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싱가포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도망가지 말레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동방의 진주 (진)

두 대양의 진주 [1]: 두 대양 사이로 가는 길

두 대양의 진주 [2]: NUS 맛보기

두 대양의 진주 [M1]: 쿠알라룸푸르로의 북진

두 대양의 진주 [M2]: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하차


찬호박입니다. 원래는 KL 다녀온 이후 다시 싱가포르 이야기로 돌아오려다가, 그래도 2번에 걸친 말레이시아로의 북진 이야기를 답사기로 마무리하고 싱가포르에 전념하는 게 맞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어서 말레이시아에 대한 생각을 다시 바꿔 준, 설연휴 페낭 답사기를 쓸까 합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도 북서쪽으로 열차로 4시간, 서울-부산 거리 정도 떨어져 있는 페낭에 처음 간다고 했을 때, 99%의 사람들은 '그래서 거기가 어디임?' 내지 '그래서 거기는 왜 가는 거임?' 정도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들 말레이시아 하면 코타키나발루나 KL 정도면 많이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페낭은 개인적으로는 싱가포르-믈라카-페낭으로 이어지는 해협 식민지의 중요한 거점이자, 상하이나 마닐라 등 수많은 도시들이 이 타이틀을 꿰차기 전 처음으로 '동방의 진주'라는 타이틀을 얻은 곳,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살던 화교 친구가 페낭에 살았고 마침 설연휴 때 싱가포르에 있는 대신 페낭으로 올라오라고 초청해 줬기 때문에 큰 맘 먹고 페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인구의 80%가 중국계기 때문에 설연휴 때는 한국보다 심한 수준의 교통체증이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페낭으로 바로 이동하는 교통편은 딱히 이점이 없었습니다. 싱가포르-페낭 직항편은 성수기 서울-도쿄 직항편 수준의 가격을 자랑하고, 싱가포르에서 페낭까지 열차를 타려면 조호르바루와 게마스에서 각각 환승해야 할뿐더러 절대 그 날 안에 도착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버스를 타자니 교통체증을 감안하면 기본 10시간에 최소 12만 원으로 싸지 않았죠. 



그렇게 단념하려던 찰나, 지도를 보니 저 국경 건너편, 조호르바루 쪽 스나이 국제공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만, 저기는 국경을 건너야 하지만 말레이시아 국내선이고, 어차피 경로상 조호르바루를 지나니까 조호르바루 관광도 할 수 있지 않을까?'의 순서대로 사고 회로가 굴러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설날 당일 아침 조호르바루에서 페낭으로 바로 날아가는 첫 비행기와 그 전날 조호르바루 시내에서 간단하게 숙박하는 옵션이 싱가포르-페낭 버스보다 싸게 나왔고, 가는 김에 조호르바루 관광도 당일치기로 하자는 생각으로 조호르바루를 거쳐서 페낭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조호르바루를 거쳐가야 하기 때문에, 우드랜즈 쪽 싱가포르와 조호르바루를 바로 연결하는 코즈웨이 방면으로 갑니다. 



MRT 역이랑 국경 체크포인트가 조금 거리가 있어 버스를 타고 갑니다. 



10분쯤 걸어가면 JB 센트럴 역까지 바로 열차를 타는 우드랜즈 역이 나옵니다. 원래는 이걸 타고 가면 좋았겠지만, 이거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쯤 여기 열차표가 다 나갔더군요. 싱가포르-조호르바루 사이에 열차를 타고 가시려면 이건 미리 예매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싱가포르와 조호르바루를 이어주는 5분짜리 셔틀열차는 크게 대단한 건 없고, 여기가 전철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우리 무궁화호 일부 계통마냥 디젤 기관차가 운행합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국경을 여러 번 건너면서 느끼는 사실이었는데, 생각보다 출국할 때 수속은 별거 없습니다. 상대국으로 들어갈 때가 문제지...

저 멀리 보이는 저 다리/코즈웨이가 이제 건너야 할 조호르바루 코즈웨이입니다. 건너편에 JB 센트럴 역과 말레이시아측 국경사무소가 보이는군요. San Ysidro 쪽 미-멕 국경보다 통행량이 많은 유일한 국경답습니다. 



