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듯한 날씨에 떡볶이가 유행하는 불길한 여름이었다.


우리들은 자취방에 모여앉아 조별과제를 하고 있었다.


보통 조별과제는 4~6인이 1조였기 때문에 보통은 우리끼리 해치우거나 아니면 거기서 아싸 복학생형 


하나,둘 넣어서 머릿수를 맞추곤 했다.


아싸는 아싸를 알아보는법 아싸를 찾아내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와 내 친구들도 그런 방법으로 친구가 되었음으로 실제로 이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할수 있다.


뭐 아무튼 조를 못구하는 복학생 형은 조를 구해 좋고 우리는 머릿수를 채울 수 있어 좋고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넷과 그녀를 포함한 다섯명이서 조별과제를 하게 되었다.


여자가 포함된 최초의 조별과제 캠퍼스 로맨스물 같은 조별과제라는 업적은 달성 하였지만 


우리들은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원래 자취방이 넓지 못해서 우리가 모이면 보통 침대에 두명 바닥에 두명


그런식으로 나눠 앉곤 했는데.. 


그녀는 혼자 침대에 벌러덩 누워 침대를 다 차지 하는 바람에 우리 네명 모두 바닥에 쪼그려 앉아야 했다.


오늘은 제법 짧은 치마를 입고 왔지만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침대와 하나가 될것마냥 누워있었다.


물론 나는 우리집이 아니니 이렇게 쪼그려 앉는것에 불만을 표할 수 없다 하여도 집 주인 녀석마저 책상옆에 쪼그려 


앉아있는 신세라 왜인지 모르게 괜히 내가 미안해 졌다.


"미치겠네! 야 자료 조사가 이게 뭐야!"


PPT를 만들고 있는 놈이 갑자기 그녀가 보내준 자료를 보며 기겁하며 소리쳤다.


자료는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글을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보내온것이다. 심지어 복붙도 할 수 없게 휴대폰으로 대충 그냥 캡쳐해서 보낸것이다.


"왜? 내 자료가 왜"


"누가 자료조사를 블로그로 해 심지어 캡쳐로! 심지어 더 최최최악인건 전부 블로그 1페이지에 있는 것들이네 2페이지 까지 가기도 싫었냐"


"내용만 맞으면 됐지 왜 듣기싫게 소리지르고 지랄이야"


그 말에 내친구는 다시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며 머릴 잡아 뜯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저렇게 다투는 모습이 얘들이 더 사이 좋아진것만 같아 보여서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이 교수님은 깐깐해서 자료조사한 학생한테 따로 질문 할수도 있다고"


그러자 그녀는 여전히 누워있는 상태로 검지 손가락만 까딱이며 아주 건방진 목소리로 질문해봐 라고 말했다.


내 친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보며 번뜩이는 눈으로 그녀의 자료를 훑더니 거기에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아쉽게도 그녀는 답지라도 들고 있는냥 아주 깔끔하게 답해냈다. 그녀는 애초에 수업시간에도 집중을 잘 하는 편이었고


머리도 좋은편인것 같았다.


그 모습에 내 친구는 엄청 분해하며 다시 한번 머리를 쥐어 뜯었다. 이러다 나는 내친구가 머리털을 다 뽑아 


대머리가 되는게 아닌가 싶었기에 그를 달래며 말 했다.



"됐어 됐어 말하면 우리가 손해야 마저 정리하자"


내가 맡은 조별과제 파트는 발표였다. 


딱히 발표를 잘 하는것은 아니나 여기 인원 중에서는 그나마 내가 발성이나 발음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늘 내가 맡아왔다.


'물론 쟤도 목소리나 발성은 좋은데'


난 뒤를 돌아 침대에 퍼질러져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인스타를 하는지 폰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래 됐다.. 그녀가 발표를 시킨다고 할리 없으니.. 


나는 땅이 꺼지듯 한숨을 내뱉고 자료를 추합하며 ppt만드는것을 도왔다.


발표자는 당장 할것이 없으니 주로 제일 힘든 ppt만드는것을 도와주었다. 애초에 발표자는 자료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 알아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의 소란이 지나고 각자 작업에 몰두 하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집중을 깨는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인스타 탐방은 끝냈는지 유튜브를 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루시우에 빙의라도 된것마냥 볼륨은 최대였다.


PPT를 만들던 내 친구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이어폰좀 껴줄래..?"


"아씨.. 이어폰 끼면 귀아픈데 그냥 니들이 이어폰 끼면 안돼?"


우린 귀가 아파도 된 단 얘기란말인가? 내 친구는 다시 화를 참는 어른의 어조로 말을 했다.


"아니면 볼륨이라도 좀 낮춰줘"


"쯧! 참 애새끼 더럽게 예민하네"


그녀는 그렇게 혀를 차며 꾸시렁 되곤 옆으로 돌아누우며 볼륨을 줄였다. 그나마도 몇칸 줄이지도 않았는지 시끄럽긴 매 한가지였다.


