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 얀붕 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잘해주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는데


얀순이가 미친듯이 노력하던지, 아니면 얀순이가 가진 재능이 너무 우월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격차가 점차 생겨나고


그 차이 때문에 얀붕이 스스로도 자신에게 '얀순이에게 짐이 되진 않나?' 의구심을 품고, 주변에서도 대놓고는 아니지만 은근히 얀순이랑 잘 안어울려 보인다고 지랄하다보니


점차 '난 얀순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라는 결론까지 이르러 버리는거야.


사실 얀순이는 이미 얀붕이에게 무지성으로 반한지 오랜데, 그냥 얀붕이가 아무것도 안해도 자기가 먹여 살릴거고 그냥 자기 보며 웃어주고 사랑해주기만 하면 상관없는데

정작 얀붕 본인이 스스로가 얀순이에게 얼마나 가치있는 존재인지를 모르는거지.


그러다 보니 자기 딴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헤어질각을 잡아버리고


당연히 얀순이는 뭔 개짓거리냐며 놀라고, 혹시 내가 싫어진거냐고 울고, 잘못한거 있다면 당장 고칠테니 말해 달라며 애원하지만


자기 눈엔 너무도 사랑스러운 이 여자를,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스스로의 무능함을 견딜 수 없어서


그냥 행복하란 말만 남기고 떠나버린거야. 사람은 급에 맞게 살아야 되니까


얀순이는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 만나 훨씬 행복하게 살 자격이 있는 멋진 여자니까.


그렇게 집에 쳐박히듯이 들어온 얀붕이는 그날 내내 울었고.


세수하려 화장실 들어왔다가, 비누에 붙은 얀순이 머리카락을 떼며 울고


옷 갈아 입으려고 옷장 열었는데, 얀순이 립스틱 묻은 셔츠가 있어서 울고


배는 고프니 밥쳐먹으려고 냉장고 열었다가, 얀순이 올떄 해주려고 사뒀던 식재료가 눈에 띄어 울고


여기저기 가득한 흔적들을 볼때마다 자꾸 감정이 몰아치고


딱 얀순이를 사랑한 만큼만 울었을 무렵 겨우겨우 가슴 추스르며 어떻게 살긴 했어


그냥 자기한테 어울리는, 평범 이하의 회사에서 평범 이하의 취급 받으며 평범 이하의 사람으로 


이따금 들려오는 얀순이 소식은 젊은 나이에 대기업 임원까지 올랐다, 그러면서도 미모로 더욱 유명하다 등 찬란하기 그지 없었지


그 소식에 얀붕이는 피식 웃어버려, 거 봐. 나 같은거 잘라내니까 이렇게 잘 살잖아 하면서 진심으로 기뻤어.


그리고 또 가슴은 아프지, 털어낸줄 알았는데 아직 얀순이를 사랑하니까.


그러던 어느날 동창회가 잡혔어. 사실 매년 있었지만 그동안은 별로 나가고 싶진 않아서 안갔지


근데 최근 몇년이나 좀 힘들었어서, 오랜만에 옛날 친구들이랑 회포나 풀며 기분 전환이나 할겸 참석했는데


하필일까, 동창회엔 얀순이도 참석했네


처음 서로를 발견했을땐, 한 2초 정도 눈을 마주치긴 했지만 그 이후엔 별 접점은 없었어


얀붕이는 일부러 얀순이를 피하고, 얀순이도 따로 다가오지는 않고


오랜만에 실물을 봐 버린 지금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어차피 끝난 사이니까, 얀붕이는 당연하다 여겼어


그냥 얀순이는 얀순이 대로, 나는 나대로 시간이나 보내다 이 자리가 끝나면 앞으론 절대 볼 일 없을테니까 조금만 참자 생각했지.


