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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그라드에서의 전투는 얀톤이 이전까지 겪어보았던 전투들과는 그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남다른 지옥도 그자체였어


한달 안이면 끝날 것 같았던 전투는 몇달 동안이나 질질끌어져 끝이 보이지 않는 지리한 소모전이 되어버렸지.


도심으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폭격과 포격, 총성과 포성이 사방 곳곳에서 난무하였고 비명과 절규만이 아우성치며 한발자국만 내딛어도 밟히는 시체들이 길목마다 산을 아루고 있는 목불인견의 참상은 사탄 조차도 혀를 내두를 만큼 끔찍하고 참혹하기 짝이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어.

 

이 지옥도에 내던져져버린 얀톤은 자신의 동료들을 위협하는 소련군들을 하나씩 죽여나가는 동시에 적의 포격과 적 저격수의 반격을 받아가며 수없이 많은 생사의 고비를  겪으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


전투가 하루하루마다 길어져갈수록 얀톤의 몸뿐 만이 아니라 그의 강인한 정신또한 극도로 빠르게 피폐해져만 갔었지.


얀톤의 부대가 하달 받은 명령은 도심 북쪽의 전차공장을 점령하는 것이였어. 


이 공장은 스탈린그라드뿐 만 아니라 더나아가서 소련의 전차생산을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였기에 어떻게든 양측이 목숨을 걸고 사수를해야만 했던 곳이였지.


치열한 전투 끝에 얀톤의 부대는 포격 지원을 받으면서 공장을 함락하는데 성공 했어. 


하지만 공장을 점령하고 난 뒤 얀톤이랑 그들의 부대는 충격이랑 허무감 밖에 느낄수 없었어. 


그들이 공장안에서 목도한 것은 소련군의 시체 대신 동상걸린 손에 장갑없이 붕대를 꽁꽁싸맨채 끝까지 공구를 부여잡고 있던 노동자, 그리고 그 옆에서 노동자들을 보조하고 있던 앳된나이의 소녀들과 이제 막 엄마젖을 땐듯해보이는 소년들로 이루어진 소년 소녀병들, 그리고 지팡이 없이는 일어서지도 못할것 같아보이는 노인들이 자제를 나르다가 죽어버린 시체들만이 적막한 공장 속에 섬뜩한 분위기를 내며 가득히 쌓여있었던거야.


얀톤은 예전에 프랑스에 방문했었을 때 카타콤(프랑스에 있는 지하공동묘지)을 잠시 가본 적이 있었지만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이 광경은 카타콤의 그것보다 더욱 소름돋고 섬칫하기 그지없었지.


순간 얀톤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버려. 


애꿏은 민간인들을 이 사지로 몰아넣은 자신의 행동은 마치 그날의 루벤소령이랑 무장친위대들의 행동이랑 하등 다를바가 없었던거지.


“아니야...나는 그저…명령을…명령을...”


얀톤은 자신의 책임을 명령탓으로 돌리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증오하던 그들의 행동이랑 더더욱 다를바가 없어졌어.


그때 그의 발목으로 무언가가 잡히는게 느껴졌어. 


그 섬칫한 감각에 얀톤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그의 표정이 싹 굳어진채 기겁을 하였지. 


그의 눈에서는 아까 죽은 시체들이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천천히 그의 몸을 기어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어. 


그 시체 들은 러시아어로 얀톤한테 저주의 말들을 속삭였지. 


자신의 몸을 타고 오르는 시체 중에는 루벤 소령한테 죽은 유대인 소녀의 모습도 있었어. 


머리 뒷통수에 피를 흘리면서 저주의 말을 퍼붓는 그 소녀의 모습은 얀톤을 공황상태로 몰고갔었지. 


“내 잘못이…내 잘못이…”


환청이랑 환상에 해매이던 얀톤은 실수로 발을 헛디뎌 지하실 창고로 향하는 계단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어.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장천장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와었지.


 “적의 포격이다!”


독일군들이 공장을 점령하자 소련군들이 곧바로 공장 쪽을 향해 거센 반격의 포격을 날리기 시작하였던거야.


