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옆에서 공부하는 이 남자애, 이 남자애는 나를 좋아한다.




중학교 때부터 나 좋다고 따라다닌 남자애.




이름은 정하늘, 나를 왜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조금 꼬리 치긴 했지만.




하지만 나는 별로 연인관계가 되고 싶다던가 그런 생각은 없다.




남들보다 조금 큰 키, 남들보다 조금 좋은 비율, 남들보다 조금 잘생긴 얼굴.




하지만 그게 다다.




매력이 없다랄까? 이 애와 있는 시간이 전혀 설레지 않는다.




하늘이는 그저 하늘이보다 못난 남자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방파제 같은 존재이다.




난 하늘이보다 멋지고 완벽한 남자를 만날 것이다. 난 그럴 자격이 있으니깐.




그런데도 지금 이 애와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이유.




우월감.




이 애와 있으면 다른 여자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질투한다.




너네 같은 놈들과 나의 계급이 뚜렷해 진다.




너네는 나를 찬양하고 높여 보는 존재, 나는 그런 너희를 내려보는 존재.




그런 상황들이 나를 만족스럽게 만든다.






'하아, 얘는 진짜 공부만 하러 왔나.. 웬일로 도서관 가자고 해서 기껏 시간 내서 왔더니.'






"하늘아 우리 잠깐 쉬다 공부할래?"






"그래, 그러자."






무뚝뚝한 데다 말수도 적고 역시 재미없다.




다른 여자들은 이 애가 뭐가 좋은 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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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쉬고 있는데 우리 학교 여자애들이 지나간다.




우릴 알아본 듯한 눈치다.






'잠깐 기분전환 좀 해 볼까.'






"하늘아, 가까이 와봐 머리카락 묻었어."






머리카락을 떼는 척 손으로 하늘이의 얼굴을 훑고 지나간다.




하늘이의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양쪽 귀가 사과처럼 빨개졌다.




하늘이는 고개를 숙이고 살짝 웃는다.




이걸 본 여자애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저거다. 저 표정이 너무 좋아 미치겠다.




너희가 평생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일.




그 일을 난 이렇게 쉽게 이뤄낸다.




그녀들의 표정을 충분히 만끽한 후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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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이게 뭘까.'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니 하늘이의 자리에 웬 음료수가 있다.




포스트잇에 머라 머라 편지도 쓴 것 같다.




하늘이는 잠시 가만히 음료수를 지켜보다 포스트잇을 떼어내고, 음료수를 나에게 건네준다.






"현아야, 이거 너 먹어."






"어? 그래도 돼..? 누가 너 주려고 한 거 같은데.."






"응, 괜찮아. 그리고 나 탄산음료는 싫어해서."






'음~ 우리 하늘이 기특해~ 내가 엉뚱한 생각 할까 봐 이러는 거야?'






"고마워 하늘아, 잘 마실게."






하늘이에게서 음료수를 건네받았다.




어디선가 보고 있을 그녀가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웃으면서.




하늘이는 고백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가 그 고백을 받을까 봐 걱정해본 적은 없다.




왜냐하면 하늘이는 날 좋아하고, 나에게 고백도 했었기 때문이다.




잠깐 옛날이야기를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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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와 첫 만남은 중학교 1학년 방송부실이었다.




나는 영화감독이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방송부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만난 하늘이, 친구 없이 끝자리에서 휴대폰을 하는 아이였다.




키는 나랑 비슷해 보였고, 피부는 새하야며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듯 귀여운 외모였다.






'나쁘지 않게 생겨선 왜 혼자 있대, 애들한테 말 걸면 잘 받아줄 텐데.'






그렇게 하늘이와 별 인연 없이 1년이 지나가고 2학년이 되었다.




새로 배정받은 반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새하얀 피부에 귀여운 외모, 하늘이었다.




여전히 혼자 앞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하는 하늘이, 아직 친구를 못 사귄듯하다.




이제 1년 동안 같이 지낼 친구인데 인사나 해볼 생각으로 하늘이에게 다가갔다.






"안녕 하늘아?"






"... 안녕 현아야."






"뭐야 하늘아, 내 이름 알고 있었어?"






"응, 너도 방송부잖아."






살짝 웃는 하늘이.






'뭐야 웃기도 하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깐 잘생긴  거 같기도 하고.'






"계속 휴대폰 보던데, 뭐 보고 있었어 하늘아?"






"영화 보고 있었어. 영화 좋아하거든."






"와, 진짜? 나도 영화 좋아하는데!"






