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트릭 오어 트리트, 얀붕아. 할로윈이야!"

"그거, 좋아할 필요가 있나?"

"에헤이, 우리같은 종족은 이런 날에 다같이 모여 파티를 벌인다 이말이야!"

흠, 파티라.

"근데, 일반적으로 권속과 흡혈귀의 관계는 주종관계지?"

"응, 근데 그게 왜?"

"그럼, 이 칠칠맞은 주인님을 씻기러 가볼까나"

"아, 안돼!"

얀순이는 알몸에 씨스루를 비키니 수준으로 걸친 기괴한 복장이었다.

참지 못하면 안된다.

나는, 권속이지 연인이 아니다.

그러니까 반복하면 안된다.

며칠 전처럼은...

"정말... 이렇게 욕조에 날 밀어버릴거야? 흡혈귀는 욕조에 들어가면 죽는다!!"

"거짓말 말고 들어가기나 해."

"같이 들어가줘!!"

"들...어...가!"

촤악!

물이 주변으로 튀겨지며 그녀가 물에 빠졌다.

"으으... 너무해..."

입을 물 안에 넣고 부글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녀도 귀엽다.

이 정도만 관찰해도 충분히 행복한 생에가 아닐까?

---

"얀붕아, 그건 여기 둬줘. 초대받았으니까 출발해야지."

"그렇구나, 이리 와봐."

얀붕이는 얀순이를 안아주었다.

꼬옥 안아주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다녀와"

"무슨 소리야, 너도 가야지?"

"?"

"??"

얀순이는 얀붕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등불을 살짝 건드렸다.

"카인허스트"

그러자 얀순이와 얀붕이가 보는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여긴..."

"카인허스트라고 부르는... 우리같은 종족들이 모이는 곳이지."

"으음, 신기하- 으윽."

얀순이는 갑자기 얀붕이의 멱살을 쥐었다.

그리고는 그의 귀에 대고 다급히 속삭였다.

"야, 여기서 네가 나한테 반말 하면 너 다른 애들한테 몇 대 맞는다? 예의가 없다고."

"네."

얀순이는 눈을 크게 떴다.

얀붕이가 존댓말을 하며 누군가를 위에 둔 경험은 몇 년의 시간동안 이어졌다.

그렇기에 당연히 존댓말과 깍듯한 인사 등은 쉬웠지만, 얀순이에게 그것은 약간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흡혈귀들에게 존댓말은 권속이 영원을 함께할 존재에게 하는 표시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흡혈귀끼리 상급자에게 쓰는 경우도 인간보다 적긴 해도 존재하지만.

그래도 얀붕이가 존댓말을 쓰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얀순이였다.

"야! 얀순!"

"어, 애나리스 아냐?"

"오랜만이다."

"너는... 왜 배가..."

"아하하, 그... 알프레드였나? 그런 녀석이 나를 처형하겠다면서 날 아주 고기조각으로 만들어 놓았었는데. 어떤 사냥꾼이 날 살려놓았거든, 그래서 뭐... 보시다시피?"

얀붕이는 들어도 되나 싶은 것을 들어버렸다.

"거기 걔는 권속이야? 오랫동안 친구 찾는다고 마음고생하더니, 웬 성기사를 잡아왔어?"

"애나리스, 너라도 얀붕이 건드리면..."

"아... 알았어, 나도 가봐야겠다. 하하..."

얀순이는 얀붕이를 살짝 뒤에 서게 한 후 파티장으로 걸어갔다.

대부분의 종족들이 모인 가운데, 인간만은 없었다.

"괜찮아, 인간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너같이 권속이 되면 인간이 아니라 그 종족으로 취급해서니까."

"그렇군요..."

'어색해어색해어색해어색해어색해. 얀붕이를 붙잡고 누구를 그렇게 존댓말을 쓰면서 모셨는지 물어보고 싶어...'

"얀순! 왔구나!"

"어... 어! 마리아!"

"가버리셨네..."

혼자 남은 얀붕이는 적당한 구석 자리에 앉아도 되는지를 확인하고 앉았다.

