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는 왕따였어. 키는 컸지만 정말 마른 멸치였기에 힘자랑하고 싶어 하는 일진놈들의 좋은 도구였지. 그렇게 3년 동안 왕따 생활을 하던 얀붕이는 대학에 오게 돼.


얀순이는 정말 누가보더라도 미인이었어. 매 쉬는 시간마다 얀순이를 보러 오는 다른반 남자애들 무리는 별 신기할 것도 없을 정도 였지. 그렇게 3년 동안 퀸카 생활을 하던 얀순이도 대학에 오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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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예비대학(오리엔테이션) 날, 뒤풀이에 둘은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돼. 물론 다른 동기들도 앉았어. 다만 여자는 얀순이 한 명이었지.


술을 마시며 다른 동기들은 얀순이에게 계속 작업을 걸어. 남친 있냐 예쁘다 등등 근데 우리의 찐따 얀붕이는 어리바리만 까고 있었지.


근데 그게 얀순이한테는 흥미로웠던 거야. 지금 다른 애들처럼 자기랑 어떻게 한 번 해보려는 질척한 시선만 받아본 얀순이한테는 이런 얘가 너무 새로웠던 거야.


이후 얀순이의 주도적 연락으로 둘은 계속 친교를 이어나가게 돼. 영화관도 가고, 맛집가서 둘이서 사진도 찍고. 마치 썸을 타는것처럼


그렇게 데이트같은 만남을 할때면 얀붕이는 얀순이를 위한 배려를 잘해줬어. 다년간의 왕따로 눈치 하나는 정말 좋았거든. 


얀순이는 이런 얀붕이를 보며 점차 호감이 커지게 돼. 사랑에 빠진 거지.


다만 안타까운 건 왕따 생활로 자기혐오가 심했던 얀붕이는 자신 같은 쓰레기는 얀순이랑 절대 안 어울릴 것이라며 무의식 중에서 계속 생각 중이었어. 연애 세포가 사망한 눈없찐인거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 얀붕이와 얀순이는 엠티를 가게 되었어.


엠티의 밤이 무르익어 갈 때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단둘이서 산책할 것을 제안해


알쓰였던 얀붕이는 이미 술에 취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얀순이가 하자는 대로 끌려가게 되지.


근데 이 찐따쉨은 그래도 그런 쪽 눈치는 있는지 얀순이한테 춥다면서 외투는 벗어줬어. 다만 얀순이가 원한 고백은 하지 않았어. 얀붕이는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


얀붕이가 자신의 시그널을 눈치채고 고백하기를 기다리던 얀순이는 기다리다 못해 결국 먼저 고백을 해


야,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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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귀게 된 둘, 얀순이는 처음 만난 자신의 남자인 얀붕이를 정말 지극정성으로 챙겨. 패션 센스가 꽝인 얀붕이를 위해 같이 옷도 골라주고 시험 기간이 되면 공부도 가르쳐주고


근데 주변에서 자꾸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가 들리는 거야. 여자가 너무 아깝다 남자한테 뭐 약점이라도 잡혔냐


얀붕이를 너무 사랑했던 얀순이한테 이런 소리는 별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 애초에 자기보고 주변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거는 늘 익숙하기도 했고


근데 얀붕이한테는 아니었지. 왕따 당한 경험이 있는 얀붕이한테 이런 시선은 지옥과도 같았던 거야.


그래서 얀순이한테 몇 번 이별선언도 했었어. 자취방까지 찾아서와 울면서 자기가 더 잘할 테니까 버리지 말아 달라는 얀순이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지만...


주변 시선을 신경 쓰는 자존감 낮은 얀붕이에게 넌 충분히 멋진 남자라며 얀순이는 얀붕이를 지켜줘. 얀붕이는그렇게 1학년 1년 동안 행복한 삶을 즐겼어. 


근데 한가지 시련이 닥치게 돼. 군대를 가야 하는 거야.


