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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헤~ 이렇게 맛있는 급식은 처음이야. 아저씨 감동받았어."

후우카가 게헨나를 떠나 샬레에 임시거주한 지 시간이 제법 흘렀다. 후우카의 요리실력은 얄음얄음 샬레에 찾아온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아무래도 게헨나 학식의 악명은 다른 학원에도 널리 퍼졌기에 처음엔 반신반의한 사람이 많았지만, 다들 후우카의 밥맛을 보게 되니 중독된 거마냥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이번에 찾아온 학생들은 아비도스 학생들이었다.

"아비도스는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거기서는 급식을 어떻게 해결하나요?"

후우카는 별생각 없이 호시노에게 한 그릇 더 퍼주면서 물었다.

"아조씨가 다니는 학교는 전교생이 다섯 밖에 안 되어서 말이야, 따로 급식부를 둘 여유도 없으니 다들 도시락이지. 가끔 단체로 식사를 차리긴 하지만 말이야... 후우카 만큼 요리하는 학생은 읍거든. 이거, 학교에 급식 담당이 있는 것도 편하겠는데?"

호시노는 후우카를 보면서 위아래를 훑어봤다.

"그러니까 후우카 쨩은 이제부터 아비도스 학생으로 당-첨~!"

"네, 네엣?"

"후후후, 거절할 생각은 포기하라고? 이대로 후우카 쨩을 아비도스로 납치해서 전학서에 사인할 때까지 놔주지 않을 거니까."

예전에 학교 버스를 납치해서 학생들을 강제로 아비도스에 전학시키자는 의견을 냈던 호시노가 후우카를 보고 탐을 냈다.

"호시노 선배! 아직도 다른 학생을 납치해서 전학시킨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나요?"

"농담이야, 아야네 쨩~ 물론 난 후우카가 정말로 아비도스에 와준다면 고맙지."

아비도스의 얼마 안 되는 상식인인 아야네가 참다못해 한마디 하자 호시노는 슬금슬금 물러났다.

"퇴학이나 전학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건 무리지만... 제가 만든 밥이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샬레에 와주세요. 한동안은 계속 샬레에서 지내면서 원격교육을 받을 생각이니까요. 남는 시간엔 계속 요리해트릴게요."

"우히~ 그러면 계속 신세 좀 져볼까?"

어느 날에는 선생에게서 말을 듣고 찾아온 게임개발부가 왔다.

"이 맛은... 그렇군요. 아리스는 이해했습니다. 이거야 말로 게임에서 말하는 전설의 포션, 엘릭서인 겁니다. 섭취시 사망한 파티원 부활과 동시에 HP/MP가 만땅으로 회복되는 아이템은 바로 후우카의 밥이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성적을 지나치게 조진 나머지 유급을 걱정할 정도로  간당간당해진 보충수업부가 오기도 했다.

"유급을 걱정할 정도로 성적이 위험하다고요? 그, 그건 역시 힘들겠네요. 공부는 저도 그렇게까지 잘하는 편이 아니라 도와드릴 수 없지만... 맛있는 밥을 드시면 공부할 기운이 날 거에요. 가기 전에 도시락도 받아 가실래요?"

"고마워요, 후우카 씨! 이번에... 시험 끝나면... 보답해 드리고 싶은데... 페로로 님... 좋아하세요?"

샬레에 온 학생들은 다들 후우카와 친해졌다. 심지어 게헨나와 연관된 거라면 무조건 색안경부터 끼던 하스미조차 후우카만은 예외라면서 그녀를 인정했다. 분명 게헨나가 원래 트리니티로 와야 할 학생을 서류조작으로 뺴돌린게 틀림없다면서 트리니티로 돌아오라고 약간의 정신승리를 벌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 샬레에서의 생활은 어떻니? 힘들진 않니?"

그리고 후우카가 샬레에 온 지 1주일을 조금 더 넘긴 날, 선생은 후우카를 불렀다. 후우카는 이번 저녁 식사는 뭐가 좋을까 고민 중이었다. 선생은 후우카를 부른 뒤에 형식적인 질문을 했다.

"전혀 힘들지 않아요. 게헨나에서 일할 때랑 비교하면 너무나도 편안해서... 조금 무서울 지경이에요."

후우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루에 수천 명을 먹여 살리다 보니 하루에 많아봤자 수십 명을 먹여 살리는 일은 그녀에게 있어 껌이었다.

선생은 후우카가 진심으로 밝은 얼굴을 지으며 대답하자 그럼 다행이라고 대답했다. 후우카는 몇 마디 더 하려다가 선생의 책상 위에 큼직한 상자가 온걸 보자 무심결에 물었다.

"선생님 소포인가요?"

