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기간 9월 16일부터 29일까지, 평균 플레이 시간 4-7시간, 대략 70시간 언저리


길어서 약칭이 긴하루인가하고 농담을 하곤 했는데 이젠 그 농담을 못하겠다


어지러울 만한 분량은 의외로 지루하진 않았다


당연한 게, 재미도 없는 캐러게에 70시간을 넣느니 차라리 수음에 쓸 반찬 찾는 게 더 유익하지 않겠는가



딱히 서사가 대단한 게임은 아니었다


개그가 잦거나 재미있는 게임도 아니었고


연출도 특정 구간 제외하면 평탄했다


일단은 무드메이커에 특화된 히로인이 있어 분위기는 밝다


꽤 많은 수의 개그용 등장인물도 등장한다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도 있고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나 고민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도 감초에 불과했다


그냥, 그냥 한없이 평화로웠다


개그나 긴장감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의견은 있을 법 하다


나는 그 의견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느 부분에선 또 공감도 하고



단, 분량이 과하다는 주장에는 고개를 젓겠다


총 70시간이 넘는 분량을 자랑하기에,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은 좋았다


이 게임을 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주인공의 거진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함께 걸어간다


때로는 문제에 맞닥뜨리고 좌절도 하고, 잠시 멈춰서기도 해도 결국 시간 흐르는 데에 맞춰 성장한다


주인공과 히로인들이 성장하는 동안 격하진 않아도 다양한 감정을 꺼내게 된다


폭소는 안 하더라도 소소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오열하진 않더라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격노하진 않더라도 아쉬움 섞인 한숨은 샌다


그렇게 차곡차곡 작은 추억을 쌓아가고, 주인공과 히로인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막이 내린다



그 후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


곡이 끝난 후의 짧은 후일담


모든 걸 마무리하고 타이틀로 돌아온 후, 이게 긴하루라고 생각했다


대략 공통 10시간 루트 12시간


줄일려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


그렇게 줄이면 줄일수록 은빛으로 가득하던 게임은 그냥 고리타분한 회색이 되겠지만 말이다


단지 이 게임이 길어서 해방된 후 그런 느낌을 착각한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



그 말이 반 정도는 맞다


길어서 그런 후련함이 남은 거다


근데 문단 서두에도 말했지만 재미가 없으면 엔딩이 좋건말건 유기되는 법이다


캐러게는 재미 없으면 당연히 바로 유기다


그럼에도 긴하루는 유기되지 않았다


이유야 간단하다


과정 자체도 재미가 넉넉했으니까


전체적인 분위기가 잔잔하고 평화롭단 거지, 꽤 시끌벅적하기도 하다


크게 무언가를 해야 할 때, 예를 들면 고백같은 걸 할 때에는 확실하게 해낸다


연출, BGM, 일러스트 모두 필요할 때엔 진심을 다했다


고백 씬은 모두 녹화를 딸 만큼 훌륭했다


딱히 대단한 장면이 아닐 때에도, 알콩달콩한 장면이 많아 즐길 거리는 많았다


주인공, 히로인 캐릭터 모두 큰 탈 없이 잘 뽑혔고 말이다


긴하루는 순정계열 캐러게에선 그 분량의 특이성을 빼고 봐도 상위에 위치할 재미는 이미 챙기고 있었던 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많은 유붕이들이 최소 20시간을 투자해서 엔딩을 볼 리가 없지 않겠는가


인싸로 가득한 이 채널 유붕이들이 시간 빌게이츠도 아니고 말이지



당연히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예를 들면 청춘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분량 배분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청춘 파트 배분은 괜찮은데 청춘 자체를 잘 못 썼다든지


단순히 작화가 아쉬운 거라든지


루트간 질적 차이도 좀 보이는 편이고 말이다


이런 순정계열 장르의 고질적 문제로 졸린 것도 있다


또, 길기에 칭찬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긴 만큼 장벽이 될 수도 있단 거다


긴하루의 단점은 몇몇 이들에게 치명적인 부분들일 수 있으니 플레이 전에 좀 고려를 해보는 게 좋겠다


나는 대체로 단순히 그냥 아쉽다 선에서 그쳤지만 누군가에겐 게임을 유기하고도 남을 법한 사유이기도 하니까


캐러게는 장르 특성상 입맛에 맞는 이가 직접 찾아먹어야 하지, 절대다수에게 추천할 만한 그런 건 또 아니니 말이다



이런 순정계 끝판은 아자라시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 깨고 나니 만만치 않다


긴 만큼, 끝에 찾아오는 여운이 깊지만 상쾌함도 남다른 게임이었다


무지성 알콩달콩을 원한다면 아마카노를 추천하겠다만, 좀 여운이 있는 연애, 순애게임을 찾는다면 일단 긴하루를 먼저 이야기할 것 같다


혹시라도 자신이 순애겜을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시간적으로 좀 부담이 된다면 적어도 미즈하 루트라도 맛보면 좋겠다


올클병이 있는 유붕이들은 각오를 좀 하고


올클을 포기하든지, 나처럼 인생을 포기하든지



마지막으로 긴하루에 딱 맞는 점수콘을 남기고 끝맺으려 한다


읽어준 유붕이들 모두 고마워






PS. 톤웍 방구같은 자식들아 미즈하 루트에 쓸 힘 다른 애들한테도 좀 써주지 그랬냐


나 최애는 베스리인데 루트 완성도는 미즈하를 이길 애가 없더라


나 베스리 루트 기대하면서 들어갔는데 대학편에서 벌벌떨고 베스리 별로 안 나와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