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피에 흥건히 젖어버린 한쪽 소매를 감싸며, 필사적으로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골목을 따라 있는 힘껏 도망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년의 눈에는 희망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년 스스로도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있는 듯한 눈을 하며 그저 달리기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소년을 움직이던 것은 무엇이였을까.

자신이 이제부터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으려던 이유는 무엇이였을까.

소년은 아무런 말없이 앞을 향해 내달렸다.


뒷쪽에서 소년을 쫒는 소리가 들려오자 소년은 자신을 뒤쫒는 자들을 뒤돌아보았다.

장정이 약 5~6명 정도 되어 보였다.


소년은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자신의 앞에 옆으로 세는 골목길을 향해 몸을 틀었고,

동시에 쿵- 하고, 마치 단단한 벽에 부딫힌 듯한 느낌과 함께 그대로 소년의 몸은 튕겨져 나갔다.

그렇게 소년은 더러운 골목 벽과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소년은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자신을 막아선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약 2미터는 넘어보이는 키와 선명해 보이는 근육, 얼굴은 미인상이지만 입는 옷하며 거의 몽둥이에 가까운 태도(太刀)를 가벼운 듯 한손에 들고있는 여성은 도시의 사람이라기 보다는 더욱 야성적인 곳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보였다.


눈 앞에 있던 여성이 쓰러져 있는 소년에게 뭐라 말하기도 전에 소년은 다시 일어나 원래 가려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해 나달리기 시작했다.

여성은 피투성인 체로 도망치는 소년의 등을 바라보다 소년이 오던 방향으로부터 소년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오는 사내들을 보았다.


소년은 달리면 달릴 수록 커져가는 어지러움과 구토감을 느끼며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다.

아까 그 여인이 그 장정들을 가로 막고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힘껏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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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지배라는 무기력감과 구토감과 함께 등뒤로 느껴지는 푹신한 메트리스의 감각이 느껴졌다.

소년은 눈을 떠보았지만, 눈앞은 아직 새카메서 도통 뭔가가 보이질 않았다.

어질어질한 머리를 왼손으로 부여잡고, 그 자리에서 앉아 주변을 살피자 자신의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더 누워있어.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


소년은 과다출혈로 인해 길가에 쓰러져있었을 자신을 구해준 의사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상태였는지에 대해 천천히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소년은 긴 소매에 가려져있는 아직까지 감각이 남아있는 오른손을 확인하기 위하여 자신의 소매를 들어올렸다.

아직까지도 손이 달려있는 듯 남아있는 감각과는 다르게 오른손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피와 붕대로 감싸진 손목만이 남아있었다.

소년은 그저 아무말 없이 다시 소매를 내리고는 자신의 가슴에 올렸다.


"... 하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의사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뱉고는 자신의 서럽 안에 들어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도저히 말이 떨어지지 않는 듯이 그저 허공을 바라보며 담배만을 태웠다.


의사는 그 소년을 힐끗 곁눈질로 보았다.

그가 아는 소년은 머리가 좋았다. 손재주도 좋고, 외모도 꽤나 아름답게 생겨 분명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았을 것이다.

만약 소년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만 있었더라면, 분명 어떻게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었겠지.


소년이 아인이자 멸망해버린 옆 영지에서 흘러들어온 부량자가 아니였더라면.


성 밖에 살아숨쉬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가득한 이 세계에서 살 장소를 잃어버린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크든 작든 도시에 모여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에나트'에서는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다.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도 섞여있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 부랑자들의 대부분이 짐승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아인'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인'

이형의 인간.

크든 작든 짐승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이 섞여있는 이들.

외형적 특징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인간과 같아보이는 종이였다.

하지만, 또다른 한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아인만이 걸리게 되는 야수병이라는 토종병이였다.

이 야수병에 걸리게 된 아인은 말 그대로 온 몸과 행동들이 야수처럼 변하게되어 인류에 큰 위협이 되었다.

그렇기에 아인은 아인대로 따로 무리를 짓거나 아인들의 나라에서 살기 마련이였고, 멸망해버렸다던 그 영지가 바로 이 소년이 살던 도시였던 것이다.


소년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주변의 혐오어린 시선과 부양해야되는 가족만을 가지고 사회에 던져진 것이였다.

