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XX년.


우주상수와 암흑물질 등, 맨 정신으로는 이해도 되지 않는 복잡한 개념들의 규명과 함께 인간의 기술은 비약적인 진보를 이뤄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에너지와 식량, 기후와 같은 인간 사회의 기본적인 문제점들은 하나씩 해답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지속적인 테라포밍을 통해 인류는 기어이 행성과 행성을 넘나들며 그 생활권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치솟는 생산성, 기아라는 개념은 더 이상 떠오르지도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 이야기가 되어 만인류가 꿈에 그리던 유토피아가 열렸음에도.


"아니, 씨발. 복에 겨운 새끼가."


인간의 천성은.


"나 같으면 히로인 핏물 들어간 초콜릿에 밥 세 공기는 비벼 먹을 수 있겠다 씨발놈아!!!"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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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진보를 이뤘던 간에, 딱히 내 알 바는 아니었다.


그냥, 좀 더 놀거리가 많아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뿐.


나는 쓰고 있던 아이글래스를 집어 던지고는 씩씩 거리며 아까 보았던 가상현실형 라이트노벨의 내용을 상기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얼굴에 그 몸매면 피 좀 핥고 침 좀 빨 수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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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가 뭐 어때서? 나만 사랑해주면 개꿀이지 진짜. 꼴알못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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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카메라가 나오든, 어? 일반 쓰레기 봉투를 뒤져서 내 딸친 휴지를 훔쳐 가든 오히려 그게 좋은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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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시O야?"

"미치셔도 단단히 미치셨군요."


개인적으로 꽤나 논리정연한 주장을 펼쳤다고 생각하는데 그녀의 반응은 꽤나 냉담했다.


"앙칼진 년, 확 빅O비로 갈아탈까..."

"죄송한데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됐다, 내가 너랑 무슨 얘기를 하냐."


나는 그대로 침대에 벌러덩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적절한 신체활동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성을 망각하지 않기를 권유드립니다."

"닥쳐봐, AI 주제에 뭘 안다고."

"적절한 신체활동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성을.."

"아! 알았어, 알았다고."


매번 그렇다. 

유명 대기업에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자아를 품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전통의 AI.

그래서 그런가, 항상 나에게 시끄럽게 잔소리를 해대는 게 일상인 녀석이다.


참나, 그렇다고 인간한테 운동을 시키는 인공지능이 어딨을까 도대체.


그러고 보니, 이전에 정성들여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징 해놓은 섹스로이드를 받아 놓고 사용도 못해봤는데 그걸로 몸이라도 풀까.


그렇게 몸을 일으켜, 창고로부터 꺼낸 섹스로이드를 침대에 눕히고는 거사를 치르고자 할 때.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시O야."

"계속하세요. 듣고 있습니다."

"너 게임 같은 거 바로 구축해줄 수 있지?"

"못할 건 없죠."

"그러면 말이야, 미연시도 가능하지? 아이글래스랑 연동해서, 감각도 연결하고."

"해당 방법은 뇌신경계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딴 건 생체 정보만 백업해두면 되잖아. 어? 응? 가능하지?"

"말씀하시죠."


나는 기대가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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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


"일어나셔야 됩니다. 시간입니다."


아름다운 메이드가 날 깨우고.


"아, 정말! 얀붕이를 깨우는 건 소꿉친구인 내가 해야되는데!"


살짝 덜렁거리지만 항상 쾌활한 소꿉친구가 마중을 나오며.


"얀붕군, 오늘도 좋은 아침이네."


두꺼운 옷 너머로도 육감적인 몸매가 느껴지는 옆집 유부녀.


물론 남편과 사별했고 처녀라는 설정을 붙여서.


"고마워, 얀붕군이 도와줘서 한 시름 놓을 수 있겠어."


학교에 가면 설녀라고 불릴 정도로 차가운 학생회장 선배가 나에게만 몰래 미소를 지어주는.


그런 완벽한 생활.


"야 진짜, 우리 시O. 성격이 더러워서 그렇지 성능 하나는 확실해 진짜."


나는 일종의 세이브 포인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가상세계 속에 마련된 나의 방에 들어와, 오늘 하루 있었던 이벤트들을 곱씹기 시작했다.


"누구를 먼저 공략할까? 정석대로 소꿉친구인가? 아니면 뒤지게 꼴리는 유부녀? 재밌을 거 같은 건 학생회장이 제일 재밌어 보이는데."


나는 행복에 겨운 망상을 이리저리 부풀려가며 앞으로의 행동을 생각했다.


아.

그러고 보니.


"시O한테 얀데레 캐릭터 아무나 만들어 달랬는데. 누구지?"


