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이는 운동을 좋아해. 직설적으로 말해보자면 M이야.


근육이 찢기고, 멍이 들어앉아서 욱씬거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운동을 계속하는 거지.


초회복이고 뭐고 그런 거 없이 그냥 아프려고 운동을 하는 거야. (관절이나 허리 다치면 운동 못해서 자세는 좋음)


그중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킥복싱이었어. 얀순이가 세게 때리면 상대도 악에 받쳐서 더 세게 때려줬거든.(?)


  얀붕이도 운동을 좋아해. 다만 얀순이처럼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쪽.


이제 지긋지긋한 수험생활도 끝났겠다, 운동을 하기로 결심을 해.


그렇게 동네에 있는 엄청 허름한 킥복싱 짐에 가보게 되지.


  진짜 아무런 기대 없이 등록한 곳이었는데, 이상형인 키 크고 근육이 돋보이는 눈나가 있는 거야...


남자로 태어나서 정상적으로 여의봉이 작동을 하고 있으면 호감이 안 갈 수가 없잖아.


얀붕이는 서툴지만 진심으로 얀순이에게 대쉬를 해. 그리고 어렵지 않게 얀순이와 사귀게 되었지.


  얀순이는 평소에는 되게 거친 말투였지만 밤일을 할 때나, 얀붕이가 갑자기 사랑한다고 말해줄 때면 수줍어하는 성격이 나왔어.


얀붕이는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더 얀순이를 좋아하게 됐지. 이상형 그 자체였어.


가끔 이상하리만치 집요하게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도, 수상한 앱을 깔라고 강요한 것도


모솔인 얀붕이에게는 그냥 커플이라는 게 이런 거겠지? 싶었어. 그런 면면들만 제하면 정말 완벽했으니까.


  한 번은 얀붕이와 얀순이가 크게 싸웠어. 얼마나 크게 싸웠냐면 그 얀순이가 얀붕이한테 저리 꺼지라며 주먹을 휘둘러댔어.


얀붕이도 울면서 몸부림치는 얀순이가 불쌍했지만, 자기도 화가 났는데 어떻게 바로 전부 없던 일로 하고 위로를 해주겠어.


얘기를 해도 조금 시간을 갖고 해야겠다. 싶어서 말없이 떠나갔지.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얀순이는 날이 가면 갈수록 몸과 정신 모두 피폐해갔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운동은 커녕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있었지.


그러다가 문득 얀붕이가 자길 버리고 다른 여자애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버리고 말아.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다리에 힘이 탁 풀렸어. 얀순이는 정신적으로 거의 죽은 상태로 연신 사과의 말을 중얼댔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얀붕이에게 전화를 걸고 미친듯이 기도했어.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 여보세요? 누나야?"


"...!! 여보세요??"


"누나, 목소리가 왜그래요? 괜찮아요?"


"어? 으, 으흠. 감기 걸렸어..."


"... 누나. 제가 잘못했어요. 그냥 잘 해보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안 되는 것 같아서 조급했어요. 만나서-"


"응!!! 지금 나갈게!!!"


툭.


"어, 어라...?"


  얀순이는 물도 밥도 못 먹어서 푸석해진 몸뚱아리에 물과 샌드위치를 쑤셔넣고, 샤워를 했어.


외출 준비까지 마치고 본 얀붕이의 위치는 동네 공원. 마침 근처였지.


얀붕이와의 거리 500m, 400m, 300m, 그리고... 얀붕이가 웬 처음보는 년이랑 웃으면서 대화하는 걸 보게되지.


얀순이는 이성의 끈이 끊어져서 곧바로 얀붕이에게 달려들었어.


얀붕이 뒤쪽으로 달려들어서 뒤통수에 한 방, 벤치를 뛰어넘어서 쓰러진 얀붕이 위로 올라타고 주먹질을 해댔지.


쾅. 퍽. 쿵.


듣기에 끔찍한 소리가 공원에 울려퍼졌어. 얀붕이랑 대화하던 여자는 겁을 집어먹고 도망친지 오래였고.


얀순이는 한참을 얀붕이를 때리고도 정념이 가라앉지를 않았어. 감정이 너무 복잡해서 자꾸만 얀붕이를 때리다가도


입술에 뽀뽀를 하고는 다시 때리기 시작, 한참을 때리다가 헉헉거리며 얀붕이에게 키스를 했지.


"이... 이읶...! 쭙... 쭈웁... 파하! ... 으... 아아아!!!!"


얀순이의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았어. 오히려 얀붕이를 때리면 때릴수록, 몸을 탐하면 탐할수록 더해져서


결국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웃고있었지. 얀순이 자신도 그게 기쁨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알 수 없었어.


정신을 차리고보니 힘없이 축 늘어진 얀붕이의 몸을 들고 집까지 와있었어.


그제서야 정신이 든 얀순이는 갑자기 몸을 벌벌 떨면서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ㄴㄴㄴ, 내가 무, 무슨 짓을 한 ㄱㄱ거... 으..."


그때 얀순이의 눈에 우연히 얀붕이가 밤에 써주었으면 해서 사뒀던 수갑이 눈에 들어와.


대체 어떻게 구한 건지 진짜 수갑이었는데, 그걸로 얀붕이를 침대에 묶어버리고, 살아있는지 확인해봤어.


얀순이가 자기도 모르게 힘조절을 했는지, 아니면 생각보다 심하게 때린 게 아닌건지 얀붕이는 무사히 숨을 쉬고 있었어.


얀순이는 그 자리에서 마음을 닫아버리고, 얀붕이가 더이상 다른 여자를 보지 못하게 가둬버리기로 결심하지.


후에 얀붕이는 머리를 다친 후유증으로 실어증에 걸리고, 유아퇴행을 하게 되지만 뭐 어때.


불쑥불쑥 서버리는 못된 신체부위도,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화장실도 못 가는 것도, 모두 얀순이가 해결해주면 되는 거니까.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