그리고 그 소년에게 살아남는 데 남은 방법이라고는 하나 밖에 남지 않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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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고통스러운 손목을 부여잡으며 터덜터덜 자신이 살던 판자촌을 향해 걸어갔다.


소년의 주변에서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향기가 난다는 것을 예민한 코가 단번에 알아챘다.

소년의 배에서는 굶주림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고통 때문에 잊고 있던 굶주림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것을 느낀 소년은 주변을 살피더니 가볍게 시장 쪽을 향해 폴짝 뛰어갔다.


소년은 그 냄새의 근원지인 빵집을 보았다.

입에서는 군침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소년은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 절대 비겁한 짓을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리고 현실과 사람의 벽에 무너지게 되고, 결국 소년에게 살아남은 방법이라고는 도둑질밖에 남지 않았을 때조차 소년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하고 또 주저했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수치심 같은 것은 그에게 없었다.

소년에게는 먹여살려야 하는 가족이 있었고, 당장에 저들이 자신을 이렇게 몰아넣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정당화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언제나 해온데로 가볍게 주변 바닥에 착지해 때를 노렸다.

그 빵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소년은 후드를 깊게 눌러써 자신의 커다란 귀를 가렸다. 

조용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파에 녹아드는 것이 성공한 소년은 빵을 향해 손을 뻗고, 재빨리 손을 당겨 하나를 품속 안에 챙겼다.

하나를 가져가는 데 성공하자, 야릇한 성취감이 몸에 차올랐고, 자신의 동생과 나눠먹을 다음 빵을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


다음 빵에 손을 올리고 몰래 손을 빼려는 순간 큰 손아귀가 소년의 남은 손목 하나를 콱! 하고 붙잡았다.

온몸을 타고 오르는 소름과 두려움에 소년은 제빨리 그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누가 되었던 간에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들키는 것은 소년에게 매우 치명적인 것이였다.


그리고 손의 주인을 보았다.

그 사람은 소년이 골목에서 보았던 장신의 여성이였다.

누가 봐도 눈에 띄는 그녀가 소년의 손목을 잡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소년에 대해 눈치채기 시작했고,

이윽고, 빵집 주인 또한 소년에 대해서 눈치를 채고야 말았다.


"아... 으....!"


여인은 소년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지만, 소년은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내며 품 안에 있던 빵들 또한 전부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빵집 주인은 분개하며 소리질렀다.


"뭐야 저거...! 저거 빵을 훔치려던 거야?!"


빵집주인은 아직 소년이 아인인지, 또 저번에 빵을 훔치려던 도둑이였는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 문제였다.

소년은 이미 한쪽 손이 없는 부상 상태이며, 밥도 제데로 먹지 못한 생태였다.

이미 소년은 이 집 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의 것들도 훔친 전적이 있으며, 걸리거나 잡히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사람들도 눈치를 채고있던 상태였다.

분명 그냥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집단 린치를 각오를 하고, 소년은 자신의 끝을 직감하며 두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계산하기 전에 집어가지 말라고 했지."


여인은 소년의 손목을 느슨하게 풀어 소년을 사뿐하게 바닥에 내리며 말했다.


"이 도시에서는 일단 돈을 내고 물건을 받는 거라고 말했잖아. 다른 도시랑은 다르다고."


마치 자신의 아이에게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여인은 소년에게 말했다.


"... 혹시 댁 아이요?"


"네? 아아... 이 아이는 여행하는 데 함께하는 제 종인데. 다른 도시에선 저렇게 물건을 들고 계산하던게 버릇이 되었나봐요. 죄송해요."


여인은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가지만, 빵집 주인은 의심의 눈초리를 걷지 않았다.

그런 주인의 눈빛을 읽었는지 여인은 빙긋 웃고는 다시금 소년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오해를 사게했다면 죄송하네요. 사죄의 의미로 지금 떨어진 빵까지 해서 빵좀 사고 싶은데요."

하면서 자신의 허릿춤에 차고있던 주머니에서 절그럭거리며 금화 2개를 꺼냈다.

빵집 주인은 그 금화를 보자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고 얼굴을 미소로 가득채웠다.

주인은 기분좋게 빵을 봉지에 담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없이 여인을 바라보던 소년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여인은 소년의 시선에 화답하듯이 윙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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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회글로 쓰려고 했는데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연재에 밖아봤음

이번 해에는 겁나 바쁠 것 같아서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소설만큼은 제발 끝까지 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