코즈웨이를 도보로 건너는 사람들도 있다고는 하는데, 싱가포르에 가까운 쪽은 저렇게 보도라도 있지만 말레이시아로 가까워질수록 저 보도가 그냥 없어지기 때문에... 그냥 버스 타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코즈웨이를 반쯤 건너니 조호르바루 시가지가 조금씩 눈에 들어옵니다. 



말레이시아 입국에 있어 진짜 장애물은 사실 말레이시아 입국이었습니다. 설연휴 때 어차피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트래픽이 많을 줄 알고 일찍 왔음에도 인파는 절대 적지 않았고 (의외로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국적자들은 자동출입국 통과 가능해서 문제가 없지만, 저는 그런게 없다 보니 얄짤없이 대기...), 하필이면 저때 냉방병이 도져 몸살 기운 속에 죽을 것 같았기 때문에 살면서 가장 길게 느껴졌던 줄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입국해서 JB 센트럴 역 방면으로 들어갑니다. 



설 전날이라 인파가 예전같지 않은 감이 있지만, 역과 바로 연결된 쇼핑몰도 설연휴에 맞춰 장식들을 해 놓았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국경 다리 교통정체가 심하다는 건 양측이 알고 있는지, 이렇게 싱가포르 우드랜즈에서 JB 센트럴 역까지 바로 꽂아주는 경전철을 건설 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뭐 그것도 좋다만 저거에 맞추어 출입국사무소도 더 지어야 하는 게 아닌지... 



사실 이 날 조호르바루 시가지를 조금 둘러보는 게 목표였는데, 냉방병으로 인해 몸살 기운이 도져서 도저히 무언가를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짜 한숨 자기 위한 용도로 구한 가성비 숙소에서 잠시 쉬다 저녁만 먹고 들어가려 숙소에서 잠깐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그날 새벽 4시경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거의 잘 수가 없었는데...




원래 이런 건지, 설날이라 이런 건지 숙소 바로 앞에서 식당이 성업하며 스피커에 뭔지 모르겠는 인도 음악을 최대 음량으로 새벽 내내 틀어놨기 때문이죠. 사진은 미처 찍지 못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금지된 폭죽도 말레이시아에서는 얼마든지 합법이라 그것도 새벽까지 펑펑 터지더군요. 




하지만 철야를 뒤로 하고 조호르바루 북쪽 스나이 국제공항까지 그랩을 타고 갑니다. '싱가포르가 홍콩이라면, 조호르바루는 선전이다'라는 비유가 무색하게, 도시 위상 대비(?) 공항은 상상 이상으로 작았습니다. 한때 진에어가 여기 인천공항에서 직항으로 취항한 적이 있어 못해도 대구공항 수준일 줄 알았는데, 냉정히 봤을 때 터미널 자체는 포항공항만한 것 같더군요. 살면서 가 봤던 가장 작은 국외 공항이었던 워싱턴 DC 쪽 DCA보다도 작았습니다. 



터미널 중간으로 들어갔을 때 보이는 저게 사실상 터미널의 전부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미국만큼이나 국내선이 활성화된 곳이라 국내선 편은 많습니다. 이따가 탈, 페낭으로 가는 첫 번째 비행기가 눈에 보이는군요. 



비행기 자체는 게이트에서 나가 직접 걸어가서 계단으로 올라가 타는 방식입니다. 다른 게이트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러는 건 새벽 시간대라 그런지, 아니면 에어아시아의 예산절감 정책인지 모르겠군요. 



아담한 스나이 공항 터미널을 뒤로 하고, 페낭으로 날아갑니다. 



복도 쪽 좌석이 배정되었던지라 매우 아쉬웠지만, 페낭에 착륙을 준비할 때쯤 다행스럽게도 일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음력 2024년의 첫 번째 해를 말레이시아에서, 그것도 페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볼 줄 누가 알았을까요. 





드디어 싱가포르에서 국경을 건너고, 냉방병으로 인한 몸살 기운과 맞서고, 온갖 난리를 치며 온 결과 페낭에 도착했습니다. 페낭은 나름 KL 다음가는 말레이시아 두 번째 대도시권이다 보니 국제공항도 좀 규모가 있더군요. 이른 아침에 도착했던지라, 공항에서 페낭에 사는 친구 가족과 만나길 기다리며 이번 답사기를 마칩니다. 


이상 싱가포르부터 페낭까지 (꽤나 고생하며) 올라간 길이었고, 다음 답사기로 빠르게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