얀붕이는 생각해. 얀순이는 어떻게 하지. 너무나 당연하게 기다려줄 얀순이었기에 그게 너무 미안했던 거야. 나 같은 애를 만나서 빛나는 청춘을 버리고 있는 얀순이에게 그건 너무 가혹한거라고 얀붕이는 생각했어. 얀붕이는 결국 결정을 내리기로 해. 얀순이에게 군대 가는 걸 알리지 않기로


이후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연락을 하지 않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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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순이는 평소처럼 얀붕이에게 연락을 했지만 얀붕이가 받지 않아. 그래서 바빠? 하고 톡을 보냈는데 평소에 늦어도 30분 내로는 답장을 해주던 얀붕이가 하루 넘게 연락이 안 오는 거야. 이쯤 되니 무슨 일 생겼나 걱정이 되어서 얀붕이의 자취방으로 찾아가. 그런데 아무리 두들겨도 얀붕이가 나오지 않는 거야.


얀순이는 이제 미칠 지경이야. 얀순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어. 얀붕이의 자취방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기. 


그 추운 겨울날 얀순이는 나 지금 너 집 앞에 있어, 만나 줄 때까지 안 갈 거야. 라고 문자를 보내고 얀붕이를 만나고자 하는 일념 하에 몇 시간이고 기다려


그 노력이 통했던 걸까? 자취방 문이 열리며 얀붕이가 나왔지.


얀붕이를 보자마자 얀순이는 빌었어. 제발 이러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내가 더 잘하겠다고


안붕이는 말했어.


미안해, 이유는 말해줄 수 없어.


얀붕이는 그 한마디만을 남긴 채 문을 다시 닫았어. 그리고 얀붕이는 문에 기대어 숨죽이며 울었어. 


나 같은 남자를 만나기엔 얀순이는 너무 아까운워. 하지만 난 얀순이를 사랑해. 근데 얀순이는 나같은 남자랑 만나면 안 되는 거잖아. 조금 더 얀순이에게 어울릴만한, 돈 많고 잘생기고 능력 좋은 그런 남자랑 이어져야 하는 거잖아.


이후 얀붕이는 정들었던 자취방도 정리해서 본가로 가서 군대 가기 전의 마지막 사회를 즐기기로 결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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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무언가 사정이 있겠다고 생각한 얀순이는 얀붕이를 다시 찾아다녀. 받지 않을 걸 알지만 연락도 계속 해보고, 자취방도 다시 찾아 가보고. 근데 자취방으로 찾아갔는데 웬 이상한 사람이 나오며 전에 살던 사람이요? 잘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하는거야.  대학 동기들에게 물어봤는데 얀순이와 연인 생활을 충실하게 지냈던 얀붕이한테 친구는 단 한명도 없었어. 당연히 얀붕이의 근황을 아는 사람도 없었고. 


결국 얀순이는 행복회로를 돌리게돼. 그래도 개강하면 학교는 나와야하니까 그때 물어보자 하면서.


그렇게 개강날, 얀순이는 온 캠퍼스를 뛰어다니며 얀붕이를 찾아다녀. 평소엔 관심도 안주던 남자 선배들의 깔짝거림에도 응해주면서 얀붕이가 어디있냐고 물어보기도 하며 전력을 다 하지. 근데 얀붕이는 군대 갔잖아? 결국 한달이 다 되도 찾지 못한 얀순이는 멘탈이 처참하게 붕괴한 체 휴학을 신청하고 방구석에서 울기만하는 폐인이 되어버려.


그럼 얀붕이는 군대가서 뭐했냐고?


사랑하던 얀순이와의 이별을 선택한 얀붕이도 마음이 썩 편치는 못했어. 나같은게 없으니까 이제 잘 지낼 거라고 자기합리화는 하지만 막상 마음한켠에는 내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얀순이 괜찮겠냔 생각이 맴돌았지. 그런 마인드로 군대를 갔는데 군생활을 잘 했겠어? 당연히 저놈 어디 문제있는거 아니냐 이런 소리를 들었지


