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김 얀붕


대학 졸업후 바로 일본 트레센 학원에 취업하고 첫 전담 우마무스메를 맡고 전담 트레이너가 되었던 나는


“의문…. 정말 그만둘텐가?”


일년도 안된 사이, 내 커리어의 종막을 알렸다.


클래식 시즌 5월 중반…..


여름이었다.










어릴적 우리집은 갑자기 부유해졌다.


할아버지의 우마무스메 경주에서 역배중에 역배가 터진것이다.


골치덕거리던 할아버지가 우리집의 기둥이 된 이유가도 하다.


그런 할아버지는 다행히도 바로 그쪽에 손을 씻었고 나를 데리고 돌아다니며 건전하게 경주를 즐기셨다.


난 아직 비오는 날, 한국에서 최대크기로 열리는 경주를 보러갔다.


인간보다 더 높은 신진대사를 가진 그녀들은 겨울철에는 몸에서 김이 나는듯한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여름철 빗길 아래 그녀들은 다시 그 김을 뿜어댔다.


모두 천천히 몸을 풀며 게이트에 들어갈때 김으로 둘러쌓인 그녀들은 마치 인간을 아득히 넘어선 무언가로 보였고, 그날 난 그 풍경에 압도되었다.


그런 그녀들 옆에 나란히 서보고 싶었다. 그것만으로 인간보다 뛰어난 사람이 될 거 같았기에


그녀들과 같은 길을 걷고 싶었다.


비내리는 호남스언~ 남행을차에~


일본 공항에 울리는 구수한 가락, 내 핸드폰이었다.


“예 할아버지”


“얀붕아 오늘 오는게냐?”


“예 뭐…. 그렇게 됬습니다”


“그르냐? 그르면 뭐….”


처음 트레이너를 그만둔다 했을때 집안에서 중립을 고수하시던 할아버지다.


‘트레이너를 그만 두는건 상관 없다. 하지만 마음속에 쌓은걸 들고 한국에 돌아오지 말도록’이라는 지극히 평소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던걸 또 말하셨지


“쌓인거 없습니다…”


전화를 받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한국어에 놀란건지 나때문에 놀란건지 모두 나를 보며 수근대서 다시 자리를 내려다 봤다.


내가 봐도 소박한 짐과 얇은 시사잡지.


시사잡지를 구기듯 집어던져 쓰레기통에 정확히 박아넣었다.


모자를 구겨 쓰고 비행기로 향하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마음에 쌓인건 없습니다 걱정마세요”


잡지보다 구겨진 마음만 남았다는 뒷말은 끝내 목을 넘지 못하고 삼켜졌다.





오랜만에 한국은 나 빼고 다 바뀌었다. 내가 가던 단골 골목식당마저 리모델링했으니 할말 다 했지 뭐


그 가게에서 오랫만에 만난 동창들과 술을 마셨다. 리모델링 전 우리와 리모델링 후 우리도 달라졌다.


모두 번듯한 직장에 들어갈때 홀로 직장에서 나왔다.


다시는 트레이너따윈 하지 않을테니 뭐 무경력 실직자나 마찬가지인 상황.


가게에 들어오며 본 폐업한채 가게를 내놓은 그 상황이 마치 나를 보는듯 했다.


“…..그러는 와중 아그네스 타키온의 트레이너였던 김얀붕씨는 결국 트레이너를 그만두어 다시 한번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모! 티비좀 딴데 틀던 끄던 해주세요”


구겨진 마음에 자존심은 남은건지 식당 주인분께 채널좀 바꾸라 했다.


“아유 총각 기다려봐 사람이 세상 돌아가는 꼴은 알아야지…. 근데 지금 저거 총각…”


“아줌마!!!”


나도 모르게 소리지르며 일어났다.


또 관심을 끌어버렸다.


“죄송함다 취했나봐요”


내 몫을 계산하고 먼저 나왔다. 다음 직업은 관심을 끌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찾아야지.


