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까지가 전에 쓴거고 이건 최근에 씀

오랜만인데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네 


***



농구 결승전 시합은 제법 빠르게 치러졌다.


체육대회답게 간단히 2쿼터 15분씩으로 맞추며 경기를 시작했다.

나는 그 사이 교체 선수로 활약하며 포워드를 맡았다.

" 진호한테 던져! "

" 좋아, 얼마 안 남았어! 좀만 버텨! "

점수가 꽤 차이가 나도록 벌린 우리 팀은
농구선수를 하고 싶은 친구들로 구성돼있었다.

물론 다친 애는 축구와 농구를 둘 다 할 줄 아는 만능이었다.

소문으로는 괴물의 피지컬이라고 했던 거 같다.

" 쉬엄쉬엄해. 어차피 우승 확정이니까. "

" 너도 공 좀 잡아볼래? 5분 남았는데 해봐. 우리가 뒤 봐줄게."


" 나? 난 딱히? 이대로 묻어가도 좋은데.."

" 여자애들 많은데 너도 좀 해야지. 알잖아? 도와줄게."

실력만큼이나 여자에 관심이 많은 듯한 농구부원은
시커먼 속내를 드러냈다.


" 축구도 나쁘지 않더구먼 너 정도면 잘 먹힐걸? 키 대신 얼굴로 먹고 들어가서 다들 좋아할 거야. 빨리 넣어봐."

" 너는 농구 아니면 어쩔 뻔했냐? 재능 충이라 용서가 되는 건가. "

" 그냥 밝히는 거라고 해줘. 내가 그렇다고 학교폭력이나 흡연은 안 하잖아? 여자를 좋아해서 그렇지 공부도 중위권이야."


애써 합리화하며 포장하는 놈을 보며 한숨을 쉬며

빈 농구 골대에 여러 번 골을 넣었다.



골 망이 대여섯 번 흔들리고 여기저기 환호가 터져 나왔다.



환호소리에 섞인 내 칭찬이 들릴 때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내가 조금만 성격이 더 좋았다면 여기저기 세리머니를 지으며 다녔을 것 같았다.



" 그나저나 네가 나온 것도 신기하네. 전혀 못하는 애가 나올 줄 알았더니만. 축구부는 아닐 테고 넌 어디야? 그냥 뽑힌 건가? "



" 딱히 속해 있진 않아. 담임하고 눈 마주쳐서 뽑힌 거야. 재수 없게. 이 날씨에 뭐 하는 짓인지. "


" 오히려 고마워해야 될걸? 오늘 두 개를 뛴 대가로 나름 네 인지도가 올라가잖아. 이미 너한테 마음 있는 애들은 의외에 모습에 또 하나 알아갈 수도 있고, 나쁘지 않다 생각해. "


" 인지도..... 별로 신경 안 써. 존재감이 없어서 며칠 후면 잠잠해질 거야. 생각만큼 인기 있진 않거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몇 번을 더 골을 넣었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시선이 몰릴 건 예상은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일들도 예상은 됐지만
이리저리 꼬일 걸 보면 너무 귀찮았다.

하지만 그녀들이 있기에 난 잠잠해질 거라 생각한다.

그래야 내 생존확률이 높아지니까....

" 경기 종료! 다들 모여서 인사하고 끝내자. "

" 고생하셨습니다! "


" 모두 고생 많았어! 대타로 온 친구도 고생했어. "

경기가 끝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모두들 격려를 해줬다.

이제 겨우 오전 스케줄이 끝났는데 너무 피곤하다.

어디 등대고 기대면 바로 잘 것만 같은 피로감에
밥조차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 모두들 고생했어. 반끼리 모여서 밥 먹으러 가자."

" 빨리 와! 늦으면 다 털린다고! "

" 3반, 빨리 집합해! "

각자 서로의 반으로 이동하며 떼를 지어 급식실로 향했다.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주는 유린이가 보였다.


" 인우야! 일로와 고생했어! 열심히 하더라. 같이 밥 먹자. "


" 너무 힘들어서 밥도 먹기 귀찮아. 그냥 자고 싶어. "



" 체육대회라서 맛있는걸? 빨리 와 먹고 자면 되지. "



발을 질질 끌며 온몸으로 귀찮음을 표시하는데

유린이가 손을 잡고 많은 인파를 헤쳐나갔다.



요리조리 피해 가는 테크닉에 나도 몰래 감탄하며

은신술을 쓰는 것만 같았다.