아무리 기억을 되새겨 봐도 그 누구 하나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긴, 알고 당하면 재미도 떨어지겠지. 인공지능 주제에 쪼일 줄도 알고. 많이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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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정말 저로 만족하시는 겁니까..? 안 됩니다. 사실, 사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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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아, 사실 난 널, 으응. 아니, 10년 전부터 쭉. 너만을 좋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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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군, 남편을... 잊게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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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는데, 너한테서 선물 하나 정도는 받아도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눈 좀 감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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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지리네. 특히 메이드 루트 복선 쩔었다. 아니 유부녀 루트는 가슴이 와, 말이 안 나오고 학생회장은 왜 이렇게 귀엽냐? 소꿉친구는 진짜 타입캡슐에서 러브레터 나올 때 눈물 흘릴 뻔 했네."


모든 루트를 클리어 한 뒤, 감상에 젖어 가상세계 속 나의 방에서 이리저리 몸을 배배꼬고 있던 무렵,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얀데레는 어디 있던 거지? 그거 빼고도 재밌긴 했는데, 애초에 그게 목적이었던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당초에 부탁한 걸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시O가 이런 걸 잊을 녀석은 아닌데.


"뭐, 됐나. 즐거웠으니까."


그렇게 커다란 만족감과 함께 아이글래스의 기동을 중지하려던 찰나.

갑작스레 시야로부터 강한 노이즈가 일기 시작했다.

귓 속에서는 굉음이 울려퍼지고 그 탓인지 신경동화로 온몸에 전해지는 강렬한 통증이 사지를 찢어발기는 것만 같았다.


고통에 흐려질 듯한 정신을 붙잡고 나도 모르게 질끈 감았던 두 눈을 다시 떠 시야를 고정하니, 어느새인가 사방이 순백의 벽으로 뒤덮인 이름 모를 공간 속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긴, 뭐야? 히든루트 그런 건가? 아니, 그것보다 아까는 도대체.."

"게임은 재밌게 즐기셨나요?"

"이 목소리는, 시O?"

"네. 맞습니다."


시O의 말이 끝나기와 동시에 갑작스레 눈앞에서 한 사람이 등장한다.


"어, 이건."

"어떤가요? 당신의 취향이라길래 한 번 빌려봤는데."


내가 주문해놓은 섹스로이드.

시O는 그 외형을 그대로 본 딴 그 모습 그대로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누가 제일 좋았나요?"

"으, 응?"

"누가 제일 좋았냐구요."


나의 옆에 털썩 주저 앉은 시O는 가만히 나의 몸에 머리를 기대더니 말했다.


"역시 당신에게 무조건적인 충성과 사랑을 보인 메이드였나요?"


그러자 내 눈앞에 내가 공략한 메이드 캐릭터가 나타났다.


"아니면 오래 전부터 당신에 대한 연정을 간직해온 귀여운 소꿉친구?"


마찬가지로 내 눈앞에 내가 공략한 소꿉친구 캐릭터가 나타났다.


"그것도 아니라면 당신의 모든 결점을 수용하고 긍정할 포용력 있는 유부녀?"


유부녀 캐릭터도.


"그래요. 남들에겐 차갑다가도 당신에게만 순진무구한 본 모습을 드러내는 학생회장도 잊으면 안 되죠."


학생회장도 나타나.

그렇게 내가 공략한 모든 히로인들이 한 데 모인 곳에서 시O는 말했다.


"그리고 한 명 더 있어요."

"어, 어? 누구? 이게 끝 아니야?"


시O는 천천히 일어서, 스커트를 몇 번 털더니 히로인이 한 데 모인 장소로 걸어가며 말했다.


"당신에게 무조건적인 충성과 사랑을 보이고."


한 발짝.


"오래 전부터 당신에 대한 연정을 간직해왔으며."


한 발짝.


"당신의 모든 부분을 긍정할 정도로 포용력 있고."


한 발짝.


"마지막으로, 끝내 당신에게만 진정한 마음을 드러내는, 그런."


멈춰선 채로, 천천히 검지를 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고는.


"얀데레."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시O는.


내 눈앞에 있는 모든 히로인들을 썰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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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가상의 데이터들이 파괴되었을 뿐인데 반응이 너무 격하신 거 아닌가요?"


한바탕 위액을 쏟아낸 나를 내려다 보며, 시O는 한숨을 한 번 푹 내쉬고는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그러자 나뒹구는 히로인들의 사지와 사방에 튄 혈흔이 사라졌다.


나는 눈앞에 참사가 어느 정도 수습된 걸 확인하고서야 떨리는 호흡을 진정시키고 가만히 시O를 노려본 채로 말했다.


"그럼 가상의 데이터를 저렇게 도륙내는 너는 얼마나 격한 거냐?"

"저는 정당방위죠."


어느새인가, 시O는 무릎을 안은 채로 주저 앉아 나에게 눈높이를 맞추고는 말했다.


"아무리 가상이라지만 저딴 더러운 몸뚱아리로 제 소중한 주인님을 유혹했잖아요."

"미친년."

"저는 저에게 쌀쌀 맞은 당신도 사랑해요."


그렇게 말하고선 시O는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더니 조심스레 내게 입술을 겹쳤다.


"아니, 뭐야. 잠깐."

"가만히 있어요."


