌써 펫 목욕시간인가?"


"으응! 그래, 맞아맞아!"


"별 수 없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얀붕은 손에든 피자를 입에 밀어넣고

휴대폰을 켜 게임 앱을 연다.



('볼빵빵 얀붕이...귀여워...')


"눈나? 빠리 앙드어오고 머 애?"


"응응! 빨리 들어갈게!"



얀순은 남은 피자를 냉장고에 넣고

얀붕의 옆으로 달려왔다.



"헤헤... 신난다.."


"어? 누나 그거뭐야?"


"어? 이거 뽑기에서 뽑은거.."


"그거 확률 엄청낮은데..."


"응? 자주 나오던데..."


"?????"



얀순이 화면을 보여주자,

강화는 되어있지 않았으나

수많은 레어템들이 쌓여있었다.



"어....어어어어!!? 어떻게 얻었어?"


"그냥..하루에 한번씩 주는 무료뽑기 돌렸는데..."


"......!!!!!!!!!"



얀붕은 시험삼아, 자신의 휴대폰을 건넨다.



"누나, 한번만 뽑기 해볼래?"


"아,알았어...?"



얀순이 버튼을 누르자, 황금빛 이펙트가 화면을 맴돈다.



"세상에.... 누나, 내일 로또사는거 어때?"


"그래? 얀붕이가 그렇다면..."

.

.

.

.

.

.

.

.

.


.

.

.

.

.


며칠 뒤, 토요일.


"얀붕아."


"엉?'


"저번에 말한거 있잖아.."

 

"?"


"복권 말야, 복권!"


"그래서?"



얀순이 텔레비전을 켠다.


/"자, 이번주 당첨 번호는~"/


"얀붕아, 나 아무래도 당첨일것 같아."


"그건 뭔..."


/"자, 번호는! 2,5,17,22,13,16!"/


"2...5...17...22...13...16!"


"어때? 당첨 맞지!"


"어...어어!? 추...축하해! 누나!"


"헤헤, 이 돈으로 얀붕이랑 뭘 해볼까~"


얀순은 있는 힘껏 얀붕을 끌어안는다.


"으읍! 누나! 숨막혀!"


"아, 미안....ㅎㅎ"


키 170의 장신이던 얀순의 포옹.

키 150의 얀붕은 부숴질 것만 같았다.


"얀붕아, 혹시 여자친구 있어?"


"어? 아니, 없는데?"'


"얀붕아, 잘들어봐?"


"응."


"이번 회차 로또 당첨금 있잖아?

엄청 많이 이월 된 거라서, 당첨금이 어마어마하거든?"


"응, 그런데?"


"이 정도면 집도 사고 네 학비도 대줄수 있어."


"응? 그,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건데,

혹시 나랑 지내면서 두근거렸던 적 없어?"


"어..어떤 의미로....."


"물론, 호감으로. 나를 이성으로 보거나 

나로 가슴이 두근거렸던 적, 없어?"


"읏... 그건..."



한창 사춘기인 남자아이가

미모의 연상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을리가 없었다.

얀순은 모든걸 짐작하고 얀붕에게 물었다.



"얀붕아, 나 너 좋아해. 

평생 너를 키워주고 싶어, 안될까?"


"읏.... 끌어안으면서 그런 고백은 비겁한 거 아냐?"


"그래서, 싫어? 

부끄러워 하지 말고, 네 입으로 직접 듣고싶어."


"나도 누나 좋아해."


"후후... 그 말을 기다렸어."


그 뒤, 얀순은 얀붕의 부모에게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얀붕과 교제하게 되었읍니다. 

잘됐네 잘됐어.

.

.

.

.

.

.

.

.

.

.

(후일담.)


"얀붕아, 전에 말한 주식 있잖아."


"응?"


"잘은 몰라서 아무거나 사봤는데.."


"어어.....?"


"아무래도 떡상? 한거같아!"


"세상에 맙소사..."


('마이더스의 손도, 그리 나쁘지 않네..')

라는 생각을 하며 얀순은 얀붕을 끌어안았다.

~~~~~~~~~~~~~~~~~~~~~~~~~~~~~~~~~~~~~~~~~

원소재.

얀붕이를 향한 선의가 전부 피해로 가는 얀순이


오네쇼타는 처음써봤는데,

키작은 중딩 정도면 오네쇼타 성립하려나?

오네쇼타다 보니까 야한건 안 넣었는데

츤데레 얀붕이랑 귀여운 얀순이를 생각하며

만들어봤음.


다른 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