그렇게 그날은 하늘이와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아마 이때부터였던 거 같다. 하늘이가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한 건.




내가 하자는 건 다 하고, 언제든 내 편을 들어주는 하늘이.




어느샌가 친구들 사이에선 우리 둘이 사귄다는 소문도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소문에 조금씩 짜증이 났다.




하늘이처럼 조용하고 재미없는 건 전혀 내 스타일도 아니고, 이런 소문이 돌아다니면 다른 남자들이랑도 조금씩 멀어질 테니깐.




그 이후로 전처럼은 아니지만, 친구 사이 정도로만 보이게 하늘이와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 덕에 소문은 잊혀졌고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왔다. 




하늘이와 조금 멀어졌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건 없었다.




시간이 더 지나서 3학년이 되었고, 하늘이와는 다른 반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방송부실에 처음 보는 남학생이 있었다.




키도 크고, 잘생긴 남학생.




그런 남학생이 나를 향해 인사를 한다.






"현아야 안녕? 오랜만이야."






"너 하늘이야? 뭐야 하늘아 너 왜 이렇게 멋있어졌어!"






놀랐다. 나만 했던 아이가 이렇게 커지다니 젖살도 빠지니 귀여웠던 얼굴이 잘생겨진 거 같다.






"현아야, 아는 친구야..?"






옆에 있던 내 친구가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본다.




친구의 놀란 표정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세게 뛰기 시작한다.




뭘까 이 기분은? 처음 느껴보지만,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어. 우리 엄청 친해! 맞지 하늘아?"






"어? 마, 맞아 우리 엄청 친하지."






내 양손으로 하늘이의 오른손을 꼭 잡는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웃는 하늘이, 하늘이의 귀가 새빨개졌다.






'뭐야, 지금 부끄러워하는 건가? 설마 진짜 나를 좋아했나? 이런 애랑 가까이 지내서 나쁜 건 없지.'






"하늘아 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 있어?"






"응, 난 시간 많아."






"그럼 나랑 밥 먹으러 갈래? 터미널에 새로 생긴 초밥집이 있는데 혼자 가기 조금 그랬거든."






"그래, 좋아."






"아, 전화번호도 알려줄게 끝나면 이 번호로 전화해."






내 친구가 옆에 있어서 그랬을까? 하늘이와 저녁 약속을 잡아버렸다.




반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가 부러운 듯 은근히 나에게 하늘이와 친해지고 싶다고 한다.




친구와 나 사이에 큰 급의 차이가 있는 듯한 기분.




나는 그날의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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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야기는 길어지면 지루할까 봐 이번화에 끝내려 했는데 마음대로 안되네요 좀만 참아주십쇼


20


고정닉 7



1


힛추





그날 저녁 학교가 끝나고 약속대로 하늘이와 밥을 먹으러 갔다.






"어때 하늘아? 여기 비싸지도 않고 양도 많아서 좋지?"






"응, 좋다."






'뭐야, 아까부터 내 말에 대답만 하고, 나만 얘기하는 거 같잖아. 날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늘아, 혹시 내가 시간을 뺏은 거니..?"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아까부터 나만 얘기하는 거 같고.. 내가 불편한가 해서.."






"그런 거 아니야 현아야..! 내가 원래 말수가 적어서 그래. 너랑 같이 밥 먹을 수 있어서 지금 정말 기분 좋은걸?"






"정말로? 나랑 같이 있어서 좋은 거야?"






"... 응.."






'아, 또 귀 빨개졌다. 하늘이 꽤 순진한 게 알기 쉽구나.'






그때 옆 테이블에 여자 두 명이 우리 쪽을 힐끔거린다.






'하늘아 너 나 좋아하는 거니깐 이런 짓 해도 되는 거지?'






"하늘아 이것도 먹어봐, 엄청 맛있어!"






초밥 하나를 집어 하늘이 입에 먹여주었다.




순간 멈칫했지만 금세 받아먹는 하늘이.




옆 테이블의 여자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불쌍한 년들, 자기 급에 맞는 남자를 만나라고.'






그날은 그렇게 밥을 다 먹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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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다시 하늘이와 나는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갔다.




쉬는 시간마다 우리 반으로 찾아오는 하늘이, 언제든지 내 편을 들어주는 하늘이로.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싫은 느낌이 없다.




오히려 내 쪽에서 환영이다. 하늘이가 날 좋아하는 티를 더 팍팍 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여자애들이 날 우러러볼 테니깐.




이러한 일상이 지속되었고, 어느새 시간은 흘러 졸업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졸업식 전날 하늘이는 나에게 고백을 했다.