그 모습에 다시 발작이라도 하듯 머리를 쥐어뜯는 친구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


"카페라고 생각하자 오히려 좋아 백색소음"


내 친구는 그제서야 씩씩되며 머리 집어뜯는것을 멈추곤 후.. 하고 소리나게 쉼호흡을 하더니 이내 다시 작업에 몰두 했다.


그렇게 두번째 소란이 지나고 우린 다시 각자의 세계에 빠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런데 또! 또! 이 미치년이 문제였다.


"으아아아아아앙 심심해 심심해"


그녀가 별안간 갑자기 그렇게 소리치며 침대에서 떼굴떼굴 구르더니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발을 동동 구르며 침대에서 아무튼 지랄 발광을 했다. 


어찌나 펄떡되던지 불판위에 올려진 꼼장어 같았다.


"야 야! 침대에 화장묻잖아 가만히좀 있어!"


드디어 못참고 내 친구중 가장 성격이 좋은 집주인친구마저 버럭 소리쳤다. 


어지간해서 화내는 일이 없는 돌로 깎은 부처같은 녀석까지 빡치게 하다니 어메이징했다. 


저런 사람들을 위해 정신병원이란곳이 있는데 거기 있어야 할 인재가 이런 자취방에서 썩고 있다니.. 그녀가 좀이 쑤실만했다.


그런 집주인에 불호령에 드디어 그녀는 침대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켜 앉더니 자기가 뒹굴은 침대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곤 자기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서 화장기 묻은 침대를 슥슥 닦았다.


'그래도 저정도 개념은 있구나'


라고 생각한 찰나


"깨끗이 닦아야지 왠지 나 집에 가면 쟤 여기 코박고 자위할것 같아"


"으아아!!! 나가!!!!!!"


집주인이 버럭 소리질렀다. 나도 편두통이 오는것 같아 양 손의 엄지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도 침대를 벅벅 닦았다. 얼마나 열심히 닦았는지 침대 시트는 물에 빠트린마냥 축축했다.


자료 조사도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얼마나 좋니?


그녀는 만족할만큼 침대를 닦아 내었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여기에 있으니까 지겨워서 못살겠어 막 왠지 피부병도 걸릴것 같고 못견디겠어 카페나 갈래.난 내 파트 다 했으니까 가도 되지?"


"그래 그래 제발 가라"


"고마워 잘 생각했어"


"다시 안돌아 와도 돼"


그녀의 발언에 내 친구들은 고마움을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래 이따가 강의실에서 보...켁!!"


나도 친구들 따라 배웅 인사를 하려 하는데 그녀가 나의 카라티의 목덜미를 손으로 움켜잡더니 자기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나의 모습은 강아지들이 목줄째 잡혀 주인에게 들려지듯 켁 소리를 내며 일으켜 세워졌다.


"발표자는 지금 필요 없으니까 얘는 내가 데려간다"


"야! 나 ppt만드는거 도와줘야 해"


나는 괜히 그녀를 따라가기 싫어 저항했다.


"아냐 괜찮아 괜찮아 다 했어 다했어 28페이지만 더 하면 돼"


"어어 그래 그래 데리고 가 괜찮아 안 돌아와도 돼"


"그래 주인님 가는데 담당찐따도 가야지"


의리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내 친구들은 나와 함께 있기보다 그녀가 여기를 떠니는게 더 큰 이득이라고 생각했는지 나를 빠르게 손절했다.


나는 내 친구들을 노려보았지만 그들은 각자 자기 작업에 몰두하는 척 내 시선을 피했다.


"야야 알겠어 갈게 간다고 이것 좀 놔"


그녀는 날 일으켜 세웠음에도 내 목덜미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잡아당기니까 되게 좋은데? 다음달 생일 선물로 개목줄 사줄게"


"내가 개냐?"


나는 인상을 쓰며 그녀의 손을 탁 쳐냈다.


어라? 근데 얘가 내 생일이 다음달이란건 어떻게 안거야 난 말한적이 없는데


그녀는 나의 의문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쾌한 걸음으로 스타벅스로 향했다.


여자들은 왜 그렇게 스벅에 환장을 하는걸까 매장안은 여자 아니면 여자가 포함된 커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린 길고 긴 줄을 선 뒤에야 이윽고 주문을 마쳤다. 


그녀는 주문이 끝나자 마자 쌩 하고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기다렸고 나는 음료를 받아 올라가기 위해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주는 술값보다 커피값이 더 나가겠는데? 그녀의 커피까지 총 두잔이 찍혀있는 영수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분주한 와중에도 음료는 나왔고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그녀는 창가자리에 앉아 손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잠시 숨이 멎을것만 같았다.


