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줘글 : https://arca.live/b/yandere/32525429?category=%EC%8D%A8%EC%A4%98&target=all&keyword=160&p=1


"나랑 같이 일본으로 건너가자."


"콜록, 콜록!"


달콤한 초콜릿 프라푸치노로 점심 먹은 걸 입가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차게 터져나오는 기침을 옆으로 토해내어 속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려 내 앞에 앉아있는 무표정한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침 할 정도로 싫은거니?"


"깜빡이 좀 키고 들어오면 안되겠냐. 그나저나 왜 일본인데?"


"좀 생각 좀 하고 말하지 그러니? 머리를 조금만 회전시키면 내가 왜 너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텐데. 혹시 얀붕이, 너는 생각을 초등학생처럼 1차원적으로 하는 애니?"


내가 하는 핀잔 한 마디조차 논리적으로 타파하는 이 여인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 아는 얀순이이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얀진대학교에서 상위 0.1퍼센트에 입결한 얀순이. 아마 0.01 퍼센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와 차원이 다른 곳에 서 있는 얀순이. 미모하면 미모, 학점하면 학점, 재능이면 재능, 그리고 집안이면 집안까지. 


어느 하나 내가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얀순이에게서 갑자기 귀화 제안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돌아가신 조상님이 로또 번호는 가르쳐 줄 수 있었어도 이건 못 가르쳐줄거라고 생각했다.


살짝 땋은 옅은 브라운색 생머리를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이 옆으로 살짝 넘긴 얀순이는 자기가 한 제안을 정확하게 말해 주었다.


"내가 물려받을 기업이 뭔지는 알고는 있겠지?"


"알지. 다국적기업으로 유명한 얀성그룹. 그 중에서 넌 본청 그룹으로 들어가서 부장으로 시작한다고 했었나?"


"너 공대 출신이니까 네 기술력은 우리 회사에서 써줄테니까 걱정하지마. 연봉은 그리 걱정 안해도 돼. 얀성전자는 연봉이 5천부터 시작하니까."


"퍽이나 그러겠다. 아직 스펙도 덜 쌓았고 뒷배도, 라인도 없는데 거기에 내가 들어갈 수 있을거 같아?"


"응. 내 말 한 마디면 이 대학교 총장, 이사장을 지금 당장 내 앞에 서게 만들 수 있고 나체로 만들어서 제로투 댄스 추게 만들어줄 수 있단다."


"……학교 망신시키기 전에 그만둬주세요."


"어머, 안타깝네."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얀순이의 모습에 살짝 소름이 끼친다. 나름 교제가 긴 만큼, 얘가 한다면 하는 애라는 걸 깨달은지 오래였으니 필사적으로 말리는데 성공했다. 그나저나 왜 하필 일본일까. 한국은 안되나?


"왜 일본이야? 한국은 안돼? 난 내가 자란 한국이 제일 좋은데... 가족들도 걱정할테고... 방사능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 나...?"


"타지에서 혼자 사는거라면 걱정하지마. 무엇보다도 넌 나와 같이 지내게 될거고 네 가족들도 설득해서 우리의 보금자리 바로 옆으로 이사시켜줄게. 신주쿠 정도면 나쁘지 않겠지? 그리고 왜 한국은 안되냐면 널 노리는 계집년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


"허이구. 내 인기도가 최저점인건 너도 알텐데 걱정도 팔자네."


"아니, 얀붕아. 넌 너의 진정한 매력을 몰라."


얀순이가 불안해하면 하는 행동 중 하나인 손톱 물어뜯기를 아직도 안 고쳤는지 내 앞에서 여실히 보여주면서 뭐라 중얼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작디 작은 목소리였지만 내 귀에 여과없이 들렸다.


"저번주 조별 과제 끝나고 다 같이 모여서 식사했을 때 네 옆에 앉은 그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불여시... 꼴에 호구 낚아채볼려고 전신성형해서 왔는데 하필 그 더러운 년이 내 사랑스러운 얀진이 옆에 앉을 줄이야... 옆에서 너에게 아양떠는 걸 봤을 때 온갖 추잡한 말을 하는 혀를 잡아 빼버리고 싶었고, 네 팔을 껴안았던 가슴을 잡아 뜯어다가 개먹이에게 주고 싶었어... 오직 나만이 새길 수 있는 너의 모습을 그 개같은 년이 육욕으로 가득찬 눈으로 널 바라볼 때는 내가 얼마나 안타까워하면서 더럽혀진 널 보고 눈물을 흘렸는지 모를거야... 아아, 모르겠지... 하지만 이제 알 필요 없어... 알지 않아도 돼. 그 년은 이제 이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까... 강제로 납치해서 저기 아프리카 쪽에 군벌이 점령한 곳에 운영하는 창녀촌으로 보내버렸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이 학교에서 널 가지려고 하는 쓰레기같은 년들이 너무 많아... 아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을까... 응? 얀붕아얀붕아얀붕아얀붕아..."


"오, 하느님 맙소사."


경국지색이란 단어가 적절하게 어울리는 얀순이라도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감정선의 엑셀을 너무 강하게 밟는 것이었다. 평소대로라면 적재적소에 어울리게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을텐데 내 곁에 여자가 꼬이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날에 그녀는 제로백 0.01초를 찍고 만다.