"예전에 주문했던 커스텀 킹 제X더 프라모델이 마침내 왔거든. 집에 배송하면 누가 훔쳐갈까 불안해서 샬레에다가 배달시켰지."

후우카는 선생의 집에서 살림살이를 할때 진열장을 가득 채운 로봇 장난감을 떠올렸다. 선생에겐 유우카가 몇 번 지적할 정도로 가끔 취미생활에 과하게 돈을 때려붓는 짓을 했었고, 취미생활 중 하나가 슈퍼 로봇 계열 장난감을 모으는 거였다. 물론 유우카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선생의 충동적인 소비는 거의 사라졌지만, 취미생활을 완전히 관두진 않았다.

"선생님은 로봇물을 정말로 좋아하시는군요?"

"왜? 로봇 좋잖아? 굉장히 강하고, 굉장히 크고, 아무튼 굉장한 변신 로봇을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구. 좋은 교훈도 많고."

"선생님이 나쁘다든가, 유치하다는 게 아니지만. 처음 선생님을 뵈었을때... 그... 제가 상상하던 이미지랑은 좀 달랐거든요. 선생님은 어른이시니까... 양주 수집이라든가, 골프 처럼 어른들이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실줄 알았어요."

"후우카,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린애야."

선생은 후우카의 말을 들어도 별로 기분이 상한 기색 없이 말을 이었다.

"내가 봤을떄 남자 어른과 어린애의 차이점은 손에 든 장난감의 가격이 얼마나 차이 나는 것 뿐이야. 그리고 어른은 어린애의 손에 든 장난감을 보면서, 실체는 보지 않고 가격만을 보고서는 유치하다고 딱지를 붙이는 거뿐이고."

선생은 그리 중얼거리면서 후우카에게 물었다.

"후우카는 어때?"

"지금까지 계속 고민해 왔는데, 역시 저에게 있어 선생님이 말하는 취미생활은... 요리인 것 같아요."

후우카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그리 말했다.

"샬레에서 제 요리를 드셔주시는 분들의 칭찬을 받으니... 정말로 행복해요. 그리고 나서 치우는 일도 즐겁고, 내일 샬레를 찾아올 학생을 위해 뭘 요리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식자재를 구할 때만큼 가슴이 뛰는 일도 없어요. 아 물론, 가장 가슴이 뛰는 때라면... 선생님을 위해서 요리할 때지만요."

"그러면 날 위해서 죽을 때까지 요리를 해줄래?"

"네... 네엣!?"

후우카는 선생이 가볍게 건낸 농에 얼굴을 붉혔다.

"저... 전 학생이고... 선생님은 어른이시고... 하지만 이런 부족한 몸이라도 좋으시다면...."

후우카는 선생이 건낸 말을 진지한 구애로 생각하고서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그래서, 게헨나 학원과 급양부는 어떻게 할거니? 이대로 계속 있고 싶니, 아니면 돌아가고 싶니?"

"여전히... 모르겠어요. 확실히 여기 있으면 급양부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신나고 보람차긴 하지만, 지금쯤 게헨나는 다들 배를 곪고 있을 게 뻔하니... 제가 없으면 안 될것 같아서 돌아가야 할 것 같고.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면... 저는 다시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할것 같고.... 선생님... 저는 역시 나쁜 아이인가봐요. 지금 당장 학원에 돌아가야 하는데..."

"아니, 그건 후우카가 나쁜 게 아니잖아."

선생은 짐짓 심각한 얼굴로 자기혐오에 빠지려는 후우카를 멈췄다.

"자기 책임을 무조건 남에게 떠넘기는 건 나쁜 짓이지만, 남의 질 책임을 자기한테 탓하는 것도 나쁜 버릇이야. 상황을 판단할떈 무조건 중립을 유지해봐.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봐도 나쁜건 지금까지 후우카의 요구를 전부 다 무시하고서 급양부를 주먹구구식으로 돌린 만마전이 나뻐. 지금까지 네 사정을 들어준 모든 학생들이 그렇게 말했지 않았니?"

후우카는 지금까지 자신의 사정을 들은 학생들의 대답을 떠올렸다.

다들 게헨나와 만마전을 욕하면 욕했지, 아무도 후우카를 탓하지 않았다.

"여기서 네가 먼저 돌아가면 기싸움에서 지는 거야. 이대로 돌아가면 게헨나 만마전 녀석들은 계속 널 졸업때까지 부려먹고, 네가 졸업하면 그 짓을 네 후임한테 시키겠지. 후우카, 너는 고생을 견딜 수 있겠지만, 네 후임이 똑같은 괴로움을 당하는 건 보고 싶지 않지?"

후우카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일단 기다리자. 진짜로 게헨나가 급하면 그쪽에서 먼저 찾아오겠지."