하늘에서 마치 불벼락이라도 떨어진듯이 퍼부어지는 포탄 세례에 공장 이곳저곳이 박살이 나기 시작했고 얀톤의 부대는 서둘러 공장 밖으로 후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지.


얀톤 역시 서둘러 계단 위로 올라가 탈출하려했지만 계단 몇개를 겨우 남겨두고 떨어진 천장구조물과 철근들이 지하실 계단과 지상으로 향하는 길목을 틀어막아버리고 말았어.


얀톤은 있는 힘껏 그 장애물들을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썻지만 무의미한 발버둥에 불과했었어.


얀톤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절망해버리고 말았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어떻게든 고향으로 빨리 돌아가려 했건만 결국 이억만리 타국 도시의 매몰된 공장에서 이렇게 최후를 맞이하게 될판이니 그는 완전히 낙담해버리고 말았어.


얀톤은 작은 기적이 일어나서 이 장애물들이 뿅하고 사라지거나 갑자기 자신한테 엄청난 괴력이 생겨서 이 장애물들을 들어내는 망상도 해보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가 처한 상황을 도피하려는 일말없는 몸부림일 뿐이였지.


그렇게 몇시간이 흘렀을까,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은 얀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실로 내려가보기로 했어.


아무리 그래도 공장인데 지하실에 가면 장애물들을 들어낼만한 물건들이 하나 둘쯤은 있을거라고 판단한거지.


지하창고실 안은 깜깜하고 눅눅하기 그지가 없었어. 


다행히 얀톤은 지하실 입구 한구석에서 제법 쓸만해보아는 등유램프를 발견했고 성냥으로 램프를 밝힌 뒤 지하실 창고안을 둘러다 보았어.


창고안에는 나무상자들이 가득 쌓여있었고 그 중 몇몇 상자에는 제법 쓸만한 물건 몇개도 보였어. 


잘만하면 충분히 지하실밖으로 탈출할수도 있을법해 보였어.


창고 상자를 뒤쟈보고 있던 얀톤은 순간 자신의 등뒤로 왠지모를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뒤돌아 보았지.


그리고 그의 시야로 들어온 것은 개머리판으로 자신을 내려찍으려는 누군가의 실루엣이였어.


얀톤은 다급히 몸을 옆으로 돌려 공격을 피했고 아슬아슬하게 그의 옆으로 개머리판이 상자를 콰직하고 부수게 되지.


갑작스러운 습격에 얀톤은 등유램프를 떨어뜨려버렸고 방안은 칠흑속에 잠기게 되버려.


앞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얀톤은 눈을 감은 뒤 모든 감각을 집중시키며 차분히 적의 움직임을 읽어보았지 .


상대는 앞이 캄캄해지는 바람에 아무데나 개머리판을 휘두르고 있는 듯해보였어.


얀톤은 상대가 마구잡이로 개머리판을 휘두르는틈을 타서 소총을 붙잡아 빼앗은 뒤 역으로 한대 때려맥여 기절시켰어.


그렇게 싸움이 끝난 뒤 얀톤이 다시 등불을 밝히자 그의 눈에 보인건 개머리판에 맞아 부서진 상자 파편들과 바닥에 널부러진 소녀 한명이었어.


얀톤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다 보자 흠칫했었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다만 그 소녀의 얼굴 모습은 마치 루벤소령한테 죽었던 유대인 소녀랑 상당히 흡사했거든.


얀톤은 자신이 보고있는게 환각이 아닐까 하기도 했지만 이 소녀는 정말로 그때의 유대인 소녀를 똑닮았어.


이윽고 얀톤은 이 소녀를 어찌 처리해야할까 고민을 하였지.


제아무리 무력화 되었다 하더라도 깨어나면 틀림없이 다시 얀톤을 죽이려들게 뻔 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소녀를 죽이고 싶지도 않았어. 


뭐랄까…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져서 그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던 그 유대인 소녀에 대한 죄책감과 속죄의식이 러시아 소녀를 보면서 표출되었다고 해야할려나. 


아무튼 얀톤은 그녀를 죽이는 대신 일단은 손과 발목을 밧줄로 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걸로 그쳤지.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몇시간 뒤에 소녀는 자리에서 깨어났었어.


