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찾는 얀붕이


알바자리를 찾지못해 고민하던중 엄마에게 좋은 제안을 들었어


엄마 친구에게 식물인간상태인 딸 얀순이가 있는데, 사정이 있어 간병인이 필요하게 된거야


얀순이네 집이 꽤나 잘사는 곳이라 돈도 넉넉하게 준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없었지


그렇게 간병을 시작하게 되어 처음 병실에 들어간 얀붕이


침대에 누워있는 얀순이가 예상외로 이쁘장한 외모여서 놀라기도 했지만


병실에 들어가기 전 10년간 식물인간상태로 지냈다는 말에 이쁘다라는생각대신 불쌍하다라는 생각이 더 앞서서 열심히 얀순이를 돌봐주는거지


그런데


식물인간도 의식이 있다고들 하잖아


얀순이도 그렇게 정성스레 돌봐주고 있는 얀붕이를 쭉 봐왔던거지


언제나 몽롱했지만 상황파악정도는 할수있던 얀순이에게 얀붕이의 행동들은 새로웠어


사실 그동안 얀순이를 돌봐줬던 간병인들은 모두 쓰레기였거든


얀순이가 못듣는줄알고 분풀이로 쌍욕을 내뱉던 간병인, 대충대충하며 얀순이가 어떤상태인지는 전혀 관심이없던 간병인, 심지어 아무도없을때 슬쩍 몸을 더듬는 간병인들까지


얀순이에게 정말 지옥같은 10년이었는데


얀붕이는 싫은기색 하나없이 얀순이가 어떤상태인지 계속 지켜보고, 정성스레 돌봐주는거야


그런 얀붕이의 모습에 얀순이가 마음의문을 열 무렵


약속된 기간이 지나고 얀붕이의 간병인생활이 끝나게 됐어


얀붕이는 가기전에 멍하니있어보이는 얀순이의 손을 꼭 잡으면서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만약 깨어나면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그러자며 마지막인사를 하고 병실을 떠나는데


얀순이는 그걸 다 듣고있었던거지


얀순이의 마음속은 얀붕이로 꽉 채워진채, 얀붕이와 함께있고싶다는 생각밖에 하지않는거지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난거야


얀붕이가 간병일을 그만두고 몇개월뒤, 약 10년동안 식물인간상태로 지내던 얀순이의 의식이 회복된거야


그리고 드디어 깨어난 얀순이가 처음으로 한 말은 다름아닌


"얀붕이는.....?"였어


그말을 들은 얀순이의엄마는 어리둥절했지만 10년만에 깨어난 딸의 첫마디였으니 무슨일인진몰라도 친구에게 전화해 얀붕이에게 빨리 와달라하는거지


그렇게 다시 재회한 얀붕이와 얀순이


하지만 10년만에 겨우 의식이 돌아온 얀순이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어


말도 어눌해서 알아들을수 없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상태라 도저히 대화를 나눌수 없던거지


그런 얀순이를 지켜본 얀붕이는 얀순이 손을 떠났을때처럼 꼭 잡으며


지금은 너가 너무 힘들어하는거같으니, 나중에 열심히 재활하고 꼭 만나자며 다시 만날날을 기약하고 전화번호만 교환한뒤 다시 떠나는거지


그 이후 얀순이는 얀붕이와 같이 있고싶다라는 생각


그 생각 하나로 그 어떠한 환자들보다 더 열심히 재활,적응훈련을 했어


정상인처럼 걷기위해, 정상인처럼 뛰기위해, 정상인처럼 대화할수있게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수있도록 피나는노력을 해서 일반적인 환자들보다 더 빨리 적응할수 있었지


그렇게 멀쩡한 상태로 퇴원한뒤 곧바로 얀붕이의 집으로 가는거야


얀붕이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그때 얀붕이도 나를 이렇게 도와줬는데 마음이 없진 않을거다라고 연애상상까지 하는 얀순이


하지만 얀붕이 동네 근처에 다다랐을때쯤 택시 유리창에 봐서는 안될걸 목격하지


길거리를 걷는 얀붕이와 그 곁에 얀붕이 팔짱을 꼭 껴안는 여자


그냥 친한친구인가?하기에는 둘이 너무 꼭 붙어있고 둘의 표정도 너무 좋아보이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포옹까지 하는거야


사실 얀붕이 입장에서는 간병했던 일이 몇달전 이야기였고 오랫동안 얀순이를 간병해줘서 얀순이에 대해선 단순히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던거지. 그 여자는 당연히 여자친구였고.


그장면을 보고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며 급하게 얀붕이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여친이랑 노는데 정신팔린 얀붕이는 얀순이 전화를 의식하지 못했고


그순간 얀순이의 두근거리는감정이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며


'난 몇달동안 너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너는 지금 딴년이랑 노는거야? 너도 그때 내가 좋아서 열심히 간병해줬던거 아니었어? 얀붕이는 나를 좋아서 이럴일이 없을텐데? 저 여우같은 씨발년이 얀붕이를 홀린건가? 그러면 내가 제대로 돌려놔야겠네? 얀붕이는 내꺼니까 원래대로 고치면 되겠지?'


라며 얀데레로 각성하며 계획을 세우는거지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밤늦게 돌아온 얀붕이


그런데 자취방 문에 이상한 사진이 붙어있는거야


분명 자신과 여자친구가 손을잡은사진인데


여자친구부분만 갈기갈기 찢긴 사진이지


이게 무슨일이지..?생각하자마자


알수없는주사를맞고 쓰러지는거지


시간이 지나고 깨어난 얀붕이


그런데 몸을 전혀 움직일수 없고 입도 막혀서 말도 제대로 할수 없는거야


얀붕이가 할수있는건 코로 숨쉬는것과 눈으로 주위를 보는거밖에 없었지


그렇게 두리번거리던 얀붕이의 시야에 들어온 인물은 다름아닌 얀순이


얀붕이는 무슨일이냐며 이것저것 묻고싶었지만 아무말도 할수없었어


그러다가 얀순이가 말을하는거야


"얀붕아 나는 그동안 너만 계속 바라보고 너만 생각하고 너만 떠올렸어 그런데 너는 왜 딴년이랑 놀아나는거야? 그 여우년이 너를 홀린게 맞지? 얀붕아 미안해 내잘못이야 내가 더 빨리 회복해서 너를 일찍 만났어야했는데 내잘못이야 미안해 얀붕아 그동안 나 간병해주느라 많이 힘들었지? 이제 내가 너를 돌봐주고 아껴줄테니 걱정하지말고 편하게 지내 괜찮아 이제 내가 10년동안 간병인들한테 많은걸 받았거든? 그대로 너에게 해줄게 그러니 넌 나만 바라보며 살면돼"


그러고 몸을 떨고 눈물을 흘리며 읍읍 소리내는 얀붕이에게 천천히 다가가는거지


그렇게 몇개월간 얀순이의 간병을빙자한 고문과 거친교육을받은 얀붕이의 정신과 육체가 모두 쇠약해지고 결국 얀순이를 정말 간병인으로 인식하면서 정말로 하루종일 얀순이의 손길만을 기다리는 그런거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