선생은 후우카에게 그리 충고했다. 후우카도 선생의 의견에 쉬이 따랐다. 그 말대로 후우카는 몇 번 만마전이 이메일 등으로 당장 복귀하라고 반 협박성 메일을 받긴 했지만, 아무도 직접 후우카를 찾아오지 않았다.

파업은 후우카의 정당한 권리였고, 선생은 후우카의 권리를 지키고자 노력했다.

후우카는 처음으로 게헨나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저항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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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졸려...."

게헨나 최강이라 불리는 소라사키 히나는 며칠간 파견임무 때문에 게헨나를 떠났다가 밤 늦게 귀환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 히나는 평소 습관대로 식당으로 향했다. 게헨나 선도부장의 일은 빡세기 때문에 아침 식사와 카페인의 힘이 없다면 버틸 수 없으니까.

그리고 워낙 졸린 히나는 식당이 개판난 것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피곤한 히나는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마치 자신의 정신이 유체이탈해 모든 일을 3인칭으로 지켜보면서 게임 컨트롤러로 조정하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히나는 커피를 원했다.

"...."

그리고 히나는 별 생각 없이 자리에 털썩 앉았다. 눈 앞에 맛있어 보이는 미트볼 스파게티가 보였다. 히나는 일단 이것부터 한 입 먹은 뒤에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포크와 나이프가 쥐어지지 않았다.

눈 앞에서 미트볼 스파게티가 자신이 쥐려고 한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서는 자신의 목젖을 향해 찔렀다.

"!!!!!!!!!!!!!!!!"

히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번쩍 차리고서는 목을 꺾었다. 아슬아슬게 포크가 히나의 목을 스쳤다.

"이건 또 뭐야?"

히나는 눈앞에서 미트볼 스파게티가 둥둥 떠다니면서 자신의 목숨을 노리자 기겁했다. 두 번쨰 공격이 닥치자 히나는 이런 초현실적현상을 목격하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반격했다. 히나의 주먹이 미트볼 스파게티를 파괴하자 미트볼 스파게티는 하늘에서 떨어졌다.

우우우우웅

히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것들을 보고 기겁했다. 한 마리(?)로는 부족했는지 허공에서 미트볼 스파게티가 접시를 타고 날아왔다.

그리고 미트볼 스파게티 무리가 눈을 떴다.

빠바빠뽬!

미트볼 스파게티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몬스터로 진화했다!

날아디는 스파게티 몬스터 무리를 본 히나는 급하게 자신의 무기인 종막: 디스트로이어를 꺼냈다. 그리고 히나는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몬스터 무리에게 기관총을 쏘았다. 기관총은 소총보다 명중율이 떨어지지만 히나의 오랜 경험에 따르면 이 거리에서 자신의 명중률은 100%였다.

!감나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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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에 100%란 존재하지 않았다. 히나가 100% 생각했던 명중율은 사실 99.99%였지만 반올림되어 보이지 않았다! 엑스컴 병사가 빙의한 것마냥 히나의 총격은 전부 다 빗나갔다! 0.01%의 확률에 당첨된 히나는 이게 가챠였다면 엄청난 행운이었겠지만, 지금은 전투 중이었기에 안타까웠다.

히나는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자 총 대신 군용 대검을 들고 덤볐다. 그녀의 몸놀림을 날렵했으며, 그녀의 칼질은 날카롭게 스파게티의 면을 찢었다. 하지만 아침밥을 먹지 않은 히나의 감각은 평소보다 둔했다.

"크윽!"

히나는 자신의 오른팔이 탱탱한 스파게티 면에 붙잡히자 남은 손으로 나이프를 쥐로 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행동하기 전,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몬스터들이 히나의 양손을 잡아챘다.

그리고 등 뒤에서 접근한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몬스터는 굵고 탱탱한 면빨로 히나의 목을 감아서는 단번에 졸랐다.

'이... 이것들... 이성이 없는 괴물이 아니었단 말인가...!?'

히나는 자신을 속박한 괴물들의 공격을 보고 신음했다. 일반적인 타격은 헤일로를 가진 학생들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 물리력으로 학생을 제압하려면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쏜다는 생각으로 총을 쏘든가, 대전차병기를 여러방 먹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도 어디까지나 생물이기에, 산소 부족에는 답이 없었다.

그리고 괴물들은 매우 영악하게도 히나의 목을 졸라 산소공급을 차단했다.

이대로 히나는 패배하고 괴물들에게 끌려갈 것인가?

"!!!!!!!!!!!!"

그리고 히나는 갑자기 몬스터들이 자신의 목을 풀자 해방되었다. 히나는 진짜로 질식해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기에 정신을 제대로 못 차렸다.