그러고는 빠르게 급식을 받고 착석하며 밥을 먹었다



" 와... 역대급 급식인데? 안 먹으면 후회할뻔했어."



" 확실히 특별한 날엔 달라. 맨날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 그니까 말이야 돈도 많이 내는데 우리 학교 삥땅을 얼마나 치는 거야? "



평소보다 3배는 맛있는 급식으로 외부에서 맡긴 건지

오늘은 입이 떡 벌어지게 맛있었다.




포만감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유린이를 보며 역시 여자들은 맛있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 이제 좀 쉬어볼까? 저쪽 벤치로 가자. 그늘도 있고 딱 좋은데? "



" 둘이 있긴 나쁘지 않네. 안 뺏기게 얼른 가자. "



" 잠깐, 교실은 어때? 어차피 시간도 남았고 이 시간대엔 사람도 별로 없을 거야. 교실에서 편하게 쉴래? "



" 음.... 나쁘지 않네? 교실로 가자. "



땡볕의 더운 벤치보다 에어컨이 빵빵한 교실이 휴식을 취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없는 교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다


나른한 이때 낮잠 한번 자면 개운할 것 같은데

옆에서 조잘대는 유린이 덕에 오늘도 낮잠은 그른 것 같았다.



" 아무도 없네? 자리 가서 앉자! 신기한 기분이 들어 빈 교실은 처음이야 ."



" 이럴 때가 제일 좋아. 혼자 있는 이 분위기 말로 표현 못 해. 나른하고도 조용해서 빠져들 것만 같아."



" 혼자 있는 걸 즐기는구나? 나도 그런 게 좋아. 심심하면 자주 거리로 나가서 걷는데 잡생각도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자주 풀리더라. "



" 나랑 비슷하네. 날씨 좋을 때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여기저기 다니는데 그만큼 좋은 게 어디 없어. "



서로가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며 대화하니 우린 더 가까워진 것만 같았다.



너무나 익숙하고도 그리운 이 감정, 유린이와 있을 때 피어오른다.



" 생각해 보니까 너 운동 엄청 잘하던데 스카우트 안 받았어? 모든 운동이 평균 이상이던데. "



" 그냥 운동을 좋아하는 거뿐이야. 들어오라는 제의는 많았는데 단체생활을 싫어해서 거절했어. 지금도 가끔 와. "



" 운동 쪽으로 안 간 게 신기하네. 뭔가 아까운 재능인걸. "


몇 번씩 스카우트를 제의했던 사람이 떠오른다.


사실 단체생활이 싫은 것도 있지만 집안 사정이 넉넉지 못한 탓이 컸다.



아쉬움도 나머지 유린이는 낮은 목소리와 차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인우야 요즘 많이 힘들지? 눈 밑 다크서클도 생기고, 많이 애쓰는 거 같아. 넌 어때? "



" 그냥 평소와 다를 게 없는 거 같아. 며칠째 잠을 뒤척여서 이렇게 된 건가. 걱정해 줘서 고마워. "



" 힘들면 말해줘. 하다못해 카톡으로라도 해줘. 옆에서 말라가는 걸 보면 나도 별로 좋진 않거든. "



" ....... 미안해. "


턱을 괴곤 내 앞머리를 만지는 유린이는 나를 많이 걱정했다.



늘어가는 다크서클과 피곤한 듯 둔해진 몸, 회피하려 돌리는 대답과 눈.



숨기려 해도 결국에는 다 드러나게 되었다



" 미안할 필요는 없어. 너도 침묵에 익숙해져서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고, 들어준 적도 없겠지. 그래서 이렇게 된 거고. 안쓰러워. "



" 그래도 전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최근에서야 나도 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고, 너를 만나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어. 어쩌면 너와 만난 게 큰 행운일지도 모르지. "



" 그래, 처음 볼 때보다 달라지긴 했어. 다시 전처럼 돌아가지 말자 인우야. 앞으로도 난 늘 곁에 있고 지금처럼 응원해 줄게, 그러니 너도 나에게 의지해 줄래? "



애처롭게 바라보는 유린이는 마치 내게 동의를 구하는 것만 같았다.



더는 혼자 상처받지 말고 말해주길 바라는 유린이는

내가 선택하길 기다렸다.



이만큼 날 봐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차별 없이 날 봐주고 챙겨주고 응원하는 건눈 씻고 찾아봐도 유린이뿐이었다.


마음 깊이 남아있는 고통을 달래주는 사람



고독하게 혼자 지낼 때 말을 건네주던 사람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곁에서 잡아주는 사람



모두 유린이었다.


