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 하얀 천장이 보인다.


"어....? 분명 나는....."


"정신 드셨어요?"



묘하게 낯이 익은 여자아이가

옆에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 네...... 근데 당신은...?"


"아, 당신이랑 같이 떨어진 사람인데요?"


"아, 그렇군요......응?"


"이야, 방금까지 경찰이 왔다갔다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니까요?"


"......뭐좀 물어봐도 되나요?"


"네?"


"우리 어떻게 살아있는거죠?"


"아, 그거? 엌ㅋㅋㅋ 또 생각하니까 웃기넼ㅋㅋ"


"아니 웃지 말아봐요 좀!"


"아하하, 어이없는 자살 실패에요."


"......?"


"정말 운좋게, 제가 자살하려는데

당신도 밑층에서 자살하려고 떨어질 준비를 했고,

그밑을 이삿짐 센터가 침대를 나르던 도중이라..."


"설마...."


"맞아요, 당신이 제 쿠션역할을 한거죠."


"오...."


"생각해보니까 자살에 자살로 카운터 친거니까

자살하살법인가?"


"그럼 나는 자살하살법 받아치기한거고?"


"오, 꽤나 센스있네요?"


"웃기지마요! 난 죽어야 한다고요!

이렇게 농담따먹기 할시간 없어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갈때 얘기나 좀 들려줘봐요."


"예?"


"그야, 뭐... 병실에서 이러는것도 웃긴데

아니다, 서로 겹자살을 한 둘이서 일어나서

콩트찍고있는쪽이 더 웃긴가?"


"본론이 뭡니까?"



이 여자는 미쳤다. 

적당히 상대하고 어서 자살해야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들려줘요. 당신이 왜 죽으려 하는지.

다잉메세지 정도는 들어놔야 경찰이 귀찮게 안해."


"...."


"솔직히, 억울한거 하나쯤 있잖아요?

맘편하게, 미련없이 가게 한번 들려줘봐요."


"......빚이 있어요."


"호..."


"부모라는 인간들은 나 낳고 버려둔 주제에,

혼자 고아원 나와서 애새끼 시절부터 막일부터 

시작해서 겨우겨우 공부하고 취업준비해서 

좆같이 빡세게 면접도 보고 지랄맞게 인턴도 하고

결국 기어코 취직 성공했더니...."


"했더니?"


"왠걸, 지들 멋대로 뒤져선 나한테 빚이나 떠넘기고..."


"그게 끝이야?"


"후... 그래서 그양반들 시체에서 장기 빼고도

한참 갚을돈이 많은데, 그 새끼들이 회사까지

찾아와서 지랄하니까 결국 짤렸어요.

갚을 방법도 없어졌고 살 이유도 없길래

그냥 떨어진겁니다. 이젠 쉬고 싶어요."


"재밌네."


"뭐?"


"재밌다고요. 그쪽 인생."


"이 씨발 할말이 있고 못할말이 있지

지금 이게 우스워? 나는 좆같아 뒤지겠는데?

내가 자살안하면 자살보다 더 아프게 살고

최악엔 반병신으로 평생 힘들어야 한다고!"


".....그런식으로 나와도 되려나?"


"뭐!"


"계좌 불러요."


"?"


"아니다, 연락처 경찰한테 받아뒀으니까..."


"?????"


"빚, 얼마야?"


"그건 왜..."


"얼마냐고요. 응?"


"그....3억...."


"3억!"



돌연 말투나 분위기가 바뀌며,

나는 사채업자 앞에 끌려온것 처럼

영문도 모르고 떨었다.


('뭐야 시발 왜 떨리고 지랄이야...')



/띠링./


인터넷 송금 앱의 알림이 울렸다.


[1,000,000,000원이 입금 되었습니다.

잔액:1,000,036,486원 송금인: 양 얀순]


"어어....?"


"인생 존나 재밌네, 수저도 없어서 

연금술로 수저 만들었더니 그대로 뺏긴거 아냐?"


"....."


"너 맘에 든다. 내꺼 하자!"


"?????"


"이제부터 평생, 나 웃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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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채업자가 얀순이라

얀붕이네 막장부모 치워주고

빛 면제한다음 기둥서방으로 취직시킨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