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처럼 밤이랑 거의 분간을 하기도 어려운 새벽에 조깅을 하고싶다. 


운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주위에 가로등이 하나 둘씩 꺼지는걸 보고싶다. 


오직 내 눈앞에 있는 가로등만 온전한것에 기이함을 느낄틈도 없이. 


눈앞에 있는 그림자에서 한 인영이 꿈틀거리더니ㅡ





어둠속에서 금발에 적안을 한 미소녀가 튀어나오는것을 보고싶다. 


어딘가 익숙해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가까스로 기억을 되살리려는 노력을하자 등골이 오싹해지는것을 느끼고싶다. 


'10년만이네.' 라고 인사를 건네오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하여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짜증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가 보고싶다. 


'설마 잊어버린거야? 그러면 이렇게 하면 기억나려나.' 라고 말하며 내 오른팔을 까득- 하고 깨무는 그녀가 보고싶다. 


오른팔에 난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확인할틈도 없이 전신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공포감에 휩싸여, 그만 주저앉고싶다. 


마치 귀여운 강아지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에, 완벽하게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싶다. 


10년도 더 전에, 갑작스레 환상향이라고 불리는 이세계로 떨어진 나는. 


자신을 어스름의 요괴라고 말하며 나를 반 강제적으로 자신의 집으로 납치해간 그녀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미소녀와 동일 인물이라는것을 깨닫고싶다. 


한때는 연인관계로 발전할정도로 사이가 좋았었지만 밤에 관계를 치루던 도중, 그녀가 어스름의 요괴인 탓이어서 일까. 


방안을 밝히던 유일한 불빛이 꺼진 순간, 그녀의 요괴로서의 본능이 깨어나 내 오른팔을 피가날 정도로 강하게 깨물었었다. 


나는 본능에 따라 도망쳤고, 그것을 본 그녀는 이후에 내가 괜찮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요괴는 인간과는 맺어져서는 안돼... 특히 나같은 요괴하고는.' 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바깥세계로 보내기위해 나를 억지로 무녀에게 맡겼었던 기억을 떠올리고싶다. 


겨우 전부 떠올린것이냐며 빙긋 웃음을 짓는 그녀에게, 이제 나를 어떻게 할 셈이냐고 묻고싶다. 


그 말에 '아무것도, 그저 모든일을 원래대로 되돌릴뿐.' 이라고 말하며 내 손을 잡아끄는 그녀가 보고싶다. 


저항할틈도 없이, 나를 빠르게 끌고간 그녀가 발걸음을 멈춘곳에서는. 


환상향으로 이어져있는 통로가 있는것을 보고싶다. 


내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전에, 나를 그 통로속으로 밀치는 그녀가 보고싶다. 


약 10년만에 되돌아온 환상향의 풍경은, 여전히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사방에서 들려오는 요괴들이 우는 소리에 식은땀을 흘리고싶다. 


상황파악을 끝마치기도전에, 통로를 건너온 그녀가 내 귓가에 '안심해, 내가 지켜줄게.' 라고 속삭이는걸 듣고싶다. 


두번다시 상처입히지 않겠다고, 요괴로서의 본능을 최대한 억누를 방법을 찾아냈다고. 


설령 두번다시 식인을 하지못한채로 서서히 힘을 잃어가며, 종국에는 한줌의 재가 되어 어둠속으로 흩어진다고 하여도 내 옆에 있을테니깐. 


제발 자신의 곁을 떠나지 말라고 말하며 나를 꽈악 끌어안는 그녀를 뒤로한채로, 아직 닫히지 않은 통로를 쳐다보고싶다. 


'아직 바깥으로 나갈수있으려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내 품에서 훌쩍이는 루미아의 등을 토닥이고싶다. 


알겠다고, 전부 이해한다고, 다시는 네 곁을 떠나지않겠다고. 


그리 말하자 기분이 좋아진것인지 방긋 웃으며 '그런건가- 그런건가-' 라고 말하며 내 품에서 일어나는 그녀가 보고싶다. 


'이제 밀린 이야기는 집으로 가서 마저하자.' 라고 말하는 그녀를 뒤로한채로, 그녀가 품을 떠난탓에 겨우 얻은 자유를 만끽하고싶다. 


뒤를 쳐다보자 아직 통로가 닫히지 않았다는것을 확인하고, 도망칠 준비를 하고싶다. 


그리고 발을 때기 직전에ㅡ






'정말, 정말 보고싶었어 당신.' 


그렇게 말하는 루미아를 보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떨리는것에 당황하고싶다. 


10년전에 그녀와 함께 잔뜩 쌓아올렸던 그녀와의 추억과, 불과 몇분전에 있었던 재회의 순간에 지었던 그녀의 미소. 


다시 만날수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여태까지 죽지않고 살아남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며 방방뛰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한숨을 쉬곤,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고싶다.




그렇게 나는 뒤도돌아보지 않은채로 금방이라도 닫힐것만같은 통로를 향해 달리고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