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얀순, 20세.



얀순이는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그럭저럭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음.



그리 부잣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월에 한 번 이상은 비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 정도는 되는 수준?



그런데 얀순이가 고등학교 졸업을 한 뒤, 얼마 가지 않아 얀순이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남. 설상가상으로 얀순이 아버지의 동업자가 빚을 모조리 떠넘기고 튀어버린 바람에 얀순이 아버지는 충격에 쓰러지고 얼마가지 않아 돌아가심.



집안이 홀라당 경매에 넘어가고, 겨우겨우 단칸방에서 살던 얀순이는 그 날만큼 슬프게 울었던 적이 없음. 



이뿐만이면 다행인데 설상가상이라고 어머니마저 마트 직원으로 일하다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 사망하시고....



순식간에 가족을 모두 잃어버린 처지가 된 얀순이. 외동이라 자기가 먹여살릴 식구라고는 자기 자신뿐이었지만 당장 사회에 막 뛰어든 어리바리한 고졸을 누가 씀? 당연히 막노동판 시다바리나 공장 잡부로밖에 써주지 않음.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을 갚을 수 없었거든.



물론 유산 상속을 하지 않고 파산 신청을 했더라면 빚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겠지만 아버지와의 마지막 연줄이라면서 얀순이는 빚 갚기를 고집함. 물론 직후 엄청 후회했지만 그래도 한 번 하는 거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 다 갚고 죽을 생각이었음.



얀순이는 어린 시절부터 예쁜 외모를 가졌다고 여자애들에게 은근히 따돌림도 받고, 남자애들은 자기 외모만 보고 접근했기 때문에 친구가 하나도 없었음. 그나마 고등학교 시절에 가끔 마주치던 남자애만 자기를 얼굴만 보고 다가오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 줬지만, 그마저도 졸업 후 연이 끊김.


그렇게 매일 집세, 수돗세, 전기세....이런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하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겨울에도 찬 물로 샤워를 하던 얀순이. 아득바득 모은 돈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2년이 지나 얀순이가 22살이 될 쯤에는 어느덧 빚의 대부분을 갚고 남은 채였음.


처음에는 아버지 빚을 갚고 세상을 뜰 생각이었던 얀순이었지만 살다보니 점점 그런 생각은 희박해지고, 오히려 세상에 자기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어진 얀순이었음. 자기가 당한 만큼 잘 살아줄 테야!!! 라는 식으로.


얀순이가 다니는 공장은 얀채기업의 부속 공장으로, 일은 빡세지만 그만큼 돈도 꽤 되는, 그런 공장이었음. 


그 날도 딱히 특별할 건 없는 날이었음. 공장은 여전히 손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공장에서 짬밥이 쌓인 얀순이한테는 별것도 아닌 일이었음. 한 사람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안녕하십니까? 오늘 공장 검수 나온 김얀붕입니다.”


얀순이가 유일하게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동창인 얀붕이의 등장이었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공장장님이 곧 얀채기업 후계자가 시찰 나온다고 말한 소식을 접했던 얀순이었음. 곧 얀붕이가 그 후계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던 감정이 팍 죽는 것이 느껴졌음. 자기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으니까.


어차피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외모 가꾸기에 소홀해진 얀순이었고, 앞머리도 상당히 길었기 때문에 얀붕이가 자기를 알아볼 일이 없다고 생각한 얀순이는,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에 집중했음.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얀순씨~ 얀순씨 점심 나랑 같이 먹을래?”

“아....그게요......”


공장장이었음. 나이는 45를 쳐먹고, 멀쩡히 가정도 있으면서 얀순이에게 얼마 전부터 찝쩍댔음. 아마 우연찮게 얀순이의 얼굴을 보기라도 했는지,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얀순이 몸 여기저기를 더듬으면서 추파를 던지는 모습에, 얀순이는 찢어죽이고 싶다고 생각할 뿐이었음.


그런데,


“어? 이얀순? 이야! 너 진짜 얀순이야?!”


얀붕이가 자기를 알아보고 다가온 거임.



두근! 두근!


마침 공장장에게 성희롱이나 당하고 있던 상황에 마치 동화에나 나올 기사처럼 자기를 구하러 와 준 얀붕이의 모습에, 얀순이는 순간 절대 품지 말아야 할 감정을 품고 만 것임.


 



처음이라 용량을 잘 모루겠소요. 


1900자면 평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