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만났을때 딱히 감정은 없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가끔가다 말 섞는 애들보다 못한 존재.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같은 반이니 끝없이 말을 건네왔고 그와는 이제 친한 친구마냥 대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조그마한 감정이 생겨난지 조차 모르게.


20살이 되자마자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어했던 애들이 모였고 그중에 그 도 있었다.


"너 얀붕이 고백 언제 받아줄거야?"


술집에 들어와 잔을들던 나에게 친했던 친구가 말했다. 얀붕이는 옆에서 눈치보는듯 쳐다보고 있었으며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부터 사귈건데?"


술김 이였는지 그냥 막 말했다. 솔직히 생각하면 사겨도 괜찮을 정도의 외모도 그렇고 고등학생때 하루종일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모습에서 애정이 안 생길순 없었다. 발언 직 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때 놀란듯 쳐다보는 얼굴은 평생을 가도 못잊을 것이다.


 



그 후 평범한 연인처럼 보이지만, 상하 관계가 나뉘어졌다. 뭐만하면 들어주는, 틈만나면 약속시간을 어기고 상대가 작은 잘못을 해도 중죄를 저지른 것 마냥 꼬치꼬치 캐묻는 나. 특히 그가 여자와 연락하거나 대화만 나눠도 속에선 꺼지지않는 불꽃마냥 별의별 상상이 가득 차올랐고 결국 그를 내 손아귀에 묶어두었다.


"왔어?"


그래도 헤벌쭉 하며 웃는 그의 모습에 내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 일까? 아니면 이게 내 본능인 것일까..?

점점 도를 지나치는 행위를 그에게 가했고 그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들면 괴롭혔다.


"자기는 왜 그따위야?"


뭔가 이상하다는걸 깨닫지는 못했다.

왜 그따위냐 물어보면 평소에는 울먹이고 미안해 내가 더 잘할게 라며 말할텐데. 그는 묵묵히 들어주기만 할 뿐 아무말도 없었다. 그게 마지막일줄 알았으면 달랐을까?


"더이상 너와의 연애는 힘들 것 같아."


"뭐..?"


눈앞에서 들은 말은 내 머릿속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던 말이다.

아니.. 내가 뭘 들은거지? 애가 나한테 한 말이 맞나? 생각할 정도로 머리가 지끈했다.


솔직히 그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을 땐 그를 무시하며 쿨하게 헤어졌다. 언제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구애하던 남성인데 다시 내가 사귀자고 하면 받아줄 것 같았으니까. 그 시간동안 자신이 헤어지자 말했던 행동에 반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한달이 지나 그에겐 연락이 없었다.


결국 내가먼저 선심 쓰는 것 마냥 연락하고 만나 "다시 사귀는게 어때? 반성 많이했어?" 라는식으로 으쓱댔지만 거절당했다.


두달이 지나 그에겐 연락이 없었다.


그에게 연락해 만난 후 "우리 다시 만나면 안될까?" 라며 말했다. 역시 거절당했다.


세달쯤 지났을 때 그에게 무릎꿇고 빌었다. 내가 더 잘할게 라며 그를 바라보자 깨달았다. 그와의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는것을.


과거에는 내가 마주치고 싶지 않더라도 그를 마주보기만 하면 언제나 눈이 마주쳤으며 오히려 부담스럽기도 했다.

근데.. 이젠.. 내가 하루종일 바라봐도 그때의 그 따스함은 남아있질 않았다.


반년이 지났다.


"흐.윽..."


왜 우냐며 살포시 안아주는 그의 손길에 나는 안정은 커녕 더욱 슬퍼지기만 했다. 이미 그의 마음은 떨어져 나갔고

나는 이제..


사실 이미 알고있다. 나랑 헤어진 직후 같은 과 여성이랑 친하게 지내던 모습을


나는 그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다.


계속해서 그와 친하게 지내던 여성과 그의 sns를 둘러보았을 때 서로 겹치는 사진을 발견했던 날 생긴 손목의 상처가 아직도 따끔한 것 같다.


"그만 울어 이제 끝났잖아.."


"....."


나는 울음을 멈추고 그에게 마지막으로 집에서 진솔하게 대화좀 나누면 안되겠냐고, 그러면 편히 보내줄 수 있을것 같다고 물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내가 떼를쓰며 애원하니 못이긴 듯 따라왔다.


"그..옛날엔...내가 너무..철없던..것..같아.."


나는 식탁에 앉은 그를 보며 천천히 말을 꺼내며 울음을 참았다. 그도 그때의 기억을 곱씹으는지 천천히 나를 바라보았고.


"마실 것좀 가져올게 기다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수를 꺼내어 그와 나의 컵에 따랐고, 그는 아무생각 없이 마시기 시작했다.


"너는 왜 안마셔?"


음료를 따라놓고 마시지 않는걸 이상하게 여긴 그가 나에게 물어봤다.


"왜그럴까?"


나는 살짝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걸 깨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날려 했지만 그상태로 비틀 거리며 바닥에 넘어졌다.


"너..무슨...."


떨리는 입으로 말을 이어갈려 했지만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후후..잘자"


약에 취해 잠든 그를 힘겹게 질질 끌며 부스 안에 있는 침대에 눕혔다.


"헤헤.."


그리고 손과 발에 수갑을 채워 묶어두었다,


비싸긴 했다. 아무리 중고여도 방음부스를 사기에는 설치하는 비용까지 내가 내야하니까. 하지만 그와 있을 수 있는데 겨우 이따위야..


나는 잠든 그를 바라보며 울었다.


다시 되찾아왔다. 그를, 그와의 관계를..

이제 영원히 같이 있을수 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