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였다.


나의 일상은 먹고, 자고, 사냥을 하고, 밥이 없으면 산 아래 마을로 내려가 먹을 것을 구하고, 싸움이 걸리면 누구든지 때려 부쉈다.

인간들은 나를 '늑대 인간', '늑대 소년'이라고 부르는 듯 했다.


그래, 늑대 소년.

그것이 나의 이름이였다.




내가 무엇을 하든 인간들은 나를 잡을 수 없었다.

아무리 용을 써봐도 녀석들이 하는 짓들이라고는 베이지도 않는 칼과 따갑지도 않는 창을 가지고 우왕자왕하는 것 뿐이였다.

그런 모습들이 우스워 나름 장단에 맞춰주며 놀다다보니 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마을 밖에서 나와 비슷한 크기의 인간들의 말에 의하면 이건 '술래잡기'라는 듯 했다.

그렇게 나는 인간들과 한동안 술래잡기를 하며 즐겁게 놀았었다.


항상 같은 인간들만 있던 것은 아니였다.

처음에는 마을 인간만이 쫒아왔었고, 그 다음부터는 이상한 옷을 입은 녀석들, 손바닥에서 요상한 요술을 부리는 녀석이나 나를 따라하 듯 민첩하게 움직여 잡으려는 녀석들 등 다양하고 신기한 녀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요새는 내가 직접 찾아가지 않는 한 잘 쫒아오질 않았다.

분명 불을 뿜던 거대한 도마뱀 한마리와 영역 싸움에서 승리했을 때부터 였을 것이다.

그 당시, 영역 싸움에서 이겨 그 도마뱀을 죽인 날, 마을의 인간들과 아닌 인간들이 우루루 몰려왔었다.

꽤나 다치긴 했어도 영역 싸움에서 승리한 기쁨에 기분이 좋았던 난, 언제나처럼 '술래잡기'를 하려는 것처럼 자세를 잡는 모습을 보고 기분좋게 받아주려고 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술래잡기'는 하지도 않은체, 나만 혼자 그곳에 덩그러니 두고 마을로 내려가 버렸다.

다음 날, 그 더럽게 큰 도마뱀의 시체는 사라져있었다.

아마 인간들이 치워준 것이겠지.


그 다음부턴 내가 마을에 내려갔을 때에는 인간들은 나를 피해 도망을 갔고, 내가 돌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집'이라는 것 안에 있는 것을 털기 전에 먼저 먹을 것을 밖에 준비해놓았다.



*************



어느날인가 마을에 한 늑대 인간이 내려와 마을에 큰 피해를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을의 촌장은 그 늑대 인간을 잡기 위해 장정들을 여럿 불러모아 사냥을 시도해보았지만, 그것은 마치 우리를 놀리는 듯이 잡을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게 도망을 갔었다.

도저히 그 늑대 인간, 늑대 소년을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그런 존재를 사냥하는 존재들을 고용하기로 했다.


바로 '모험가'들이였다.

'미지를 탐험하는 자' 라는 뜻에서 모험가였지만, 그만큼 위험에 대해서 대처하고, 더 나아가 배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였고

동시에 인간이다 보니 금전이나, 자원이 필요한 자들이 많았기에 '길드'에서는 그들을 위한 의뢰소를 만들어 더욱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마을은 바로 이 모험가들을 고용하기 위해 길드를 찾아가 의뢰를 맡겼었다.

처음에는 매우 쉬운 일 취급에, 동시에 보수를 줄 마을의 재정 상태도 고려해 보수도 많지 않았기에 저랭크 의뢰로써 의뢰소에 걸리게 되었다.


경력이 몇달 안된 초보 모험자가 올 것이라 생각했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나름 경력이 있고, 인정을 받는 모험자 파티가 찾아왔다.

그 파티는 주변에 있는 의뢰를 마치면서 겸사겸사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고작, 늑대 소년 하나 잡는 일이였으니까, 우리도 한동안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 일, 몇 주, 몇 달, 몇 년이 지났다.

처음 그 파티는 결국 그 소년을 잡지 못해 돌아갔고, 그 파티의 입소문에 의한 것인지 더 많은 모험자들이 찾아왔었다.

무엇 때문이였을까? 그 소년의 민첩함 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힘? 아니면 늑대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쁘게 생긴 그 외모 때문에?


처음에는 다들 놀랄 수 밖에 없었었다.

그렇게 많은 모험자들이 그렇게 용을 써도 잡지 못한다는 사실에,

지금껏 그 늑대 소년은 진짜로 우리들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에,

정말 유명한, 고랭크의 의뢰를 받던 모험자들이 그 소년을 잡기위해 이 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한 사실에.


그리고 그 놀람은 그 모험자들이 자주 찾아옴으로써 마을에 생기는 반사이익으로 인해 또다시 바뀌였다.

모험자들이 많이 찾아오고, 숙박하고, 먹으면서 마을의 돈은 점차 쌓여갔고, 늑대 소년이 주었던 피해의 수십? 수백? 아니, 수천배의 이윤이 생겼다.

그렇게 되면서 단순히 모험자들만이 아닌 관광이나 이주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늘기 시작했다.

수많은 모험자들이 잡지도 못하고, 골탕을 먹이는, 그것도 외모가 빼어난 아름다운 늑대소년이란 이야기에 팬이 된 이들도 많았다.


마을 사람들은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소년이 당시엔 황금을 낳는 거위처럼 보였다.

모두가 그 늑대소년이 주는 이윤에 눈이 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벌어졌다.


한 유명한 모험가 파티의 마법사가 숲의 늑대 소년에게 패배한 것에 치욕을 느끼고, 그 소년에게 복수를 위해 용을 불러들이는 마법을 쓴 것이였다.

