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세계관은 판타지에 지성을 가진 여러 종족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임


어떤 용사가 있었음 


그 사람은 수려한 외모에 강인한 몸 수많은 경험으로 쌓은 최강자급의 전투력에 친절한 마음씨도 갖춘 팔방미인이었음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정을 받고 그의 업적이 쌓여갈수록 그에게 빠져드는 여인들도 많이 생겼음


그런데 이 남자는 어렸을때 마을을 떠나 왕도로 간 소꿉친구에게 꼭 멋진 남자가 된 다음 그녀를 찾아서 청혼하겠다 다짐했기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인들을 정중하게 거절해왔음


그렇지만 그가 약한 사람들을 돕고 선한 일을 할때마다 그를 연모하는 여인들은 종족까지 불문하고 점점 늘어나기만 했음


그러던 중 아름다운 한 라미아 여성이 그의 집에 찾아와 구애하기 시작했고 거절당하자 그의 집 문앞에서 울면서 당신을 위해 종족에게 버려지면서까지 이곳에 왔다 잠깐 사귀는 것만이라도 좋으니 받아달라고 호소했고 급기야는 받아줄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함


저러다 가겠지 싶어서 용사는 외면했지만 꼬박 하루를 샜고 밤에 내린 비에 변온동물인 그녀가 목숨이 위태해지는 상황까지 옴


결국 그는 그녀를 받아주었고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지만 갑자기 한쪽에겐 슬픈 소식이 닥침 남자가 어릴때 사랑했던 그녀의 거주지를 드디어 알게 된 거임


지금 이 여성에게도 어느 정도는 마음을 주었지만 진도가 많이 나간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어린시절 소꿉친구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컸기에 조심스럽게 이별각을 세움


그렇지만 괜히 뱀이 아니기에 말을 꺼내려 하면 자꾸 말을 돌리는 등 여자도 머리를 써서 이별 통보는 약간 일방적으로 남자만 했다고 생각하게끔 애매하게 이루어짐


그 상태에서 남자는 왕도의 좋은 식당에서 소꿉친구였던 그녀와 만나 오랜만에 정다운 얘기를 나누었고 자신의 저택에서 다음 저녁식사 약속까지 잡음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전 애인인 그녀는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찬 상태로 저녁식사 시간에 그의 저택을 찾아감


남자 입장에선 이별통보를 했는데 와서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무엇보다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그녀가 당황하는 게 보여 이쪽도 결국 이성을 잃어버림


그 자리에서 "그 동안 비위 좀 맞춰주니 어디서 뱀새끼마냥 기어오르냐" "뱀년 아니랄까봐 간사한 속내를 감추질 못한다." "니 징그러운 파충류 비늘 뺨만 봐도 토악질이 나온다." 이렇게 폭언을 해버렸고 그 상태로 라미아는 충격을 받아 오열하다 얀순이가 되버리고


눈물을 닦고 일어나 그 자리에서 저주를 걸어버림 


너희가 낳는 아이는 다른 어떤 사람의 사랑도 받지 못할 것이며 너가 경멸하는 이종족과 맺어질 것이라고


그리고 라미아는 그곳을 떠나 다시 오지 않았고 저녁식사 자리는 개판이 됨


그렇지만 용사와 그가 사랑하는 그녀는 다시 만나 좋은 시간을 갖고 결혼까지 성공, 이미 부와 명예를 얻은 그는 용사를 은퇴하고 자신의 아이가 훌륭한 이가 될 수 있도록 잘 기르기로 함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던 날, 문득 저주가 마음에 걸린 그는 아이가 흉칙하게 태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귀여운 사내아이가 잘 태어났고 멋진 이름도 붙여줌(일단 얀붕이라고 하자)


얀붕이는 아버지의 재능을 잘 타고났고 외모도 빼어났고 많은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성격도 가지고 있었음 


그렇지만 그에게 이성적 매력을 느끼는 인간 여성은 이상할 정도로 존재하지 않았음


인간 여성은 말이지


그럼 다른 종에게는 어땠느냐?


그가 아기였을땐 창가에 새들이 찾아와 그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유년기에 친구들과 숲으로 놀러가면 동물들이 그에게 다가가 몸을 비벼댔으며 급기야 사나운 늑대들이 강아지처럼 재롱을 부리 쓰다듬어달라 하기도 함


사춘기가 되자 온갖 종류의 이종족들이 얀붕이에게 사랑편지를 보내고 밤에는 여성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서큐버스 등이 저택 경비를 기절시키고 그의 방에 침입하는 등의 일이 일어남


아버지인 전직 용사는 딱히 이종족에 대한 편견은 없었음 그러나 그가 들었던 저주를 인정하기 싫어 저주의 내용은 말해주지 않은 채 이종족과 결혼하는 건 안된다고 선을 그음


근데 한편으로는 그 저주를 너무나도 풀고싶었기에 온갖 마법사와 성직자를 찾아가지만 원한이 너무 깊은 저주라 풀 수가 없다고 함


그 상태에서 얀붕이는 성장하여 성인이 되었고 집을 떠나서 모험을 하겠다는 그에게 아버지는 사실을 털어놓았음 다만 그 여자가 라미아였다등의 내용이나 폭언의 세부적인 내용등은 말하지 않았음 왜냐하면그 내용이 너무 저급했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는 너가 원하는 여자면 종족에 관계없이 받아들이겠다고 함


얀붕이는 충격을 받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아버지였기에 화낼 수가 없었음 오히려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며 저주를 풀 방법도 여행을 통해 알아보겠다고 함


그리고 얀붕이는 길을 나서고 많은 동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자신의 명성을 드높여 그를 동경하는 인간 여성들도 생기게 되었다는 소식이 부모님의 귀에도 들어감


자신의 아들이 멋지게 컸을뿐만 아니라 저주도 풀었음을 알고 기뻐하던 그때 그에게 편지가 한 통 옴 


그 편지는 아버지께 얀붕이가 쓴 것이었는데 저주도 풀고 여행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으며 이미 아이까지 가져서 결혼을 해야겠으니 조만간 그 여자와 함께 찾아가겠다고 말함


그리고 그날이 찾아왔고 아들이 사랑하는 그녀를 본 아버지는 굳어버림


얀붕이가 사랑한 여성은 이름을 날린 용사였던 아버지조차 전설로만 들었던 드래곤족의 공주였고 


그가 역겹다고 말한 뺨의 비늘이 그녀에게도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저주에서 완전히 벗어난 줄 알고 안심한 자신을 한심하게 느끼게 됨


머릿속으로는 저주를 풀어놓고 왜 하필 이종족이냐 그 중에서도 비늘달린 여자냐 이렇게 묻고 싶었지만


자신이 어떤 여자든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고, 얀붕이가 세세한 내용을 알고 그런것도 아니며, 배를 쓰다듬는 드래곤족의 공주를 거절했다가 큰일 날 수도 있었기에 애써 웃으며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함


과연 라미아의 저주는 풀린걸까





상상할때는 재밌었는데 막상 쓰고 보니까 되게 별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