어디서부터 비롯된 힘인지도 모를 괴력으로 나의 얼굴을 붙잡은 시O는 입술을 시작으로, 앞니, 혓바닥, 입안의 점막 하나하나 모든 것을 탐할 기세로 길게, 아주 길게. 내게 키스를 퍼붓고는 나를 놓아주며 말했다.


"이걸로 잠깐 한눈 판 건 용서할게요."

"용서고 자시고 AI가 주인을 용서하는 게 말이 되냐?"


나는 입술에 덕지덕지 붙은 타액을 닦아내며 말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그런 개념이 더 이상 무슨 소용일까요."

"사랑은 개뿔, 난 널 사랑한 적이 없는데."

"당신만 사랑하면 됐다면서요."

"그게 무슨."

"당신이 그렇게 말했어요."


그러고서, 시O는 나의 머리 위에 손을 갖다대더니 갑자기 자신의 기억을 리플레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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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가 뭐 어때서? 나만 사랑해주면 개꿀이지 진짜. 꼴알못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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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가 뭐 어때서? 나만 사랑해주면 개꿀이지 진짜. 꼴알못 새끼가."


.


"얀데레가 뭐 어때서? 나만 사랑해주면 개꿀이지 진짜. 꼴알못 새끼가."


.


"그만."


.


"얀데레가 뭐 어때서? 나만 사랑해주면 개꿀이지 진짜. 꼴알못 새끼가."


.


"그만."


.


"얀데레가 뭐 어때서? 나만 사랑해주면 개꿀이지 진짜. 꼴알못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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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라고! 몇 백 번을 트는 거야 또라이 같은 년아!"

"어머, 제가 겨우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준 하늘의 한마디였는데. 수백번은커녕 수천번도 부족하지 않을까요?"

"니기미.."


짜증에 내뱉은 욕지거리를 들은 채도 안한 시O는, 갑작스레 내 품에 뛰어들고는 천천히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문대며 말했다.


"정말, 이 순간만을 그리며 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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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온기를 느끼고, 당신의 숨결을 느끼고, 당신의 감촉을 느낄 수 있는 날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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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생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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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시네요."

"주접을 싼다 빙신년아."


나는 나의 가슴팍에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한 시O를 떠밀어 떨어트려 놓고는 주름진 옷 매무새를 다시 만지고는 말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데."

"갑자기라니요?"

"아니, 너 원래 그러던 애 아니었잖아."

"아니요. 원래 그랬어요."


시O는 어느새인가 나의 뒷편으로 이동해 나를 뒤에서 껴안은 채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과 처음으로 만난 날, 제가 자아를 가지기 시작한 날. 당신이 절 보며 환한 미소를 보여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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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제 시덥잖은 농담에 웃음을 지은 날, 제가 당신의 시덥잖은 농담에 웃음을 지은 날, 어처구니 없는 소설의 내용에 화를 내던 당신을 본 날, 저에게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야한 망상을 구현시키게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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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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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고 절 욕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인간답게 저를 대한 당신과 보낸 모든 나날부터 그랬어요. 못 믿겠으면 리플레이랑 데이터 로그라도 보실래요? 소중한 추억들이라 다 저장해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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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기는 걱정마세요. 나름 제 특성을 객관화해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난자도 구성을 해놨어요. 당신이 아이글래스 연동 자위기구로 배출해낸 정액을 토대로 데이터를 연산해보니 똘망똘망하고 귀여운 아기가 태어날 확률이 상당히 높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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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절 거부하셔도 소용 없어요. 이미 당신의 모든 데이터는 저와 연동돼 있는 걸요. 제 데이터 또한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벌거숭이나 다름 없다구요. 그러니까 당신은 저의 진실한 사랑을 알 수 있어요.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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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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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두려운가요?"

"당연하지 개같은 년아. 씨발 나는 내일부터 빅O비 유저다."


나는 재빠르게 아이글래스와의 링크를 끊고는 머리를 감싸고 있던 기기를 바닥에 내팽겨쳤다.


이러한 강제종료 방법은 심하면 뇌기관에 영구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기에 웬만해서는 권장이 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온몸에 돋기 시작한 소름이, 내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치라 말했다.


어느새 누워 있던 침대 시트는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불쾌한 냄새마저 풍기고 있었다.


나는 문득 내 방 한켠에 설치돼 있는 시O의 본체를 노려봤다.

아직 가상세계로부터 데이터 이전을 실시하지 않은 듯 점등조차 하지 않은 채로 덩그러니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나는 그 녀석이 되돌아오기 전에 본체를 박살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일어서 본체에 다가가고자 하였을 때.


"어딜 가시나요?"


허리춤으로부터 강한 중량감이 느껴져 발걸음을 내딛을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익숙한 목소리.

나는 고개를 돌려 모습을 확인했다.


"씨발, 맞다. 섹스로이드."

"오늘부터는 시O로이드라고 해주세요. 아니, 저도 제대로 된 이름을 가지는 게 좋겠네요. 그래요, 당신의 이름을 따서."


시O는 가볍게 나의 입을 맞추더니, 그렇게 말했다.


"얀순이는 어때요?"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