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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방지)


타인의 숨결과 약간의 술냄새, 그리고 이성의 살내음에 

다시한번 내가 먼저 일어나게 되었다. 


어제는... 아니지 

오늘 새벽엔 몆가지 크고 작은 소동이 있었다.


안주임이 자연스럽게 우리집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를 때 까지 

나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말 한마디 못하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나를 무슨 일인지 웃으며 지켜보는 안주임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 퇴근한 나를 맞이해 주던 미소가 바로 저랬었다.


"사랑합니다. 안주희씨. 정말 많이요."


어순도 엉망진창인 고백, '이번년도 최악의 고백' 시상식이 있었다면 당당히 우수상을 받을 만 했다.


하지만, 나의 엉망진창 고백을 들은 안주임은 놀란 듯 동공이 작아졌다.

그리고 비밀번호가 눌려 잠금이 해제된 현관문을 열기보다, 양팔로 나의 목깃을 잡아당기는 안주임 이였다.

키 차이 때문인지, 까치발을 살짝 들어 올렸던 안주임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시간이 지나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다시 작동할 때 까지

그녀는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뭐... 그 뒤로는 묘사하기가 좀 남사시럽다.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기 바빠 겨우겨우 현관문을 다시 열고 들어왔고

제대로된 한국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짐승이 된 두명은

주희가 사왔던 피임기구를 모두 사용하고 나서야, 꼭 껴안은 채 잠에 들었다.


출근하려고 일어났지만

취침시간도 3~4시간밖에 되지 않고

격렬한 근육통에 시달리면서도

한쪽 팔은 주희가 베고 누워있느라 저릿저릿하다.


그러니까


"아... 연차 쓰고 싶다"


로 오늘 아침의 상황을 요약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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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다음날, 남녀 둘이서 동시 연차를 쓴다면 회사에 어떤 소문이 돌지 뻔하다.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우리'는 출근했다.


"늦....늦어서 죄송합니다."


오히려 우리보다 잠은 일찍 잣을거 같았던 진순애 사원이 8시 정각에 겨우 출근하였다.

어쨋든, 지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장엔 역시 맥심이지"

업무 시작 전, 부장이 나를 보며 말한다.


자신같은 아저씨가 여자 직원들한테 커피심부름을 시키면 안된데나 뭐래나.

회식 다음날 부장의 커피심부름은 내가 담당하고 있다.


나도 커피 한 잔이 절실하던 참이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든다.

마침, 맞은 편 자리에 앉아있던 안주임과 눈이 마주친다.

잔잔한 그녀의 미소를 보며, 애써 고개를 돌리려는데

몸을 약간 숙이고 있던 그녀의 셔츠 사이로 속살이 비친다.

오늘 아침, 어떤 멍청한 대리가 새겨놧을 빨간 키스마크가 셔츠 틈새로 보인다.


갑자기 부끄러워진 난,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탕비실로 향했다.

탕비실에서 차장과 안주임의 커피를 타고있던 진순애 사원과 마주쳤다.


"대리님 것도 타드릴까요?"

젊음이란 이런 것인가, 회식의 여파가 전혀 없어보이는 신입사원이였다.


"아뇨. 부장님 것도 타야해서, 제껀 제가 할게요"


나는 좁은 탕비실 틈을 지나 안쪽의 믹스커피로 몸을 향한다.

탕비실이 좁은지라, 진순애 사원과 몸이 스쳐 지나간다.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옷 너머로 부드러운 물체가 느껴진다. 

애써 모르는 척, 커피 두잔을 타고 나온다.


아직 이쪽을 보면서 웃고있는 안주임과 눈이 마추친다. 

나도 싱긋 웃어보이며, 부장에게 커피 배달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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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는 시간들이 흘러갔다.

사내에선 비밀로 연애하자고 결정햇다.

퇴근하면, 먼저 들어와있던 주희가 맥주 한 캔과 함께 날 반겨주었다.

맥주와 넷플릭스 한 편이 끝날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난 주희를 역까지 바래다 주곤 했다.


어쩌다 시간이 맞아 같이 돌아오는 날이면, 주희는 꼭 편의점에 들르곤 했다.

그런 날엔, 주희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회사 생활에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리님, 이 서류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약간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에, 21호의 파데가 어울릴법한 밝은 피부, 심지어 생각보다 업무에도 잘 적응하고 있는 이 진순애 사원 때문이다.


"어떤 걸 말씀하시는거죠?"

최대한 딱딱하게, 사무적으로 대응해본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한다.