"거기서 이것들아~! 스파게티~ 후르르륵!"

히나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입안에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몬스터 한 마리를 처먹으면서 남은 스파게티를 쫓는 이즈미와, 이즈미를 두려워하며 도망치는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몬스터 무리였다.

"도대체 급양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설마 후우카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되...."

음식이 학생을 습격하는 일은 가끔 있었지만, 이렇게 식당이 황폐화되고 음식이 떼를 지어 습격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히나는 급양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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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소라사키 히나잖아!? 저런 거물이 밤 늦게 샬레의 선생님의 집에 호위도 없이 밀회를 왔다고!? 이건 대박이야!"

몰래 샬레의 선생님 집에서 잠복취재를 하던 카와루 시논은 마침내 특종거리가 보이자 흥분했다. 원래 나름 잘 나가던 아나운서이던 그녀는 전술경연 대회에서 하도 패배한 팀의 속을 긁는 발언을 하다가 결국 대량의 항의를 받은 나머지 아나운서에서 짤렸다.

그리고 다시 기자가 된 그녀는 특종을 찾고자 소문의 선생님의 집에서 잠복근무를 했다. 초법규적인 조직 샬레를 이끄는 선생이라면 작은 떡밥만으로도 대박기사를 써낼 수 있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시논은 몰랐다.

어째서 다른 기자들이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지.

어쨰서 자기랑 똑같은 생각을 했던 선배 마이가 돌연 컨디션 불량이란 이유로 유급 휴가를 떠났는지.

그리고 시논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마이 씨에 이어서, 이번엔 시논 씨인가요?"

"누, 누구야?"

시논은 어디선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머리털이 쭈뻣 섰다. 동시에 상대방은 갑자기 휴가를 떠난 마이의 이름을 꺼낸 걸 보니, 영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정말이지, 이제 선생님의 프라이버시를 더럽히는 기자분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있었군요. 여러분은 질리지도 않나요?"

"숨어있지 말고 나와..."

시논은 거리를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이 거리에는 오로지 시논만 있었다.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시논의 뼛속이 으슬으슬하게 떨렸다. 시논은 품 안에 숨겨둔 권총을 꺼냈다.

- 뚜벅

시논은 발걸음이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본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시논은 공포에 질려서는 도주했다.

"허억... 허억...!"

그림자가 시논을 스치고 지나갔다. 시논은 그게 뭔지 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살고자 도주했다. 그리고 계속 도망치던 시논은 결국 막다른 골목길에 몰렸다.

시논이 결코 인지하지 못할 그림자가 시논을 덮쳤다.

"끼야아아악!"

시논은 패닉에 빠져서는 권총을 쏘았다.

!감나빗

당연히 권총은 빗나갔다.

시논은 궁지에 몰리자 결국 자포자기 하고 주저앉았다.

"자자, 시논 씨. 안심하세요. 저도 일단은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몸이라 시논 씨를 해치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시논 씨가 찍은 사진이랑 방금 본 기억은 잊으셔야 해요?"

"네... 넵! 잊겠습니다! 찍은 사진은 제가 지우겠어요!"

아직 의식을 잃지 않은 시논은 공포에 질려 그저 자비를 빌었다.

"심호흡 하시고~ 히비키 씨에게서 사온 블루투스 기능이 첨가된 기억 제거 쇠파이프 들어갑니다~!"

"나쁜 기억아!"

"사라져라!"

콰직

다음날 길바닥에서 일어난 시논은 자신이 며칠간 뭘 했는지, 왜 길바닥에 누워있는지, 왜 자신의 카메라는 박살 났는지 기억하지 못한체, 컨디션 불량을 이유로 유급휴가를 떠났다.

이날 뒤로 선생의 프라이버시를 캐는 나쁜 기자는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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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샬레에서 배달받은 프라모델을 조립하던 선생은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리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터폰을 보니 자기를 찾아온 사람은 의외로 소라사키 히나였다.

"며칠간 파견 임무 나간다더니... 어지간히 내가 보고 싶었나 보구나."

히나의 본성을 아는 선생은 히나가 찾아온 이유를 어림짐작하고선 문을 열었다.

"선생님...."

히나는 딱 봐도 나 지쳤음 이라고 주장하는 얼굴로 선생을 찾아왔다. 히나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 천천히 선생에게 다가갔다.

"나 오늘도 열심히 노력했어... 그런데 게헨나에서 이제 후우카의 밥이 안나온데... 흑... 열심히 했는데...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

히나는 바깥에서 냉혈한 선도부장의 모습을 집어던지고, 선생에게 한껏 어리광 부렸다.

"선생님... 열심히 노력한 히나한테 칭찬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