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토해낼 때마다 새하얀 김이 증기 기관차의 그것처럼 뿜어져 나온다. 팔 다리가 땅과 허공을 가를 때마다 몸의 땀이 기화하듯 뿜어져 나오며 흰색 증기를 토해낸다. 


달린다.


그럼에도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일 없이 정확히 정면을 바라보는 고개는 두 눈을 통해서 어디로 가야 할 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가로막는 것이 없는지, 진로를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 자동차에 올라탄 것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 다가오는 길목에서도 신속한 판단이 이루어진다.


달린다.


목표는 하나. 목적은 하나. 오롯이 도달해야 하는 곳이 있고 반드시 도달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까 누구도 말릴 수 없이 감히 그 앞길을 막아서야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기세를 살려 달렸다. 누군가는 그렇기에 그것을 황제의 신위라고 부른다. 범접할 수 없다. 막을 수 없다. 감히 그 앞에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달린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불안감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거친 숨은 달리기가 아니라 앞에 있을 광경의 상상 때문에 벌어진다. 두려움, 공포, 분노, 그리고 증오가 단 하나의 행동만을 떠올리게 만들고 이행하게끔 충동한다. 세상이 그 달리기를 따라잡기 전에, 먼저 내달려 거리를 벌리려고 할 만큼의 압도적인 행위.


더욱 빨라지는 달리기.


속도를 줄이는 건 최후의 코너에서. 그리고 그 코너를 부드럽게 돌아내며 가장 완벽한 코스를 그려낸다. 황제가 얼마나 달렸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기에 황제라고 불리는 것임을 아직도 알지 못하나? 문을 부수고 박차 들어서자 거기에는 황제의 것을 탐한 이가 싸늘한 시선을 던지며 마주 서 있었다.


황제가 더 빨랐다. 황제의 시선은 수면제를 먹고 잠든 트레이너에게 닿는다. 그는 참으로 평안해 보여서, 문득 황제 스스로에게 굳이 이 평화를 깰 필요가 있겠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황제는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고, 온 몸에서 기세처럼 하얀 증기를 뿜어내며 자기 앞의 반역자를 주시한다.


"테이오, 거기까지 하도록 해. 너가 노린다고 얻을 수 있는 이가 아니야. 그는 나의 트레이너야. 황제의 것을 탐한다면, 그 대가를 치룰 준비는 되어 있겠지."


하지만 황제 스스로도 아는 것처럼, 원래 제왕이란 필연적으로 패왕의 자리에 닿고 나서야 비로소 칭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권력이 스스로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더 힘을 탐하고 탐하다가, 그렇게 제 스스로 감당할 수 없어서 붕괴되어 썩어가는 것처럼. 


토카이 테이오가 그걸 그만두는 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좋아하니까. 그런 단순하고도 증오스러울 정도로 간단한 문장은 마법이나 다름 없다. 저주, 마법, 주술적인 힘이자 동시에 본능이다. 뇌가 경종을 울리며 완전히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미쳐 날뛰게 만드는 단 하나의 목적이다.


황제의 달리기가 벼락을 내리치며 제왕의 반역을 틀어막은 것처럼. 제왕은 자신의 반란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제 목숨이라도 걸어야만 한다. 아, 물론 멈춘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버렸다. 그러니까 죽어버려라. 황제는 이제 퇴물이 되어 제왕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만이 남았다.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달려들고, 이내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가 기숙사를 흔든다.


트레이너가 일어날 즈음에는, 아마 결판이 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