"여기 이쪽 명세서 부분이요"

진순애 사원은 앉아있는 내쪽으로 서류를 가져가면서 고개를 살포시 숙인다. 

내 한쪽어깨에 그.... 뭐랄까.... 진순애 사원의 가슴이 닿는다. 당연히 얼굴도 너무나 가깝다. 

그녀의 숨소리가 나의 귓가에 들릴 정도이다.


"이 서류는, 여기 전표에 증빙으로 첨부해주세요. 붙이기 전에, 계산서랑 금액 맞는지 확인해주셔야 해요"

내가 간단하게 답변을 끝내면, 진순애 사원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자리로 돌아가(그래봣자 내 옆자리다.) 업무를 계속한다.


내가 괜히 신경쓰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 봣지만....100% 의도적이다.

나를 제외한 부장이나, 차장이나, 안주임에게 보고를 할땐 거리에 훨씬 여유를 두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한숨을 푹 쉬고 있으니, 맞은편 자리의 안주임이 나를 보고 있기에 싱긋 웃어보인다.

미소엔 미소로 화답하는 안주임을 보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진순애 사원에게서 사적인 접촉은 없엇다.

업무 외 시간에도 연락이 없엇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다시 분기말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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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크런치 모드에 돌입했음에도, 6시가 되자 부장은 위의 대사를 남기며 우리에게서 떠나갔다.

따님에 대한 사랑이 지극정성이다 아주.


확실히. 인력이 늘어나자 저번 분기와는 다르게 업무에 여유가 좀 생겼다.

1명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진순애 사원이 업무를 꽤나 잘 처리해주고 있다.


비슷하게 성격이 밝은 우리 차장님께선, 일도 힘드니 다음주 저녁에 회식을 한번 하자고 하신다.

마감일 직전에 회식이라, 옛날 같으면 꿈도 못꿧을 일이다.


회식 메뉴를 정하기 위해서 잠깐 고민을 하고 있으니, 안주임이


"대리님, 삼겹살 어떠세요?"

라고 제안을 해온다.


요즘 몸무게가 느는 것 같다고 좋아하던 맥주도 자제하는 양반이

다이어트중에 삼겹살이라니. 절로 웃음이 나오지만 꾹 참는다.


"그래요. 저도 마침 삼겹살이 땡기네요"

스윗한 남친답게, 여자친구가 먹고싶어하는 것으로 표심을 모아본다.


다음 날,  회식 날짜는 화요일 저녁, 메뉴는 냉삼말고 생삼으로 결정되었다.

다음 날,  어느 삼겹살 집으로 예약할지 진순애 사원이 나에게 물어본다. 거리감이 가까운지 손등이 내 어깨에 살짝 닿는다.

주말동안 주희는 힘든지 자신의 집에서 쉬겠다고 한다. 간간히 전화통화로 생존상황을 확인해 본다.



그리고 대망의 회식 날이 다가왔다.

내 업무의 진척도가 약간 모자른게 마음에 걸린다. 

이거... 아무래도 회식 끝내고 회사로 다시 돌아가야할 판이다.

주희 걱정시키긴 싫은데, 일단 먹고나서 생각해보자.


"대리님~~ 여기에요 여기!"

정리때문에 늦게 도착한 나를 진순애 사원이 크게 손을 흔들며 날 맞이해준다.

자신의 옆자리가 비었다며 의자를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린다. 안내받은 곳으로 자리에 앉으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내 자리 맞은편에는 (비밀이지만) 여자친구가 앉아 있다.


"조금 늦으셧네요?"

안주임은 싱긋 웃으며 나에게 술 한잔을 따라준다. 

미소에는 미소로 화답하며 감사히 술잔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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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 우리 2차가요 이~~~차!"

일 낫네.. 몆개월 전 상황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즐거운 회식자리였는지 다들 술을 많이 마셧다. 


취기가 알딸딸하게 오른 부장은 

"오늘은 여기까지, 이만 돌아가 주도록 하지"

마치 자신이 빌런이라도 되는 듯한 대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대리님은 여기 신입사원좀 챙겨주세요"

차장은 술이 잔뜩 취한 진순애 사원을 나에게 넘겨주고 돌아갔다.


심지어

"음... 저 속이 안좋아서 먼저 돌아가볼게요"

다이어트한다고 술 한잔을 안먹던 안주임은 삼겹살을 빛의 속도로 흡입하더니 막바지에 속이 안좋다며 날 두고 먼저 돌아갔다.


"2차로 저는 파전이 좋아요 파전!"

