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가드너



전편:https://arca.live/b/yandere/88417875







강하다.


팅 ㅡ!



검이 부딪칠 때 마다 들려오는 진동,

그것에서 비롯된 전율이 그런 단어를 뇌 속에 때려 박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동시에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지난 한 달의 공백.

팅...!



"윽...!!"


그 사이 말도 안되는 괴물로 돌아온 그녀에게서 궁금증이 폭발한다.





원래도 벅찬 상대가

겨우겨우 호각을 낼 수 있었던 그녀에게서



"겨우 이 정도야?"


이젠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크흑..!"


끝까지 해보지 않아도 어렴풋이 결과가 예상된다.


그저 몇 번의 합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팅, 팅..!


암울한 미래가 그려진다.



몸 구석구석을 퍼져 나가는 충격이 패배를 외치고,

축적되가는 피로는 애석하게도 의욕을 강탈해 간다.


"...?!"


본능적으로 직감 할 수 있는 승부의 결과


하지만 ㅡ


"으럇!!"


"으..?!"


내가 언제 그런걸 따졌던가.

모두가 정해진 결과라 하더라도,


그것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면

무모한 도전을 해왔던게 내가 아니었나?


팅!


마음을 가다듬고 검을 내지른다.


"으읏...."


그러자 변화의 신호탄으로 레이첼은 여유로운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극악이었던 상황이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려고 한다.



"...!"

그래, 이게 바로 나의 장점.


의지는 희망을 만들고


희망은 기적을 낳는다.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믿고 따랐던 신념.




'좋아.... 조금만 더...!!'



팅!


'어.. 어...?'


허나 ㅡ


콰직


"아악!!"




그것이 만능은 아니었다.

강한 의지는 극악의 상황도 헤쳐 나갈 수도 있게 하지만은

그것만으론 극복 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부숴지는 갑옷과 함께 통증이  물려온다.



콱! 퍽!

차악 ㅡ!



한번 유효타를 허용하자 다시금 물 밀듯이 밀리기 시작한다.



"큭!"

이를 악물며 버텨보지만


촤악!


콰짓!

푸욱!

이미 댐이 무너지듯 하염 없이 당하기만을 반복한다.


"커헉...!"


결국 꿇고만은 한 쪽 무릎.


치잉..



"...!"

그리고 순식간에 내 목 앞까지 칼날이 들이운다.


"..........."


그대로 동상 처럼 굳어버리고마는 몸,

괜한 움직임은 죽음을 초례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그대로 굳어버리고 만다.


"항복해."



잠깐의 정적이 내려 앉고, 레이첼은 내게 순수히 투항 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이라도 순수히 따른다면 신체를 잘라가겠다는 말은 철회 할게."


지금 패배를 인정하면 전 보다는 나은 조건을 내걸어주겠다고 하지만은....



팅!



"읏?!"

난 대답 대신 빈틈을 찌르는 것으로 답 했다.


승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잠시 적의가 사라진 틈을 노려, 검날을 쳐낸다.




팅팅팅!


그리곤 아까와 같이 합을 주고 받으며 결투가 계속되는데.


"큭...! 왜 굳이 파멸을 자처하는거지?!"



레이첼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 마냥 내게 따지고 들었지만


내 입장에선 고민할 필요도 없는 논쟁이었다.


"그야 난 최후의 기사단장이니까!"


그야 나는 내가 섬기는 주군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맹신했다.

그리고 만약 여기서 내가 어떤식으로든 패배한다면 왕국이 정복 당하는건 시간 문제겠지. 

난 내 사지가 몆 번이고 찢어져도 왕국을 수호 할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놈 이었기에


승리라는 단 두 글자를 제외한 어떤 결말도 나에겐 다를 바 없었다.







"하앗!!!"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검을 휘두른다.


"호오, 그래?"

그러자 레이첼은 완고한 신념에 진절 머리가 난건지 표정을 찡그렸고

"그럼... 전력을 다해 밟아주는 수 밖에!"

더 강한 일격으로 나를 궁지에 몰아넣기 시작한다.



"억...!"

지금까지의 승부가 그저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던 것 뿐 이라는듯 아득히 강한 일격이 몰아쳤고




다시 느껴봐도 아득한 역량의 차이,

"크흑... 이대론 쓰러질 순 없다!!"


허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는 것 처럼

너무나 불리한 현세에서도 사력을 다해, 저항하는데.



콰지지직!!

"으아아악?!!"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마음가짐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힘의 차이가 아니었다.




"허어... 허억..."


지쳐가는 숨결을 시작으로


찰그락...

부숴져가는 갑옷과

"끄윽..."


하나 둘 새겨져가는 상처.


"왜 아직도 의미 없는 발버둥이라는걸 모르는거지?"


