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든 마주치는 사람이 꼭 한 명씩은 있다.

사람이 많은 번화가부터 시작해서, 새벽시간의 동네 산책길까지.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지만, 한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집에서 나왔을 때, 우연히 같은 엘레베이터에 탄 윗집 누나.

분명히 나랑은 반대쪽 길로 갔는데, 이번에도 우연히 서울의 번화가 한 복판에서 만난 윗집의 누나.

집에 돌아오는 버스.., 그것도 우연히 시간이 겹치면 만날 수 있는 일이겠지.

그런데, 새벽에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산책길에서도 마주친다면?

카페에서, 학교에서, 심지어는 공원에서도.. 어디로 가던 꼭 마주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면..

조금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유난히 어두워서, 다른 사물과의 거리감조차 희미해진 밤에,

벌써 일주일동안, '우연히' 나와 모든 동선이 겹치는 사람이.

언제나 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며, 입만 씨익 웃고있다.

처음 마주쳤을 때는 좀 설레였다.

조금 연한 고양이 상의 눈매,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이목구비..

핸드폰 사진으로나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상형의 여자가 눈 앞에서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으니.

아마 이미 한 침대에서 껴안고 뒹구는 상상이나 했던가..

뭐, 처음에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는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누구나 다 주목할만한 미녀가, 핸드폰에서 내게로 시선을 옮겨 환하게 미소짓고 있으니까.

그게 한 두번이라면.

일주일에 한 두번 있는 일이라면 분명 그리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조금 다르다.

하루에 적게는 대여섯 번, 많게는 열 번이 넘어간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요, 일주일 전부터 우리 너무 자주 마주치는거 아닌가요?"

"으응? 그랬던가?"

응?

그녀는 완전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젖혔다.

.......아닌가? 아닐리가 없는데..

"죄송합니다!!!!"

내 망상인 것 같아서 바로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뒤에서 푸흡, 하고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귀 뜨거워..









..아, 의식하고 있었구나? ...자제해야겠네.







시발 내가 뭘 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