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는 2차 세계 대전에 패배한 독일에 대해 알아보았다. https://arca.live/b/city/9894239

이번에는 독일만큼이나 국경이 많이 변한 폴란드에 대하여 알아보자.


1900년대 행정구역의 폴란드인이다.

먼저, 바이마르 독일- 폴란드 제2 공화국의 국경을 비교해보자. 포메라니아와 포젠/포즈난 지역의 국경은 의외로 '매우 정확'하다.

또한, 동프로이센의 폴란드인 다수 지역인 알렌슈타인/올슈틴은 폴란드인이지만 독일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독일에 남기로 투표했다. 문제는 당시 독일 제2의 산업 지대이던 상부 실롱스크. 상부 실롱스크는 독일인 폴란드인 반반(정확히는 농촌지역 폴란드인 압도적 다수 산업지역 독일인 다수이긴 했다)이였으나 매우 탐나는 산업지대였다. 저 지도의 진한색이 폴란드인 다수가 아닌 40% 이상이라 객관적인 관찰을 방해하니 슐레지엔 지도를 들고 와보자.

당시 슐레지엔 민족 지도이다. 맨 왼쪽은 오데르-나이세선 서쪽으로 현재 작센 주이며 소르브인이 꽤 되는 지역이나 폴란드인에 초점을 맞춰보자. 당시 상부 슐레지엔의 주요 도시이던 "Kattowitz', 'Konigshutte', 'Beuthen', 'Gleiwitz'과 'Oppeln'(상부 슐레지엔이 오펠른 관구라 불렸다.)은 전부 독일인 우세다.


독일이 패배하고 당시 민족이 섞여있던 세 지역에는 연합국이 투표로 결정하도록 했다고 위키에 나오는데, 그 지역이 바로 슐레즈비히, 알렌슈타인, 상부 슐레지엔이다. 슐레즈비히와 알렌슈타인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농촌 지역으로 슐레즈비히는 일부가 덴마크로 귀속되었고 알렌슈타인은 전부 독일에 잔류했다. 하지만 가장 치열했던 건 상부 슐레지엔. 독일 제2의 산업지대이면 신생국 폴란드 입장에서는 매우 탐났겠지? (어째서 독일은 산업지대가 전부 국경이랑 가까이 있냐) 


연합군이 여길 통제하고 있었는데, 폴란드는 이곳의 무장반란 단체에다가 지속적으로 자금 및 무기를 조달하고 이에 독일은 극우 깡패들인 자유군단이 이곳을 진압하는 것을 허락하게 된다. 근데 사실 여기 주민 대부분은 그런 거에 관심도 없었다는 거야. 서로 같이 지내는 거에 그렇게 문제 없는 주민들도 많았고 이 때문에 '그냥 이럴 바에야 상부 슐레지엔 공화국 세워 나가자'라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상부 슐레지엔 오펠른의 사람들, German Federal Archive


투표는 독일 잔류 60%로 압도적인 독일 잔류 여론이었다. 애초에 독일인 중 폴란드로 가길 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폴란드인 중 독일에 잔류하길 원하는 사람은 꽤 많았으니깐. (알렌슈타인이 딱 이랬고 리투아니아의 메멜도 여론은 이랬는데 리투아니아가 탱크 앞세우고 점령했다.) 영국은 폴란드에게는 굉장히 조금(압도적 폴란드인 다수 지역)만 넘기고 나머지의 독일 잔류를 허용하려고 했다. 폴란드는 결국 영국의 안이 통과될까봐 사실상 침공을 하게 되는데 폴란드가 제국주의랑 다름없는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독일의 군대는 베르사유 조약 때문에 자국 방어도 못할 정도니깐 당연히 졌다. (애초에 자유군단 같은 깡패들과 군대 잔당에게 군대 소탕을 명령...이 아니라 간청할 정도였다.) 


독일 측) 조국의 수호자여, 상부 슐레지엔을 독일에 잔류하게 해주소서! (Museum of Katowice)


폴란드 측) 폴란드에 투표하고 자유를 되찾자! (근데 독일어로 써놓는다고 독일인들이 폴란드에 투표할까?)


그래서 결국 당시에 폴란드로 귀속을 원한 지역이 3개의 district밖에 없었는데도 폴란드는 독일의 알짜배기 산업지대를 거의 전부 가져가게 되었고 이는 폴란드의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독일과의 갈등이 풀릴 수 없게 되었다. 덴마크는 그 이후로 독일이 국경 분쟁을 했다는 말이 없지만 폴란드는 계속 독일과 경쟁하며 독일-폴란드 무역전쟁을 해대며 스스로 망하고 있던 이유가 바로 이거다. 오히려 이 땅을 포기했으면 독일이 민족적으로도 틀리지 않은 동부 국경을 승인했을 수도 있다. 


근데 폴란드가 제국주의적인 행보를 여기에서만 보였냐? 아니다. 더 있다.

맨 위의 지도로 돌아가보자. 폴란드 동쪽에 폴란드인이 절대 다수는 커녕 다수도 아닌 지역이 많다...

이건 여러 개로 설명해야 한다. 아니, 접경하는 국가인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각각 다 있다...