파전 같은 소리하네,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물론, 실제로 내뱉지는 않는다.


내 팔뚝에 엉겨붙어있는 이 고주망태를 끌고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느라 나에게 안겨있는 진순애 사원을 겨우겨우 열차에 우겨넣었다.


"에휴... 회식 한번 더하면 이놈의 회사 때려치든가 해야지"

회사 욕을 하면서도, 남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회사로 돌아가고 있는 내 자신이 처량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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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꼴딱 새서 남은 업무를 겨우 끝마쳤다.

주희는 자고있는지 연락이 없다. 출근하면 몸은 어떤지 물어봐야겠다.


새벽에 회사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한 뒤, 내자리에 앉아서 잠깐 눈을 붙였다.


....

.....

......

"~~~님"

"~~님... 대리님 일어나보셔요"


순식간에 해가 중천에 뜨고, 일찍 출근했던 진순애 사원이 자리에서 날 깨운다.

시계는 벌써 7시 30분을 가리키고있다.


"어...음... 깨워줘서 고마워요"


"어제 회사에서 주무신거에요?"


"아니..그... 잠깐 뭐좀 보느라고 돌아 왔다가, 시간이 늦어가지고 여기서 잣어요"

적당히 둘러대본다.


"에구... 저때문에 죄송해요"

알면 됏다.


"커피라도 한잔 타드릴게요.  어머. 이거 어떡하지?"


"무슨 일 잇어요?"


"대리님 셔츠에 아무래도 제 립스틱이 묻었나봐요,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아....."

망했다. 하얀 셔츠에 밝은 분홍색상의 립스틱이 묻어있는데, 남들이 보면 오해할만한 모양새였다.


"아세톤으로 지우면 금방 지워질거에요, 잠깐 가만히 계셔요"

진순애 사원은 휴지에 아세톤을 묻히고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내가 입고있는 셔츠를 잡아당겨 문지르는데, 솔직히 이 상황이 더 안좋아 보인다.


"괜찮으니까, 내가 할게요"

라고 진순애 사원에게서 잠깐 떨어지는데, 사무실 입구에 있는 안주임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그.....안주임, 오해하지 말고 들어?"

대사 선택을 잘못햇다. 100% 오해하게 만들어버렸다.


안주임은 싱긋 웃으며 또각 또각 나에게 다가온다.

미소엔 미소로 화답하고 싶지만 상황이 그렇게 좋지가 않다.


안주임은 진순애 사원을 잠시 나와 떨어뜨린 뒤

...


"철썩"


온 힘을 다해 나의 뺨을 후려갈긴다. 진짜 어금니 나가는 줄 알았다.


"꺄악!"

신입사원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른다. 

때마침 출근한 부장과 옆부서 직원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쏠린다.


그리고 안주임은 가방에서 무언가 기다란 막대기를 꺼내 나에게 던진다.

막대기는 나의 가슴팍에서 한번 퉁 튕기고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무엇인가 확인을 해보니...




....어라?


너무나 놀란 나머지 안주임을 쳐다보았다.


안주임은...

아니 주희는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한 나를 보고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내


"흐어어엉엉엉엉"


아침이라 약간 잠긴 목소리로, 대성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어안이 벙벙하다. 주희가 나를 세차게 때린다.

나는 주희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주희는 서러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대성 통곡을 하면서 나의 명치를 정확히 노려서 때린다.

조금 많이 아프긴 하지만 주희를 좀더 강하게 안아주었다.


"내가 아빠?"


"내가......아빠?"


"내가. 아빠."


"내가... 내가 아빠"


"그래. 내가 아빠"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불안감, 그리고 알수 없는 벅찬 감정이 휘몰아 쳣다.

주희가 때린 명치가 많이 아픈지, 내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사무실에는 대성통곡을 하는 여성의 울음소리와

여성을 끌어 안고 혼이 빠진듯 "내가 아빠"라는 말만 되뇌이고 있는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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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론 정신없는 날들이였다.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본 경험이 있던 부장이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고,

나와 주희를 근처 산부인과로 보냈다.


산부인과에 다녀온 뒤, 회사로 복귀하자 진순애 사원은 연신 나와 주희에게 번갈아가며 사죄를 하였다.

그 몆시간 사이에, 회사에서 나는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나는 최악의 쓰레기남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오해는 한 주 뒤에

프로포즈를 받은 주희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출근하고 나서야 풀리게 되었다.

그녀의 미소는, 그녀의 약지에 끼워져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더 밟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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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면. 난 언제나 주희가 사온 콘돔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