허나 그런 나와는 다르게 그녀는 아직 숨결의 흐트러짐 하나 없았으며

전투의 때 조차 끼지 않은 우아한 품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굳이 최악의 결말을 자처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아직도 흘러 넘치는 압도적인 위협감....


"...."


솔직히... 이대로라면 가망이 없었다.



이미 지칠 때로 지친 현재의 상태에


검을 휘두른다 한들 소용이 없을 것이었다.




"후우..."


그러니 이제...



ㅡ ㅡㅡ ㅡㅡㅡㅡ!!





내게 있어,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그걸' 사용하는 수 밖에...


"ㅁ... 뭣?!"


그것을 사용하자, 공기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레이첼도 이것만큼은 심상치 않은지,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화아아아악 ㅡㅡㅡㅡ!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에 그 존재감과 기운만으로도 숲이 흔들리며 요동친다.




"엘버트는 ㄴ.. ㅡ"



팅!!!


한층 울렁차진 충격음


"으으웃?!"


레이첼은 괴로운 신음을 내며 내 일격을 받아낸다.







확실히 역전된 전세,



"으윽...!"


하지만 동시에 타오르는 고통이 느껴진다.


벌써부터 스멀스멀거리기 시작하는 부작용.


"너 미쳤어?! 그러다간 너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날거야!"



그녀는 믿지 못할 광경에 눈을 부릅뜨며 나를 질타한다.



솔직히 당연한 반응이겠지.



그야 내가 방금 사용한 것은 '한계 돌파'라는 기술이었다.


사용한다면 잠시간 인간의 육신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 할 수 있으나...


대체로 2~3분이라는 짧은 시간과


그 이후에 몰려오는 후폭풍 탓에 정말 최후의 수단이 아니고서야 사용이 꺼려지는 기술이었다.



근육과 영혼을 연료 삼아 힘을 뽑아내는 것인지라 사용 후 극심한 근손실과 근육통은 물론


자칫 잘 못하면 육신과 정신이 찌그러져, 끔찍한 결말을 맞이 할 수도 있었기에


정말 최후의 최후에만 사용해야 하는 궁극기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떠하랴



"레이첼!!"

아까 분명히 말하였어.


난 왕국을 지킬 수만 있다면 어떤 것이든 희생 할 수 있다고 ㅡ





쾅!



상황은 완벽히 반대가 되었다.




"읏..!"

이젠 레이첼이 저항하는 쪽이 되었고



"빨리... 더 빨리..!!"


내가 일방적으로 몰아 붙히는 입장이 되었다.


팅.. 팅....!!

팅팅!

'큭... 더 이상은...!'

허나 언듯 그래보여도

내 쪽이 절박하다는건 변함이 없었다.


한계 돌파의 명확한 단점은 무시무시한 부작용과 더불어 짧은 지속 시간,

그러니 여기서 더 끌리면 끝장이었다.




"칫..!"

"흥...!"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아는 우리 둘 이었기에 


그녀든 최대한 방어적으로

나는 가장 공격적인 흐름이었다.




티잉 !


"허헛..?!"

그러다 수 차례의 공격 끝에 드디어 열린 기회 ㅡ




그녀의 검이 튕겨지며 거대한 빈틈이 생기게 되었다.




"끝이다!"





결전의 순간이 왔음을 직감한 나는, 모든 힘을 다하여 검을 찔러넣는다.






그런데 그 순간...




"?!"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치잉.... ㅡ!


"어... 어엇?!!"

공격이 성공적으로 들어간줄 알았으나...


"후우....."

레이첼은 오히려 검의 힘을 이용하여 물 흐르듯 일격을 흘려버렸고...


툭 ㅡ!


"엇?!"


이젠 역으로 무방비한 상태가 되버리고 말았다.



"...."


그런데 내가 경악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으니...



레이첼이 내 품으로 파고들며 숨을 가다듬자...


"ㄴ.. 너..!!"


그녀 역시 붉은 빛의 오라가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거.. 설마...!!


"너도 이 기술을..!"


그 순간 느껴버린 패배의 기운



그녀의 모습을 인지하자마자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한다.



이것이 죽기 전 겪게 된다는 주마등 같은 현상인가?



마치 시간이 멈춘듯 모든게 느릿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건 내 몸 역시 마찬가지였고.....



"잠....!"






팍 ㅡㅡ!!!!!!






















































"........."



눈을 떳을 땐 익숙치 않는 천장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헛?!"




마지막 기억을 고려했을 때, 언습해오는 불길한 기분에 급히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윽?! 으으윽..!!"


한계 돌파의 부작용 탓에 몸이 비명을 질렀고


찰그락 ㅡ!



또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수갑이 팔 다리를 억압하여 움직일 수 없었다.



"으음...♡ 일어났어?"



허나 무엇보다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


색기가 강조된 검은 속옷을 입고





"히힛..♡"


음란한 미소로 사타구니에 얼굴을 기댄 레이첼의 모습이었다.








다음 편은 성인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