"현아야, 나 널 좋아해. 나랑 사귀어줘."






또다시 빨개진 하늘이의 귀 하지만 눈은 어느 때보다 맑고 힘이 가득 차 있었다.






'뭐야, 이건 조금 곤란한데.. 난 더 완벽한 남자를 만날 거야 하늘아.'






"고마워, 정말 기뻐 하늘아. 근데 우리 이제 고등학생이잖아. 공부도 더 해야 하고, 지금보다 훨씬 바빠질 거야. 오늘 고백 조금만 미뤄줄 수 있어?"






".. 알겠어 현아야. 나중에 더 멋지게 고백할게, 꼭 기다려줘."






"응. 기다리고 있을게!"






'어떻게 잘 넘긴 거 같네. 미안해 하늘아, 넌 내 옆에서 계속 지금처럼 있어 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하늘이와 나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평상의 일상을 보내며 졸업식은 아무 일도 없이 끝마쳤다.


  


그리고 우린 중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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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처음 쳐보는 모의고사부터, 복습하지 않으면 진도를 따라가기 힘든 수업들까지.




이런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1학기가 금세 지나갔다.




하루는 중간고사를 대비해서 방송실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늘이 얘는 같이 공부하기로 해놓고,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드르륵, 쾅!




누군가 문을 부슬 듯한 기세로 열고 들어왔다.




나는 놀란 눈으로 문 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살짝 컬이 들어간 단발머리에 사나운 눈매를  가진 여자애가 서 있었다.




그 여자애의 이름은 강예지, 사고도 자주 치고 노는 애들과 어울려 다니는 질 나쁜 아이.






'저런 애랑 엮여서 좋을 거 하나 없는데.'






"저, 무슨 일 있..."






"야, 정하늘 어딨냐?"






'이건 무슨 개소리야.'






"나도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하늘이한테 볼일 있니?"






"넌 알 거 없어. 아이씨, 어디 있는 거야."






자기 할 말만 하고 나가버리는 예지.




잠시 후, 하늘이가 들어왔다.






"미안해 현아야, 내가 많이 늦었지."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아 참, 하늘아 너 강예지라는 애 알아? 널 찾고 있던데?"






"아, 나한테 뭘 맡겼는데 진짜 중요한 물건이니깐 오늘 꼭 돌려달라고 부탁받았어. 근데 아무리 찾아도 없네."






"뭐? 그럼 지금 강예지 찾다가 늦은 거야?"






하늘이에게 나는 언제나 1순위 이여야 하는데 그깟 수준 낮은 년 때문에 내가 밀렸다는 게 화가 났다.






"어? 그렇긴 한데.. 늦어서 미안해 현아야.. 화내지 마.."






"됐고, 그 중요한 물건이 뭔데 이리 줘봐."






"그게.. 이건데.."






하늘이가 가방에서 담배를 꺼낸다.






'하, 진짜 어이가 없네 그년. 어떻게든 엮여보려고 별짓을 다 하는구나.'






"이리 줘 내가 선생님께 말씀드릴게."






"그건 그 애한테 너무 미안한데.. 내가 잘 해결할 게 현아야.."






".. 그래 너 맘대로 해. 난 먼저 갈게."






하늘이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방송실을 떠났다.




그리고 화장실 제일 끝 칸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변기에 앉아 화를 식혔다.




이게 뭐라고 화나는 걸까?




하늘이는 언제나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데, 다른 년 편을 들어줘서?




어쨌거나 강예지, 그 상년이 너무나도 짜증 난다.




하늘이는 내껀데,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못 쓰는데.




그렇게 부글부글 끓는 속을 시키고 있을 때, 화장실로 여자들이 들어왔다.






"야, 유현아 그년 진짜 재수 없지 않냐? 지 잘났다는 듯이 행동하는 거 진심 개 역겨워."






"인정~ 옆에 정하늘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 하늘이는 그 거머리 같은 새끼가 뭐가 좋다고 따라다니는 건지."






"나 정도는 돼야 하늘이가 따라다닐 만할 텐데."






"또 선 넘지.."






여자애들이 화장실을 나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터질 것만 같았던 머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진다.




평소 해본 적 없는 걱정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오늘 하늘이가 처음으로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나를 두고 다른 년을 편들어 주었다.




혹시라도 하늘이와 멀어지게 되면 어떡하지?




하늘이가 날 싫어하게 되면?