위백 찾아보며 노는 사람들은 West Ukrainian People's Republic에 대해 알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분단된 건 아니고... Lviv가 중심인 동부 갈라치아 공화국이라 봐도 좋다. 위 지도를 미안하지만 다시 한 번 보면 농촌지역은 우크라이나인이 다수이지만 Lviv (75%), Tarnopol 등 도시 지역은 폴란드가 압도적이다. (어째서 어디서 본 상황 같은데...) 서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에서 폴란드인은 하여간 2등 시민 취급 당했고, 신생국 폴란드는 계속 우크라이나를 벼루고 있었다. 근데 이 당시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이라는 키예프 중심의 국가가 또 있었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공산주의에 1도 관심이 없어 공산주의자들은 돈바스에나 있고 우크라이나는 라다가 집권하고 있었기 때문. 얘네들의 차이점은 서우크라이나는 폴란드가 적, 러시아는 미래의 동맹이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적, 폴란드가 미래의 동맹이라는 것. (결론적으로는 러시아 폴란드 둘 다 적이였다) 결국 서우크라이나는 폴란드가 개발살내고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 협정이 맺어짐. (대충 폴란드가 동갈라치아 볼히니아 내 거임 하는 조약) 서우크라이나 정부는 폴란드에 우크라이나인을 동등히 대우할 것과 자치권을 허락받고 해산했으나, 다들 알다시피 폴란드는 자치권 약속 그런 건 지키지 않았다. 


이 전쟁은 크게 보면 폴란드- 소비에트 전쟁의 일환이다. 이 전쟁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게 어떤 전쟁이냐고?

본격_수도_따먹기.jpg

그냥 이런 미친 전쟁이다... (참고로 폴란드가 먼저 전쟁을 걸었다.)

2달만에 이렇게 됬다. (무슨 한국전쟁에서 초고속으로 밀리는 북한도 아니고 이건 뭐여...)

참고로 이때 나온 게 현재 폴란드의 동부 국경과 거의 일치하는 커즌 라인이다. 다만, 커즌 라인은 Lwow가 폴란드 거인 경계이다.

다만 '비스와 강의 기적'이라는 작전의 대성공으로 인해 저 검정 선까지 되찾는 데 성공했다.

사실 폴란드 동쪽 경계는 커즌 라인 B로 하고 인구교환 하면 되는 게 맞긴 하다...

전쟁 얘기는 너무 기니 넘어가자. 대충 전쟁 때문에 폴란드-소련 국경이 저리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리투아니아가 있다. 아무리 빌뉴스가 폴란드인 52%여도 남의 나라 수도를 마음대로 떼어 가는 병크는 너무 유명해서 생략하고 싶지만 그래도 좀 써보겠음. 

그리고 의외의 사실이지만 빌뉴스에 사는 폴란드인들은 소련에 의해 많이 추방되었지만 빌뉴스 외곽의 폴란드인들은 잔류해 현재도 압도적 다수를 이룬다. 


사진은 리투아니아와 그 주변의 폴란드인 분포 지도이다.

사실 여기도 민족적 국경으로는 폴란드가 전쟁으로 정한 국경이 맞다... 다만 빌뉴스가 남의 나라 수도라는 지위 때문에 더욱 부각되는 것일 뿐. 그리고 리투아니아는 당장 정치 상황부터 별반 좋지 못했다. 리투아니아는 당시에 '독재'였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 자치권이 있는 메멜란드로 가서 살 정도.


이 때문에 리투아니아는 폴란드에 이를 바드득 갈았고 소련이 빌뉴스를 돌려주겠다는 회유에 넘어갔다... 다만 빌뉴스로 천도하기 전에 리투아니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이래서 외세를, 특히 소비에트 같은 세력을 끌어들이면 안 되는 것.


(만약에 대한제국도 계속 친러했으면 대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폴란드의 국경은 다이나믹하게 서쪽으로 옮겨간다. 우선, 단치히, 슈제친을 비롯한 항구를 얻었다. 슐레지엔 산업 지대도 완전히 가졌다. 그러나, 폴란드인들은 국경을 이런 식으로 바꾸는 걸 원하지 않았다. 아니, 원하는 게 비정상적이다. 당시 폴란드는 해봐야 국경 도시 몇개와 단치히, 동프로이센 알렌슈타인과 상부 슐레지엔 지역을 원했을 것이다. 근데, 소련이 르비우를 가져가는 대신 남의 나라의 영토를 얻는 건데, 누가 이를 원할까?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자서전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루블린 정부(당시 소련이 폴란드에 세운 괴뢰 임시정부) 대표가 내 앞에서 "우리 폴란드는 소련이 르비우를 가져가기를 원합니다"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상식적인 민족 자결권과 주권을 가진 정부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르비우는 폴란드인 75%인 도시이고, 한 국가는 자국 민족의 땅을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폴란드인 일부는 소련의 식민지 신세가 끝나면 원래 국경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에서 보다시피 아니다. 


폴란드 제2공화국 정부는 망명 정부를 이루어 런던에 있었다. 정작 폴란드 제2공화국 정부를 승인한 국가는 거의 아무도 없었으며, 폴란드 제2공화국 망명 정부도 독일연방공화국을 승인하지 않았었다. 폴란드 제2공화국 정부는 폴란드 제3공화국이 구성되며 스스로 해산했다. 참고로 이 말고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도 망명 정부가 있었으나 다 동구권이 붕괴되며 돌아가고 오직 벨라루스만 알렉산더 루카셴코의 집권으로 인해 해산하지 않고 미국의 뉴욕에 남아있다. 이를 '벨라루스 최고 라다'라고 부른다. (라다는 의회라는 뜻) 


마지막은 폴란드 국가 한 구절로 끝내겠음.


"폴란드는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 곡은 다브로우스키의 마주르카이라고도 불리는데, 다브로우스키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를 도와 이탈리아에 파병되어 있다가 이탈리아에서 폴란드가 망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때 이탈리아에 있던 한 시인이 쓴 시에 음악을 붙인 게 현재 폴란드 국가.


TMI. 폴란드 국가는 본인의 휴대폰 전화벨이기도 하다.