"아, 알겠으니까 진정해. 안 사귈테니까 응?"


"하아아... 폭주해버렸네. 어쨌든 이야기를 돌려서 만약 외롭다면 내가 밤상대를 해줄게. 쌓이고 쌓인 너의 추잡한 욕망을 오직 내게만 풀 수 있게 허락해줄테니까 그건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


"아, 물론 넌 아다라 뭘 해도 못하겠지만 그 정도는 눈 감아줄게. 경험이 풍부한 내가 널 리드해줄테니까 넌 따라오면 돼."


"뭐? 엑? 윽? 아? 상대는? 상대는 누구길래?"


"물론 너지."


"엗?"


난 씨발 한 적이 없는데 얘가 내가 자기를 따 먹었다고 한다는게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는데 얘가 그 때 일어난 일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처음 우리가 오티갈 때 생각나니? 선배들이 너 꽤 쓸만하다고 계속 술 따라주고, 멀대같은 넌 계속 좋다고 넙죽넙죽 받아 마시다가 인사불성이 되서 필름 끊긴 날."


"응... 분명 필름이 끊겼고 다음 날 일어나보니까 누가 끌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숙소 방에서 자고 있었던 거... 근데 옆에 같이 배정받은 친구가 없어서 좀 아리송했었지 아마...?"


"내가 옮겨줬어. 그리고 덮쳤지. 술에 취해있어도 얼마나 야성적이었는지 넌 모를 걸. 아하♥ 그 때를 회상하면 아직까지도 아랫배가 저릿해지는 거 아니?"


"나 그 때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어가지고 몽정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하필 너였던 거야...?"


"그래."


"미친년아! 정신이 말짱할 때 해줬으면 얼마나 좋냐!"


"그럼 이따가 끝나고 모텔 갈까? 나야 환영이지만."


"신체는 비록 후다일지언정 마음은 아다라 크나큰 결심을 해야한다."


"쫄보네, 우리 얀붕이. 하지만 그런 면도 귀엽지♥"


어쩐지 꿈치고는 생생하더라. 


"하아... 네 커다란 자지가 내 처녀막을 뚫고 질 속으로 들어오는 쾌감은 여지껏 내가 느꼈던 쾌락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할 정도였어. 네 자지가 내 자궁에 위로 치켜 올릴 때는 머리가 새하얘져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 그리고 네 정액이 내 안에 들어왔을 때는... 으응~♥ 아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가 버릴 거 같아...! 이번에는 생생한 정신으로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어때 얀진아?"


"그,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그럼 다시 돌아와서. 어때? 내가 물려받을 기업에 들어와서 나랑 평생 함께 하는 건?


생각만으로는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을 것이다. 나도 남자고, 나 좋다는 여자애가 돈도 많고 성격도 나 하나만 바라봐주는 순애보를 유지하고 있으며, 예쁘고, 예쁘며, 예쁘다. 어떤 남자가 그녀의 사랑스러운 눈동자를 직시하면서 '미안해, 넌 내 취향이 아냐.' 라고 거절할 수 있을까?


심지어 엄마도 얀순이를 보고 이렇게 참한 신붓감 어디 없으니 빨리 잡아서 사귀고 떡쳐서 애나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결혼하라고 닥달하고 있으니 아주 천생연분이 없다고 말한게 바로 엊그제였다.


하지만 신체는 후다일지언정 마음은 쫄보 아다. 우선은 한 발자국 물러서기로 했다.


"그... 우선은... 사귀는 걸로 먼저 하면 안될까...?"


"너라면 역시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아이큐 160인 나한테 걸리면 아무것도 아니거든. 네 행동은 쉽게 예측할 수 있으니까."


"네, 넵..."


"좋아, 오늘부터 우리는 1일이야. 난 너만을 바라볼거야. 내가 소유하고 있는 부, 내 지식, 능력, 그리고 이 몸까지. 내 모든 것을 네 맘대로 해도 돼. 하지만 이건 알아둬."


- 스으으...


질척한 사랑의 심연 속을 비추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가 날 직시했다.


"나말고 다른 여자들을 스쳐 지나가는 인연 정도로만 만나는 것까지는 허락해줄게. 하지만... 공적을 넘어 사적으로 넘어갈시에는..."


"……내가 죽나?"


"아핫♥ 내가 널 왜 죽이겠니, 얀붕아? 난 널 잘 알아. 호구같이 착한 너고, 항상 자위할 때 순애보 아니면 하지도 않을 너이기에 누구보다도 내게 충실할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네 잘못이 아냐. 너의 진가를 알아보고 널 이용해먹으려고 하는 쓰레기들이 문제인거지."


- 옷에 오물이 묻으면 세탁기에 돌려서 깨끗하게 만들듯이, 썩은 냄새가 널 뒤집어쓰게 된다면, 내 냄새로 다시 덧칠하면 될 뿐이야. 그리고 더러운 오물은 불로 소독하면 될 일이고.


그러니까.


"사랑해 얀붕아. 내 하나 뿐인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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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왜봄? 보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