괜히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민폐 끼치면 얀순이가 귀찮으니까.

라는 이유였다.

그가 진작에 마음을 주었다는 것을, 그는 확실하게 모른다.

"저... 그, 권속이세요?"

"네."

'무슨 직업 묻듯이 물어보네.'

"아, 그렇구나?"

"?"

"놀래라, 인간같이 생겨서 처음부터 말 놓아도 되나 했잖아."

얀붕이가 당황했음을 무시하고 그에게 다가간 뱀 수인은.

갑자기 뒤에서 잡아당기는 힘에 끌려나갔다.

"이 녀석, 갑자기 뛰쳐나가서는 다른 분의 권속에게 다가가면 어쩌자는 거냐?"

"그치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인님은..."

"난 너한테 관심 없다. 그런 짓을 해도 내 걱정밖에 안한다."

철벽남에게 달라붙던 뱀 수인은 얀붕이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인파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방금 그년 누구야?"

"아, 그게..."

얀붕이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

얀순이의 눈 안에서 무언가 불타오르는 듯 느꼈다.

얀붕이는 그 공포에,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고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바람핀거야?"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니, 권속 말고. 내가 사랑하는 얀붕이로서 말해봐. 바람폈어?"

"아니야, 정말. 그냥 방금은...!"

얀순이는 거칠게 그를 붙잡고 주문을 무어라 외웠다.

그에 맞춰 얀붕이의 몸은 줄어들어 얀순이와 헤어질 당시의 모습이 되었다.

"가자, 너한테 할 말이 너무 많아."

"으윽..."

---

얀순이는 몇 시간동안 얀붕이를 추궁했다.

그리고 얀붕이는 그제서야 사실을 말할 수 있었다.

"흐윽... 그것도 모르고, 얀붕이한테... 으아아아앙..."

"뚝, 그만. 주인님이잖아."

얀붕이가 달래는 소리에 금방 정신을 차리다가도, 다시 울어버리는 그녀의 머릿속을 한 가지 생각이 지배했다.

"얀붕아."

"응?"

탁.

얀순이가 얀붕이의 넥타이를 잡고 조였다.

살짝 숨쉬기 불편할 정도.

"칠칠맞은 주인님이더라도, 주인에겐 예의를 갖추고... 복종해야지?"

"그렇지...끄윽... 요."

"후후, 좋아. 그럼... 벗어."

"그건 안ㄷ..."

"명령이야♡"

---

side-사냥꾼과 애나리스.

"내가 왔다, 가장 가까운 혈족이여."

"오셨습니까."

그녀가 요구한 대로, 일반적인 인사 수준으로 간소화된 예를 올린 사냥꾼이 그녀에게 피가 담긴 잔을 내밀었다.

"준비해두었... 아."

애나리스는 그 잔을 받아 그의 입에 들이부었다.

당황한 그는 피를 삼키지 않았고, 애나리스는 그의 입을 잔 삼아 키스와 함께 피를 받아먹었다.

"하아... 좋구나..."

"무얼 하시는 겁니까..."

사냥꾼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품에 안긴 그녀가 그의 냄새를 맡았고, 표정이 한순간에 돌변했다.

"너의 피보다는 덜한, 약한 피의 냄새로군. 누구냐?"

"아, 안 계실 때 마리아 양을 뵙고 왔습니다."

"마리아...?"

"예, 자신도 혈족이라 하더군요. 솔직히 진정시키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그녀 또한 사냥꾼이군."

사냥꾼은 애나리스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이었고, 애나리스의 표정은 급격히 나빠졌다.

"그만."

"넵."

"그래, 자네가 하는 일은 야수 사냥이지?"

"그렇습니다."

"그 일의 난이도에 비해, 내 실력은 어떠한가?"

"저보다는 뛰어나십니다."

턱을 만지작거리던 애나리스가 그의 무기 중 톱 단창을 집어들었다.

"나도, 사냥에 참여하겠다."

"예?"

"여우 한 마리를 잡아야겠거든."


















블본 너무 재밌게 했던게 떠올라서 사이드도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