그 마법사의 눈에는 우리들은 없었다.

그런 것도 모른체 우리는 언제나처럼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그 소년이 더욱더 많은 돈을 벌어와주길 속으로 빌었다.


그때였다.

숲에서 한 모험자 무리들이 정해진 시간이 되기도 전에 숲 밖으로 뛰쳐나왔다.

숲에 들어가는 것도 싸지만 나름 요금제였기에 그들이 나온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숲의 출입을 관리하던 사람이 그 모험가 파티에게 입을 때기도 전에 그들이 소리쳤다.


[용이다! 용이 나타났다!!] 라고

그리고 동시에 그 숲 안쪽에서 붉은 섬광과 뜨거운 열풍이 터져나왔다.



*************



그 당시의 모험가 파티의 말에 의하면 늑대 소년은 언제나처럼 숲의 나무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모험가 파티가 잡을 듯, 말 듯 거리를 둔 체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소년이 뭔가를 느낀 것인지 멈춰서서 허공을 바라보고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경계와 분노가 담긴 뒤틀린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아마 그때, 늑대 소년은 마법사가 깔아둔 마법에 의해 찾아온 용을 느꼈던 것이리라.

늑대 소년은 그 용이 날아오르는 방향을 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고, 늑대 소년와 싸우던 모험자들도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용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고, 마을로 도망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마지막으로 본 소년의 모습은 그 용을 향해 날아오를 듯이 튀어가는 것이 마지막이였다고 한다.



**************



몇 시간동안 수 차례의 굉음과 지진, 그리고 괴성이 잠잠해질 때 쯤.

우리들은 마을 안에 있는 모험가들과 함께 그 숲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대부분의 모험가들을 고용하는 형태로 해서 보디가드로써 들어갔다.


살아있는 '재앙'이라고 불리는 고위 종족들 중 가장 현명하다는 '용'이였다.

그들이 파괴행위를 한다는 것은 무언가에 이성을 잃을 만큼 분노한 상태라는 것이였고.

전해들은 말에 의하면, 그들이 화가 나 파괴 활동을 하게 된다면 고작 이정도에서 멈출리는 없을테니

그 용의 화가 중간에 풀려서 진정된 상태이거나, 진행 방향을 이 마을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틀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용의 의중이나 진행 방향에 따라 자칫 잘못하다 주변 마을이나 성에 있는 사람들이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확인을 해야되는 것이 먼저인 것이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았다.

재앙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붉은 용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죽어있는 모습을,

그리고 그 용의 시체 위에서 숨을 가쁘게 내쉬며, 온몸에 피칠갑을 한 체로 서있는 늑대 소년의 모습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 광경에 압도되었고, 몇몇 이들은 무기를 꺼내들었다.

우리의 모습을 포착한 늑대 소년은 그 무기를 든 모험가들을 보며, 입이 찢어질 듯 기괴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 모습과 광경에 대부분 전의를 상실하였다.


늑대소년은 딱히 달려들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는 다시 마을을 향해 도망치듯 내려갔고, 늑대 소년은 따라오지 않았다.


그 날 새볔 우리는 다른 모험가들과 함께 그 용의 사체를 해체해 늑대소년에게 들키지 않게 옮겼다.

그리고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는 잘 못 생각한 것이다.

저 존재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늑대 소년은 가끔씩 마을로 내려왔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전과 같은 눈으로 그 소년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압도적인 힘으로, 재앙이라 불리는 존재를 무참히 죽여버린 것을 보고 그 누가 두려움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나.

우리는 우리 마을에 피해를 주지말기를 바라며, 미리 그 소년에게 받칠 것을 준비해두었다.

늑대 소년은 뭔가 어색한 듯이 조공들을 들고는, 뭔가를 기다리는 듯 잠시 마을에 있다가 휙하고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들은 늑대 소년으로 시작하던 사업들을 최대한 축소시켰다.

그런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 길드를 넘어 국가 전체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왕국에서도 대응을 나서려 했지만.

다행히 건들지만 않는다면 얌전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그 늑대소년에게 손대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본 것이였다.


만약 왕국이 군대를 데려와 그 소년과 싸우게 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우리였을 거니까.


대신 우리 마을은 그동안 쌓아온 것을 밑천으로 수도와의 교류를 틀려고 많은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저 늑대 소년에게서 졸업하여 제데로 새로운 도시로써 변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렇게 늑대 소년 관련 사업들을 축소를 시켜도, 늑대 소년을 보기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은 있었다.

우리야 그 광경을 보았으니 공포 밖에 없지만, 소년의 모습을 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해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말 그대로 그 소년의 '팬 들' 인 것이다.


그 소년에 도전한 모험가들, 위의 사건이 있기 전에 늑대 소년을 보기위해 찾아왔던 부호들 등등 그 소년을 직접 눈에 담았던 적 있는 사람들하며,

그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저 멀리있는 나라에서 부터 찾아오는 이들.


적지만 다양한 이들이 꾸준하게 그 소년을 보기위해 이 마을을 찾아왔다.


그 모습을 보고도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우리는 완전히 그 늑대 소년과 연을 끊어야 했다.

그것도 안된다면 이 곳을 떠나야했다.


그 소년의 '팬'들의 위험성을, 그들의 집착이 얼마나 깊고, 위험한 것인지.

그들 안에 자라나는 광기가 무엇인지 이해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한 체로,

그 집착으로 인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며, 어떻게 그 늑대 소년의 보금자리가 빼앗기게 되는지도.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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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졸려....

빨리 눈나를 등장시키고싶다....


그 늑대 소년의 팬 -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