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https://arca.live/b/yandere/25898918?p=1
5편-https://arca.live/b/yandere/25899079?showComments=all¬iId=51430082#c_97467217
8편-https://arca.live/b/yandere/26547206?category=%EC%86%8C%EC%84%A4&target=all&keyword=&p=1
9편-https://arca.live/b/yandere/26587575
10편-https://arca.live/b/yandere/27646806
12화- https://arca.live/b/yandere/37023893
한얀진이 지정해준 카페로 간 얀붕이는 표정을 구겼다. 아무리 짜고치는 판이라고 해도 맞선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얀진이가 굉장히 꾸며서 나온 것도 눈꼴 시렸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그녀가 지정한 카페가 룸카페였다.
그가 탐탁찮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얀진이는 얀붕이를 보더니 반색하며 말했다.
“오, 왔네?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뭔 상관이야. 설명이나 해줘.”
“흠, 여기까지 나와줬으니까 내가 봐준다. 그보다....”
말을 하다말고 그녀는 그의 앞에 서서 물끄러미 그를 살폈다. 160이 간당간당한 아담한 키의 얀순이와는 달리 175의 늘씬한 얀진이가 그를 바라보자 얀붕이는 자신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묘한 위압감을 느끼며 이번에는 또 무슨 속임수를 꾸미고 있을지 모른 그녀를 경계했다.
그런 그의 생각과는 달리, 얀진이는 그를 보며 얼굴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너 생각보다 잘 차려입고 왔네? 이 정도면 합격이야.”
“합격은 무슨. 됐으니까 어서 들어가서 얘기하자.”
“그래, 할 이야기는 길다고.”
그렇게 말하며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같은 공간을 걸으면서도 얀붕이는 몰랐다. 그를 보는 얀진이의 눈길에는 은근히 감정이 담겨있었다.
방으로 들어온 얀붕이는 그녀가 자리에 앉자 멀찍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나한테 구체적으로 뭘 시킬 거야?”
“왜 이렇게 까칠해? 천천히 시작하자고.”
좁은 방 안에 있는 남녀 한 쌍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여자 쪽은 남자에게 분위기를 통한 어필을 했으나, 남자는 그런 분위기를 일체 거부하며 그녀가 앉아있는 곳에서 거리를 두었다.
“시간 없어.”
단호한 그의 선언에 더 미뤄봤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얀진이는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네가 내 남자친구 역할 좀 해주면 돼. 우리 부모님한테 적당히 보여줄 정도로.”
“이것 참... 말도 안 나오는군.”
얀붕이는 다시 들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찼으나, 얀진이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선택지가 없음을 상기시켜주었다.
“네가 지켜야할 대상이 있잖아? 그럼 열심히 하라고.
일정은 별 거 없어. 그냥 같이 밥 한 번 먹으면 돼.”
“너희 부모님이랑 같이 밥 먹는 게 나한테 편할 리가 있겠어?”
“편하게 해. 앞으로 보게 될 사이일지도 모르잖아?”
“...방금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겠어.”
암묵적인 동의가 이뤄지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한순간도 더 그녀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생각이 달랐던 그녀는 그의 다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가려고? 조금만 더 있다 가자.”
“너랑 룸카페에서 할 게 뭐 있어. 점심 식사는 12시니까 그 전까지 비는 시간은 내가 원하는대로 써도 되지 않나?”
차가운 그의 목소리와 반대로, 따뜻하게 물든 그녀의 눈빛은 그를 타고 올라갔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그에게 점점 다가오자,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의 어깨를 붙잡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훑었다.
“시간 남잖아. 응? 조금만... 조금만 더 같이 있자...”
분명 귀여운 교태였다. 그러나 그는 이 상황마저도 지난 번 샌드위치 가게처럼 그녀가 짠 판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그녀의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분명 자신이 성범죄자로 낙인찍힐 게 뻔했기에, 그는 속으로는 혀를 차면서도 그녀의 심기를 맞춰주기로 결정하고 자리에 앉았다.
“...뭐 할게 없잖아.”
“DVD나 보자. ‘쉬리’ 어때?”
“여기는 대체 언젯적 영화를 갖다놓는 거야...”
어색한 공간 속 불편한 기류 사이 둘의 감정이 엇갈리고 있었다.
------------------------------------------------------------------------------
여기서 한 번 끊고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