내 안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아 이젠 떼 놓을 수 없는 그런 소중한 사람으로 돼버렸다.



이젠 이마저도 놓치면 다신 없을 것 같았다.



마음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 이제야 날 봐주는구나? 다행이야. 이젠 나한테 의지해 줘. 사소한 것부터라도 좋아. 너의 고민도 아픔도 들어주고 덜어주고 같이 이겨내줄게. 힘들면 기대야 돼. 꼭이야 약속이다? 알겠지? "

" 응 약속할게. 이런 말을 해주는 건 정말 너밖에 없어 유린아. 너무 고마워. 내가 뭘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

" 보상을 바라고 호의를 해주진 않아. 그저 너라서 하는 거뿐이야. 네가 아니라면 관심조차 주지 않거든.
네가 정말로 내게 뭔가 해주고 싶다면 내 옆에 자주 있어줘. 나와있는 시간을 늘려줘. 밥도 같이 먹고 하교도 같이해줘 게임도 전화도 같이하고 이렇게 둘만 있도록 네가 행동해 줘. 그렇게만 한다면 좋을 거 같아. "

오로지 둘을 강조하며 말하는 유린이의 말에 나는 조금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서로 없었던 시간이 길어서 인 걸까 나는이조차도 유린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 노력... 해볼게. 나는 남들과 그리 친하지 않아서 한번 연락하면 눈치 없이 계속하고 전화하는 것도 좋아해서 엄청 길 텐데 괜찮아? "


" 너무 좋아. 걱정 말고 그냥 너 하던 대로 해. 심심할 때 톡 한번 주고 계속해도 좋고 10시간 넘게 전화해도 좋아..... 나도 시간은 많아서 다 가능해! 기왕이면 같이 집 가는 것도 좋고, 쉴 때 만나도 난 좋아.... 네가 날 귀찮게 한다는 건 생각조차도 안 했거든. "



환하게 웃는 얼굴과는 다르게 유린의 말은 끈적하게 귀에 들렸다.



모두 내가 알던 유린이의 대화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흥분됐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중간중간 바라보는 눈빛, 침을 삼키는 듯 목 넘김, 애교 섞인 비음, 둘을 말할 때 올라가는 텐션까지.



유린이를 봐왔던 내게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매일 베던 인형을 꺼내며 내 머릴 눕혔다.


" 자, 여기에 머리 좀 기대봐. 편하지? 내가 쓰던 인형인데 나도 잘 땐 항상 여기에 얼굴을 묻거든. 편할 거야. "

" 으응 푹신푹신해. 느낌이 좋아. 향기로운 냄새도 나서 잠이 잘 올 것만 같아. 고마워 유린아. "

" 그쪽에 좀 더 얼굴을 묻어도 돼. 머리 쓰다듬어줄게. 한숨 자. 이따 깨워줄게. 손은 나한테 주고. "

인형 몸통의 가장 푹신한 중간쯤에 얼굴을 파묻고 유린이를 바라보자 침을 여러 번 삼키며 나를 바라봤다.

부정적 의미 보다 계획대로 하는 느낌이 들었다

유린이는 한 손으로 내 머릴 쓰다듬고, 한 손은 깍지를 낀 채로 콧노래를 불렀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미리 차단한 듯
인형에 얼굴을 묻게 만들고 손을 잡아 내 옆으로 불어왔다.

유린이의 향기가 베인 인형의 냄새를 맡을 땐 나도 모르게 흥분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정히 머리카락을 만지는 손길에 점점 눈이 감겼다.


" 인우야, 조금만 이대로 있자. 많이 피곤했으니까 쉬고 있어. "



" 응.... 이따 꼭 깨워줘.... "


" 걱정하지 마, 난 깨어있을 테니까 얼른 자. 잘 자 "


아이를 달래듯 따스한 손길에 내 눈은 무거워졌고

의식은 흐려져만 갔다.


지민이한테 가야 하는데 , 까먹고 잊어 버렸다.


하필 이때 생각나다니 멍청하기도 하지.


피로감이 몰려들어 더는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다.


" 가야... 되는데..... 지..민이한테. "


" 가? 누구한테? 어딜? "


" ....민.....아... 미안해.. "


그 말을 끝으로 눈은 감겨 의식을 잃었다 


깍지 낀 유린이의 손은 너무나도 곱고 몇 번이고 잡을 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이 손의 느낌이 낯설지 않았
다.


마치 예전에 잡아본 익숙한 느낌이었다.