골목에서 나와 큰 길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비는 또 와 쏟아지는지 기분을 잡쳐 택시를 탈려다 방금 술비로 용돈을 다 쎃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집 방향 버스하나타고 창가에 앉았다.


주변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비에 젖은 내 꼴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무렴 모자에 마스크까지 했는데 알아볼까


버스 에어컨에 옷이 말라 납작납작 몸에 달라붙었다.


마르지 않는 창밖 하늘을 보았다.


덜 마른 내가 자꾸 비쳐 구경하기 어려웠다. 그런 나는 김따위 피어오르지 않았다.


“하나님 보시기 마땅합니까….”


이 꼴이 마땅 합니까….?






몇일 후 나는 집 근처 편의점에 취업했다. 알바이긴 하지만 두 파트를 동시에 해서 몸에 부담은 갈지라도 돈은 꽤 짭짤했다.


새벽파트까지 하기에 온갖 잡진상 다 봤지만 트레센 학원의 경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


골드쉽 너는 내 훌륭한 멘탈 트레이너였구나.


칭찬 아니니까 내 상상속에서 따봉하지마


아무튼 이렇게 몇달 보내며 다음 직업을 알아보도록 할까


딸랑~


가게 종이 울렸다.


노트북으로 회사를 찾다 뒤는게 봤다.


코너 사이로 사라지는 갈색 꼬리.


이 근처에 경기장이 있어 우마무스메들이 자주 오기도 해서 놀라진 않았다. 


가끔 추파를 날리긴 해도 거절하면 순순히 포기했다.


쪼르륵 


바닥에 남은 홍차를 빨아마셨다.

예의 없을지 몰라도 이렇게 빨대로 소리를 내면 나를 의식하고 훔칠려던 놈도 돌려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깡따구도 작지….


[이거 계산해주세요]


익숙한 목소리에 익숙한 말투.


나는 놀라 올려다 봤다.


“너가…. 아니”[너가 어째서….]


일본어를 쓴 상대에 맞추어 일본어로 급히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본 모습보다 초췌해진 모습. 하지만 분명 내 동경이었고 내 파트너였다.


[타키온… 왜그래? 상처 덧났어? 한국에서 치료받아?]


[트레이너…. 너는 참 한결….같지는 않겠구나 우리 둘 다…]


무거운 침묵이 돌았다.


포털의 시사창에는 카페의 더비 우승소식이 올라오던 그 순간에


틀어져 버린 사이의 우린 일년만에 재회했다.









얀붕 그는 꽤나 좋은 트레이너였다.


내 모든 실험에 참가해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 내 가사 전반을 모두 대신했다.


카페는 그런 트레이너를 보며 평소에 잘해두라 일렀었다.


저런 자일수록 갑자기 비면 그 자리를 느끼게 된다고 친구가 말해주었다.


바보같은 소리라 생각했다. 아직 계약기간은 많이 남았고 계획은 곧 마무리 된다.


더이상 트레이닝은 필요 없다.


트레이너에겐 미안하지만 첫 우마무스메라고 부상은퇴 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설거지 하는 그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당연히 그가 쭉 거기 있을거라 생각했다.



갑작스레 늘어난 광량에 눈이 광순응하지 못해 통각신경에서 고통이라 알림보낼 지경이라 근처 학술지로 얼굴을 덮었다.


“그만 일어나시죠 아그네스 타키온”


“카페군인가? 역시 오늘도 쌀쌀맞군.”


“장난은 그만하고 제발…. 제발 주변을 좀 보세요!”


평소의 맨하탄 카페가 아니라 다른 사람처럼 소리치길래 결국 일어나 누워있던 소파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차다 못해 넘쳐 산을 쌓은 빨래.


음식을 간 흔적이 그대로 남은 믹서.


뿌옇게 먼지 날리는 공기와 대부분의 먼지가 가라앉은 바닥과 실험기구들.