'안돼. 그럴 순 없어. 어떡하지? 그래 맞아, 사과하자. 응, 하늘이는 날 좋아하니깐 분명 용서해 줄 거야. 분명해!'






나는 다시 방송실로 뛰어가 봤지만, 방송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떡하지 하늘이가 없어. 괜찮아, 내일 사과하면 돼. 직접 만나서 사과하면 받아줄 거야.'






나는 집으로 돌아가 내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나는 하늘이를 찾아갔다.




붐비는 학생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하늘이를 발견했다.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도 잠시, 다시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강예지. 그년이 하늘이 옆에 같이 있었다.






'안돼, 이러면 안 되지.. 어제처럼 실수해선 안 돼.'






천천히 심호흡을 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늘이에게 다가갔다.






"저기.. 하늘아? 나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아, 현아야.."






"뭐야 얘가 유현아였어? 어제 삐져서 지 멋대로 먼저 뛰쳐나갔다며? 찌질한 년."






나를 보며 기분 나쁘게 비웃는 강예지.






'쟤가 어제 일을 어떻게 알고 있지? 설마 하늘이가 말해준 건가..? 그 정도로 서로 가까워 진 거야? 아니야, 지금은 이딴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






"하늘아, 어제 일로 할 말이 있는데.."






"불쌍한 하늘이.. 저년 저거 어장 치는 거야. 세상 잘생겨서는 이렇게 순진해서 어떡하니?"






강예지가 양손으로 하늘이의 양 볼을 잡아 당긴다.






"저기 예지야? 나 하늘이랑 단둘이 할 말이 있는데 좀 비켜주면 안 될까?"






"응, 안돼. 지금까지 니가 한 짓 들어보니깐 진짜 토가 나오더라. 우리 불쌍한 하늘이 내가 지켜줘야지."






강예지가 하늘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뭐야 어디까지 들은 거야. 둘이 어제 처음 본 사이면서 왜 이렇게 친근하게 있는거야?'






"너가 뭔데 하늘이를 지켜주겠다는 거야? 하늘이한테 왜 그러는 건데?"






"그야 잘생겼으니깐.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잘 생길 수가 있지? 니 마음도 살짝 이해돼. 사귀기는 싫은데 남 주는 건 더 싫고, 그치?"






"너, 너가 뭘 안다고..!"






"하늘아 쟤는 너랑 사귈 마음이 없어. 차라리 나는 어때? 이 누나가 진짜 잘해줄게."






강예지가 하늘이의 두 손을 꼭 잡는다.






"이 시발, 하늘이한테 볼일 있으니깐 좀 꺼지라고 걸레 같은 년아!"






주위가 조용해지고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




실수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늘이 앞에선 항상 착한 아이로 있어야 하는데.




나를 쳐다보는 주변 친구들의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다.




무슨 벌레라도 보는 듯한 눈빛.




속이 좋지 않다. 금방이라도 토할 거 같아.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도와줘, 하늘아 도와줘..'






"현아야."






'그래 하늘아, 내 편을 들어줘. 강예지 같은 년은 버리고 나한테 와줘.'






"현아야, 예지한테 사과해."






"어?"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한다. 




하늘이가 내 곁에 없다.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지? 차라리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거 같았기에 하늘이를 피해서 학교를 뛰쳐나갔다.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오늘 일을 다시 생각해봤다.




사과했어야 했다. 하늘이에게 사과했어야 했어.




무릎이라도 꿇을걸, 머리라도 조아릴걸,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학생 괜찮아요?"






누군가 말을 건다.






'하늘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개를 살짝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다.






'잘생겼다.. 천사가 있었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근데...'






"우욱, 우웩."






"에이씨 뭐야, 더럽게 시발."






욕을 하며 떠나가는 남자.




왜지, 저 남자보다 잘생긴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저런 남자를 그냥 보내버리면 어떡해.




하지만 저 남자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은 설렘이 아니라 역겨움이였다.




몸이 거부한다는 게 이런 걸까? 


 


'하늘이가 아니면 안 돼. 하늘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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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니, 나갈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집 밖에 나가기 두려웠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 하늘이가 날 떠나게 됐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는 단 하나다.






'강예지.




 그년 때문이야.


 


 강예지 그년이 하늘이한테 무슨짓을 한 게 분명해.




 그년 때문에 하늘이가 망가졌어.




 이대로 하늘이를 뺏길 순 없어. 뭐라도 해야 해. 하늘이를 되찾아 와야 해.




 기다려 하늘아, 내가 구해줄게. 우리 서로 사랑했잖아?


 


 그때로 돌아가자 하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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