그렇게 동창회를 보내다 취기가 올라온 얀붕이는 잠시 바람이나 쐘겸 밖에 나와서 멍 때리고 있는데


"뭐 해"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가, 반드시 잊어야될 목소리가, 절대로 잊혀진적 없는 목소리가


고개를 돌려기도 전에 얀순이는 그대로 얀붕이 옆에 털썩 걸터 앉고는 얀붕이를 물끄러미 바라봤어.


"오랜만이네"


"...응"


얀순이는 아직도 변함없이 예뻤어


혼자 세월을 비껴간건지, 아니면 아직 내 눈에 사랑이 끼어서 그런건지


게다가 저 아름다운 외모에 더해 성공한 사회인이라는 입지까지 갖춘 지금은... 차라리 하늘의 별이 얀붕 자신과 더 가까워 보여


역시 얀순은 나랑 안 어울리는 여자였다며, 아직도 미련이나 갖고있는 자신에게 조소를 날린 얀붕은 황급히 자리를 뜨려 일어나지만


"가지마"


그런 얀붕이 손을, 얀순이는 그대로 붙잡았어


설마 얀순이도 자신에게 미련이 좀 남은걸까, 하지만 기대를 가질 순 없어.


"...미련 갖지 마."


"얀붕아... 미련은 씨발 버린뒤에 남는거야"


그 순간 얀붕이는 멈칫하고 얀순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얀순이는, 그런 얀붕이와 눈을 쭉 마주쳐.


"어쩌면 미련일 수도 있었지... 네 그 죽상인 얼굴만 아니었으면


너 나랑 헤어지면서 뭐라했어?"


"...행복해야 돼"


"푸흡...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몇년이나 꼭 붙어 살던 새끼가 헤어지자면서 날 더러 행복하라고? 넌 씨발 팔 다리 자르면 행복해?"


얀순이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어, 호흡조차 불규칙적이던 귀기서린 웃음이 한참이나 이어졌을까, 가까스로 숨을 고른 얀순이가 다시 고개를 들었어


"아하하 그래... 네가 그렇게 바란다면 행복해야지.


일 나가는 나한테, 졸리지 말라고 아침마다 커피 내려줘서 갈색으로 물든 텀블러 보고 울었지만 행복해야지.


기분이나 달랠겸 노래를 트는데, 너랑 노래방 가서 맨날 부르던 플레이리스트만 주르륵 나와 울었지만 행복해야지.


배달만 쳐먹으면 건강 해친다며, 지가 직접 만들어서 갖다주던 도시락 통이 보여서 울었지만 행복해야지.


아직도 침대에 누워서 옆에 베게 없나 더듬거리면서 울지만 행복해야지


네가 바랐으니까, 네가 원했으니까


그래서 진짜 참으려 했는데... 잊으려 했는데...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어느순간 올라온 얀순이의 팔이, 얀붕이의 등에 스르륵 감겼어 


자연스레 얀순이랑 얼굴이 좀 가까워졌는데


그 순간 가슴이 축축해져.


"흐...흐흑... 정작 너는 왜... 별로 안 행복한데...

네가 내게 바란 것 만큼 나도 네게 바랐는데...


나와 헤어져서라도 네가 행복하다면... 헤어져도 견딜 수 있다고..."


자기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하는 모습에, 얀붕이는 자기도 모르게 얀순이 등을 감싸줄 뻔 했어.


하지만 이래도 되는걸까, 자기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지금은 더 못나진 자신이 그러면 안될거 같아 머뭇거리는 사이 얀순이가 다시 입을 열었어


"너 말야... 아직도 내가 행복하길 바라지?"


"...응"


"그러니 계속 사랑할거야... 내가 직접 널 행복하게 만들거야... 그래야 내가 행복할 수 있으니까... 네가 바란대로 될 거니까..."


라면서 얀붕이 붙잡고 늘어지는 뭐 그런 내용


쓰고 싶었는데 글 재주가 없어서 노잼이라 대충 유기하고 자러감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