그녀는 자신의 몸이 밧줄로 결박당한 것을 알고 밧줄에 결박당한 야생마 마냥 몸부림을 쳤지.


그렇게 몸부림을 치다 힘이 빠지면 잠시 숨을 헐떡이며 쉬고 다시 몸부림치기를 반복했었어.


그걸 한 30분동안 반복하다가 완전히 지친 그녀는 얀톤을 증오스러운 눈길로 노려다 보면서 러시아어로 뭐라뭐라 소리쳤었지.

 하지만 동시에 겁에 질려 와들와들 사시나무 처럼 떠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곰을 만난 새끼강아지가 애처롭게 짖는 것을 보는 듯했어.


그러다 소녀는 결국 자신이 독일군한테 잡혔다는 사실을 수긍하게 되고 이윽고 눈물을 흘리게 되. 독일군이 슬라브 민족한테 어떤 짓을 하는지는 그녀도 익히 선전방송이랑 소문을 통해서 들었기 때문이야. 


이제 자신도 이 독일군한테 강간당하고 살해당할거라는 생각에 좀있으면 닥칠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두려워하며  공포에 휩싸였지.


얀톤이 칼을 들고 그녀한테 다가왔고 소녀는 죽을거란 생각에 눈을 찔끔 감았어.


하지만 왠걸? 이 독일군은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였어. 얀톤은 그녀의 몸을 묶고 있던 밧줄을 칼로 잘라주었지.


얀톤은 그녀가 완전히 저항의지를 잃어버릴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그녀가 우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그녀가 저항의지를 잃어버렸다 핀단해서 풀어주었던거였어


얀톤의 영문모를 행동에 소녀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아무튼 기회다 싶어서 서둘러 얀톤을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 밖으로 달려나갔어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지하실 계단 입구를 막고 있는 철근과 콘크리트 파편 덩어리들이였지.


얀톤이 그랬듯이 소녀 역시 매우 충격을 먹었어. 더이상 이곳에서 나갈수도 없이, 그것도 독일군 놈이랑 같이 있어야한다는 사실에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버리고 말았버렸어. 


아까전까지만 해도 붙잡힌 야생마처럼며 버둥거리던 그녀는 이데 병든 말마냥 다리가 풀려버린 채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지.


소녀는 터덜터덜한 발걸음을 이끌고 다시 창고안으로 들어왔어. 그리고  구석 한곳에 앉아서 서글프게 울기 시작하였지. 


그때 얀톤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었어.


 소녀는 차라리 이 독일군놈이 자신을 죽이면 모든게 끝나지 않읆가 싶어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지. 


하지만 얀톤은 그녀를 죽이는 대신에 아무 말없이 조용히 쇼카콜라 한조각이랑 레몬사탕을 꺼내 그녀한테 건네줬어. 


소녀는 얀톤의 호의를 자신을 독살시키거나 이상한 약을 탄것이 아닐까하고 계속 의심하였지만 어차피 이 상황에서 죽는 것은 매한가지 였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조심스레 한조각을 받아갔었지. 


그렇게 받은 쇼카콜라를 한입 조심스레 베어물자 초콜릿의 강렬한 단맛이 그녀의 입안에 사르르 녹아 퍼졌어.


 초콜렛의 달콤함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던 그녀의 심신을 조금 진정시켜주었어.


그리고 얀턴이 준 레몬사탕의 새콤한 신맛은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다소 완화시켜주었지.


소녀는 아직 완전히 의심을 버리지 못하였지만 적어도 이 독일군은 자신이 알던 다른 독일군들이랑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려.


순간 소녀의 마음속 한편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어. 


처음에 그녀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지.


 이 감정이 훗날 그녀가 이 지옥도 같은 전장에서 살아나가게 될 마음을 가지게되는 유일한 원동력이 되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이야기.







생각보다 이야기가 점점 늘어지기 시작한다. 3편이 아니라 4편쯤에 끝날것 같은데  계속 늘여진다면 최대 5편까지 갈수도 있을 것 같다. 얀데레화 되는 장면은 끽해야 마지막화 정도인데 그 하나를 위해서 빌드업 존나 쌓이고 있음.

내 생각대로 글 분량 맞추는게 생각보다 잘안되네.ㅆ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