“평소대로지 않은가?”


“트레이너가 있던 그 시절의 평소입니까?”


“그 시절은 이야기 하지 말게 그땐 둘 다 미성숙 했을 뿐이야”


“미성숙 했던건 당신뿐이지 않습니까! 누가 저를 최고의 우마무스메로 만들어 달라, 우마무스메의 한계를 넘겨달라!….. 그렇게…. 말하기라도 했습니까….?”


“미안하지만 그저 플랜 B였네. 그래도 우마무스메의 한계 넘어를 볼 수 있게돠어”


“그게 저였어야만 했냐고요!”


아까는 화내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바뀌더니 다시 화내기 시작했다. 평소와 너무 다른 모습에 적응이 어렵다.


“친구가 그렇게 묻던가?”


“말돌리지 마시죠 아그네스 타키온씨. 미성숙한 당신의 그 결정이 그도, 당신도 이 지옥에 밑천까지 끌어내린거니까”


“그가 갑자기 왜 나오나!”


나도 모르게 머리에 열이 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학술지는 결국 내 위에서 떨어져 자유낙하 한 뒤 먼지 잔뚝 쌓인 바닥에서 스스로 덮여 맨 윗장을 보여주었다.


그와 계약 후 처음 내 논문을 투고하러 나간 날, 처음으로 기자에게 사진찍히던 순간이 올라간 학술지의 표지.


나도 모르게 심장이 저렸다.


“트레이너가 보고싶었던게 우마무스메의 한계 같습니까?”


“맨하탄 카페 나가게 오늘따라 피곤하니 다시 한 숨 자야겠네”


“그가 진정 보고 싶었던건!”


“지금 나가라 하지 않았나!!!”


“당신과 함께 선 정상이었다고!!!”


으르렁 대는 두 우마무스메의 울음소리. 그 두 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우는건 간단한 일이었고 문 뒤에서 엿듣던 기자나 학생들의 고막에 치명상을 입히기 충분했다.


“그의 꿈을 집밟고, 당신의 다리의 건강을 포기하며 본 한계가 마음에 드시니 다행이겠습니다.”


그녀는 대충 인사하고 연구실 문을 열어 인파를 헤치고 사라졌다.


“나라고 그정도로 사라질줄 알았다면…”


불끈 쥐인 두 손의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찢어버리고 선혈을 흐르게 했다.


그가 정리해주지 않아 내가 물어뜯어 정리한 너덜거리는 손톱만큼 내 마음도 너덜댔다.


하…. 과학의 길을 걷는 자가 마음을 운운하다니….


“플랜 B 따윈 실행하지도 않았어”


눈치 좋은건지 기자는 사진찍지도 않고 조용히 문을 닫아주었다.


그는 나중에 “노을 역광에 비추어져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듯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고 자신의 기사에 적었다.






그건 사츠키상 직전의 이야기였다.


선천적 장애가 있던 내 다리로는 짧은 선수생활을 뒤로한채 끝을 맺을수도 있었다.


트레이너는 그 사실을 몰랐다.

애초에 남에게 잘 말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 밖에.


그래서 플랜B를 세웠다. 약물과 재활로 내 다리의 복구가 실패하면 내 실험의 정수를 다른 우마무스메에게 넘겨 그 한계를 시험한다.


그 정수에는 트레이너의 트레이닝 기술도 있을테니 그도 지분이 있다. 따라서 그도 인정할거다. 같은 착각을 했다.


나는 이미 그가 내 행보탓에 내외에서 쪼아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었지만 피곤하고나 씁쓸한 표정을 지어도 내가 우린 홍차에 웃는 꼴을 보며 이정도면 좋은 상이라 착각했다.


밤새 생각해 내린 결정에 피곤해 보였는지 그가 날 걱정했지만 난 괜찮다고 바로 경주에 들어갔다.


