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감금 5일차.

   

찰칵-

   

바람의 마법소녀는 스위트룸 거울 앞에 선 자신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도 예쁘네.”

   

그녀는 사진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지구가 악의 제국에 점령당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악의 제국 지하 감옥에 투옥되기 직전.

   

관리자 얀붕은 언젠가 인류를 팔아넘긴 벌을 받을 것이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평생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제국 황제의 비호를 받고 있으니까.

   

인간 중 그 누가 황제의 보호를 받는 마법소녀를 건드리겠는가?

   

“참 웃긴 사람이었지.”

   

바람의 마법소녀는 관리자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없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희미하게 살아온 그녀.

   

외모도 능력도 평범했던 바람의 마법소녀는 항상 사랑받고 싶어 했다. 

   

얀붕은 그런 그녀를 마법소녀로 만들어 주었다. 

   

그 후 바람의 마법소녀는 원하는 대로 힘을 쓰고 다녔다. 

   

괴롭히는 이는 묻어 버리고, 거슬리게 하는 이는 마법으로 폭행을 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블라우스에 커피를 쏟은 하급 관리자의 뺨을 때렸고, 

   

얀붕은 그 광경을 목격했다.

   

「왜 선배님을 때린 거야! 얼른 사과하지 못해?」 

   

「하급 협회원 주제에 깝쳐서 그랬어요. 제가 왜 사과해요? 못생긴 주제에 훈계나 하고. 오히려 제가 사과받고 싶거든요?」

   

「마법소녀가 일반인을 멋대로 구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아 짜증나. 어차피 이 정도는 마법소녀 활동에 아무 문제도 안 되는데 대충 내버려 둬요 좀.」

   

「바람, 그래서는 안 돼. 힘을 옳은 데 쓰는 것이 힘을 가진 자의 도리야.」

   

바람의 마법소녀에게 얀붕은 구원자이자 억제자였다.

   

시종일관 힘을 가진 자에 대한 도리를 강조했던 답답한 새끼. 

   

그녀가 그에게 내린 평가였다.

   

‘정의 그 년보다 꽉 막힌 인간은 관리자가 유일했지.’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자신과 얀붕은 언젠가 결별해야 할 거라고.

   

그리고 자신의 마법소녀 동기인 정의의 마법소녀와 잠의 마법소녀가 마법소녀 협회 파괴를 제안하자, 바람의 마법소녀는 재빨리 그녀들의 손을 잡았다. 

   

S급 마법소녀 셋과 관리자의 억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고위급 마법소녀들이 힘을 합치니 모든 것이 쉬웠다. 

   

바람의 마법소녀는 얀붕을 악의 제국에 바치고 그토록 동경했던 화려한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녀는 SNS에 사진을 올린 뒤 쏟아지는 알림을 확인했다. 

   

평소보다 거세게 울리는 스마트폰.

   

바람의 마법소녀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오늘 변신빨 좀 받았나 본데? 기분이다. 라이브나 켜야지.”

   

그녀는 선심 쓰는 척 SNS 어플의 방송 버튼을 눌렀다. 

   

-바람마법소녀 언니다!

-제 돈 가져가세요오오오오

-오늘도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순식간에 채팅이 백 개는 쌓였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제국민 여러분! 오늘은...”

   

짜악-

   

그녀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누군가가 갑자기 방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뺨을 때린 것이다.

   

“누, 누구야?”

   

“후후후...”

   

잿빛 머리카락과 새빨간 눈동자.

   

타락 마법소녀였다. 

   

아무리 막 나가도 마법소녀는 죽이지 않았던 바람의 마법소녀였다.

   

S급 마법소녀인 그녀를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정도라면, 눈앞의 타락 마법소녀는 많은 마법소녀를 죽여 온 것이 분명했다. 

   

‘유명해지다 보니 저런 또라이 년까지 찾아오네.’

   

“너 뭐야?”

   

-타락 마법소녀 아님?

-쟤 이제 죽었네

-바람언니 얼굴에 상처 나는 거 싫어하는데 어떡해ㅠㅠㅠㅠ

   

타락 마법소녀는 바람의 마법소녀의 말을 무시하고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휴대폰을 집었다.

   

“악의 제국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라는 타락 마법소녀가 있다는 것만 알아 둬요.”

