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남의 감정에 맞춰 사는 것도 질려서라... 미치겠군."

정신의학 쪽으로는 잘나가는 얀순이지만, 사람의 흥분을 만들어내는 약물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친우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 친우는 흔쾌히 도움을 주었고, 후회하는 중이다.

"하... 일부러 비아그라같은 것도 구해다 넣었던 거 같은데..."

만약 친구가 임신으로 일을 그만두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보다 네 살은 어리면서!!! 연애라니이이익!!!"

질투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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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때?"

"뭐가요..."

"나는 좀 더 친해진 기분이 든단 말이지... 에잇!"

"우왁!"

이제야 옷을 겨우 챙겨입은 얀붕이에게 진작에 옷을 다 입은 얀순이가 달려들었다.

"어차피 일 나갈 것도 없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되지 않으려나."

"최소한 바닥은 안돼요."

"그럼 침대로 가고 싶은걸까?"

식은땀을 흘리며 말하는 그의 생각을, 얀순이는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놀릴 뿐이다.

"장난이야 장난, 나도 지치는 사람이니까."

"그것 참 다행이네요."

"근데, 어디 나가?"

"친구랑 만나기로 했거든요, 누구와 다르게 인간관계는 정상인지라."

"내 인간관계가 비정상이라는 걸로 들리는데, 내 인맥이 너보다 넓거든?"

얀순이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해 도망친 얀붕이는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달했다.

"얀진아!"

"김얀붕!"

얀붕이는 하이파이브를 하려 했지만 뺨으로 들어오는 손바닥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싸대기를 맞고 말았다.

"이새끼, 어디 취직했다더니 두달동안 잠수를 타고 말이야."

"미안, 미안. 아니 진짜 미안하니까 내 팔을 뒤로 돌리지는 말아줄래?"

"son of bitch. come on, let's go!"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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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하고 사는지, 할만한 게임은 없는지.

이야기를 할수록, 할 말은 많아진다.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

그것이, 얀진이의 마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 만나지 않았으니 못해도 4년을 만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얀진이는 그를 마음에 두고 살아왔다.

카페에서 나와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이었다.

"아무리 3시는 돼서 만났어도, 7시간이나 놀았네."

"4년만에 만난 거잖아? 술마시자!"

"그럴래?"

둘은 술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흐음... 술이라... 이미 실패한 사랑에 빠진 소녀라고 생각했는데, 꽤 위험하겠어."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모른 채, 얀붕이와 얀진이를 미행하던 얀순이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상대가 불편해하는 것도 모르는 년보다야, 작은 힌트만으로도 모든걸 맞춰줄 수 있는 내가 낫지."

지잉-

얀붕이에게 문자가 도착했고, 술을 따르기도 전이었기에 자연스레 문자를 확인했다.

얀붕이는 시간이 늦어지면 생기는 그녀의 '삐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습관적으로 검지손가락 끝을 엄지손톱으로 찔러대고 있었다.

[그렇게 손가락 끝을 찔러대며 불안함을 표시하는 건, 나를 의식해준다는 거지?]

그리고, 불안함은 극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