창가의 햇빛을 머금은 그녀의 피부는 새하얗게 빛이나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햇빛으로 적셔진 그녀의 눈동자는 신이 정말 존재하냐는 질문에 답이 될것마냥 신님이 세공한듯 정교하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았다.


그리고 지금 립스틱으로 짙게 칠해져 가고 있는 붉은 입술은.. 


'립스틱..'


립스틱을 보니 저번 강의실이 생각나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화장을 고치는 그녀 모습에 알수 없는 짜증을 느끼고 커피를 소리나게 테이블에 올렸다. 그러곤 괜시리 화장실에 다녀오겠다 한 뒤 화장실에서 손을 씼었다. 


거울 속의 비친 내 모습은 마치 마약에 취한 사람 마냥 몽롱해보였다.


'후... 설레지말자 저 여자가 싸이코란 사실을 명심하자.'


자리로 돌아가자 그녀는 커피를 홀짝이며 셀카를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말없이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셀카를 찍느라 정신이 없는 지금 저 여자가 잠시라도 조용한 지금을 음미하기 위해 컵을 들었다. 


컵에는 그녀가 꽂아놨는지 이미 빨대가 잔안에서 둥글게 빙글빙글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머그잔에 커피를 마실땐 빨대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니꺼 무슨맛인지 한모금 맛본다고 빨대 꽂아놨어"


내가 빨대를 보고 컵을 드는걸 잠시 멈추는걸 봤는지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너랑 나랑 같은 메뉴인데?"


그녀와 나 둘다 돌체라떼인데 무슨 맛이 궁금하단 말인가


"원래 돌체라때 저어먹기 전에 한모금 마셔야 하는데 모르고 저어서 네꺼 한모금 했어"


"... 그건 맞지 돌체라떼는 저어먹기 전에 한 모금 해야지 근데 왜 너만 한모금 마신 다음 다시 내걸 저어놨냐?"


이 미친여자야라는 마지막말은 속으로 삼켰다.


돌아이 같은 여자는 꺄르륵 웃더니 미안 버릇이라서 라고 대답했다.  왜 얘랑만 같이 다니면 실시간으로 수명이 줄어드는 기분이 드는걸까.


보통 예쁜여자와 같은 빨대를 쓰는 간접키스 같은 풋풋한 이벤트에선 설레어 와야만 할텐데


나는 그냥 한숨 쉬었다. 


휴.. 그래 이 한숨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커피를 한모금 쭈욱 들이켜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빨대를 입에 물었다.


"...?"


스타벅스는 최근들어 환경보호 목적으로 빨대가 전부 종이 빨대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 이질감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분명 그녀는 '한모금'먹기 위해 빨대를 썼다고 했다.


실제로 컵은 미세하게 한모금분량 정도가 사라진 뒤였다.


근데 어째서...


'빨대가 왜 이렇게 축축하지?'


마치 빨대를 입에 물고 쭉쭉 빤마냥 빨대가 축축했다. 절대 한모금 먹기위해 쓴 빨대가 이렇게 축축하게 젖을리 없었다.


그리고... 불길한 상상이 내 머릿속을 스치기 시작했다.


'이거.. 애초에 이거 침이 맞아?' 


침이라고 하기에는 빨대의 젖어있는 부위가 묘하게 미끌거렸다. 아니 도대체 이게 침이 아니라면...


나는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옮겨졌다. 치마를 입고 있어 그녀의 새 하얀 맨다리가 눈에 띄었다.



 내 시선이 닿고있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다리를 살짝 벌려 다리를 꼬았다.


순간의 시간 살짝 벌려진 다리사이로 그녀의 노란색 속옷이 눈에 띄었다.


왜인지 그 속옷은 중앙만 조금 색이 진해보였다.


마치 뭔가에 젖었을때 처럼


내가.. 잘못 본거겠지?  잠깐 스치듯 보인거였잖아. 분명 잘못 본걸꺼야


갑자기 사춘기 중학생마냥 상상력이 폭주해버리는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떼버렸다.


그렇게 다시 빨대로 천천히 커피를 삼키는 척 하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햇볕을 받은 탓일까 아니면 무언가에 흥분한 탓일까 볼에는 새빨간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맛있어?


그녀는 그렇게 물었다. 분명 커피가 맛있냐는 질문일것이다.






                                         근데 


                                       어째서 


                                          왜






나는 빨대에 스며든 자신의 체액이 맛있냐고 물어보는것만 같지?


난 고장난 로봇처럼 삐그덕 고개를 끄덕 이며 나지막이 말 했다.


"맛있네.."


그녀의 얼굴에 황홀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오널도,,,, 긴,,,글 읽어주셔서,,,, 고맙읍니다@@@


허졉한,,글,,,개추도 주시고,, 덧글도,,,달아주셔서 두번,,고맙읍니다@@@@


글이,,종반부라,,,, 아마,,, 다음 아니면 그 다음편에,,, 완결 날것 같읍니다,,, 마지막으로 고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