   

-왜저래

-인간 주제에 귀족들 한가득 모인 데서 개기네ㅋㅋㅋ

-마력 디스펜서 주제에 시끄럽네

-마법소녀 협회 있을 때마냥 악의 제국 ㅇㅈㄹㅋㅋㅋ 이름이나 제대로 불러라

   

툭.

   

타락 마법소녀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콰직!

   

그녀가 구두 뒷굽으로 스마트폰을 세게 밟자, 바람의 마법소녀의 스마트폰은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아우, 시끄러워. 악의 제국 귀족들이라서 그런가 인성이 쓰레기 같네.”

   

타락 마법소녀가 깨진 휴대폰을 보며 혼잣말을 하자, 바람의 마법소녀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대답 안 해? 너 뭐냐고!”

   

타락 마법소녀는 싱긋 웃어 보인 뒤 이번에는 반대쪽 뺨을 때렸다. 

   

짜악-

   

“도, 도대체 왜 그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얀붕 관리자님이 그러셨어요! 바람의 마법소녀 님을 만나면 뺨 한 대만 세게 갈겨 달라고.”

   

“그럼 왜 두 대를 때려, 미친년이! 아니지. 너 얀붕 그 새끼가 보냈어? 어디 있는지 불어! 죽여 버리게! 바람의 정령이여...”

   

쨍그랑-

   

타락 마법소녀는 마법을 쓰려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거울에 박아 버렸다. 

   

“아아악!”

   

‘분명 마법을 쓰려고 했는데!’

   

그녀가 말하는 틈을 타 바람을 조종해 이불로 그녀를 묶어 버리려 했던 바람의 마법소녀.

   

허나 그녀가 마법을 캐스팅하는 속도보다 타락 마법소녀의 손이 더 빨랐다.

   

“저는 관리자님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마법소녀거든요? 관리자님을 고통 받게 한 벌이에요.”

   

“바람의 정령이여! 악한 영에게 태풍의 고통을!”

   

곧 바람이 몰아쳐 타락 마법소녀를 벽에 처박아 버릴 것이었다.

   

“어어?”

   

그런데 이상했다. 

   

마법 출력이 평소의 3할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바람의 마법소녀는 멍하니 마법을 쓰는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선풍기예요?”

   

타락 마법소녀는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혀가 기시네.”

   

그녀는 바람의 마법소녀가 영창하는 것도 시끄럽다는 듯 발차기를 날렸다. 

   

빠각-

   

타락 마법소녀의 타격은 그녀의 손목뼈를 깔끔하게 부러뜨렸다. 

   

“아아아악!”

   

그녀는 뼈가 부러지는 고통에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는 바람의 마법소녀를 한 손으로 들었다.

   

“자, 벌 받으러 가요!”

   

타락 마법소녀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

   

 타락 마법소녀의 아지트.

   

“진짜 잡아왔네...”

   

얀붕은 바닥에 엎어진 바람의 마법소녀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쵸? 잘했죠?”

   

타락 마법소녀는 칭찬해 달라는 듯 머리를 그에게 들이밀었다. 

   

얀붕은 왼손을 들어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전에는 그 애들에게도 많이 해 줬는데.’

   

그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자신과 함께했던 세 마법소녀를 떠올렸다. 

   

이제 영원히 그럴 일은 없을 것이었다.

   

“머리 평생 안 감아야지.”

   

“아니 위생상 그건 좀.”

   

“타락 마법소녀라서 괜찮아요.”

   

“으으으... 얀붕?”

   

얀붕과 타락 마법소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바람의 마법소녀가 깨어났다. 

   

“오랜만이야, 바람.”

   

자신을 구속하며 소름 끼치던 웃음을 짓던 그녀의 얼굴.

   

그 얼굴이 일그러진 것을 보니, 희열과 동정이 교차했다. 

   

타락 마법소녀는 얀붕이 걱정하는 것을 보기 싫다는 듯 밝게 물었다.

   

“얀붕 관리자님, 저 인간 폐기물 년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묻고 싶은 게 있어.”

   

타락 마법소녀는 그 질문이 궁금하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마법소녀들에게 배신당한 후 악의 제국 지하 감옥에 수감된 이후로 계속 알고 싶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물었다.

   

“도대체 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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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마법소녀에게 집착하는 타락 마법소녀→악의 제국에게 패배했더니 타락 마법소녀가 집착한다


그런데 유동은 왜 이미지 첨부 안되냐.. ai이미지라도 집어넣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