근데 그런 얀붕이한테 헬창 선임이 다가와서 강제로 운동을 시켜. 강제로 단백질 맥이고 24시간 감시하면서 운동을 시키는거지. 휴가 때 얀붕이랑 같이 나가서 술도 같이 마시며 인생상담도 해주고 , 얀붕이는 이런 선임의 노력을 통해 얀순이를 잊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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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흘러 전역날, 사회에 다시 나온 얀붕이는 자신감 뿜뿜하고 누가봐도 멋있어보이는 남자가 되어있었어. 복학 신청하고 캠퍼스를 거닐다가 여자애한테 폰번호 따이는 생활을 보내던 얀붕이는 이제 얀순이랑 사귀었던게 내심 후회가 돼. 연애땜에 과생활도 못한게 억울한거지. 이러니까 얀순이가 조금 원망스럽기도 해. 괜히 얀순이땜에 뒷담화까이고, 동기도 못사귀고(물론 이건 얀순이 탓은 아니지만 지금의 얀붕이한테는 아오안이야!), 물론 얀순이 생각이 조금 나기는 했는데 어짜피 대단한 얘니까 잘 살고 있겠지.라며 늘 결론을 내려


그래서 얀붕이는 모범된 대학생의 생활에 충실하게 돼. 1학년 때는 못해봤던 과팅도 나가보고, 클럽에서 춤도 좀 춰보고, 염색도 해보고. 


그러다가 만난 여주라는 이쁘장하고 참하게 생긴 과후배한테 작업을 쳤는데 이게 또 성공한거야.


얀순이가 자기를 알려줬던걸 생각하며 여주한테 공부도 알려주고, 1학년 때 얀순이와 갔었던 데이트 코스를 생각하며 데이트도 다니고 보람찬 1학기를 보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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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인이 되어있던 얀순이는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라는 어머니의 눈물에 각성해서 2학기 복학 신청을 하고 다시 학교를 다니게 돼


근데 복학하고 들어간 첫 교양수업에 여주랑 꽁냥거리는 얀붕이를 발견한거야.


그날 얀순이는 집에 돌아와 울면서 웃었어. 얀붕이를 찾았다는 안도, 나를 버렸다는 배신감, 그럼에도불구하고 얀붕이를 사랑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 나를 이렇게 만든 얀붕이에 대한 분노


그래도 얀순이는 얀붕이를 보면서 심장이 뛰는걸 느꼈어. 그래서 얀순이는 결심하게 돼. 


나의 애증에게 복수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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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순이는 그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던 동기들과 연락을 다시 시작하며 과생활을 시작해. 비록 휴학하긴 했었지만 뭐 나쁜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교성이 좋은 얀순이의 연락에 다들 반겨줬지.


그렇게 동기들이 선후배들도 소개해주고 친분을 다지며 인싸가 된 얀순이는 술자리에서 폭탄을 투하해


나 얀붕이한테 성폭행당했다. 잊고싶은 기억인데 쟤 저렇게 잘 살고 있는거 보고있으니까 도저히 못참겠다.


그러면서 자신의 휴학 이유가 얀붕이에게 강간당한 슬픔 때문이었다고 말하지


이후 그날 술자리에 있던 사람이 그 썰을 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리며 캠퍼스가 불타오르기 시작해.


안그래도 미투에 민감한 대한민국이잖아? 남의 불행에 그 누구보다 행복할 자신이 있는 대한민국이기도 하고


온 학우들이 이 대형 떡밥에 집중하며 갑론을박을 시작해. 내 그럴 줄 알았다. 그새끼 1학년 때 사귀는거 봤는데 그럴만했다. 어 얀붕선배 멀쩡해보이던데 왜 그랬대요? 이야 우리 새내기 이 개꿀잼 썰을 모르네. 오늘 술안주는 이거다.


아 참고로 여주는 이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자마자 문자로 얀붕이에게 헤어지자고 했어.


온 학우들이 얀붕이에게 속삭이기 시작해. 이 성범죄자야.라고


얀붕이는 미칠 것 같아. 고등학교 때가 다시 생각나는거야. 우울증, 공황장애, 자살충동 등 정신병원 약값만 늘어났어.


주위를 돌아봤지만 친구 하나 없었고, 이럴 때 자신을 지지해줄 얀순이도 없었어. 얀붕이는 망가지기 직전이었어.


그런 얀붕이를 보며 얀순이가 말하는거야. 


얀붕아, 너 나랑 안 사귀면 학교 못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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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주일 눈팅만 하던 뉴비, 유동으로 슬쩍 새벽갬성 망상회로 돌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