떠올라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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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 있는 인우의 얼굴은 참 귀엽다.

때타지 않은 하얀색 피부, 검갈색을 띄는 눈동자, 반들반들한 입술, 고운 검은색의 머리카락 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미친 건가 싶었다.


그저 힘들어하는 인우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당황한 눈빛을 보면 말을 잘못 꺼낸 것만 같았다



자신조차 챙기기 버거운 아이한테 의지를 강요하는 건가?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아이에게 또 하나의 짐을 주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걱정은 눈 녹은 듯 사라졌다.



나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다는 듯 소극적이게 끄덕이는 얼굴로 확신했다.


인우에게 있어서 난 실망시켜서는 안될 존재라는걸.



그동안 했던 노력이 보상받는 것만 같았다.



친구 사이로 지내고 늘 곁에서 도와주니 어느새 민우 안에 나는 하나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를 잡은것 같았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잘 부탁한다는 듯 내게 동의를 얻는 게 한 마리의 순한 강아지 같았다.



나도 모르게 신나서 절제를 못해 천박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걸 보고는 불안하면서도 안심이 됐다.


이런 애가 또 세상 어딨을까?



자신의 사람만큼은 누구보다 절실히 믿는 인우를

더는 상처받게 봐줄 수가 없었다.



인우에게 있어서 난 실망시켜서는 안될 존재라는걸.

그동안 했던 노력이 보상받는 것만 같았다.

친구 사이로 지내고 늘 곁에서 도와주니 어느새 민우 안에 나는 하나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를 잡은것 같았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떠보았는데 이조차도 잘 부탁한다는 듯 내게 동의를 얻는 게 한 마리의 순한 강아지 같았다.

정말 끌어안아 잔뜩 쓰다듬고 싶을정도로 인우가 너무 귀엽다.


이토록 널 원하는데 먼 발치에서 맴돌 뿐이니 아쉬울 뿐이다.


요동치는 이 마음, 넌 알까?


본능에 맡겨 충동적으로 행동을 하고 싶다가도


이대로 널 잃어버린다 생각하면 놀랍게도 차분하고 냉정해져.


나 자신이 이토록이나 절제력과 인내심이 깊을줄은 몰랐어. 


그만큼 널 원하고 생각한다는 걸 지도 몰라


이젠 너도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게 느껴져.


우린 더욱 가까워 지는거야..


우선 많이 피곤할 텐데 잠부터 재워야겠지.


인우에겐 휴식이 필요하니까.



아마 머리가 복잡할 거야 이럴 땐 눈을 감는 것만큼 좋은 게 없거든.



그래 그곳에 내가 항상 얼굴을 베고 잤지. 


어때 너의 얼굴을 맞댄 그곳에 내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니?


얼굴을 부비고 응석을 부렸으면 좀 더 좋을 텐데 아쉽다.



이 인형은 나중에 집으로 가져가야겠어.



처음으로 인우의 향이 베었어.


남은건 잠든 널 지켜보는 것 뿐이야.


머리를 몇 번 쓰다듬으니 긴장이 풀린 듯 인우는 눈을 감다가 잠들었다.


그 사이 손도 잡았는데 별말 없는걸 보면 이 정도는 인우도 허락한 것 같았다.




손... 정도면? 그래 나쁘지 않지. 조급하면 안 되니까.

제발 이 여린 아이가 더는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게 기대 응석 부리고, 조잘대며 말을 하고,
카톡이나 전화도 하면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게 늘어가면 좋겠다.


상처받아 힘들면 나한테 안겨있기도 하고


아무도 없을 때 내가 위로해 줘서 힘을 내고


결국엔 돌고 돌아 선택지가 나밖엔 없단 걸 알고


인우 안에 내 입지가 천천히 넓어져 언젠간 완전히 의해버리면 좋겠다.


나 없이는 안될 정도로.

나의 소중한 친구 인우가 더는 빌어먹을 년들에게 휘둘리지 않게.


스스로 멀어지고 때로는 이별의 상처 입는 경험으로
곁에 누가 있는지, 누가 가장 소중한지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우에 목에 수없이 붙은 밴드에 대해서는

구태여 묻지 않았다.



이미 누구의 짓인지 아니까.



구차하게 되물어 인우를 몰아세우고 싶진 않았다.



난 그년들과는 다르다.



무슨 일 있든 편이 되어 거들어주며 안식처가 되어줄 거다.



인우가 날 선택할 때까지.


그래야 날 알아줄 테니까.



" 잘 자 인우야. "

이대로.... 둘만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