그의 트레이닝 덕에 1착, 하지만 피로탓에 마무리가 어설퍼 왼쪽 무릎에 하중이 실려 부상이 악화되었다.


이젠 진짜 플랜 B로 넘어갈 차례


난 신나서 안아온 그의 품에 안겨 NHK마일컵에 출전하겠다 말하였다.


그는 나에게 생각이 있다 생각했는지 흔쾌히 수락했고


난 그가 날 떠난 이후 그 일을 매시 매분 매초 후회했다.







[트레이너 돌아가자]


[그게 뭔 소리야 돌아가자니]


[아하하 너나 나나 둘 다 눈치가 이리 없을수가. 자네가 떠난 이후 난 너무 큰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다네. 그러니 부탁이니까 응? 내가 내 빨래도 다했어 처,청소도 다 했다네. 더이상 믹서에 갈아서 끼니를 때우지 않도록 요리도 배웠다네 그러니 제발… 제발 내 곁으로 돌아와다오….]


내 팔소매를 잡고 늘어진 그녀의 모습에 꺼림직함을 느끼고 밀어냈다.


그럴줄 정말 몰랐는지 충격받은 두 눈이 날 바라보았다.


[싫어… 싫어 너가 없다면 나는… 내 존재 의의는…]


[타키온 제발 돌아가 우리 이제 남남이야. 난 더이상 트레이너를 하지 않기로 했어]


곧 바로 다시 달려들어 여기저기 옷을 꼬집듯 잡았다 놓으며 손이 점점 올라오더니 멱살을 잡고 자신하고 키가 맞을 정도로 끌어내렸다.


[후 타키온, 넌 부상으로 은퇴했고, 난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학원에서 나왔다. 계약에 묶였다 한들 우리 둘은 더이상 함께 있을 필요가 없다. 라고 결론 내릴수 있]


갑작스레 부드러운 것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거칠면서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열었고, 그녀의 부드러운 혀가 내 혀룰 감싸며 익숙한 형태를 넘겨 목 너머로 넘어가게 했다.


[미안… 미안 트레이너. 이렇게 까지 하지 않으면…. 그래도 걱정마 주변 cctv는 미리 손 봤어. 이 나라는 무슨 면적당 cctv비율이 이렇게 높은지 원….]


계속해서 사과하는 그녀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점점 내 몸에 힘이 풀리고 의식이 멀어져가고 있었기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 당연했다.









난 그날부로 지하 벙커에서 살게 되었다.


우리의 크레이지매드사이언티스트께서 직접 지은 이 벙커는 한번 들어오면 입구는 무슨 입구의 흔적마저 없애는 미친 기능이 있었다.


“자 트레이너 아하게”


이런 이상한 공간에서 타키온은 내 수발을 들으며 떠받듯 생활했다.


가장 큰 문제라 하면 이 년이 여길 나갈 생각이 없다는 것.


이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는게 분명하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트레이너 오늘 혹시 가능하다면….. 밤에 동침해도… 될까?”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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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을 안 하는 사람을 위한 설명:타키온은 특이하게 패배 확정 이벤트가 숨겨져 있다.


킷카상을 컨디션 보통 이하로 뛰게되면 갑자기 다음 목표가 NHK마일컵으로 바뀌는데 타키온의 마일적성은 D라서 사살상 패배이벤트. 이겨도 별 텍스트가 안 나온다는 모양임


실제 말이 킷카상까지만 뛰고 연습중 부상으로 은퇴한것에 대한 고증이라 볼 수 있음


왜 이런 말을 하냐 물으신다면


싯팔 이 놈이 갑자기 킷카상 직전에 컨디션 두개 연속으로 떨궈서 패배이밴트 보고 현타와서 그날 말딸 그만두고 갤질하다 이 글을 끄적임.


제목이 개 억까라 하는 이유임 이 글은 진짜 무지성이라 결말 찍사고 끝났다는 느낌이 심함


다음 단편은 카페로 해볼까


그림 픽시브 : 100453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